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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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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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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93g | 153*224*30mm
ISBN13 9788965700593
ISBN10 896570059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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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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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부터 팔순의 노인까지, 한국 사회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모든 사람들이 다 경험하고 느꼈을 이야기를 하려 한다. 누구나 알고 누구나 느끼지만 굳이 그 지저분한 속을 끄집어내고 싶지는 않은, 입 밖에 내어 그게 현실이라고 명료하게 정리하고 싶지는 않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터부들을 건드릴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이놈의 나라, 확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막연하게 지금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바란다. 나 역시 ‘뭔지 몰라도’ 답답했다. ‘어떤 식으로든’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의 1년간의 연수. 나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대한민국을 비교적 오랫동안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그 바깥에서 내 생각을 정리했다. “아, 내가 바라던 그 뭔지 모를 변화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지만 내가 여기서 변화를 말하는 방식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그저 공개적으로 떠들면 안 된다고 배운 금기, 숨기고 싶은 치부, 모른 척하고 싶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까발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 이런 곳에 살고 있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는 그렇게, 까놓고 말하고 대놓고 인정하고 저 속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드러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나는 뭔가 부적응형 인간이었다. 특히 이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오고 나서, 나는 나 스스로의 사회 부적응증에 갑작스럽게 직면하게 되었다. 조직 위계의 최말단, 신참의 생활 자세가 무엇인지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에 들어왔으니 그저 일만 잘하면 되는 건줄 알았다. 조직에는 일보다 더 중요한, 아니 일을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해서도 안 되는, 그런 비밀스러운 논리와 질서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중략)
그러니 나도 종종 선배로부터 “야, OO서에 뭐 있다는데, 왜 보고 안 해? 너는 몰라? 제대로 좀 챙겨. 빨리 알아보고 다시 보고해.”라는 질책을 들었다. 수습기자를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어쨌든 그때는 그런 기자실의 생리를 알 턱이 없으니 앉아서 천리를 보는 선배들이 어지간히 위대해보였다.
그런데 나도 똑같이 당한 선배의 그런 질책에 대해 같이 강남 라인을 돌던 남자 동기는 더 스트레스를 받고 더 참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그가 나한테 “우리 서로서로 챙긴 거 공유할래?” 하고 물은 적은 없다. 우리는 아마 둘 다 “왜 그걸 못 챙긴 거야? 내일은 더 열심히
돌아야지. 하나도 빠짐없이 챙길 테다!”라며 매일 더 열심히 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했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똑같다.
하지만 그에게는 나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는 때때로 그런 얘기들을 다른 남자 동기들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혼자 분발하려고만 애썼다. 누가 틀렸을까? 분명히 내가 틀렸다. 이 한국 사회의 조직에서는 말이다.
(중략)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위계질서가 빽빽한 조직사회에서 최말단의 신참들에게는 두 가지의 기본 원리가 있다. 한 가지는 수직 질서의 원리인 ‘선배들에 대한 복종’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수평 질서의 원리인 ‘신참들끼리의 협력과 공감대 형성’이다. 나는 이 수평 질서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것이다. 이 얼마나 오묘한 조직의 질서인가.
그런 일들을 당하면서 살펴보니, 남자 동기들은 소리 없이 조직생활을 잘하는 것 같았다. 뭘 하고 싶다고 나서지도 않고 튀지도 않는데, 선배들은 남자 동기들을 믿고 더 중요한 일을 맡기곤 했다. 나는 죽어라고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혼자 골머리를 앓고 다녀도 ‘튄다’는 소리나 듣지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야’하는 소리를 듣기는 어려웠다.

