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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수탉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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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수탉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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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386g | 140*205*20mm
ISBN13 9788971847763
ISBN10 897184776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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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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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탉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양질의 고기닭이 되는 것은 아주 쉽단다. 하루 종일 먹고 자기만 하면 되거든. 뭔가 배울 필요 없이, 체중이 이 킬로그램만 되면 주인 밥상에 오르는 요리가 되기에 충분하지. 네가 세상에 나온 사명을 다한거란 말이다. 얼마나 쉬우냐!
--- 본문 중에서
내 몸에서 점점 수탉의 성징이 나타나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 주인 여자가 모이를 주다가 말고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거 수탉이네? 아이고, 암탉이 아니었구먼.”

어둠 속에 있던 나는 깜짝 놀라 총총걸음으로 암평아리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주인 여자의 눈초리를 피했다. 그날 내내 나는 주인 여자의 밥상을 상상하며 달달 떨었다. 접시에 놓여 있는 닭고기와 주인 부부가 뱉어 내는 닭 뼈다귀가 눈앞을 맴맴 돌았다.
……
아빠는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더 이상 피해 다니지 말아라. 이제 현실을 마주해야 해. 살아남고 싶다면 진정한 수탉으로 거듭나도록 해라. 목을 움츠리지도 말고, 성대에 있는 근육을 축소시키지도 말고!”--- pp.48~49


주위에 넓은 길이 있는데도 하얀 깃털은 굳이 내 앞으로 와서 비키라고 했다. 아빠가 저만치에서 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빠는 나에게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아빠는 내가 당신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할까 봐, 하늘을 향해 목을 꼿꼿하게 세워 보여 주었다. 내가 아빠처럼 고개를 빳빳이 들고 똑바로 서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나는 하얀 깃털에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동시에 눈빛으로 반격했다. 하얀 깃털은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돌진해 오며 부리로 나를 쪼았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내 몸에 숨어 있던 수탉의 본성이 드러났다. 우리는 마당에서 싸우다가 닭장 위로 올라가 한바탕 맞붙었다. 그 다음에는 닭장에서 내려와 마당 밖에 있는 풀밭으로 가서 계속 싸웠다.

싸움은 치열했다. 하지만 아빠는 줄곧 침묵을 지켰다. 하얀 깃털이 독하게 마음먹고 나를 할퀸 탓에 상처 난 부위가 몹시 쓰라렸다. 그러나 나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싸우다가 먼저 몸을 돌려 상대방에게 엉덩이를 보이면 그걸로 지는 것이라고 했던 아빠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몸을 돌려서는 안 돼.’---pp.58~59


아빠는 앞에서 걷고, 나는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아빠가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나도 돌리지 않았다. 아빠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배우는 걸로는 부족해.”

간단한 말이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수평아리 노릇이 쉽지 않네요.”
“그럴까? 좋은 수탉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양질의 고기닭이 되는 것은 아주 쉽단다. 하루 종일 먹고 자기만 하면 되거든. 뭔가 배울 필요 없이, 체중이 이 킬로그램만 되면 주인 밥상에 오르는 요리가 되기에 충분하지. 네가 세상에 나온 사명을 다한 거란 말이다. 얼마나 쉬우냐!”---p.70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몸의 힘을 모으기 위해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 내 눈앞에 큰 가죽 구두가 멈춰 섰다. 닭 도매업자가 몸을 굽히고 손을 뻗어 나의 날개를 잡으려는 순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사나운 기세로 그의 얼굴을 쪼았다.

“엄마야.”

닭 도매업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그래도 분노가 다 풀리지 않았다. 오른 날개의 아픔을 꾹 참으며 아직 얼굴을 감싸고 있는 그의 손과 머리를 마구 쪼아 댔다. 닭 도매업자는 살려 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 닭 귀신이 나타났어.”---p.239


하얀 깃털의 시선을 따라가던 나는 눈물이 펑펑 솟구쳤다. 참나무 위에서는 마을과 주인 집,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닭장이 내려다보였다. 나는 하얀 깃털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주변에서 줄곧 맴돌았다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지자, 녀석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이 참나무를 선택한 것이었다.

나는 목이 메어 간신히 말을 이었다.

“바보 같은 녀석! 내가 너를 보러 왔는데, 그것도 모르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딱딱하게 언 하얀 깃털의 몸이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아래에 있는 누런 볏단으로 떨어졌다. 나는 크게 소리 내어 울면서 말했다.

“네 마음 다 알아, 하얀 깃털. 나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거지? 나를 못 본 게 한스러워서 그렇게 눈을 부릅뜨고 죽은 거로구나!”---p.231

모험을 떠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 물론 나는 우리가 거친 자연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떠나야 했다. 지금 이곳에서 머뭇거린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사람들의 칼날에 도살당하는 운명뿐이었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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