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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일기

[ 양장 ]
김지승 | 난다 | 2022년 09월 0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8건 | 판매지수 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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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0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4g | 128*187*30mm
ISBN13 9791191859317
ISBN10 1191859312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금요일들│집안에서도 발끝을 들고 걷는다 - 11
토요일들│내가 나의 타인이다 - 51
일요일들│아픈 몸이 꼽는 건 날짜가 아니라 요일이에요 - 93
월요일들│화를 따뜻하게 내는 사람이고 싶어 - 137
화요일들│사람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까지 할까요? - 177
수요일들│가장 무구한 존재는 지워진 여자야 - 221
목요일들│눈을 뜨면 당신이 거기 있어라 - 261
작가의 말 - 307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항암 후유증으로 오는 갱년기 증상일 뿐 갱년기는 아니라는, 이 년 전 의사의 말도 아직까지 아리송하다. 얼마 전 이사한 동네에서 처음 찾은 산부인과 의사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 진단명의 증상은 있지만 그것으로 부를 순 없다. 증상이 곧 이름이 아니고 무엇인가. 내가 나라는 증상 외에 무엇으로 나를 설명해야 하나. 그나마 내가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증상뿐인데.
화가 나요.
증상이 그렇죠.
그런데 갱년기가 아니란 거잖아요.
네, 호르몬 수치가 그렇게 보여요.
그럼 지금을 뭐라고 불러야 해요? 이름을 갖지 못하는 증상 같은 시간의 나는 또 뭐라고 해야… …
의사는 이해 못한 얼굴이다.
---「Friday 1」중에서

왜 그렇게 열심히 웃느냐고 지적한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오랜만에 눈치챈 사람이었다. 웃음이 감정 표현이 아니라 어색함과 불편함의 방어적 반응일 때, 그런 웃음을 남성에게 지적받았을 때 얼굴을 가격당한 듯 일순 관자놀이 맥이 내달리는 건 내가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웃음과 여성은 이중구속 관계다.
---「Friday 4」중에서

그만큼 살고 또 다치고도 주고받는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 떠오른다. 가까이에 엄마가 있다. 마음을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몸을 쓰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엄마를 보면 알게 된다. 가난하면 몸을 더 써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엄마가 전보다 눈에 띄게 몸을 쓰는 게 싫었다. 지금처럼 가난하지 않았을 때에도 엄마는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었지만 그게 당연하지는 않았다. 어떤 일이 당연해지거나 어쩔 수 없어지거나 해서 포기가 느는 게 가난이기도 하니까 싫었다. 엄마가 자꾸 부지런해지는 게.
“도움과 폐만 상상하니까 그렇지. 둘 사이에 길을 많이 만들면 다른 것도 오고가.”
---「Friday 12」중에서

몸 밖의 세계가 몇 배속으로 가속하는 데 반해 장기와 신경은 서서히 감속중이다. 착각의 속도가 진실의 속도를 추월하는 것처럼. 이 속도 차이가 주름을 만든다. 주름이 깊어진다. 아름다움은 대개 착각이다. 주름들이 몸을 접고 몸에 기입된 시간을 접어나간다. 꾸깃꾸깃.
---「Friday 13」중에서

오늘은 많은 말을 들어야 할 거야. 자기를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일수록 들어야 할 설명이 많다.
---「Friday 16」중에서

엄마는 가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낸다. 여러 번 듣고 들어 이제 거의 다 외우는 이야기들. 부모가 기억과 사실의 우위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시절에 관해. 엄마의 기억으로 내 유아기가 구성된다. 내 역사는 내 안에 있지 않다. 어떤 일화는 열 번도 더 반복하면서 엄마는 나를 잃어버렸던 이야기만큼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 얘기는 오래전 외삼촌에게 들었다. 너희 아빠가 세상 떠나갈 것처럼 울면서 널 찾아다녔어. 엄마는요? 외삼촌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무게도 없이 가라앉는 감정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Saturday 1」중에서

