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처음으로 3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정부가 이토록 많은 돈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학기술이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나라들은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을 일궈 내고자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 「들어가며_시작된 미래,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중에서
1세대, 2세대 유전자 가위 모두 훌륭한 기술이었지만, 새로운 유전자를 연구할 때마다 그에 맞는 유전자 가위를 새로 설계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책에서 고치고 싶은 단어가 생길 때마다 그에 맞는 가위를 하나하나 설계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원하는 단어를 모두 잘라 낼 수 있는 범용 가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가위가 바로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입니다.
--- 「02장 01 신의 영역, 유전자에 도전하다_크리스퍼」 중에서
지금까지 보편적인 가족의 구성원은 여성, 남성 그리고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퍼는 다양한 형태의 생물학적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줬습니다. 크리스퍼를 수단이 아닌 학문 그 자체로 바라본다면, 크리스퍼는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어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퍼뿐만이 아닙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이 책에 담긴 모든 과학 연구를 그 자체로 바라보고 해석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 「가능성의 이야기_정상과 비정상에서 벗어나다」 중에서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보고는 ‘비만 미생물’이 비만의 원인인지 아니면 비만의 결과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이를 밝히기 위해 비만 쥐와 정상 쥐의 장내미생물 유전자를 해독한 결과, 당을 분해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비만 쥐의 장내미생물에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비만 쥐의 변에 포함된 열량이 정상 쥐보다 더 적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즉, 비만 쥐의 장내미생물이 음식물로부터 더 많은 당을 만들어 내고, 그만큼 더 많은 열량을 흡수한다는 의미입니다.
--- 「3장 03 비만에서 행동까지, 나를 결정하는 숨은 지배자_장내미생물」 중에서
만약 기억을 저장하는 데 관여하는 뉴런에 채널로돕신을 삽입한다면 어떨까요? 빛을 이용해 기억이 저장되는 것을 막거나 이전의 기억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영화 같은 일이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일어났습니다. 매사추세츠공대 연구팀은 쥐에게 가짜 기억을 심어, 이전의 기억을 없애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치 한글 파일을 덮어쓰듯이 말이죠.
--- 「4장 01 빛으로 뇌를 지배한다_광유전학」 중에서
금융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은행이 도입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입니다. 투자자가 자신의 성향이나 자산 등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하면 금융사가 가진 데이터를 학습한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에게 가장 잘 맞는 투자 전략을 제안합니다.
이처럼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며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법적, 윤리적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4장 03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아 세상을 바꾼다_인공지능」 중에서
하루는 그의 연구실에서 재미 삼아 ‘세상에서 가장 얇은 막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얇은 막을 얻기 위해 연필에 테이프를 여러 차례 붙였다 떼었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0.34nm 두께의 얇은 그래핀을 분리해 냈습니다. 탄소 원자층과 층 사이의 힘, 즉 그래핀 사이의 힘이 매우 약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핀과 테이프 표면 사이의 접착력이 그래핀과 그래핀 사이의 힘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흑연에 테이프를 붙였다 떼냈더니 한 층의 그래핀이 떨어져 나왔던 것입니다.
--- 「4장 03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아 세상을 바꾼다_인공지능」 중에서
미국의 MIT, 스탠퍼드대 등 유수 대학과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도 휘어지는 배터리, 즉 플렉시블flexible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에서도 플렉시블 배터리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플렉시블 배터리의 핵심은 ‘배터리의 구성 요소를 얼마나 부드러운 재료로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인 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배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셀룰로오스는 종이를 구성하는 물질로, 가볍고 쉽게 휘어집니다. 또 가격도 싸고 환경에도 문제가 없는 물질이죠. 일종의 ‘종이 배터리’인 셈입니다.
--- 「6장 01 ‘콘셉트 존비’가 되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_이차전지」 중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의 광합성으로부터 얻은 화석연료를 땅속에서 꺼내 엔진을 돌려 왔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빙하가 녹아 내리는 등 유래 없던 자연재해가 생기고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필요에 맞는 광합성을 개발해 연료를 얻고 깨끗한 방식으로 엔진을 작동시키는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최근 인공광합성 연구는 실제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 광합성 외에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재생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해답은 자연에 있고, 자연을 본받는 것이 이 시대의 과학입니다.
---「6장 02 ‘전기를 만들어 내는 나뭇잎, 태양빛을 흡수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