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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리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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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545g | 146*209*30mm
ISBN13 9788925551609
ISBN10 892555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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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군님, 오늘 밤 창조주를 영접해 가장 깊은 속내를 보여드린다면 그건 지금부터 장군님께 드릴 말씀이 될 것입니다. 내 딸 알렉산드라는 고통스럽게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밤낮으로 나를 괴롭혔고 나도 짜증을 부렸죠. 배 속에서조차 제 아빠의 아이였거든요. 안타깝게도 그 애를 사랑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아빠가 만들어준 어린 유대인 전사 정도로만 이해했답니다. 하지만 장군님,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사진 속의 아이는 글리크만의 아이도, 제 아이도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새의 알을 둥지에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늙은 년이 잘 속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속임수를 쓴 자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 본문 중에서

잠시 후, 스마일리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커다란 몹집에 비해 너무도 유연함 몸놀림이었다. 스마일리가 떠나기 직전 경감은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조심스러워서라도 지금껏 삼가던 행동이었다. 하지만 저 전설적인 인물과 마주한 것만으로도 말년에 손주들한테 떠들 자랑거리는 충분했다. 어느 날 밤, 은퇴한 정보부장 조지 스마일리가 그림자처럼 나타나 너무도 끔찍하게 죽은 외국인 친구의 시신을 들여다보고 떠났다고.
실제로 한 가지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 플래시를 아래쪽에서 비스듬히 비춰서인지 아예 수없이 많은 얼굴을 본 기분이었다. 나이도, 사람도, 성실함도 다른…. 심지어 신앙마저도 달라보였다.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였어.” 한때 경감의 상사였던 멘델이 얼마 전 맥줏집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멘델도 스마일리처럼 은퇴했으나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경감만큼이나 헛소리를 싫어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교활하고 잘난 척만 하는 아마추어지만 스마일리는 예외야. 완전히 달랐어. 최고였지. 멘델은 그렇게 표현했다. 경감은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수도원. 그래, 바로 그거야, 수도원. 그는 수도원 같은 존재였어. 다음번 훈시에 그 말을 꼭 집어넣어야겠다. 온갖 이질적인 나이와 스타일과 신념이 모인 수도원. --- 본문 중에서

두 개의 증거. 너무나 중요해 우편으로도 보내지 못한 증거. 노인은 뭔가를 운반 중이었다. 두 개의 물건. 머리가 아니라 주머니에 들어 있었던 거야. 장군은 모스크바 규칙까지 어겼다. 망명자 삶을 시작한 그날부터 담당관뿐 아니라 스마일리 자신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규칙, 그와 그의 네트워크가 생존하기 위해 고안한 규칙이건만…. 울분이 욕지기처럼 위장을 사로잡았다. 모스크바 규칙에 의하면, 메시지를운반할 경우에는 동시에 포기할 방법도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도트, 비밀 문건, 미현상 필름 등의 위험하고 위태로운 물건을 위장하거나 감출 경우에는 가장 작고 흔한 종류여야 하며 버렸을 때에도 절대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
알약으로 가득 찬 약병이나 성냥갑 같은…. --- 본문 중에서

시스템은 언제나 그랬듯 말잔치의 쓰레기만 남기고 눈물을 흘리며 사라졌다. 돌이켜보건대 스마일리는 평생 동안 바로 그 말잔치의 중재자였다. 그는 그 과정을 견뎌냈다. 다른 사람들도 버티기를 바랐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얍삽한 자들이 무대를 장악할 때 뒷방에서 혼자 분투했건만 여전히 무대를 차지한 자들은 그들이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그런 식의 감상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조용히 자신의 가슴을 들여다보니 처음부터 지도자는 없었으며, 지도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사실만 깨닫고 말았다. 그를 향한 유일한 제약은 자신의 이성과 양심뿐이었다. 결혼과 공공에 대한 봉사 정신도 빼놓을 수는 없다. 사회에 평생을 이바지했건만 남은 거라곤 나 자신뿐이군. 스마일리는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아니, 카를라도 있어. 내 어둠의 성배.
어쩔 수가 없다. 불안한 마음이 내버려두지를 않으니. 어둠 속을 들여다보면 바로 눈앞에 카를라가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변화하는 어둠의 입자 속에서 와해되고 재현되는 카를라. 갈색 두 눈이 그를 평가하듯 바라본다. 100년 전 어느 날 델리 교도소의 어두운 취조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 섬세하면서도 언뜻 친구를 원하는 표정. 그럼에도 부드러운 홍채는 어느새 천천히 굳어 날카롭고 완고하기 그지없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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