살아야 한다. 정말 힘든 건 그런 거다. 정지 버튼을 누르거나 궤도에서 이탈해버릴 수가 없다. 다만 아주 많이 느려질 뿐이다. 정신이 명료한 시간은 하루에 삼십 분. 하루에 쓸 글을 열흘에 나눠 천천히 쓰고 지운다. 어둠이 길면 반짝이는 것들의 수명을 알 수 있다. 향초가 다 탔다.
---「Saturday 6」중에서

몸 어딘가에는 멍이나 상처가 늘 있다. 대부분 언제 어디에서 부딪히고 긁히고 다쳤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습성이 생긴 시점을 곰곰 뒤돌아 짚어보다 그 마음 둘 곳 없던 시절로 직행한다. 어정쩡하게 피하거나 비스듬히 기대다가 다친, 어색한 존재의 흔적들. 온전히 어딘가에 속하는 몸은 어디든 세 면이 만나는 구석을 찾아 어색함을 구겨넣을 필요가 없겠지. 구석을 찾아다닌 몸의 여정이 한 사람/삶의 궤적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 권력이 몸에 대해 하는 일도 그렇다. 규격에서 벗어나 둘 곳 없는 몸은 일그러지고 괴물이 된다.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충분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 기괴하고 불편하고 침묵 혹은 웃음을 종용당하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 몸이 의존하고 있는 작고 흐르는 세계의 증명. 그 유동성의 은유로서의 쓰기. 몸 둘 곳을 마련하는 쓰기. 그제야 알게 된다. 쓰기는 전혀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다.
---「Saturday 13」중에서

너무 그리우면 숨쉬는 걸 잊는다. 그러다 셔츠나 손수건, 모자 등 그 사람의 체취가 남은 사물에 얼굴을 묻고 내장에 기입할 것처럼 크게 들이마시는 일의 반복. 그건 심장을 맡기는 의식과 다르지 않기에 울지 않을 수 없었으나 눈물이나 흐느낌이 없어도 운다고 할 수 있을지. 액체도 기체도 아닌 무언가가 서서히 새어나오는, 그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무엇도 다치지 않게 살살 구멍을 여는 어떤 의식과 관련한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눈물 없이 목이 콱 막히는 울음과도 달랐다. 통증이 없었다. 상실과 연결된 통감을 어떤 시기에 과도하게 쓴 탓일지도 몰랐다. 급작스러운 통증과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 눈물 없이도 운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영화 끝부분에 와서는 그 자문을 내가 아니라 펀이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내 울음이 울음일 수 있는가. 달리 말하면 내 슬픔은 충분한가?
---「Sunday 8」중에서

명사는 권력이고 권력 가까이 선 것들이고 권력으로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들이다. 명명은 명사가 권력과 손잡고 하는 행위의 핵심. 너는 여자다. 그러면 나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긴 시간 조형된, 여자라는 개념 안에 갇힌다. (…) 어떤 면에서 모든 이야기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타인의 얼굴을 만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라고 내가 쓰면, 삼 초 전에 세상에 없던 문장이 갑자기 나타난 거다. 말들의 세계는 바쁘게 이 새로운 문장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내 말은,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게 중요하다. 내 문장, 내 이야기, 내 것을 욕심내라고 말해준 한 사람. 이 모든 걸 부사로 바꾸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체로 망망하게.
---「Sunday 1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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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의 여자에게 세상이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안 보이기. 그리고 그건 너무 쉽다.”


그애가 안심한 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씩 웃음이 오고갔으니 된 거였다. 성급히 슬픔을 취소하지도 않았다. 전화를 끊고 우리는 괜찮은 줄 알았던 어떤 자리에서 밀려나 울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럼 어쩌죠.
다시 전화하면 되지. 언제나 언제나 다시 하면 되지. _본문 중에서

쓸 수 없음으로 시작되는 쓰기
나는 나에 대해 말할 수 없음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난다에서 김지승 작가의 『짐승일기』를 출간한다. 주간 문학동네에 21년 9월부터 22년 1월까지 5개월간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여성, 글쓰기, 엄마, 몸과 질병, 나이듦, 소수자성에 대해 밀도 높은 문장으로 써내려간 실험적인 구조의 텍스트이다. 연재분을 단행본으로 묶는 과정에서 요일별로 문장과 장면을 재조립하고, 쓰여진 과거에 쓰는 지금과 쓰여질 미래를 동시에 기입하면서 연재 당시와는 몇 겹의 다른 질문을 지니게 되었다. 김지승 작가는 전작 『아무튼, 연필』에서 사랑하면 닳아버리고 소모되어버리는 연필을 통해 낡고 병들고 결국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동료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와 함께 질문했다.

