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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051이동
리뷰 총점8.6 리뷰 70건 | 판매지수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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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628쪽 | 635g | 137*210*35mm
ISBN13 9791185014395
ISBN10 11850143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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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불가해한 상황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기우제가 몇 년 만에 나라 지방의 산골 마을에서 거행되는 모양이야.”
아부쿠마가와 가라스가 무거운 입을 연 것은, 교토 가와라 정町의 양식집에서 라이스 카레를, 중국 음식점에서 볶음밥을, 백반집에서 닭고기계란덮밥을 연이어 먹은 뒤 찻집에서 핫케이크를 주문하고, 양식집으로 다시 돌아가 이번에는 팥소와 당밀을 얹은 삶은 콩을 먹으며 사이다를 마시고, 마지막으로 자리 잡은 또 다른 찻집에서 커피를 세 잔째 시킨 다음이었다.
“이거 정말 경비로 처리되는 겁니까?”
“다마키 씨 술값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에요.”
도조 겐야가 걱정스레 묻자, 편집자인 소후에 시노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것은……. 겐야는 생각했다.
다마키 편집부장이 여러 쟁쟁한 작가들과 술을 마시기 때문이며, 그 성과가 괴상사怪相舍 출판사가 출간하는 탐정소설 잡지 〈서재의 시체〉의 장편연재라는 형태로 나타나기에 인정받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상대하는 아부쿠마가와 선배의 애초에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알 수 없는 엉터리 소리는, 과연 커피에 넣는 설탕 한 스푼의 값어치조차 있는 것인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당신이 먹은 것도 회사에서 대주느냐는 질문은 차마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었다.
여섯 집을 돌면서 겐야는 라이스 카레와 커피만 먹었지만, 시노는 라이스 카레와 중국식 만주, 핫케이크, 홍차 및 커피 한 잔씩을 주문했다. 말로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면 미안해서 그런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것처럼 보였다.
시노가 느닷없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겐야를 돌아보았다.
“그보다 선생님, 늘 드리는 말씀인데, 매번 그렇게 정중한 투로 말씀하시지 않으면 안 될까요? 선생님은 여기저기 민속탐방을 다니시니까 늘 오랜만에 뵙는 셈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서먹하잖아요.”
“맞아, 넌 옛날부터 쌀쌀맞은 녀석이었어.”
아부쿠마가와가 다소 생뚱맞게 맞장구를 쳤다. 그는 대학 후배인 겐야가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험담을 듣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비뚤어진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상대방이 여성일 경우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
“겨우 편히 말씀해주시나 싶으면 금세 다음 목적지로 떠나시니 말이에요. 그랬다가 돌아오면 또 어색하게 대하시니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요. 계속 그렇게 반복하는 것도 이젠 지겨워요.”
“죄송합니다. 괜한 신경을 쓰시게…….”
“아! 또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죠!”
“어…… 죄송합…… 아니, 미안합…… 그게 아니라, 미안?”
“네, 이제 됐어요.”
“그렇지만 소후에 군도 내가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데 들어줄 생각을 안 하잖아.”
겐야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반격에 나섰다.
“선생님은 선생님이신걸요.”
“그러니까 선생님이라고 부를 사람은 좀더 경험 많은 대가들이고 나 같은…….”
“풋내기에 인기도 없고 하잘것없기 짝이 없는 삼문문사 나부랭이 같은 한심한 애송이는 도저히 선생님이라 할 수 없다 이거지.”
아부쿠마가와가 즉각 말을 받았다. 그는 이런 때 정말 혀가 술술 잘도 돌아간다.
“구로 선배,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비하하진 않아요.”
“야, 너 자만하면 안 돼.” --- pp. 14-15

후후…….
굴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악…… 우우…….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신음하는 것 같기도, 소리 지르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목소리였다.
아아…… 히이이…….
너무나도 섬뜩한 소리에 순식간에 쇼이치의 목덜미에 소름이 좍 돋았다. 이어서 오한이 등골을 훑었다.
그는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도망쳤다. 거대한 기암괴석과 큰 나무를 돌아 얼룩조릿대로 뒤덮인 비탈로 나와서는 짐승 길로 단숨에 뛰어내려왔다. 외눈 광을 곁눈질하며 대숲에 뛰어들어 별채까지 돌아와서야 비로소 속도를 늦추었다.
아까 그 소리, 귀녀鬼女의 웃음소리 아닐까.
--- pp. 24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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