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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 무선 ]
신형철 | 난다 | 2022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73건 | 판매지수 98,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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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46g | 124*210*30mm
ISBN13 9791191859379
ISBN10 1191859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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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우리의 삶이 한 편의 시와 같다면] 시를 읽는 일은 인생을 읽는 일, 『인생의 역사』는 시로 다시 겪게 되는 생의 순간, 걷게 되는 사색의 걸음을 담는다.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말하는 평론가 신형철은 스물다섯 편의 시를 소개하며 그 행과 연 사이를 흐르는 운율에서 삶을 읽어낸다. -에세이 P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머리에 내가 겪은 시를 엮으며 …… 5

프롤로그 조심,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에 대하여 …… 17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1부 고통의 각

가장 오래된 인생의 낯익음 …… 31
―「공무도하가」
무죄한 이들의 고통에 대하여 …… 37
―『욥기』
언제나 진실한 것은 오직 고통뿐 …… 45
―에밀리 디킨슨의 시 두 편
왜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는가 …… 53
―에이드리언 리치, 「강간」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생 …… 63
―최승자, 「20년 후에, 지(芝)에게」

2부 사랑의 면

그대가 잃을 수밖에 없는 그것 …… 75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73」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 83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
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 …… 91
―이영광, 「사랑의 발명」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보내는 사랑 …… 99
―나희덕, 「허공 한줌」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 107
―메리 올리버, 「기러기」

3부 죽음의 점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 117
―김시습, 「나는 누구인가」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 …… 125
―W. H. 오든, 「장례식 블루스」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 133
―황동규,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 …… 141
―월리스 스티븐스, 「아이스크림의 황제」
운명이여, 안녕 …… 149
―한강, 「서시」

4부 역사의 선

그런 애국심 말고 다른 것 …… 161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 두 편
윤동주는 ‘최후의 나’를 향해 갔다 …… 169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그러나 문학은 기적적이다 …… 177
―황지우, 「나는 너다 44」
광화문에서 밥 딜런이 부릅니다 …… 185
―밥 딜런, 「시대는 변하고 있다」
아름다운 석양의 대통령을 위하여 …… 195
―신동엽, 「산문시 1」

5부 인생의 원

하나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임의의 다른 절망 …… 205
―이성복, 「생에 대한 각서」
단 한 번의 만남이 남긴 것 …… 213
―레이먼드 카버, 「발사체」
절제여, 나의 아들, 나의 영감(靈感)이여 …… 223
―김수영, 「봄밤」
이 나날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 231
―필립 라킨, 「나날들」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 240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부록 반복의 묘

오타쿠의 덕 …… 249
―어느 ‘윤상 덕후’의 고백
누구도 완전히 절망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상한 노래 …… 255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인간임을 위한 행진곡 …… 263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
실패한 사랑의 역사를 헤치고 …… 269
―최승자의 90년대를 생각하며
오디세우스와 아브라함 사이에서 …… 289
―황동규의 최근 시

에필로그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 …… 305
―박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본문에서 인용한 글과 책 …… 322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내가 겪은 시를 엮으며」중에서

사랑 따위 아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격정으로서의 사랑이 덧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실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천사가 껴안으면 바스러질 뿐인 우리 불완전한 인간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그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도 상대방에게 신이 될 수 없다. 그저 신의 빈자리가 될 수 있을 뿐.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중에서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 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중에서

나의 대답은,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한번 놓친 길은 다시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시는 말하지만, 작품은 길과 달라서, 우리는 시의 맨 처음으로 계속 되돌아가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남김없이 다 걸어도 된다. 다행이지 않은가.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중에서

그러므로 내가 당신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이 세계가 흡수해도 안전한 것임을 미리 확인하고 당신에게 그것을 주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의 안전함을 먹는 일이 된다. 그러고 보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라는 첫 시집의 제목은 그의 첫 시집이 ‘자기’를 돌보는 불가피한 단계의 산물임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제 그는 ‘당신’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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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철 글쓰기의 원형, ‘시화’

저자가 사랑한 시를 모으는 일이 하나, 함께 나눌 이야기를 덧붙이는 일이 하나. 시화라 함은 곧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시로 이루는 글이기도 하다. 10대 후반의 어느 날부터 시를 사랑했고 20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내놓은 연재 역시 이 시화를 흉내낸 것이었다 하니, 이번 책이야말로 평론가이자 작가 신형철의 글쓰기, 그 ‘원형’이라 하겠다. 저자의 말마따나 시가 인생의 육성이라 할 적에, 작가 신형철의 목소리에 가장 편히 붙는 곡이자 몸에 꼭 맞는 옷이 바로 시화인 셈이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번역한 아홉 편의 시를 실었다. 외국어로 쓰인 시를 나의 말 우리의 언어로 옮긴다는 것, 그 역시 시를 겪는 또하나의 방식일 테다. 어떤 시가 널리 사랑받을 때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읽어낸다.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문장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느 날 어떤 문장을 읽고 내가 기다려온 문장이 바로 이것임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절실한 곳에 그 필요를 전하는 것이야말로 번역, 그러니까 ‘옮김’의 미덕이리라. 그가 데려다준 곳에서 만나게 될 이 시들이 곧 우리가 기다리는 줄 모른 채 기다려온, 바로 그 시편들일 것이다.