김지승은 신작 『짐승일기』를 통해 과거에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이라는 하나의 실을 잘라내어 매 편마다 새로운 방향성과 시작점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존재 조건, 언어의 기반을 질문하고 시작과 끝을 다시 설정하는 128번의 실뜨기/쓰기 실험이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을 자연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대신 인과를 재구성하고 전유하는 이 쓰기의 스타일은 회복할 길 없는 우리의 상처, 상실, 애도를 쓸쓸하고 우아한 유머로 물들이며 이제껏 보지 못한 김지승이라는 매력적인 장르를 직조해낸다.

이렇게 하루를 끝내기로 하자
누구도 아닌 채로 무엇도 하지 않고


전작보다 더 내밀하게 개인적인 기억과 체험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짐승일기에는 독특한 검은 색채가 감돈다. 이는 가부키 극에서 없음(無)으로 존재하는 쿠로코(黑子)와 같다. 쿠로코는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감싼 채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옷을 벗기거나 입히고 소품을 전달하거나 이동시키는 이들이다. 극의 사건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도 주지 않고 캐릭터도 될 수 없는 존재. 관객은 이들을 보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합의된 무존재이기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짐승일기를 읽는 경험은 우리가 그동안 목격해온 삶이라는 무대에서 보이지 않음으로 존재했던 이들을 다시 읽고 그들의 눈으로 되살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스토리상 한 여자가 자결한다. 여자의 죽은 몸은 여전히 무대 위에 있고, 나머지 배우들이 극을 진행하는 가운데 쿠로코가 홀연히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두른 것과 꼭 같은 검은 천을 여자의 죽은 몸 앞에 드리워 관객들의 시야를 가린 다음, 여자와 함께 천천히 무대 밖으로 움직인다. 한 여자가 쿠로코, 바로 그처럼 ‘없음’의 세계로 옮겨지는 것을 나는 조금 전율하면서 지켜보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위장하면서. _「Thursday 4」 중에서

어정쩡하게 피하거나 비스듬히 기대거나 다친, 어색한 존재의 흔적이 멍이나 상처로 남겨진 몸, 못 알아듣는 척, 무지한 척, 의도적으로 오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몸, 규격에서 벗어나 둘 곳 없는 몸, 침묵 혹은 웃음을 종용당하는 몸. 그 몸 둘 곳을 마련하는 쓰기. 나라는 존재와 상관없이 내가 ‘여자’라 명명될 때 작가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조형된 ‘여자’라는 개념에서 탈출할 수 있는 언어를 고심하며 세상에 없던 문장을 써내려간다. 화자가 자기 힘을 믿어야만 세상에서 이야기가 그 존재를 배정받게 됨을 기억하면서. 『짐승일기』는 작가 김지승이 어떤 글을 쓸 수 있고 또 써야 하는지 선언하는 책이기도 하다.

견딘다는 게 종종 후렴구를 만드는 일 같았다
반짝이는 사탕 껍질을 모으는 것처럼


이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주어의 자리를 마련해두기였다. ‘나’를 주어에 둘 것, 당당하게 자리를 요구하고 차지할 것. 말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고 잃어도 되고 폭력의 대상이 되어도 되는 짐승. 말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가정된 존재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체험해야 할까.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5개월간 SNS상에서 이어진 독자들의 지지와 애정은 이 세상의 주어가 아니었던 짐승‘들’에게, 타자였고 스스로 말해진 적 없던 몸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주려는 공감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말로 설명하기 너무 어려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글로는 실패조차 실패하는 이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에 틀린 존재로 있는 듯한 어떤 인간, 세상 어딘가에 자신을 겨우 감당하고 사는 같은 존재들이 겁을 내면서도 전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놓지 못해서 작가는 쓴다. 그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 서로를 알아봐줬으면 해서.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불안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처럼. 짐승일기의 곳곳엔 손바닥만한 볕이 한 조각씩 들어 있다. 누군가 앉았다가 일어난 의자에 떨어지는 빛 같은 온기다. 그 따뜻함은 울고 싶어지게 하는 슬픔을 독자에게 선물로 남긴다. 그게 용기와 닮아 있다는 사실도 함께.

