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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 작가 사인 인쇄본 ]
리뷰 총점9.5 리뷰 14건 | 판매지수 16,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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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26g | 130*205*20mm
ISBN13 9788954688697
ISBN10 8954688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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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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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오늘의 우리를 증언하는 소설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단단하게 쌓아 올린 여섯 개의 세계를 만난다. 이번 작품집에는 편혜영 작가의 대상작 「포도밭 묘지」를 비롯해, 김연수, 김애란, 정한아, 문지혁, 백수린 작가의 수상작을 실었다. 훗날 무엇보다 선명하게 오늘의 우리를 증언하게 될 소설들이다. -소설 P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차례|

대상
편혜영 「포도밭 묘지」
작가노트 | 검은 포도의 맛
리뷰 | 운명의 수학(김화영)

김연수 「진주의 결말」
작가노트 | 달까지 걸어가는 사람처럼
리뷰 | 모든 이야기로부터의 자유(신형철)

김애란 「홈 파티」
작가노트 | 커튼콜
리뷰 | 진화하는 속물들과 신新 보이체크의 반격(강지희)

정한아 「일시적인 일탈」
작가노트 | 작업실의 유령
리뷰 | ‘아무도 원치 않는 이야기’의 강렬함(정홍수)

문지혁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작가노트 | 언덕 위의 요새
리뷰 | 삶의 곳곳에 있는 균열(정영문)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작가노트 |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리뷰 | 고요하고 존엄한(강영숙)

2022 김승옥문학상
- 김승옥문학상 취지
- 심사 경위 및 심사평

저자 소개 (6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대상 수상작인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는 1990년대에 함께 ‘여상’(여자상업고등학교)을 졸업한 네 사람이 이후 삶의 현장에서 ‘고졸 출신 여성 청년’으로서 살아야만 했던 삶을 따라간다. 원한다고 믿은 삶 쪽으로 가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한 친구는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 곧 노력이라 믿으며 살다가 제가 꿈꿔왔던 미래가 아니라 외로운 죽음에 제일 먼저 도착하고, 나머지 셋은 지금 마음껏 분노하지도 애도하지도 못한 채 친구를 무릎 꿇린 그 현실에 여전히 던져져 있는데, 그 순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무도 죽지 마”라는 대사는 어쩌면 작가 자신의 다급한 개입일지도 모른다. 정확한 디테일, 적절한 상징, 공감어린 시선, 깊은 여운이 어우러진 이 소설은 우리가 편혜영이라는 작가에게 경탄하게 될 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놀랍게 알려준다. ‘시험능력주의’와 ‘학벌신분사회’라는 말로 요약되는 우리 시대를 향한 작가의 회고적 응답이라고 할 만한 이 소설에, 동시대 청년들의 삶에 드리워진 그늘에 누구보다 예민했던 김승옥의 이름을 딴 소설상이 주어지는 것은 몹시 합당한 일로 보인다.
_‘심사 경위 및 심사평’에서



김연수의 「진주의 결말」은 “이야기의 위력과 무력을 삼십 년 동안 고민한 어느 작가의 답변”(신형철)으로, 아버지를 죽인 혐의를 떠안은 ‘악녀’ 유진주의 마음을 분석하던 범죄심리학자가 분석이 결코 가닿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에 이르는 소설이다. 인간다움을 결여한 관습화된 접근이 아닌, 인간의 진심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만이 끝내 성취할 이해의 지평이 비로소 드러난다.

김애란의 「홈 파티」는 걱정과 동정이라는 가면을 쓴 채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을 탐욕스럽게 관음하는 상층계급의 기만을 폭로한다. 독일문학사상 최초로 하층계급이 주인공이 되었던 『보이체크』처럼 「홈 파티」는 청년의 좌절과 심화된 양극화로 얼룩진 2020년대 한국에서 밀려난 이들이 다시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통쾌한 반격을 그려낸다.

