‘바라보기’에서 시작된 반짝이는 이야기
『햇빛놀이』는 ‘집에 혼자 있게 된 아이가 어떤 시간들을 보낼까’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엄마 금방 갔다 올게.” 언제 들어도 금방 지켜질 것 같지 않은 약속의 말이 엄마와 아이 사이에서 공허하게 울려 퍼질 때쯤, 엄마는 평소처럼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고, 아이는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체념한 듯 대답하며 소파에 몸을 누입니다. 창문을 드리운 커튼, 한쪽 벽에 세워 둔 화분 몇 개, 끄적이던 스케치북, 책장과 인형, 놀이 매트…….. 방 안의 무엇이 혼자된 아이의 마음과 시간을 채워 줄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바닥에 비친 햇빛 조각을 가만히 보다가, 그 햇빛을 들어 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계속 바라보다 보니, 미세하게 햇빛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어요. 그리고 ‘그림자 놀이를 하듯, 햇빛 놀이를 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더해 봤어요. 이 그림책은 이렇게 ‘바라보기’에서 시작되었어요.’
_작가의 말 중에서
『햇빛놀이』에는 바라보기를 통해 열린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방 안에 드리운 햇빛 조각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이에게 찾아온, 따스하고도 벅찬 순간들을 만나 보세요.
눈부신 햇빛이 연출해 낸 서정적인 상상놀이의 세계
“아, 심심해.”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 아이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을 바꿔 놓은 걸까요? 놀이 매트의 나비가 살아 움직이고 식물이 줄기를 일으켜 꽃을 피우고 물고기가 허공으로 튀어 오릅니다. 평범하고 건조하게만 보였던 방이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자, 새, 물고기 같은 친구들로 가득한 놀이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는 이불을 휘릭 펼쳐 타고 폐쇄된 거실을 벗어나 높이높이 하늘을 날며 바람의 세기와 향기를 만끽합니다. 한껏 의기소침해 있던 아이의 어깨가 즐거움에 들썩이는 게 움직임 없는 그림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말이에요.
『햇빛놀이』는 아이의 상상 속 세계를 빔 프로젝터로 한 장면, 한 장면 천천히 넘겨 보며 어둠과 빛이 만나 연출하는 환상적인 여운을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사소하고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보는 시선에 대하여
아이가 맛보았던 해방감, 즐거움은 오직 꿈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만 가능했던 걸까요? 아이가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아이를 보듬던 이야기들도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내일 또 만나!”
아이의 얼굴에 또 혼자가 될 내일의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납니다. 작가는 이 모든 경험들이 꿈 속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것,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바라보지 않는 것에서도 우리를 일으키고 즐겁게 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에 힘이 되는 그림책을 짓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햇빛놀이』에는 외롭고 억눌린 마음도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