내게 오는 말들과 내게서 나가는 말들을 떠올린다. 어제 친구는 내 배를 쓸어주면서 너는 고통에 재능이 있어, 라고 말했다. 내일 나는 누구에게 어떤 사람이 될까. 그렇게 나로 와서 내가 되는 말들, 내게서 나가 네가 되는 말들의 세계가 있다. 오늘 그 세계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_「Sunday 17」 중에서

작가의 말

짐승은 운다. 배고파서 운다. 위협하고 경고하려고 운다. 기뻐서 울고 공포심에 울고 구애하느라 운다. 제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운다. 나 여기 있다고 너는 어디에 있냐고 운다. 우는 법을 잊은 짐승이 인간이 된다. 인간이 되고 만다.

너의 울음이 내 울음을 구했던
그 미래의 기억이 다시 시작될 참이다.
같은 운명을 마련한 짐승‘들’의 기억
할퀴고 물고 밀고 굴리기도 하는 사랑

그게 전부다.

2022년 여름-가을
김지승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이 책을 읽는 동안, 타인을 통해 자신의 치부를 유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놓은 손을 다시는 잡지 않을 용기가 얼마나 귀한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모두 짐승이지만 짐승이 아니다. 짐승이 아니지만 짐승이다. 처음에는 이유도 없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나중에는 이유도 없이 고요한 위안을 준다.
- 손보미 (소설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문장 문장 탄복하면서 읽었다. 여성, 몸, 아픔, 상실, 이별, 외로움, 글쓰기 주제를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글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 김민철 (카피라이터)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몸을 관통해 쓰여진 삶과 죽음과 존재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 아주 천천히, 언제까지나 읽고 만지고 안고 싶은 놀라운 문장들.
- 윤가은 (영화감독)

회원리뷰 (8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짐승일기. 김지승 글. 난다 간행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m | 2023.01.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차량사고 영상이 올라옵니다. 몇 편을 보았더니 내가 좋아하는 영상으로 짐작해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좋아하는 영상도 아니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영상도 아닙니다. 오히려 보기에 불편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가해자가 올리는 영상이 아니라 자칭 피해자들이 올리는 영상입니다. 나.   ;
리뷰제목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차량사고 영상이 올라옵니다. 몇 편을 보았더니 내가 좋아하는 영상으로 짐작해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좋아하는 영상도 아니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영상도 아닙니다. 오히려 보기에 불편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가해자가 올리는 영상이 아니라 자칭 피해자들이 올리는 영상입니다.

나.   자칭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다.   지나친 권리의식으로 타인을 정죄하는 모습에 동조하기가 어렵습니다.

라.   방어운전보다는 공격적인 운전으로 보입니다.

 