리포트를 만들다 보면 현장 기자로서 내가 가진 생각과 데스크의 지시가 영 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일이 벌어진 날도 그랬다. 그날 데스크는 나에게 인터뷰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일러주었다. 하지만 그 지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던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인터뷰를 해 리포트를 만들었고, 그 리포트는 그대로 9시 뉴스에 방송됐다.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지시를 무시한 죄로 그날 밤 1시간 넘게 데스크에게 깨지고 있었다. 참다못한 내가 “저는 지금 우리 부서에서 소통이 안 되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라고 입바른 소리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데스크는 “소통이 되든 안 되든, 그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든 아니든, 너는 나에게 항상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춰. 그걸 하란 말이야.”라고 일갈했다.
현실의 조직 문화에 비추어보면 데스크의 지시를 무시한 내게 잘못이 있다. 만약 내가 정말 옳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데스크를 끝까지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왜 그걸 포기했을까?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사무실 안의 데스크로부터 ‘이러이러한 취재를 해보라’는 지시가 종종 내려온다. 어떤 경우에는 이미 내가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았고 현장 기자로서 그것은 리포트가 가능한 수준의 얘기가 아니라는 판단이 설 때가 있다. 그럴 때도 권위주의적인 데스크의 지시일 경우“안 돼요.”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건 얘기가 안 되는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야, 너는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냐?”라는 질책과 함께 “일단 취재해봐.”라며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소리가 들려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조직일수록 조직 내부에 이런 불문율이 있다. “업무에 실패한 건 용서해도 의전에 실패한 건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해 인터뷰가 쉽지 않은 한 광역자치단체장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대략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서 주니 공보실에서부터 비서실까지 차례로 연락이 와 ‘이건 빼라’, ‘저건 좀 넣어달라’, ‘이 질문은 절대 안 된다’… 등등, PD와 작가들을 달달 볶았다. 솔직히 말하면 라디오 진행자였던 시절에 나는 사전 질문지에 없는 돌발성 질문을 많이 해 주요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구가 상당히 다양하고 치밀했다.
그런데 더욱 황당했던 것은 인터뷰 당일이었다. 낮 1시 10분에 스튜디오에 방문해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는데, 오전 11시가 좀 넘으니 자치단체 공무원 세 사람이 스튜디오에 와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이 이동하는 동선을 사전에 확인하러 왔단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 4년 동안 진행하면서 무수한 유력 인사들을 인터뷰해봤지만, 2시간 전에 아랫사람들이 미리 동선을 체크하러 온 건 그가 유일했다. (

호주 농장지역의 아이들은, 이른바 재택 학습을 한다는 거다. 학교에서 학습계획과 자료 등을 주면 그걸 가지고 집에서 공부한단다. 학교는 때때로 나가고, 어떤 경우에는 시험도 집에서 그냥 본다고 했다. 시험을 집에서? 학교에서 우편으로 시험 문제를 보내준다. 그러면 아이들이 집에서 시험 문제를 풀고, 그것을 우편으로 다시 학교로 보낸다는 거다.
속으로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다 백점 맞으면 어떻게 성적을 내지?’ 하고 생각을 하던 그때, 가이드는 먼저 이렇게 말한다.
“평가가 제대로 안 될 것 같죠? 그런데 여기 아이들은 그냥 혼자 풀어서 보냅니다. 여기서는 시험이라는 게 등수를 매기기 위한 게 아니니까요. 자기가 얼마나 공부를 제대로 했는가를 평가하고 그걸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 시험이란 그런 거였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를 평가해, 그걸 보완하기 위한 거였다. 시험은 원래 그런 거였다.

‘기자가 되기 위해 고시 같은 시험을 본다’고 하면 미국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한다. 래리 킹을 보라. 지방의 작은 방송국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시작해 몇 단계를 거쳐 세계적인 방송 CNN의 프라임타임 토크쇼 진행자로 우뚝 섰다. KBS도 경력기자를 뽑은 적이 있다. 하지만 중앙 일간지에서 일하던 1~2년차 기자들이 방송국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케이블 방송이나 지방 방송국에서 이름을 날렸다고 스카우트되는 경우는 없다. 그저 비슷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왔다 갔다 할 뿐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속한 영역의 진입장벽을 철저히 높여놓는다.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배타주의만큼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승자의 여유로움일까? 아니다.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혹시 내가 다시 패자가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다. 일단 지금 움켜쥔 기득권을 철저히 유지해 이 기득권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경쟁하고자 하는 이유다. 그러니 가장 낮은 단계부터 가장 높은 단계까지 깨기 어려운 진입장벽들이 차례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배타성의 본질은 승자 의식이 아니라 바로 패자 의식이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인간을 인간이 아닌, 승자와 패자로 가름하는 세상에서, 사실은 누구도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승자처럼 보이기 위해 몸부림치는 슬픈 군상들만 우울하게 서성거린다.

