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타인인 지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도서2팀 박은영 (pey1835@yes24.com)
한여름은 벌써 다 지나가버린 것만 같은 요즘, 보기만해도 등골 오싹한 여름용 만화 『타인은 지옥이다』가 출간됐다. 오는 31일 첫 방송을 앞둔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동명 원작 웹툰으로, 지방에서 상경한 청년 종우가 낯선 고시원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뤘다. 창문도 없고 누워서 발도 쭉 못 뻗을 만큼 협소한 고시원을 배경으로, 주인공 종우가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무언가 불쾌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음 장에서야말로 이들이 무슨 일을 벌이지 않을까, 이번에야말로..!’ 하는 심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게끔 한다. 누가 봐도 수상하고, 어딜 봐도 섬찟한 그곳으로 종우는 돌아가기 싫어하면서도 19만원이라는 보기 드물게 저렴한 방세의 현실적 한계 때문에 버티고 버티다 점차 본래의 자신을 잃고 피폐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과연 종우는 이 낯선 타인들과의 지옥 속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이런 게 지옥인 거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는데…
당신들도 생각나지, 유황불, 장작불, 석쇠...
아! 정말 웃기는군. 석쇠도 필요 없어,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 장 폴 사르트르 희곡 '닫힌 방' 중에서
그러나 이 정도로 지옥이라니, 과연 그런가? 싶지만, 공공장소에서 무례한 사람 때문에 기분이 상할 때, 직장에서 누군가의 불합리한 언행으로 상처 받을 때, 심지어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에게서도 상처를 받는 날이면 너무나 의심 없이 인정하게 되어 버린다. ‘그래 지옥일 수도 있겠구나.’ 라고. 고시원의 그들이 종우에게 지옥이었던 것처럼, 종우도 회사의 누군가에게, 지나가는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되었다. 결국 모두는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되는, 서로가 서로의 지옥이 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지옥이 책 속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나 역시 누군가에겐 타인이고 그렇기에 지옥일 수 있다는 것.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타인은 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