 사고는 주로 제 차선을 달리던 차가 끼어드는 차량과 충돌하는 영상이 많습니다. 끼어드는 차량이 갑자기 뛰어들었다는 주장인데, 사실 차선을 바꾸는 차는 백미러로는 주행차량을 확인할 각도가 아닙니다. 고개를 돌려 진입하려는 차선을 확인하여야 하지만 운전이 미숙한 사람들이나 힐끗 돌아보는 시선으로는 저 멀리서 달려오는 차량을 보지 못하거나 그 차의 속도가 빨라 금방 다가올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방어운전은 누가 불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운전이 아닙니다. 사고가 나면 쌍방이 모두 피해를 입으니 누구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 예측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운전조작을 말하는 것입니다. 과속을 하지 않으면 추돌을 피할 수 있거나, 최소한 끼어들 조짐이 느껴지면(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서행으로 조심을 하는 것이 방어운전인 것입니다. 저 운전자가 잘못했으니 나는 사고가 나도 잘못이 0%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인정을 받지도 못한다는 것은 운전자라면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럽니다. 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글에 방어운전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은 김지승이 쓴 짐승일기에서 믿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키우는 고양이 사샤의 보들보들 몽실몽실한 노루궁뎅이버섯 같은 발을 만지면 고양이는 “싫어” 하는 것처럼 발을 쏙 빼면서 사샤가 “넌 내가 거절하고 거부한다고 내게 해롭게 굴 존재는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했다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그 믿음이 문제다. 그게 나를 울고 싶게 한다. 노루궁뎅이버섯 같은 마음이 된다. 사납게 가시 돋친 마음이, 한쪽은 절벽이 된 마음이 자꾸 보송보송해진다.”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은 전적이거나 통합적인 것으로 여겼던 내게 사샤는 믿음의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면면을 일깨운다. 그래서 우리 사이의 믿음은 딱딱하지 않고 보송보송하다.”라고 고백합니다.(59~60쪽)

 

 자기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난 합법적인 운전을 하고 있어!)으로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믿음(저 차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할 수도 있지 않나?)을 거부하고 무조건 자기의 믿음이 지켜져야 한다는 완전성을 추구하는 운전자는 사샤의 발을 만지다가 사샤가 발을 쓰윽 거두면 무어라 반응을 할까 걱정됩니다. 공격성을 보이는 운전자가 실수를 하는 운전자보다는 훨씬 위험해 보입니다. 자신의 권리만,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작가는 사람의 믿음이 전적이거나 통합적인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고양이는 믿음이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고 말랑말랑하게 말합니다. 이런 생각이 없는 대통령이나 직업병을 가진 검사들이 특히 유념하면 좋겠습니다. 조폭의 연장이 검사들의 법과 구분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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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악마화를 위해 소모되는 선함이란 반대급부를 반대하며... 김지승, 짐승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2.11.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신을 믿어 본 적은 없으나 종교를 믿어 본 적은 있는 듯하다. 어느 시점 이후부터 신은 한 번 믿어보고 싶지만 종교를 믿고 따르는 일은 쉽지 않겠구나 싶어졌다. 다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신이든 종교든 믿고 따르는 것은 온통 인간의 마음이니 내가 인간을 믿을 수 있다면 신도 종교도 따를만 할 것이나, 내가 인간을 향한 믿음을 접는 순간 신도 종교도 모두 헛것이 되고 말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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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을 믿어 본 적은 없으나 종교를 믿어 본 적은 있는 듯하다. 어느 시점 이후부터 신은 한 번 믿어보고 싶지만 종교를 믿고 따르는 일은 쉽지 않겠구나 싶어졌다. 다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신이든 종교든 믿고 따르는 것은 온통 인간의 마음이니 내가 인간을 믿을 수 있다면 신도 종교도 따를만 할 것이나, 내가 인간을 향한 믿음을 접는 순간 신도 종교도 모두 헛것이 되고 말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말장난이다. 

 

  “졸음을 참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밤 열한시가 넘어 있었다. 향초를 켜고, 노트북을 열었다. 깜빡, 커서를 보면서 손을 모았다. 어떤 기억이 기울었다. 손과 손이 서로를 더 꽉 붙들었다. 서로를 붙든 두 손, 그 꽉 쥠을 누구는 기도라고도 할 것이다.” (p.25)

 

  말장난으로 치부한다고 하여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참사라는 말이 이리도 흔하게 소비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기 힘든,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애초에 없는 죽음임을 직감하였다. 그 어린 죽음과 그 젊은 죽음과 그 외로운 죽음과 그 함께 하는 죽음과 그 먼 죽음과 그 가까운 죽음이 여러모로 안타까왔을 따름이다. 

