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행동을 결정한다

아이의 자존감 방어행동은 부모의 자존감이 낮을 때 많이 나타난다. 부모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의심하는 경우에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과잉보호를 하기 쉽다. 때로는 아이를 아예 방관하기도 하는데, 부모의 이러한 행동 때문에 아이들도 결국 자존감 방어행동을 습득하게 된다.
세상에 일부러 부모를 화나게 만들려는 아이는 없다. 이처럼 부모에게 꾸중을 듣고 창피당할 위험과 부모의 사랑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아이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일단 한 가지 반응은 냉담과 회피이다. 학교공부를 비롯해 모든 일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력한다는 것은 곧 창피를 당하고 거부당할 위험을 무릅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실패하지 않으면 창피당할 일도 없다.” 이 얼마나 영리한 전략인가! 하지만 이런 아이에게는 대개 ‘게으른’, ‘굼뜬’, ‘바보 같은’, ‘쓸모없는’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자아가치를 배려하고 돌보지 않는 한 학업성적이 나아지지 않는다.
자아가치가 위협받을 때 아이들이 취하는 또 다른 반응은 보상이다. 이 아이들은 매우 열정적으로 공부에 매달리며, 완벽을 추구하고, 학교 공부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실패가 예상되는 기미가 조금만 보이면 쉽게 불안해한다. 이런 전략 역시 참으로 지혜롭다. 실수하고 실패한다는 것은 부모와 선생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아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실패할 위험을 모조리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보상에는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것 이외의 또 다른 유형이 있는데, 이는 남을 괴롭히거나 우쭐대고 잘난체하는 행동을 하면서 거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나 선생이 공부하라고 하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로 대든다.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거예요! 왜 억지로 공부해야 돼요?”
이러한 공격전략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상황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앞에서도 말하지만 아이들에게 실패는 곧 창피당하고 거부당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절대 아이에게 공부 하라고 잔소리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레 떠벌리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말로만 하지 않을 뿐 행동으로 아이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말보다 행동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비록 그것이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