10년쯤 전이었을까? 여기자들이 부쩍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신입 여기자가 치마를 입고 출근을 했다. 보도본부 내부의 인트라넷 게시판에 희한한 논쟁이 벌어졌다. 기자가 치마를 입고 취재를 나가도 되느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기자가 나풀나풀 치마를 입고 취재를 나간다면 현장에서 제대로 취재를 할 수 있겠나, 혹은 취재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겠나 등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나는 그 논쟁이 후배 여기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논쟁이었다고 본다. 옷차림의 규범을 문제 삼아 갑자기 많이 들어온 여기자들에게 군기를 한번 잡아보려는 것이다. 논쟁을 촉발한 사람들은 부인할 수도 있다. 그저 취재를 제대로 하려면 좀 더 업무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 후배 여기자는 바보가 아니다. 기자로서 어떤 옷을 입을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문제다. 그게 취재 활동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시청자들에게 “저 여기자의 리포트는 옷차림 때문에 도저히 못 보겠어.”하는 소리를 듣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등산이라도 한 번 가려면 등산복을 사야 하고, 모임에 한 번 나가려 해도 옷차림을 고민해야 한다. 규범이다. 다른 사람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할 만한 옷을 입었는지, 남들에 비해 너무 처지지는 않는지, 그렇다고 혼자 튀지는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비교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
람 못지않게 옷을 잘 입어야 할 것 같다. 경쟁이다. 혼수와 예단 문제로 결혼이 파탄에 이르기까지 하는 결혼 문화의 허례허식은 이런 규범, 비교, 경쟁의 복합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남들 보기 창피해서 어떻게 그러느냐’는 말 자주 듣는다.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일상을 다른 사람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으로 산다. 단일한 기준에 따르도록 끊임없이 강제되는 우리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자유는 물론, 마음대로 옷을 입을 자유조차 사실은 없다.

처음에는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 애를 좀 먹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가장 수월한 인터뷰 상대가 경제 관료였다. 고위 경제 관료들은 답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일단 인터뷰에 응하면 이른바 ‘답’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비교적 명료하게 제시해준다. 경제 정책이라는 게 대체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렵게 느껴진 인터뷰 대상자는 외교 관료였다. 외교 이슈들은 항상 예민하다. 업무의 상대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국이기에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고려할 수 없어 항상 명료하게 말하기보다는 다른 방향의 여지를 남겨두려 한다.
차라리 처음에 뭘 잘 몰랐을 때는 ‘왜 답을 내놓지 않느냐’고 꼬치꼬치 따져 묻기가 쉬웠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명료한 대답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면 저쪽에서 ‘말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자꾸 그렇게 물으면 어쩌시나, 아직도 뭘 잘 모르시나’라는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 대답을 내놓기 일쑤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어떨까? 정치인들은 자기 정당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심지어는 뻔히 자신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계속 우기기까지 한다. 그게 대중들에게 먹힌다고 생각되면 틀린 논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우겨댄다. ‘그건 논리에 안 맞지 않느냐’고 따져 물으면 역정을 내는 정치인까지 있었다.
그렇게 4년 동안 무수하게 했던 인터뷰들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를 이끌어간다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 가운데,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사람이 참 드물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어딘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그게 익숙하고 아주 잘 훈련돼 있다.