 

  “... 타인이 내게 궁금해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내게 궁금해하고 대답하며 산다. 그 문답이 쌓여서 나의 감각과 태도가 될 것이다. 내가 나의 타인이다. 그렇다, 라고 다짐하면 어쩐지 당장 무엇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늘 다행스레 혼자다. 혼자일 때만 나는 수월하게 사람인 것 같다.” (p.58)

 

  오래전 세월호 참사가 있고 나서 나는 어린 연인들을 볼 때마다 마음 속으로 응원하였다. 얼른 사랑하여라, 더욱 사랑하여라, 원 없이 사랑하여라... 손을 맞잡아라, 부둥켜안아라, 입을 맞추어라... 나에게는 운이 따라,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성장하는 동안, 조카의 적지 않은 연애를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나는 조카의 연애를 향하여 마땅히 치어 업 하는 어른이 되었다.

 

  “... 내년 조금씩 더 안팎으로 성체를 공고히 쌓아두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완강해질수록 불안해지는 삶. 나를 지키는 것이 나를 가두기도 하여서, 나라고 여기는 것이 나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도 해서 어쩌면 일생 쌓고 허물고 쌓고 허물고일 수밖에 없을 텐데. 내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아지고 싶다. 낯선 골목에서 자아 밖으로 탈주를 시도하며 문득 내게도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나 자문한다. 돌아가도 나는 아름답지 못하겠지만.” (p.128)

 

  이태원 참사가 있던 날 나는 이르게 잠들었다. 다음날 새벽 달리기 모임이 있어 일찍 일어나야 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는 강변북로와 88도로를 달렸지만 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하였다. 달리기 위하여 환복을 하는 잠깐 사이에 몇 개의 숫자가 찍힌 뉴스를 본 것도 같다. 상황을 알아차린 것은 훈련이 모두 끝난 다음이었고,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라디오로 뉴스를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조카에게 톡을 보냈다. 아 다행이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은 몸을 이해하고 있다. 통증 외에는 고요하다. 슬픔을 보이지 않는 일이 슬픔을 보지 않는 일과 만나 혼자가 된다. 자기 고통조차 혼자 두는, 고통의 진짜 이름을 모르는 우리의 안녕은 이제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안녕하세요. 답하지 못한다. 오후에 수술실에 들어갈 옆 병상 여자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 일기가 병상에서 끝나는 건 싫어요.” (p.220)

 

  윤석열이 대통령인 이후 나는 93.1 메가헤르츠 클래식 방송만을 듣고 있다. 뉴스를 통해 그 실체를 뜯어보고 들여다보는 동안 내 마음에 들어차는 악한 그림자를 감당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악마화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의 선한 구석을 반대 급부로 제공해야 한다, 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악마화하지 않아도 모자란 구석이 차고 넘치는 정권임을 잊지 말았음 좋겠다. 


김지승 / 짐승일기 / 난다 / 309쪽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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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나는 가끔 궁금하다. 타인의 삶이. 거의 동시에 전혀 궁금하지 않다. 타인의 삶 같은 건."-p.27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h****k | 2022.10.3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사전정보 없이 입장한 전시회에서 왠지 모르게 끌리는 작품을 발견하고 작품명 확인했다가 물음표만 잔뜩 안아본 적 있으신지? 이 책이 그랬다. 예뻐서 들여다 봤는데 제목이 참 뜻밖이다. 대체 왜 #짐승일기 일까?먼저 이 책은 김지승 작가가 주간 문학동네에 5개월간 연재했던 글을 요일별로 묶어낸 특이한 구조의 단행본이다. 왜 그런 구조를 택했는지는 책에 나와요...??내용은 여성,;
리뷰제목
사전정보 없이 입장한 전시회에서 왠지 모르게 끌리는 작품을 발견하고 작품명 확인했다가 물음표만 잔뜩 안아본 적 있으신지? 이 책이 그랬다. 예뻐서 들여다 봤는데 제목이 참 뜻밖이다. 대체 왜 #짐승일기 일까?

먼저 이 책은 김지승 작가가 주간 문학동네에 5개월간 연재했던 글을 요일별로 묶어낸 특이한 구조의 단행본이다. 왜 그런 구조를 택했는지는 책에 나와요...??

내용은 여성, 글쓰기, 엄마, 나이듦 그리고 저자의 '관병'에 대한 것인데 관병이 뭐냐면...

