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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수잔 최 저 / 박현주 | 예담 | 2013년 1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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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607쪽 | 780g | 140*210*35mm
ISBN13 9788959137596
ISBN10 895913759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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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Bookist   평점5점
  •  특이사항 : 읽지 않은 새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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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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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Lee)는 헨들리가 폭탄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그를 얼마나 싫어했는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날것의, 한 번도 파헤쳐보지 않은 생각의 광맥이 폭발로, 순간 훤히 드러나버렸다. 물론 학계에서 점점 위축되어가는 노교수들이 젊은 동료들을 싫어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정년 교수로 근무해온 리는 자기만은 동년배 교수들이 걸린 쇠퇴 과정을 겪지 않고 있다고 믿었다. 육십 대 후반,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도 젊은 시절부터 간직해온 냉정한 왕자의 품위를 여전히 보일 수 있었다. 오래전에 지녔던 귀족적이고 오만한 태도가 갑자기 돌아왔고 언제나 높이 끌어올려 있는 헐렁하고 볼품없는 바지는 더 젊은 남자의 허리에도 맞을 법했다. 얼굴에 돋아난 검버섯은 쏟아지는 눈빛에 표백된 듯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얼굴은 배우자나 자식, 친구들이 반할 만한 성격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학생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힘이 있었다. 그 또래들이 흔히 그러듯이 학생들은 정신적 스승이라는 개념을 고루하다 여겼다. 학생 시절의 리와는 달리, 학생들은 명예교수의 후광을 꺼렸다. 친구처럼 행동하는 선생들을 제일 좋아했다. 그래서 헨들리가 인기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학생들은 그 나이의 다른 교수들을 경멸하듯 리를 경멸하지는 않았다. 리에겐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팔꿈치에 천을 덧댄 트위드 재킷을 입고 다니고, 아직도 학업 상담을 받으러 찾아오는 몇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해 전업 주부 아내가 만들어주는 쿠키와 차를 가지고 오는 그런 늙은 교수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가끔은 정반대로 느낄 때도 있었다. 학생들이 그에게 존경이나 애정 따위는 품고 있지 않다고.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상담 시간 동안에는 나이 든 교수들이 그러하듯이 퍼니 앉아 있었다. 앞에는 빳빳한 황색 괘선지철을 펴놓고 손에는 검은 잉크가 든 몽블랑 만년필을 들었다. 언제나 검은 잉크로 작업하는 습관은 젊은 시절부터 그를 괴롭혔던 허세의 잔재였다. 오만의 상징이야, 첫 아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겸양의 상징이지, 그는 이렇게 핑계를 댔을 것이고. 잉크 펜으로 쓰면 실수가 기록에 남았으니까. 하지만 몽블랑 만년필이 무엇을 상징하든, 의견을 적을 기회는 점점 적어졌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비생산적이기만 학생 상담 시간은 아닌 척하려 해도 공허한 벌칙이나 다름없었다. 매 오후마다 그는 조심스럽게 연구실 문을 30센티미터가량 열어두었다. 누구든 부담 없이 와서 인사하고 들어올 수 있을 만한 너비였다. 너무 열렬히 기다리는 티가 날 만큼 활짝 열어두지도 않았지만, 학생들을 위한 이 시간이 불만스럽다는 듯 너무 살짝만 열어두지도 않은 정도의 너비. 실제로 불만도 없었다. 그는 황색 괘선지철을 앞에 두고 몽블랑 만년필을 쥔 채 침착하게 앉아 겉보기에는 교수들이 할 만한 생각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는 연극하듯 펜으로 종이 위에 끼적거리기 시작했다. 자의식으로 얼굴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문 쪽으로 눈길을 두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 발소리가 그를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드물게 그의 방문 앞에 머문다 싶을 때 그는 언제나 똑같이 깊은 사색에서 마지못해 깨어나는 양 행동했다. “아,” 그는 이렇게 말하며 눈썹을 치켜 남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전념 상태에서 살며시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가 불확실한 기대로 꿈지럭거릴 때, 발소리는 그의 연구실 앞을 지나쳐서─문은 너무 조금 열려 있어서 누군지는 알아볼 수 없다─옆방 헨들리의 연구실 앞에 멈추기 마련이었다. 벌써 활기차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방을 멘 학생들은 복도 바닥에 앉아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 벽을 통해, 똑똑히 알아들을 순 없지만 명확히 들리는 헨들리의 장광설과 학생의 자신 없는 웃음소리가 전해졌고 그 위로 헨들리의 사무실에 있는 거대한 컴퓨터 두 대에서 삑삑 울리는 기계 알림 음과 원시적인 경적 소리가 문장부호처럼 찍혔다.