그런 대중적 수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험상 단연 진보보다는 보수가 우월하다. 4년간 라디오 토크쇼에서 매일 무수한 사람들을 인터뷰해본 데서 내린 결론이다. 보수 논객들의 장점은 논리의 정확성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있다 싶으면 논리가 다소 허술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먼저 생각한다. 물론 간혹 억지 논리를 편다거나 심지어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 점은 문제다. 대중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고, 결국은 들통이 날 테니 말이다.
대중에 대한 설득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타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누구’를 설득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기존의 지지자들에게 확신을 더하는 것은‘덤’이다. 설득의 대상은 항상 흔들리는 지지층, 경계선상에 있는 중간층, 잘하면 넘어올지도 모르는 약한 반대층까지다.
보수 논객들의 설득은 타깃 설정에서도 더 탁월하다. 이에 반해 진보논객이나 진보 운동가들은 너무 선명하려고, 혹은 너무 정확하려고 하다가 결국 대중에게는‘급진적인 수사’가 돼버린다. 누가 뭐래도 나는 진보라고, 내가 더욱 좌파스럽다고, 일반인들은 납득하지도 못할 말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는 흔들리는 지지층까지 떨어져나가겠다 싶을 지경이다. 대체 그들의 타깃은 누구인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파견되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 전운이 감돌던 그곳에서는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파키스탄이 미국의 전쟁 기지로 거론되면서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그 시위의 현장에궼 나는 그를 만났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한 지역신문의 편집장이었던 그의 이름은 아슬람 도가.
그와 나는 곧 친구가 되었다. 그는 나의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었다. 그를 통해 다른 현지 언론인들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시위의 일정, 정부의 갑작스런 발표 등을 알려주었고, 종교 단체나 정당 관계자 등의 인터뷰 섭외도 도와주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모여들었던 그곳에서 여성 언론인들은 현지인들과 동화하기 위해 히잡을 쓰고 남성 언론인들도 전통 의상을 입어보곤 했다. 어느 날 내가 그에게 물었다.
“나도 히잡 한번 써볼까?”
“왜?”
“그냥, 너희 나라에 왔으니까, 히잡을 쓰면 친근하게 보이잖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이슬람교도가 아니잖아. 그리고 차라리 외국인으로서 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어. 우리는 누구든 손님을 존중하니까. 네가 외국인이라는 걸 안다면 누구도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은 뒤, 나는 여성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이슬람 교회의 종교집회에도 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외국인임을 드러낸 채 대담하게 들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종교 지도자들을 보겠다는 남성 군중들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다 성추행을 당할 뻔하고, 외국인을 신기해하는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잔돌을 맞아보기도 했지만, 도가의 말을 들은 뒤 나는 그들을 믿을 수 있었다.
하루는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파키스탄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 전화로 한참을 물었다. 그는 조금 망설이면서 내 질문들에 차례로 답해주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뒤 문득, 만약 그의 전화가 도청된다면 그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어 괜찮은 거냐, 너무 미안하다, 내가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자 그는 괜찮다며, 자기 걱정은 하지 말라며, 직접 찾아오기까지 해 나를 안심시켰다. 그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그의 부인이 주었던 파키스탄 전통 팔찌와 목걸이를 나는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이듬해인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어느 날 도가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해 정말 기쁘다. 너 때문에 월드컵 경기들을 더욱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단다. 한국팀 선수 중에도‘박(Park)’이라는 선수가 있더구나. 네 생각을 했다. 한국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나도 늘 한국 편이 되어 열심히 응원해. 너는 나의 친구니까.”

이들에게는 성에 대해 어떤 가치관이 형성돼 있는 것일까? 그들이 모른다는 게 문제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성관계를 갖고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는 것보다, 이렇게 불특정한 남녀들이 집단적으로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스킨십을 하는 게 더 나쁘다는 걸 말이다.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도 않고 합의하지도 않은 남녀가 집단의 강요적 분위기에서 취했다는 명분으로 몸을 핥고, 껴안고, 입맞춤을 하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성적 모욕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것을 모른다. 사랑하는 남녀의 원치 않는 임신에는 최소한 합의와 책임질 당사자들이 있지만, 불특정한 남녀들끼리의 강요된 스킨십이야말로 무책임한 집단적 성모욕이다.

