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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외사랑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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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704쪽 | 808g | 128*188*40mm
ISBN13 9791138413251
ISBN10 113841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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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게이고답지만 게이고답지 않은 소설] 2001년에 발표된 게 믿기지 않는 게이고의 장편 소설. 어느 날 나타난 친구의 ‘여성이지만 남성의 마음을 가졌다’는 고백. 거기다 살인까지. 충격적인 이야기의 뒤엔 젠더, 사회의 정상성, 결혼 등에 대한 질문이 숨겨졌다. 그답게 세심한 미스터리 흐름을 좇게 만드는 소설. - 소설 PD 이나영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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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질리지도 않고 똑같은 얘기를 떠드네. 아무리 지나도 나는 그 필드골 얘기를 들을 거고, 너는 마지막 패스 얘기를 들을 거야. 우승을 놓친 것은 나도 분하지만, 벌써 13년 전 일이야. 보통은 잊지 않나?” 스가이가 말했다. 데쓰로는 잠자코 웃었다. 안자이와 마쓰자키가 진심으로 그 일에 집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안다. 그들은 무언가를 되찾고 싶어 과거 이야기를 되풀이할 뿐이다.
--- p.16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변하리라 생각했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 오히려 육체와 정신의 갭을 의식하게 되고 말았지. 나름 노력도 했어. 줄곧…… 계속 연기했어.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연기가 아닌 날이 오리라 생각하고. 하지만 소용없었어. 마음은 얼버무릴 수 없었지.”
--- p.45

“나는 말이야…….” 리사코도 목소리를 높인 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미쓰키를 봤다. “미쓰키의 인생을 어정쩡하게 끝내고 싶지 않아. 네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야. 이대로 교도소에 들어가면 어떤 답도 낼 수 없어. 아니면 철창 안에서 나는 남자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만족해?”
“그럼 어쩌란 거지? 무책임한 소리 좀 그만해.” 데쓰로가 의자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리사코는 등을 꼿꼿이 펴고 미쓰키를 곁눈질하면서 몸만 데쓰로 쪽으로 살짝 틀었다.
“책임은 내가 질게. 그럼 되지?” 선언하듯 말했다.
“책임이라니…… 어떻게?”
“미쓰키를 경찰에 보내지 않을 거야. 누가 뭐라든.”
--- p.73

“여자의 몸을 지님으로써 미쓰키가 품은 초조함과 분노는 많든 적든 여성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 마음이 여자라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고. 그저 익숙할 뿐이지. 그리고 포기하고 살 뿐이야.”
리사코는 하고 싶은 말은 끝났다고 마무리하고 소파로 돌아왔다. 테이블 위의 담배를 들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녀가 토해낸 연기가 너울너울 공중을 맴돌았다. 전원의 마음을 표현하듯 공기는 하얗고 뿌옇다.
“리사코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었어. 내 모습을 보는 것은 타인만이 아니야. 이 세상에는 거울이라는 게 있어.” 미쓰키가 말했다.
“그 거울을 보는 눈도 왜곡되었다는 생각은 안 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어.”
--- pp.124~125

“분명하게 말하지. 나는 너희들 편이 될 수 없어.”
하야타의 말은 데쓰로의 온몸을 관통했다. 무슨 소리냐는 말을 하려 했으나 입술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아직 아무것도 쥔 게 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 너희들은 뭔가 알고 있어. 알고 있고, 그것을 숨기려 해.”
(…)
“알고 있겠지만, 내 일은 숨겨진 것을 폭로하는 거야. 그것이 어떤 인간에게 상처가 될 것인지는 일단 생각하지 않아.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이 숨기려 하는 것도 폭로할 수밖에 없어.”
데쓰로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만드는 무언가가 하야타의 말에 있었다.
“하지만 말이야.” 하야타가 말을 이었다. “나는 너를 표적으로 삼지는 않을 거야. 너와 네 주위에서 정보를 얻으려 하지 않겠어. 완전히 다른 경로를 통해 사건을 쫓을 거야. 그 결과 어디에 도착할지는 모르겠어. 무엇을 잃을지도 생각하지 않을래. 그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할 거야. 이게 내 방식이니까. 공정하게 싸우자고.”
--- pp.188~189

“됐어. 알아. 다 내 만족이고 혼자 난리인 거지. 영원한 짝사랑이라는 거야.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소중해.”
영원한 짝사랑, 이라……. 데쓰로도 그 마음이 왠지 이해됐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착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누구나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미쓰키의 마음이 남자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p.213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의 앞뒤와 같아요.”
“무슨 뜻이죠?”
“일반적인 종이의 경우 뒤는 언제나 뒤죠. 앞은 영원히 앞이고요. 양쪽이 만날 일도 없어요. 하지만 뫼비우스 띠는 앞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면 어느새 뒤가 나와요. 즉, 양쪽은 연결되어 있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당신 역시 여성적인 부분이 얼마든지 있어요. 트랜스젠더라 해도 똑같지는 않아요. 트랜스섹슈얼도 다양하고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그 사진 속 인물도 육체는 여자인데 마음은 남자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다 담을 수 없어요. 내가 그러하듯.”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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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작가를 모르는 독자는 있지만, OO 작가의 책을 한 편만 읽은 독자는 없다는 표현이 있다. 덜 알려졌지만 괜찮은 소설을 쓰는 작가를 향한 평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떨까?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인 만큼, 다양한 결의 독자가 있을 테다. 전작을 모두 읽은 전작주의자도 있을 테고, 소설을 그리 읽지 않더라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한두 편 정도는 읽었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로 말하자면, 서너 편 정도를 재밌게 읽었는데, 너무 많은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선뜻 히가시노 게이고 전작주의자는 되지 못한 독자다.

이제는 전작주의자로 넘어가도 될 듯하다. 『외사랑』을 읽어서다. 1999년부터 2000년, 세기말에 『짝사랑(片想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이 작품은 20년이 넘은 지금 읽어도 흥미롭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아직 일러”라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이야기는 시대를 앞서간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에서 젠더와 신체, 정상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이성애, 가부장제, 정상가족에 관해서라면 상위를 다투는 일본에서 이런 대담한 이야기를 무려 20년 전에 공개한 게 놀랍다. 우연히 발생한 살인사건을 두고 교차하는 다양한 인물의 고뇌가 지금 시점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읽혔다. 성정체성, 연애와 결혼, 일, 가족, 버블 붕괴 후 일본 사회의 가라앉은 분위기 등등 유심히 볼 만한 대목이 구석구석 등장한다. 미스터리가 갖춰야 할 탄탄한 구성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결말, 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 쏟아지는 마땅한 평을 굳이 내가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 손민규 (YES24 인문 분야 MD)
물론 이 소설을 주제만으로 논할 수 없다. 우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책상에 직각으로 앉아서가 아니라, 휴가지의 비치 파라솔에 비스듬히 누워서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을 직조하는 솜씨는 21년 전에도 늘 그렇듯 매끄럽다. 그리고 나도 늘 그렇듯 이틀 만에 이 두꺼운 책을 읽어버렸다.
- 임승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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