---pp.11~13

“전 이 일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모리슨이 말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면서 항상 믿었어요. 또 그 믿음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했죠. 주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는 걸요. 그래서 리에게 전 주었어요. 존경을 드렸죠. 전 리가 무척 지적인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내심도 드렸어요. 리가 전적으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티가 역력했을 때도 유리하게 해석해드렸습니다. 대가로 받기도 받았죠. 버렸다고 말씀하신 후에야 그 편지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대차대조가 맞지가 않아요. 제가 드린 만큼 받질 못한 겁니다. 리는 수학자시죠.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거예요. 그럼에도 전 다시 한 번 드리려고 합니다.”
여기서 모리슨은 자신의 관대함을 강조라도 하듯 약간 뜸을 들였다.
“리, 정말 소수의 사람만 특권으로서 알고 있는 사실을 말씀드리죠. 제 분야에서는, 연방정부 수준에서 법을 집행하는 분야에서는 일반적인 믿음이 있어요. 이 말뜻은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같이 나누지, 반대하는 사람은 몇 없다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들, 어떤 인종적 특질이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폴리그래프 검사에 면역이 있다고 합니다. 폴리그래프 검사는 다른 경우에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정확해요. 하지만 이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하등 쓸모가 없다 이겁니다. 결과가 음성으로 잘못 나온다는 거죠, 항상. 그 검사로도 기만의 증거를 탐지하지 못합니다. 아무도 정말로는 이유를 몰라요. 어쩌면 이 사람들이 우리의 주류인 유대기독교주의와 관련된 기본 윤리적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인지도 모르죠. 어쩌면 이들이 진실에 대해서 상대적인 개념을 가져서일지도 모르죠. 아니면 그저 죄책감이 없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누구냐? 말씀드린 대로 법 집행 관련자들 아니고서는 이 문제를 모릅니다. 우리가 떠들고 돌아다닐 만한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아시아인들은 폴리그래프 검사를 못합니다. 중국인, 일본인, 말레이시아 인, 인도네시아 인이죠. 대만 사람들도 아마 안 되겠죠. 한국인도 할 수 없습니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파키스탄 사람, 인도인, 방글라데시 인도 안 되고, 어떤 사람은 서아시아라고 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중동이라고 부르는 지역 사람들도 안 됩니다. 아랍 사람들은 다 안 된다고 합니다. 이건 큰 문제죠. 웃긴 이유로 하시드 유대인들도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아무도 이유는 모르는 거죠.”
“그거 참 허황한 얘기로군.” 리가 말을 끊었다. “게다가 비열하기까지 해. 그 생각 자체가.”
“이건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항상 경험적으로 확증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리가 아시아인이라서 폴리그래프 검사에 면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굳이 검사를 해서 제 시간과 리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겠습니까. 리는 이 나라에 40년 동안이나 살아왔고 완전히 동화되었죠. 그 외에도 죄책감에 낯설지 않은 양심을 가진 사람처럼 보입니다. 제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분위기를 감지하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본부에서 리에 대해 생각하는 양식을 알려드리려고.”