정한아의 「일시적인 일탈」은 방황하는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여성서사의 구조에 환상성을 가미해 놀라운 비약을 이끌어낸다. 소설의 결말에서 자신의 길로 향하는 이의 뒷모습은 영도(零度)로부터 시작되는 일상의 해방을 아침 햇살처럼 찬란히 비춘다.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에선 어릴 적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가까스로 벗어났던 화자가 자신과 한국 사회에 그 사고가 남긴 흔적을 소설과 논문으로 쓰려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난관에 봉착한다. 다만 이 “삶의 곳곳에 있는 균열에 관한 이야기”(정영문)를 통해, 엄습하는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공감에 대한 노력을 끝내 포기하지 않을 때 소설은 사람에게 진정한 승화의 길을 가리켜 보인다는 것이 밝혀진다.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은 딸 가족의 앵무새를 맡게 된 한 노년 여성의 이야기로, “우리 시대의 표정”(강영숙)이 될 만한 소설이다. 낯선 존재와 살아가며 겪는 불편의 감수가 어느새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이자, 기꺼운 교류, 서로가 서로를 ‘전부’라 여기는 분명한 사랑으로까지 발전할 때 어떤 독자라도 자신에게 고유하게 소중했던 존재를 떠올리며 코가 시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편혜영, 「포도밭 묘지」 다만 확실한 것은 “빼어난 권투선수”와 ‘새’의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비석처럼 꽂힌” 파이프 지지대에 의지하여 자라다 말고 말라 죽은 피동적 ‘식물’ 이미지로 마감되는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뒤,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솟구쳐오르는 반항과 항의의 충동이 소설 도입부에서 타이슨이 “처음으로” 날리는 “주먹”을 상기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불행을 향해 내지르는 연민어린 한 방의 발길질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_김화영(불문학자 · 문학평론가)

“곳곳에 버려진 비닐 무더기를 보자 고등학교 교실에 두고 온 방석이 생각났다. 솜이 다 꺼진 그 방석은 누가 버렸을까. 그 시절 우리는 모두 비슷한 모양의 방석을 깔고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김연수, 「진주의 결말」 과연 유진주는 아버지를 죽인 악녀인가? (…) 저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저 질문에 대한 답보다 더 중요한 답을 이끌어낼 다른 질문, 그런 것을 누군가는 찾아 물어야 한다. 성급하게 창궐하는 세상의 이야기들 속에서, 소설은, 유진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만드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리라. 이것이 이야기의 위력과 무력을 삼십 년 동안 고민한 어느 작가의 답변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김애란, 「홈 파티」 홈 파티라는 새로운 연극 무대에서 오대표에 의해 자신의 불쾌와 도발까지도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정확히 목도한 순간, 마침내 이연은 마리가 아니라 보이체크가 되길 선택한다. “몸이 차가우면 더이상 얼어붙지 않으므로” 마리를 죽인 원작의 보이체크와 달리, 이연은 “정신이 맑고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정확하게 자신의 진짜 적인 오대표를 찌르는 데 성공한다. 사랑에 빠진 달뜬 목소리로 . 그렇게 소설은 21세기 신 新 보이체크를 탄생시켰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이연은 그리스신화 속 영웅이나 현대의 범인 못지않게 ‘그 나머지’ 사람들을 애정하게 되었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을,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자들을, 변명하고 나약한 이들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들을 깊이 응시하게 되었다. 우선 이연부터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연은 착한 사람보다 성숙한 사람에게 더 끌렸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정한아, 「일시적인 일탈」 이 소설로 말하자면, 여백은 ‘나’가 쓸 수 없는 K , 그리고 K가 쓰지 못한 ‘나’의 이야기 사이에 있을 것이다. 혹은 공포의 기원, 쏟아지는 빗속의 천변에 나타났다 사라진 개구리의 알 수 없는 이물스러움에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무지 앞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일시적인 일탈’이 가닿을 수 있는 최대치라면 이 이야기는 참으로 정직하고 강렬하다. _정홍수(문학평론가)

“나는 그 소설의 주인공이 남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내의 이야기였다. 자신을 향한 증오와 악의를 가늠하지 못한 채 잠든 여자, 몸에 불이 붙은 뒤에도 깨어나지 못하는 여자. 그 유령이 바로 여기 있었다. 그런데 이들을 유령이라고 할 수 있나. 달리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토록 깊은 피로와 원한에 사로잡힌 존재들을.”

문지혁,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소설의 형식은 쓰는 사람이 만들면 되는 것이고, 소설은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매체이자 그것을 통해 쓰는 사람 역시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설적 구성을 포함해 사람들이 소설에 있어야 한다거나 소설은 어떤 식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말하는 것들은 무엇에 의해서도 정해진 것이 아니며, 사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고, 그 자체로 억지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며, 그것들을 충실히 따라 쓴 소설들을 읽을 때면 어떤 공산품들처럼 규격품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소설은 그런 틀에서 자유로웠고 그 점이 돋보였다. _정영문(소설가)

“소설이란 그런 것일까? 몸을 던지는 장면을 보여주되 실제로는 몸을 던지지 않는? 자살suicide이 아닌 스스로의 사형을 집행self-murder하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오직 ‘다리 위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그러다 엉뚱한 곳으로 뛰어내려 끝내 검은 물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의 소설은 우리 시대의 표정이 되기에 충분하고 「아주 환한 날들」은 그 대표작이 될 듯하다. (…) 그러니까 사랑과 이해는 평생에 걸쳐 모든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이고, 사랑만이 인간의 존엄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사랑은 그냥 느끼는 것이라고도 . 옥미와 앵무새가 그랬던 것처럼. _강영숙(소설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작지만 분명한 놀라움이 그녀의 늙고 지친 몸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번져나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알립니다
우수상 수상작 가운데 구병모 작가의 「니니코라치우푼타」는 작가의 뜻을 존중하여 작품집에 수록하지 않습니다.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9.5

