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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흐르는 뜨거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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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흐르는 뜨거운 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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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41g | 140*205*20mm
ISBN13 9788954439190
ISBN10 895443919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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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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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마지막 연구팀이 다녀왔는데 한 바이러스 항체를 얻지 못했다는구나. 이젠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거야.”
연구소에 들어오기 전에 아빠에게 들은 얘기가 있었다. GMO 섭취 기간이 짧았던 아프리카 원주민들이라면 한 바이러스를 이겨 낼 항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조차 무너졌다는 뜻이었다. 나는 눈치를 살폈다.
“그럼 어떻게 해요?”
“GMO가 없는 곳으로 가야지.”
“아프리카도 아니라면서요. 그런데 어딜 간다는 말이에요?”
아빠가 아무도 없는 트레이닝 룸을 다시 살피더니 더욱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잘 들어. 지금부터 얘기하는 건 국가 기밀이자 일급 비밀이야.
변 차장이 허락했고 도청 하에 얘기하는 거야.”
침이 꼴깍 넘어감과 동시에 내 심박 수가 올라갔다.
“우린 또 다른 한국에 갈 거다.”
“또 다른 한국이요?”
“1932년……. 리플렉터가 우릴 그곳으로 데려다줄 거야.” --- p.21


“신식 가정이라더니……. 별의별 희한한 물건을 다 가지구 다니네. 니네 집 디게 뼈대 있는 가문인가 부다.”
고조할아버지인 덕재에게 ‘뼈대 있는 가문’이란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또 웃음보가 터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처음으로 덕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재는 며칠 전에 처음 만났을 때의 태도와 달리, 오늘은 작정이라도 한 듯이 유순하게 굴었다. 그 사이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일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덕재가 몸을 부르르 떨며 욕을 해 댔다. 경성의 소식과 신식 문화 이야기를 할 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p.65


“제가 계몽 운동을 이끌면서 늘 했던 말이 무언지 기억하십니까?”
그 말에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우의 선생님이 소리쳤다.
“우리의 ‘무지함’이 나라까지 잃게 한 ‘적’이라는 말입니다!”
그제야 몇몇 젊은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의 선생님은 계속 말을 이었다.
“여기엔 시대적 사명을 함께 짊어지기로 한 월진회(月進會) 동지들도 있소이다. 그런 우리가 같은 사명자를 내치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 일입니까?”
우의 선생님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아빠에게 손가락질했다.
“저 작자가 우리랑 같다니, 무슨 말이유?”
그러자 우의 선생님이 우리 아빠를 두 손으로 가리켰다.
“이분이 경성에서 의원 노릇을 하면 부귀를 족히 누렸을 겁니다. 그런데 돌림병을 다스리고자 여기까지 왔다고 했지요. 그게 무슨 말이겠습니까?”
이번에도 사람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우의 선생님이 힘을 주어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일신의 안락을 포기하고 민족을 구제하겠다는 사명 아니겠습니까! 결국 우리가 하려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p.94


저런 게 어떻게 이런 산중에 있을까? 나는 계곡 바위를 더듬어 내려가서 해괴한 물체 앞에 섰다. 역시나 사람이 두어 명쯤 들어갈 수 있게끔 생겼다. 만져 보았더니 반질반질하고 매끈했다. 정말로 보석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진짜 보석 가마는 아닐 테고, 당최 뭣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이게 탈것이라면 어딘가 열리는 데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어두운 중에도 유심히 살피며 열릴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한참 손을 더듬다 보니 손잡이마냥 움푹 팬 곳이 느껴졌다. 여기를 당기면 열리는 겐가? 힘을 잔뜩 주어 열어 보려는 찰나였다. 그런데,
퍽!
벼락을 맞은 것처럼 뒤통수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파고들었다. 눈앞이 번쩍하면서 정신이 흐려졌다. 이윽고 온 세상이 깜깜해지고 말았다.--- p.141쪽


“가람아, 나 결심혔어. 나도 선생님처럼 왜놈들을 몰아내는 투사가 될 겨!”
“…….”
결연하게 말했으니 가람이가 감동할 줄로 알았는데, 녀석이 도리어 근심이 가득한 낯빛으로 바라보았다. 심지어 얼굴에 어두운 기색마저 감돌았다.
“뭐여, 그 상판대기는. 하지 말라는 겨?”
내가 볼멘소리를 해도 가람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는 한참 뒤에야 열없이 대답했다.
“아니야, 하고 싶으면 해야지. 마음대로 해.”
끓어오르는 피를 바치겠다는데, 녀석이 왜 저리 어두운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다. 내 안위를 걱정해서 그러는 겐가.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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