“하지만 왜 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한단 거요? 난 아무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pp. 33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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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들에게 배달되는 의문의 상자. 그리고 한 통의 편지
“그것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한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 소재한 대학 연구실에 상자가 하나 배달된다. 무심코 열어보는 교수. 동시에 일어나는 폭발 그리고 소요. 이것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보낸 폭탄인가.
《타임스》와 ‘아마존’이 조명하는 젊은 작가 수잔 최, 그녀가 폭탄테러를 소재로 집필한 《요주의인물》은 독창적인 캐릭터와 숨 막힐 정도로 치밀하게 묘사되는 인간의 심리, 눈을 돌릴 수 없는 서사가 돋보이는 ‘지적 미스터리’이다.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테러와 그 테러의 범인으로 오인 받는 노 교수 그리고 그의 내밀한 사연이 추리소설 기법으로 전개된다. “고전의 느긋한 즐거움과 최근 소설의 아찔한 긴장을 결합한 21세기 소설의 원형”이라는 소설가 프랜신 프로즈(Francine Prose)의 평처럼, 《요주의인물》은, 소설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깊이 있는 감동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소설이다.”_ 《뉴욕타임스》
“이 매혹적인 작가는 잊지 못할 소설을 써냈다.”_《보그》
“수잔 최는 그 어느 때보다 요주의해야 할 작가로 남을 것이다.”_《워싱턴포스트》)

리(Lee)는 미국 내륙에 소재한 작은 대학의 교수다. 이민자인 그는 자신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미국인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믿으며 적당히 거만하게,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는 가족도 없다. 두 번의 결혼은 모두 실패로 끝났으며, 첫 번째 아내와 둔 딸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외롭지 않다고 고집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날, 옆방에서 폭탄이 터지고 그가 시기하고 질투하던 동료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동시에 과거로부터 도착하는 의문의 편지. 리는 어느새 자신이 ‘요주의인물’이 되어, 모두에게 의심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그는 알 수 없게 자신과 결부된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은 왜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독자에게 주어진 단서는 주인공 리, 친구였던 게이더, 게이더의 아내였으며, 결국 리의 아내가 된 에일린, 그리고 천재 수학자 동료 화이트헤드의 얽히고설킨 사연과 그들의 심리다. 탐욕과 허영, 열등감과 오해 등, 그들은 각자 지니고 있는 치명적인 결함은 정교하게 계산된 사건의 부속으로 작동한다. 독자들은 작가가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밝혀지고 좁혀지는 관계의 망과 연관관계를 이용해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 어느 순간, 범인은 정체를 드러내겠지만, 독자들으 다시 한 번 미처 의심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덫에 걸려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의 사건의 모티프는 1970~80년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폭탄테러범 유나바머, 테오도어 카잔스키 사건이다. 기술 문명에 반대하고자 대학과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테러활동을 벌였던 유나바머는, 17년간 수십 차례의 폭탄테러를 감행했던 바 있다. 수잔 최는 이 사건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사연 그리고 죄와 속죄를 대립시키고 일치하게 만들어, 사건 전개의 흥미를 더한다.

한편 이 소설은 ‘리’라는 사내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욕망을 제거하지 못한 채, 엉망으로 뒤엉켜버린 그의 과거는 모두 그 자신의 죄이다. 그 죄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동안, 그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그 죄를 인정하고 속죄하려는 순간 청산된다. 폭탄은 리의 내면이기도 하고, 이 사회의 내부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기도 하다. 그가 폭탄테러범으로 오인 받고, 그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은 그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과거와 비밀 그리고 그것의 폭로 과정과 동일하다. 작가는 이렇듯, 관계없어 보이는 두 가지 사건을 절묘하게 결부시킴으로써, 단순해질 수 있는 플롯에 깊이를 더해주고, 이를 통해 차원이 다른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미국 언론과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소설가 수잔 최는 해방 전후 한국문학비평사에 큰 족적을 남긴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 최재서(崔載瑞, 1908~1964)의 손녀인 재미교포 2세이다. 하지만 ‘한국계’ 혹은 혈통에 대한 언급이 그녀에겐 굳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예일 대학교와 코넬 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펜/제발트 상(펜 아메리카 센터에서 3권 이상의 소설을 출간한 소설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 수상자, LA타임스 선정 ‘올해의 가장 좋은 소설 베스트 10’, 아마존 선정 ‘이달의 책’, 퓰리처 상 최종 후보 등 돋보이는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요주의인물》은 작가의 대표작이자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수잔 최는 이 책을 통해 펜/제발트 상을 수상하였다.