혜택 및 유의사항?
2022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7 | 2023.03.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매년 김승옥 문학상은 잊지 않고 사서 챙겨본다.2022년은 책을 사둔지 한참이 지나서, 2023년에서야 읽어보게되었다. 편혜영,김연수, 김애란,백수린, 정한아, 문지혁 -익숙한 작가들의 단편을 한권에서 읽는 쏠쏠한 즐거움과 , 이어지는 평론가들의 평론을 읽는 재미까지 이 책의 매력은 넘치고 또 넘친다. 그 중 나는 편혜영을 정말 좋아한다. 그녀 특유의 달콤(?) 쌉쌀한- 사회를 향;
리뷰제목
매년 김승옥 문학상은 잊지 않고 사서 챙겨본다.
2022년은 책을 사둔지 한참이 지나서, 2023년에서야 읽어보게되었다.
편혜영,김연수, 김애란,백수린, 정한아, 문지혁 -
익숙한 작가들의 단편을 한권에서 읽는 쏠쏠한 즐거움과 , 이어지는 평론가들의 평론을 읽는 재미까지 이 책의 매력은 넘치고 또 넘친다.
그 중 나는 편혜영을 정말 좋아한다.
그녀 특유의 달콤(?) 쌉쌀한- 사회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포도밭 묘지’ 라는 단편에 잘 녹아져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들 속에 담겨지는 무거움과 어둠 …
켄 로치 감독의 영화가 떠오르는건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였을까?

‘곳곳에 버려진 비닐 무더기를 보자 고등학교 교실에 두고 운 방석이 생각났다. 솜이 다 꺼진 그 방석은 누가 버렸을까. 그시 절 우리는 모두 비슷한 모양의 방석을 깔고 가까운 자리에 앉았 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 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포도밭의묘지 중 에서-

6명의 작가의 소설의 느낌은 참 많이 다르다.
허나 책을 다 읽고 나면 6명의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싶어질 것이다.
오래오래 좋은 글들을 써 줬으면 하는 6명의 작가들의 짧지만 깊이 있는 단편들.
부디 - 꾸준히 좋은 글들을 써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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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쓸쓸하면서도 환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자*련 | 2023.02.1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러면서 내가 이들의 소설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에 조금 냉철해져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소설 하나 읽는데 냉철까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익숙하다는 건 좋은 것일까. 익숙함은 관대함을 불러오고 관대함은 그저 좋은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를 떠올리면;
리뷰제목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러면서 내가 이들의 소설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에 조금 냉철해져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소설 하나 읽는데 냉철까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익숙하다는 건 좋은 것일까. 익숙함은 관대함을 불러오고 관대함은 그저 좋은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를 떠올리면 따라오는 이미지와 분위기가 있다는 건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독자도 마찬가지라고.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어떤 기류를 발견할 수 있다. 수상작 편혜영에게 갖고 있던 단순히 공포라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괴기나 크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고, 정한아에게 보았던 마냥 따뜻했던 느낌이 아닌 복잡하고 심상함이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김연수가 한층 더 깊어지고 백수린은 섬세해진 것 같았다. 수록되지 않은 구병모의 소설도 심사평을 보면 이야기의 짜임이 더 촘촘해진 게 아닐까 싶다.

 

수상작인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는 여상을 졸업한 네 명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여고가 아닌 여상에서 짐작할 수 있든 그들은 대학이 아닌 취업을 했다. 은행에 제일 먼저 취업에 성공해 근무 전까지 열심히 공부를 했던 ‘한오’는 일을 하면서 야간 대학에 다녔다. 그러나 졸업은 쉽지 않았고 본사로 발령을 받아도 은행 업무보다는 고졸이라서,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손글씨 쓰는 일만 주어졌다. 

