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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 어둠의 날

기묘한 이야기 : 어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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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36쪽 | 666g | 145*210*35mm
ISBN13 9791161571348
ISBN10 116157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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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킨스 마을 경찰서장이 되기 전, 나는 뉴욕시 경찰이었어. 강력팀 형사였지.”
엘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 ‘강력팀’을 입 모양으로 따라했다.
“아, 그래. 강력팀은 살인 사건을 다루는 부서야.”
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건 아닐까 싶어 한숨부터 나왔다.
“어쨌든, 1977년 여름에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 p.25

“이걸 봐. 의식을 치르는 듯한 제의적 살인이고, 희생자는 특정한 방식으로 살해됐어. 각 사건 현장에는 상징이 남겨져 있었지. 그 외에는 범인이 손을 댄 흔적이 없어. 놈은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 거야. 이 살인자가 관심을 받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놈은 샘의 아들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지 않았고 자기가 샘의 아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안 했겠지. 놈은 자기만의 목적을 따르고 있어. 관심과 자기선전과는 무관한 행동이야.”
--- p.89

“다들 잘 들어. 경찰국장님이 진두지휘하는 새로운 계획이 자랑스럽게도 우리 부서에서 시행된다. 이번 달부터는 여성 형사들도 강력팀에 배치된다. 델가도 형사는 5개 자치구 내의 각 지역에 배정된 첫 여형사 아홉 명 중 하나다. 델가도 형사는 여러분과 똑같은 의무를 수행하고, 똑같이 사건을 조사하며, 여러분처럼 내 골치를 썩일 것이다. 얼마 전에 부서를 떠난 스태퍼드 형사 대신에 우리 부서에 배치됐으니 다들 그렇게 알면 돼.” 라보냐는 호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덧붙였다. “오랫동안 새 파트너를 기다려온 자네에겐 잘된 일이지.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게.”
--- p.66

“정보가 있다고 했잖아. 듣고 싶으니 말해. 그 정보가 이 카드와 관계가 있어? 이 카드 어디서 온 건지 알아? 누가 이 카드를 만들었는지 알아? 살인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말해. 지금 당장 말하라고.”
리로이는 호퍼에게 잡힌 손을 뒤로 빼려고 버둥거렸다. 호퍼는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리로이는 의자에 도로 앉으며 말했다.
“모든 게 계획의 일부라고 그가 말했어요. 모든 게 계획의 일부라고.”
“누가? 무슨 계획?”
“세인트가요.”
“세인트가 누군데? 리로이, 세인트가 누구야?”
“세인트존이요. 그는 우리 모두를 구원하고, 왕좌를 마련하고, 그분의 도착을 준비하려고 오셨어요.”
“뭐라고? 도착?” 호퍼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누가 도착한다는 건데?”
“아뇨. 저는 그분의 이름을 말 못 해요. 말할 수가 없어요.”
--- p.150

“일 때문에요. 룩우드 연구소라는 곳이었는데, 출소를 앞둔 연방 죄수들을 위한 교화원이었어요. 최고 보안 등급의 교도소에 있는 흉악범들이 아니라, 형을 거의 다 살고 곧 석방될 죄수들을 대상으로 한 시설이었어요. 믿어지세요? 연방교도국 소속의 누군가가 이 사람들을 그냥 사회에 내던질 게 아니라 사회로 복귀시키기 전에 교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사회에 잘 통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무작정 사회로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들은 뭘 하면서 살아갈까요? 애초에 그들을 감옥에 가게 만들었던 일을 다시 하게 될 공산이 크겠죠.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남들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다면 재범률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겠죠.”
--- pp.198~199

“뉴욕 갱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당신도 나만큼이나 잘 알 거야. 갱들마다 자기네 고유의 일과 정체성을 갖고 있어. 세인트존이라는 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특정 인물을 숭배하는 식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아마 그런 식으로 다른 갱들을 자기네 쪽으로 쉽게 끌어들이고 있는 거로 보여. 종말을 설파하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자기네 갱은 악마를 소환할 뿐 아니라 다가오는 대재앙의 시기에 악마를 숭배하는 조직이라는 거지. 그 지도자가 연달아 제의적 살인을 지시해서 본인의 말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면? 순전히 상상일 뿐이지만, 이런 도시에서 사람들은 그런 사이비 종교 집단에 끌리기 쉬워. 그 집단의 교리를 믿든 안 믿든,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끌려 들어가.”
--- p.230

“영웅의 문제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영웅은 만화책에나 있지. 이 도시에 살고 있으니 잘 알 거 아냐. 뉴욕에 망토 두른 영웅은 없어. 바이퍼스 안에 경찰도 없어야 하고.”
--- p.369

한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져 호퍼는 그리로 고개를 돌렸다. 옥상 한편에서 흰 예복을 입은 바이퍼스 단원 두 명이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끌고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호퍼는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조금 더 깊숙이 몸을 숨겼다.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여자의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마구 흩날렸다. 호퍼는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여자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그는 가슴이 콱 죄어와 숨을 쉴 수 없었다. 리사였다. 그들이 그녀를 잡은 것이다. 단원 두 명이 리사를 세인트존 쪽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몸부림쳤지만 단단히 잡혀 있었다.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리사의 모습에 호퍼는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 리사를 빼냈어야 했어.’
--- p.410

뉴욕을 뒤덮은 어둠에 호퍼는 경악했다. 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검었다. 그의 머릿속 뒤편에서 ‘검은 뱀’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그는 이런 종류의 어둠을 경험해봤기에 더 불안했다. 창고 옥상에서 리사 사지슨이 뛰어내려 죽은 것을 본 탓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는 황무지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어둠이었다. 문명 세계에서 수백 킬로미터는 떨어진 밀림에서나 볼 수 있는 어둠.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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