◆ 작가의 말

이 책을 쓰는 동안 여러분에게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존 사이먼 구겐하임 기념재단과 바룩 대학의 시드니 하먼 거주 작가 프로그램, 레딕 하우스는 비용과 시간을 대주셨습니다. 또한 드니스 프롤리와 존 노빅은 공간을 제공해주셨습니다. 세미 첼라스, 줌파 라히리, 피트 웰스는 피곤을 모르고 이 원고들을 읽고 또 읽어주고 도움의 말을 주셨지요. 윌리엄 피네건, 톰 맥다니엘, 마크 로시니, 케빈 색과 줄리 테이트는 귀중한 정보를 알려주셨고, 린 네스빗, 몰리 스턴과 로라 티스델은 끝없는 도움과 꾸준한 열정을 보여주셨어요.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 옮긴이의 말

이 소설에서 진범을 추적하는 과정은 과거의 회한에 대해 속죄하는 길이다. 리는 친구임을 가장하는 정체 모를 범인을 찾기 위해서, 과거를 되짚어야 했다. 외로운 이방인에서 매정한 친구, 무자비한 연인, 가족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행복했던 가장, 배신당하고 잊혀진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미국에 올 때 기대했던 영광과 명예로 빛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서부의 수수한 풍경처럼, 아무 굴곡 없이 지나온 인생처럼 보였어도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죄의 드라마가 있었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 목숨을 걸고 협조를 한 것은 리에게는 그 죄를 씻는 정화의 과정이었다. 타인에 대한 오해의 죄, 자기에 대한 오만의 죄, 사랑하는 이에 대한 무지의 죄. 마지막에 이르러 속죄와 용서를 구한 리는 진정한 가족을 만난다. 인생의 끝에 이르러 외국의 땅에서 편안해진다.
작가인 수잔 최는 이 과정을 잔인하리만큼 치밀하게 묘사한다. 결이 다른 마음의 방향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따라가며 은유와 묘사로서 마음속 풍경을 그린다. 소설가 프랜신 프로즈는 《뉴욕 타임스》 리뷰에서 이 소설을 두고 “고전의 느긋한 즐거움과 최근 소설의 아찔한 긴장을 결합한 21세기 소설의 원형”이라고 평한다.
폭탄이 터지는 한가운데서 소설이 시작하여, 과거 플래시백과 현재의 사건이 겹쳐진다. 속도감 있는 서사에 익숙한 현대의 독자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느린 진행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소설이란 평소에 우리가 돌아볼 길 없는 감정과 사건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계기이기도 한 만큼, 《요주의인물》은 참을성 있는 독자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책을 읽는 동안 당신도 요주의인물이 될 것이다. 죄를 덮어쓴 도망자가 될 수도 있고, 실마리를 풀어낸 해결자가 될 수도 있다. 끝을 보려면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누군가를 기만하는 일과 자기감정을 기만하는 일 사이에서. 매 순간 폴리그래프가 당신의 박동을 헤아리며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이것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숨결이 깊어지며 조금 위대해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책장을 덮고 난 후 작가를 시샘하게 될 것이다. 귀를 삼십 센티미터쯤 열어놓고 그녀의 기척을 느끼고 싶어질 것이다. 그녀의 건강한 눈빛을 닮고 싶을 것이다. 나는 지금 수잔 최를 소중하게 시샘하는 중이다.
천운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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