 

“제대로 된 일을 배워야지. 은행이니까 여신도 배우고 대출도 배우고 외환도 배워야지. 그래야 성공하지.”(「포도밭 묘지」, 17쪽)

 

은행에서 한오를 고졸사원으로 여기며 대우를 해주지 않는 사정은 성적은 제일 좋았지만 외모 때문에 화자인 ‘나’가 일하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들어온 ‘수영’이나 무역회사에서 막내라는 이유로 잘못을 떠 앉은 ‘윤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해 해도 한오가 성공할 기회는 보이지 않았고 판매직인 수영과 나에게 사무직을 바라는 것보다 백화점을 나가는 게 빨랐다. 수영은 공무원 공부를 선택했고 윤주는 직장에서 친절했던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들에게 어떤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고 한 시도 쉬지 않고 자기 계발에 애쓴 한오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백화점에 판매사원인 나, 공무원 시험에 성공하지 못한 수영, 아이를 가지 않냐는 시댁의 시달림과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으로부터 시들어버린 우울한 윤주. 오래전 넷이서 남이섬에 놀러 갔던 일과 소설 말미에 한오의 기일을 맞아 셋이서 그의 무덤을 찾는 과정이 하나로 겹쳐지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뭔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의 기대와 바람이 오래전 나와 내 친구의 것인 양 울컥해진다. 

 

곳곳에 버려진 비닐 무더기를 보자 고등학교 교실에 두고 온 방석이 생각났다. 솜이 다 꺼진 그 방석은 누가 버렸을까. 그 시절 우리는 모두 비슷한 모양의 방석을 깔고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포도밭 묘지」, 34쪽)

 


 

그런 감정은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남편은 죽고 딸은 가정을 이루고 과일가게를 정리하고 노년을 보내는 ‘나’는 수필 강의를 듣는다. 하지만 다른 수강생처럼 수필을 쓰지는 못한다. 강의가 끝나고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모임도 참여하지 않는다. 혼자 살지만 혼자 사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기에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핑계를 댄다. ‘나’는 혼자서도 잘 지냈다. 그런데 사위가 앵무새를 가지고 오면서 달라졌다. 한 달만 맡기로 한 앵무새가 나의 일상을 조금씩 변화 키셨다. 앵무새에 대해 검색하면서 잘 돌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과거 생계를 위해 어린 딸을 살피지 못한 죄책감으로 시작된 딸과의 관계까지 돌아보며 사느라도 잊고 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린다. 나쁘기만 했던 삶의 기억이 아닌 웃고 행복하게 만든 순간들을 말이다. 

 

사위가 앵무새를 데리고 갔지만 함께 보낸 시간은 데려가지 못했고 뭔가 쓰려는 마음은 여전히 어렵다.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수필 강사의 말에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지, 무서워’(「아주 환한 날들」, 235쪽)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뭔가 쿵 하고 내 마음에 내려앉는 걸 느낀다. 살면서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얼마나 될까.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던 게 맞나 싶은 거다. 소설 속 ‘나’가 노년이 이르러서야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이지 알게 되는 것처럼 나는 아직 그 무서움을 알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백수린의 단편은 읽고 난 후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데 「아주 환한 날들」은 특히 더하다. 일상을 흔드는 놀라운 일만이 우리 생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운다고 할까. 

 

처음 만난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에 대한 기대를 안겨준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소설과 논문 주제로 다룬 화자는 소설은 논문 같고 논문은 소설 같다는 평을 듣는다. 논문 같은 소설은 이미 등장하지 않았나 싶지만 이렇게 소설에 녹여 고민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은 현실적이라 반갑고 공감하게 된다. 기회가 되면 문지혁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익숙한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그들과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읽으면서 불편했던 기억, 너무 좋아서 문장을 기록하고 기억하려 노력했 기억, 작가의 다른 소설을 찾아서 읽던 기억. 익숙함이 길들여져 나중에는 뒤로 미뤄두었던 작가의 소설들. 시간이 지나 익숙함이 아닌 낯섦으로 찾아오기도 하는 소설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도 맞다. 한없이 쓸쓸한 것 같지만 그 안에 환하고 다정한 것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처럼. 소설을 읽는 일은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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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y******0 | 2023.01.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2022년도 김승옥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이 실린 수상작품집입니다.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있게 지켜본 작가님들이 대거 수상하셔서 더욱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볼 수 있었습니다. 편혜영 작가님, 김연수 작가님, 김애란 작가님(바깥은 여름이라는 작품으로 팬이 된 작가님), 정한아 작가님, 문지혁 작가님, 백수린;
리뷰제목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2022년도 김승옥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이 실린 수상작품집입니다.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있게 지켜본 작가님들이 대거 수상하셔서 더욱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볼 수 있었습니다. 편혜영 작가님, 김연수 작가님, 김애란 작가님(바깥은 여름이라는 작품으로 팬이 된 작가님), 정한아 작가님, 문지혁 작가님, 백수린 작가님이 그 영광의 주인공들인데요. 이중에 아무래도 가장 인기있는 작가님은 김연수 작가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장편작품도 내셔서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단편들이라 읽기는 쉬운데 생각할 부분은 많은 작품들이어서 매년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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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8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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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오랜만에 한국문학 단편들을 읽으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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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l******o | 2023.01.27
구매 평점5점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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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미 | 2023.01.20
구매 평점5점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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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둥***룽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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