??"투병도 와병도 아픈 몸의 시간을 같이 살지 못하는 표현이었다. 지난 몇 개월 고통을 언어화하는 시도 가운데 적절한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소회감만 커졌다. 그러다 우연히 옛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중략) 그 편지에서 '볼 관'자가 오롯이 떠올랐다.

불교에서 '관觀' 은 지혜로 경계를 비추어 본다는 의미이다. 관심은 마음을 그리 보며 바르게 살핀다는 의미가 되겠지. 앞으로 세상을 잘 관觀하여 길 잃지 말고, 인연이 닿거든 또 보자.

아, 그렇다면 관병觀病일 수 있겠다 했다. 부족한 지혜로 병의 경계를 바르게 살펴보는 게 맞지 옳지 지금 그러고 있지. 헤아리고 살피며 관계하는 대상이니 관병이기도 하지. 인연이 닿으면 또 보자만 빼고 나는 스님의 편지를 다시 읽고 웃고 읽고 웃었다. "-p.224~225

??자신만의 사전이 있는 사람을 진짜 작가라고 생각하는지라 (단, 억지스러우면 안 됨) 이 대목이 참 좋았다. 솔직히 처음엔 몇 장 읽다 덮기를 반복했다. 굳이 어렵게 쓴 글 같아 마뜩잖았는데 지금은 완독하게 한 책임감에 감사하고 있다. 기록해 둔 문장이 정말 많거든. 그리고 책 말미에 ' 굳이 어렵게 쓸 필요가 있나요?' 란 질문에 저자가 답한 부분이 나오더라.

??"어렵고 쉽고의 기준은 차치하고, 어렵다는 게 대충 무슨 말인지도 안다 치고 말하자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삶이 있다. 말끔하게 정제된 이야기는 어떤 주요한 규칙으로 세상에 있는 무언가를 삭제하고 편집한 결과다"-p.271~272

??그러고보니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이랬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빼곡한 나무들을 하나하나 보려하지 말고 숲 전체를 보길. 그 숲은 꽤 멋질 것이다.

??참,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 플랫폼 독파의 독파메이트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짐승일기의 표지 작품은 김찬송 화가님의 <건네지 못한 말>입니다. 그림과 텍스트의 어울림을 느껴보아요."라고.

??어떤 의도일까? 이 표지와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는 분, 짐작이 되시는 분이 계시다면 help me~! 아래에는 조합 중인 단서와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허용되는 글자수만큼만 남겨두겠다.

??"나는 가끔 궁금하다. 타인의 삶이. 거의 동시에 전혀 궁금하지 않다. 타인의 삶 같은 건."-p.27

??"타인이 내게 궁금해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내게 궁금해하고 대답하며 산다. 그 문답이 쌓여서 나의 감각과 태도가 될 것이다. 내가 나의 타인이다."-p.58

??"보통 어둠이 품고 있는 짐승들은 나를 해치지 않았지만 내가 약해져 있을 때는 달랐다. 그들은 내 상태를 쉽게 눈치챘다. 인간을 위장하는 짐승. "-p.98

??"내 사랑은 내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만 부활하고 있다."-p164

??"사람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까지 할까요? (중략) 그렇게까지 하지 말자. 주디스 버틀러가 그랬다. '나는 누구인가' 말고 '함께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p.199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를 다시 읽다가 공포감에 휩싸여 운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잠재된 공포라는 걸 한참 후에 안다. 달리 말하면 고아가 되는 공포, 모든 부모는 죽고 우리는 결국 고아가 된다."-p.233

??"마음이 소용의 전부였던 시간이 마음도 소용없는 시간으로, 그렇게 이별이다." -p.256

#도서지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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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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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삶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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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k****** | 2022.12.14
구매 평점5점
통증과 몸, 아픔과 나라는 존재를 어디까지 들여다 봐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t* | 2022.09.24
구매 평점5점
부둥켜 안고 우는 책. 눈물이 발끝에서 명치끝으로, 명치끝에서 머리끝으로 올라온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플래티넘 윤*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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