‘하나 되는 대한민국’,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그렇게‘하나가 되자’고 외쳐왔다. 그러나 보라. 우리는 이미 충분히 ‘단일’하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똑같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고, 모든 학생들은 똑같은 브랜드의 점퍼를 입고 다니며, 최고의 신랑감이나 최고의 신붓감의 직업은 어찌
그리도 단일한가.
(중략) 나는 누구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저 여자의 출신 성분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던 사람들에게 드디어 내가 누구인지 커밍아웃을 한다. (중략) 나는 본질적으로 기회의 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학벌을 철폐하자고 주장할 것이며, 그러나 기회 균등의 절대적 실현이란 어느 사회에서도 불가능하기에 결과의 평등을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나는 ‘윽박’ 우파는 물론 ‘깃발’ 좌파도 비판할 것이며, 그 양극단의 동원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가지라고 윽박지를 것이다. 나는 생각이 짧아 어떤 ‘주의’의 절대성을 주장할 주제가 못 되고,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 그때그때 그저 생각이 닿는 대로 판단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조직 지진아로서 그 부적응 상태를 극복하지 못해 선배에게 계속 싸가지 없는 후배로 남을 것이며, 때로 힘들면 고개를 숙이고 편안해질까 하는 유혹에 시달릴 것이다. 싸가지 없는 후배들을 보면 속이 뒤틀리다가도 일관성을 위해 현실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할 것이며, 나이 들어도 ‘꼰대’ 대신 ‘일하는 할매’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 안 볼 때 이불 뒤집어쓰고 고민할 것이다. ‘동거한다’ 선언할 용기가 없어 연애를 경계하겠지만, 그러고 싶어 동거를 인정하자고 소리 낼 것이며, 낙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촉구하고 성적 소수자를 이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력을 보탤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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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에스더 기자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수많은 상처의 기록이다. 대한민국은 확실히 젊은 여성이 살기에 쉽지 않은 나라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남자가 살기에 좋은 나라도 아니다. 왜곡된 장유유서와 배타주의 문화의 피해자는 결국 이 시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다. 박에스더 기자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며, 그를 위해 먼저 위선의 허물을 벗고 공존의 지혜를 배우자고 제안한다. 불편한 주제를 거침없는 필체로 풀어낸 저자의 기백이 돋보인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취재로 만난 자리에서 썩어버린 교육과 애잔한 청년실업에 분노하다 동거의 필수불가결함에 공감하기까지, 신기할 정도로 거침없는 박에스더 기자는 마치 인사이드에 있는 아웃사이더 같았다. 대한국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냉정에 데고 싶은 2030, 분노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이 독약 같은 애증의 에세이를 쿨하게 권한다.
김병근 (드림비즈포럼 대표)
박에스더 기자는 세련되고 지적인 사람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한 마디 한 마디가 군살 하나 없이 정갈하면서도 다채롭다. 그런 그녀가 당차고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대한민국을 취재하고 제시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저항자로서, 투표권자로서, 생활인으로서, 나는 이 책에서 공감과 반성, 위로를 발견했다.
이은미 (가수)
바다를 본다. 파도가 치고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가 보인다. 하지만 정작 바다의 진짜 움직임, ‘해류’는 볼 수 없다. 도도한 흐름, 그러나 일상적이어서 알아차리긴 힘들다. 이 책은 ‘다른’ 대한민국을 향해 가는 해류를 우리의 일상 속에서 ‘까발리며’ 찾아내고 있다. 차이가 인정되고 다름이 용납되는 세상은, 격랑이 이는 정치, 경제, 사회적 큰 사건이 아닌, 일상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그 분명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홍정욱 (18대 국회의원, 《7막 7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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