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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

후이 저 / 최인애 | 미디어숲 | 2022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80건 | 판매지수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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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76g | 130*190*20mm
ISBN13 9791158741631
ISBN10 115874163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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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애소설을 좋아하는데 상대가 SF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박을 좋아한다면 문제다. 나는 쇼핑, 상대는 여행을 좋아한대도 갈등의 소지가 없다. 그러나 성실히 노력하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나와 달리, 상대가 나태하게 집구석에 틀어박혀 게임만 한다면 갈등이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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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끈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융통성이, 내게 용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신중함이, 내게 감성이 있다면 상대에게 이성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서로 배울 만한 장점과 보완할 수 있을 정도의 단점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채워주는 사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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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앞에 앉아서, 젊고 생기 넘치는 얼굴에 당혹감을 가득 담고, 순진무구하게 두 눈을 깜박이며 물었지. “왜 돈을 벌어야 해요?” 아가씨, 좋은 질문이야. 먼저 물어볼게. 만약 스스로 벌지 않으면 누구 돈을 쓸 생각이야? 부모님? 애인? 남편? 혹은 더 먼 미래의 자식들?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 그렇다면 평생 잊지 말아야 할 주문이 있어. 이 주문을 외울 때는 반드시 목소리를 낮추고, 최대한 부드럽게 말해야 해. 불쌍해 보이는 표정도 지어야지. 눈빛은 간절하게, 거기에 적절한 동작이 곁들여지면 더 좋아. 그렇게 만반의 준비가 됐다면 자, 주문을 외워 보자. “미안한데 돈 좀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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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공부도 해야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놀아야 한다. 예순이 되어 읽는 동화책은 여섯 살에 읽는 것만큼 재미있지 않고, 팔순이 되어 나비를 쫓으면 허리만 아플 뿐이다. 청소년기에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 감정이 싹트기도 전에 잘라내야 건전한 사춘기인 것은 아니다. 스스로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면 청소년기의 사랑도 충분히 아름답고 달콤 쌉싸름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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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억누르고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만이 대단할까?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킬 능력이 있는 동시에 부적절한 욕망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대단하지 않은가? 욕망을 억누르기만 하는 삶은 그저 ‘살아 있는 것’에 불과하다. 욕망을 적당히 억누를 줄도, 적절히 놓아둘 줄도 알아야만 비로소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모든 욕망을 끊어 낸 수도승처럼 살 필요도 없다. 우리는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고승이 아니다. 세상 풍파를 이길 도리도 없고 통달할 능력도 없다. 한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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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삶의 태도를 지닌 사람만이 정갈한 물건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길가에서 산 꽃 한 송이, 어느 집에나 있는 평범한 이불, 흔히 살 수 있는 전기 주전자, 특별할 것 없는 디자인의 기성복도 이들의 손에 들어가면 정갈함의 일부분이 된다. ‘정갈함’은 물질적 극치가 아니라 정신적 극치이며, 억지로 꾸며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진심으로 추구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정갈한 삶의 본질이란 결국, 구석구석 제 손으로 돌보고 꾸린 편안한 공간에서 잠들고 깨며, 평범한 매일을 좀 더 충만하고 건실한 하루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정갈하게 사는 사람은 누구나 왕족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다스리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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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기대하고, 뭘 바라는 거야?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나갈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있으면서 멍하니 앉아 미지의 행운을 기다리며 그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어. 설마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겠지?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내일부터 제대로 살아 봐. 여태껏 놀았다면 당장 일거리를 찾고, 일하고 있다면 더 열심히 살 방법을 궁리해. 일하기 힘들고 사장이 치사하고 동료들이 뭣 같아도, 화가 나고 눈물 나고 이가 갈려도 버텨. 버티는 거야. 원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모든 것은 필연이니까. 그렇게 나의 피와 땀과 눈물로 지갑과 통장 잔고를 채운 뒤 내가 번 돈으로 갖고 싶었던 가방을 사고 내 이름으로 집이나 차를 계약하는 순간,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거야. 버티고 버티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알게 되고, 깨닫고, 이해하고, 갖게 된 것이 돈 말고도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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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수학 문제가 아니다. 공식을 대입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그나마 맞는 공식도 없다. 인생은 자유 주제 글쓰기다. 누구나 자기 생각대로 주제를 정하고 얼개를 잡고 내용을 채워 가야 한다.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자신이 작성한 초안에 맞춰 최대한 글솜씨를 뽐내는 것이 최고다. 마지막에 받아 든 점수가 설혹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이렇게 살아낸 인생은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거나 누군가의 것을 베낀 게 아니기에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탈지, 관람차를 탈지는 전적으로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해서 나도 그 전철을 밟을 이유는 없다. 내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내 마음에 들게 살아내면 그만이다. 결국은 각자 앞에 놓인 생, 그 길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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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명처럼 말한다. 복잡하고 힘들고 각박한 세상, 할 일도, 스트레스도 넘쳐서 생활을 정리하고 돌볼 시간도, 여유도, 여력도 없다고. 그러니 대충시켜 먹고, 청소는 미루고, 빨래는 입을 게 없을 때 하고, 옷은 건조대에서 바로 걷어 입고, 봉두난발에 부은 얼굴로 하루를 보내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생존을 위해 생활을 잊는다. 아니, 무시한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는 일을 소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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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때맞춰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논리는 알고 보면 근거가 상당히 빈약하다. 그 논리대로라면 여섯 살 때는 꼭 찰흙놀이를 해야 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반드시 연애를 해야 하며, 졸업하면 곧장 취직을 하고, 서른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하고, 결혼하면 꼭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럼 죽는 것도 때맞춰 죽어야 하나? ‘이제 돌아가실 때가 되었으니 눈치 없게 질질 끌지 말고 얼른 돌아가십쇼’,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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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라서야 비극이 해결되고 아름다운 결말이 드러난다. 어떤 그림은 마지막 터치가 끝나고 나서야 명암이 분명해지며 전체적인 풍모가 명확해진다. 어떤 일들은 다 지나고 나서야 그때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행동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선의와 진심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추한 얼굴 아래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트르담의 꼽추처럼 어둠 속에서 남몰래 나를 돕는 이가 있다. 나는 깨닫지 못하지만 내가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도록 보이지 않게 돕는 우렁각시 같은 이가, 삶의 곳곳에 존재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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