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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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46g | 124*210*30mm |
ISBN13 | 9791191859379 |
ISBN10 | 1191859371 |
발행일 | 2022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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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46g | 124*210*30mm |
ISBN13 | 9791191859379 |
ISBN10 | 1191859371 |
MD 한마디
[우리의 삶이 한 편의 시와 같다면] 시를 읽는 일은 인생을 읽는 일, 『인생의 역사』는 시로 다시 겪게 되는 생의 순간, 걷게 되는 사색의 걸음을 담는다.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말하는 평론가 신형철은 스물다섯 편의 시를 소개하며 그 행과 연 사이를 흐르는 운율에서 삶을 읽어낸다. -에세이 PD 박형욱
책머리에 내가 겪은 시를 엮으며 …… 5 프롤로그 조심,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에 대하여 …… 17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1부 고통의 각 가장 오래된 인생의 낯익음 …… 31 ―「공무도하가」 무죄한 이들의 고통에 대하여 …… 37 ―『욥기』 언제나 진실한 것은 오직 고통뿐 …… 45 ―에밀리 디킨슨의 시 두 편 왜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는가 …… 53 ―에이드리언 리치, 「강간」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생 …… 63 ―최승자, 「20년 후에, 지(芝)에게」 2부 사랑의 면 그대가 잃을 수밖에 없는 그것 …… 75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73」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 83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 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 …… 91 ―이영광, 「사랑의 발명」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보내는 사랑 …… 99 ―나희덕, 「허공 한줌」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 107 ―메리 올리버, 「기러기」 3부 죽음의 점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 117 ―김시습, 「나는 누구인가」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 …… 125 ―W. H. 오든, 「장례식 블루스」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 133 ―황동규,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 …… 141 ―월리스 스티븐스, 「아이스크림의 황제」 운명이여, 안녕 …… 149 ―한강, 「서시」 4부 역사의 선 그런 애국심 말고 다른 것 …… 161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 두 편 윤동주는 ‘최후의 나’를 향해 갔다 …… 169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그러나 문학은 기적적이다 …… 177 ―황지우, 「나는 너다 44」 광화문에서 밥 딜런이 부릅니다 …… 185 ―밥 딜런, 「시대는 변하고 있다」 아름다운 석양의 대통령을 위하여 …… 195 ―신동엽, 「산문시 1」 5부 인생의 원 하나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임의의 다른 절망 …… 205 ―이성복, 「생에 대한 각서」 단 한 번의 만남이 남긴 것 …… 213 ―레이먼드 카버, 「발사체」 절제여, 나의 아들, 나의 영감(靈感)이여 …… 223 ―김수영, 「봄밤」 이 나날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 231 ―필립 라킨, 「나날들」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 240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부록 반복의 묘 오타쿠의 덕 …… 249 ―어느 ‘윤상 덕후’의 고백 누구도 완전히 절망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상한 노래 …… 255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인간임을 위한 행진곡 …… 263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 실패한 사랑의 역사를 헤치고 …… 269 ―최승자의 90년대를 생각하며 오디세우스와 아브라함 사이에서 …… 289 ―황동규의 최근 시 에필로그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 …… 305 ―박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본문에서 인용한 글과 책 …… 322 |
나는 책을 고를 때 편향적이다. 특히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시집이다. 독서모임이 좋은 점은 나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안좋은 독서습관을 보완해줄 참 고마운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랜만에 접하는 이 '시'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시문학은 책의 한 페이지에 가장 많은 여백을 가진 문학이다. 그 여백에 대한 이해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책머리에서도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 학창시절 때 수능을 준비하며 읽은 시는, 그 당시엔 어리기도 했고 문학에 대해 꽤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탓에 시의 이해력에 대한 내공이 좀처럼 쌓이지 않았고 흥미도 떨어졌었다. 하지만 어느덧 서른 무렵을 한창 지나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읽어본 "인생의 역사"는 나에게 꽤 큰 울림을 주었다. 사랑, 기쁨, 슬픔, 절망이라는 감정들과 역사의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리는 인생들이 시를 통하여 전해온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울림과 저자의 울림이 여백이 그득한 글자들을 넘어서 파동의 겹침이 되듯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냈다. 흔히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이 정답이 없는 인생과 여백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시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은 우리의 인생과 삶의 모습과도 비슷한 시들을 닮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스물다섯 편의 시들은 누구나 한 번은 읽었고, 들었을 유명하고 깊이가 있는 시들이다. 책의 주제별로 시를 골라 이야기 하고 보여주는 작가의 신작은, 빠르게 읽는 글이 아닌, 천천히 곱십어 다시금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들이 가득해, 읽는 동안 너무나 즐거운 신작이다.
신형철의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몰락의 에티카를 떠올린다. 하지만 꽤나 두꺼운 책과 어려운 제목에 쉽게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유명한 책이란 책은 한 페이지라도 펴봐야 하는 나지만, 쉽사리 시작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신형철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리려니 이미 대출을 한 사람이 있었고, 예약도 마지막 정원까지 꽉 차 있었다.
오래 기다려서 받은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몰락의 에티카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젊은 청년 시절의 신형철이 쓴 평론과 아버지가 된 신형철이 쓴 평론은 아주 오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나쁜 쪽으로가 아닌,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는 언제나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인생의 역사에서 그의 시선이 더욱더 돋보였다.
그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을 배우고 싶다. 세상엔 내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더 많겠지만, 그래서 나는 영원히 공부를 해야겠지만, 나는 배움을 멈추고 싶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