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같다고 세 사람 다 느끼고 있었다. 어쩐지 간단히 옛날로 돌아와 버린 것 같다고. 실제로는 아무도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수많은 상실, 수많은 종언, 정말이지 자신들은 많은 죽음을 경험해 버렸다고 간지는 생각한다.
최근 들어 자주 하는 생각을 맥락 없이 또 한다. 이것은 치사코 씨가 없는 세상이라고. 치사코 씨는 가고 없는데 세상은 평화롭고 평범하게 움직이고, 나는 연인과 걷고 있다, 라고.
오빠에게나 미도리에게나 자상한 아버지였고 미도리가 기억하는 한 아내에 대해서도 애정이 깊은 남편이었지만 그것들은 전부 집 안에서의 기억이며 인상이었다. 집 밖에서의 아버지를 나는 얼마만큼 알고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속이 술렁거렸다. 아버지를 자신들 가족의 것이라 여겼다.
마당에 심은 구근 하나가 올해 처음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을 때라든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보고 바깥에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을 때 혹은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의 느낌이 좋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세상이 아버지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그 감각은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하고 세상 그 자체와 맞먹을 만큼 거대해서 미도리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나는’ 하고 속으로 말한다. 나는 돈은 있지만, 돈이 있어도 갖고 싶은 게 없어져 버렸어.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시노다 간지는 자신이 참으로 침착한 것 같다는 것에 희미한 슬픔을 느낀다. 공포든 망설임이든 자신을 이 세상에 붙들어 두려는 무언가가 아마도 마지막까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건 없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