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쌤이 직접 찾아간 우리나라 곳곳의 스타벅스에는
어떤 지리적 비밀이 숨어 있을까?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는 커피를 가까이하며 살고 있다. 카페 옆에 카페, 그 옆에 또 카페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청소년들은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찾고, 어른들은 잠을 쫓는 데서 더 나아가 카페인에 중독될 정도로 일상적으로 커피를 찾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스타벅스 매장 수는 2022년 7월 기준 약 1,660개로, 미국 약 1만 5,500개, 중국 약 5,600개, 일본 약 1,700개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말이 네 번째이지, 총인구 대비 매장 수를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2020년 겨울, 현직 고등학교 지리 교사인 저자는 스타벅스가 1,500호점을 냈다는 기사를 읽고 문득 궁금해졌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입지를 정하고, 그 입지에는 어떤 지리적 비밀이 숨어 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스타벅스 매장들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의미 있는 12곳을 선택해 직접 찾아가 보았다. 『스타벅스 지리 여행』은 그 과정과 내용을 담은 책이다.
스타벅스가 그곳에 매장을 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장 ‘핫 플레이스_ 그곳엔 꼭 스타벅스가 있다’에서 저자는 가장 먼저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아 나선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매장,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해 줄 정도로 중요한 매장인 1호점을 스타벅스는 어디에 열었을까?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나 명동 같은 곳을 두고, 스타벅스가 선택한 장소는 의외로 이화여자대학교 앞이었다. 저자는 첫 여행지를 스타벅스 1호점인 ‘이대R점’으로 정하고 오랜만에 이대 앞을 찾는다.
1990년대 서울 최고의 상권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던 이대 상권.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직격탄을 맞아 패션의 메카에서 오피스텔의 메카로 변모한 이대 앞 거리를 거닐며 이대 상권의 역사를 되짚는다. 그리고 1999년 스타벅스가 왜 이곳을 1호점의 자리로 낙점했는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한 변화에 스타벅스는 어떻게 대처해 나갔는지 이야기한다.
이대R점에 이어, 저자는 홍대역8번출구점으로 자리를 옮긴다. ‘홍대역8번출구점’이라는 특이한 매장명이 지닌 의미와 함께 홍대 상권과 신촌 상권의 관계를 알아본다. 한편 홍대입구역이 서울 한강 이북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역이라면, 한강 이남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역은 강남역이다. 저자는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강남R점’을 찾아가 스타벅스 입점과 유동인구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가 곧 스타벅스의 자리임을 확인한다.
2장 ‘새롭게 탄생한 공간_ 스타벅스, 공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다’에서는 허허벌판에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 공간을 찾아가, 그곳에 입점한 스타벅스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지금 대치동은 ‘사교육 1번지’로 불리며 전국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동네가 되었지만, 50년 전만 해도 이곳은 큰비만 내리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저습지에 불과했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이 저습지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고, 대치동 학원가가 형성되었다. 이곳에 위치한 ‘대치은마사거리점’은 학원가에서 카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 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치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원주혁신도시는 자연과 도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미래형 도시다. 원래 지방 소도시에서는 스타벅스를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흥미롭게도 혁신도시에는 대부분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저자는 ‘원주반곡DT점’을 찾아가 혁신도시란 무엇이며, 혁신도시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이어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송도컨벤시아대로DT점’으로 떠나, 갯벌 매립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민감한 커피 산업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3장 ‘암석이 만든 자리_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여행은 즐겁다’에서는 산과 섬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가 한반도를 구성하는 암석과 산맥에 대해 살펴본다. ‘문경새재점’은 소백산맥을 가로지르는, 해발고도가 642m나 되는 고갯길인 문경새재에 위치해 있다. 문경새재점을 찾아가 문경새재에 얽힌 이야기와 소백산맥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알아보며, 문경 시에도 없는 스타벅스가 문경새재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문경새재점에 이어 저자는 화강암과 인연이 깊은 ‘대구팔공산점’을 찾아간다. 대구팔공산점에서 굽이굽이 물결치는 산들을 바라보며, 팔공산이 형성되는 과정과 화강암 산지의 특징 등을 이야기한다. 한편 한 달 살기를 하기 위해 찾은 제주에서는 ‘제주애월DT점’을 방문해, 제주 한정 메뉴를 먹으며 제주도의 지형을 살펴본다. 당근 현무암 케이크에서는 제주도 기반암과 당근 농사의 관계를 생각하고, 오름 치즈 케이츄리에서는 오름의 형성 과정과 특징을 떠올린다.
4장 ‘하천과 바다_ 그림 같은 풍경에 스타벅스를 더하다’에서는 하천이나 바다 근처에 있으면서 지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스타벅스를 소개한다. 그림 같은 전망으로 개점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은 ‘더양평DTR점’의 창밖 풍경은 흥미로운 점이 많다. 아름다운 능선을 가진 산지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푸른 남한강, 수풀이 우거진 모래섬은 더양평DTR점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지리적 요소들이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울산간절곶점’은 겨울철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간절곶에 있다. 저자는 울산간절곶점을 찾아가 곶과 해안단구의 조합이 얼마나 등대와 어울리는 자리인지 살펴보고, 곶과 해안단구가 형성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군산대점’을 방문해 간척이 군산의 지형을 어떻게 바꿨는지 돌아보고, 새만금 사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스타벅스의 자리를 따져 보는 일은
공간의 효율적인 입지를 알아 가는 과정이다
1999년, 우리나라에 첫 매장을 낸 스타벅스는 2021년에 연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커피 전문점 가운데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독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편에서는 스타벅스의 사업 수완을 높이 사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주변 영세 커피점의 매출에 직격탄을 날린다며 비판한다.
‘스타벅스 지수’, ‘스세권’ 같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지금, 저자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지닌 의미를 살피기 이전에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가 얼마나 유동인구를 따지고, 자연경관에 신경 써서 입지를 정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매장 수로 공간을 점유해 가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만도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스타벅스의 자리를 따져 보는 일은, 곧 공간의 가장 효율적인 입지가 무엇인지를 알아 가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스타벅스를 발견하고, ‘이런 곳에 왜 스타벅스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이 책에 그 해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