위대하다는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그들의 답에 놀라본 적이 별로 없다. 그 답은 너무 소박하거나 반대로 너무 거창했다. 그러나 누구도 시인들만큼 잘 묻기는 어렵다. 나는 그들로부터 질문하는 법을, 그 자세와 열도와 끈기를 배운다. 그것이 시를 읽는 한 가지 이유다. 인생은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87쪽)

▣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5부에 부록까지 여섯 장의 제목을 먼저 모아둔다. 고통의 각, 사랑의 면, 죽음의 점, 역사의 선, 인생의 원, 반복의 묘. 삶의 키워드라 할 여섯 테마에 저마다 꼭 맞는 틀을 주었으니, ‘격’을 갖춤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1부의 제목이 ‘고통의 각’인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가장 오래된 고통’이라 할 「공무도하가」로 시작하니 말이다. 이어서 ‘무죄한 이들의 고통에 대하여’라 일컬은 성경의 「욥기」, 에밀리 디킨슨과 에이드리언 리치, 최승자로 이어지는 나머지 세 편의 시까지 통과하고 나면 저자가 우리 앞에 놓은 이 인생의 첫 얼굴이 ‘고통’인 연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고통이라는 날카로운 ‘각’을 겪어내는 슬픔이 있고, 이를 끝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리란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저자가 “일단 이 점을 자인하는 부끄러움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으리라” 말할 때, 불가능의 벽이란 ‘진짜 노력’의 시작점일 뿐이다. 전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부터 우리가 익히 배워왔던 바, 타인의 슬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영원히 알 수 없다면, 영원히 공부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생에 대한 이 책, 그 첫 화두는 필연 고통일 수밖에 없겠다. 인생의 공부가 여기서 출발하는 까닭에.

2부 ‘사랑의 면’에는 셰익스피어의 연가(戀歌) 소네트와 릴케의 비가(悲歌)가 나란히 실렸다. 이영광 시인에게서 배운 「사랑의 발명」, 나희덕 시인의 「허공 한줌」 속 부모의 사랑, 메리 올리버의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나아가려는 사랑…… 사랑이란 응당 인생을 채우는 너른 면이면서 그만큼 다양한 ‘얼굴들’이기도 하겠다. 두 편의 글에서 따로 쓰인 글을 이렇게도 나란히 놓아본다.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도 상대방에게 신이 될 수 없다. 그저 신의 빈자리가 될 수 있을 뿐.”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

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쥐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염려하는 사람이다.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97쪽)

책의 허리, 3부에는 ‘죽음’을 두었다. 죽음이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질문이므로,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므로. 생육신 김시습에게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볼 때 죽음 곁에는 삶이 놓인다. W. H. 오든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 곁에 두는 것은 사랑이다. 황동규에게서 남은 자의 외로움을 홀로움으로 환히 밝히고, 월리스 스티븐스를 통해 인생의 불완전함을 가능성으로 치환한다. 죽음이라는 점으로 수렴하는 대신 여기서 다시 삶의 읽기를 시작해보는 일. 한강의 「서시」가 책의 시집의 맨 앞이 아닌 끝에 있는 이유와 이 책의 ‘죽음’이 한가운데 있는 이유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한 점, 인생의 방점이기도 하니까.

책의 제목부터 인생에 이어 ‘역사’를 두었으니, 4부의 제목 역시 ‘역사의 선’이다. 문학을 읽는 일이 슬픔을 공부하는 일인 것은 생이 나 하나만의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삶과 삶들의 사이에 있는 까닭이다. 고대 그리스 서정시에서 읽는 국가와 ‘나’의 관계, 윤동주가 끝내 나아간 ‘최후’의 자리, 1980년대 잿더미 속에서 피워낸 황지우의 기적, 밥 딜런이 노래한 변화하는 시대, 신동엽이 꿈꿨던 ‘아름다운 석양의 나라’. 책의 제목부터 ‘인생의 역사’라 하였으니 큰 역사에 개인의 인생이 일방적으로 편입되어서는 안 되리라. 어쩌면 시를 읽는 일은 곧 “‘언제나’ 우리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그러니까 평화를 함께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5부는 ‘인생의 원’이다. 이성복, 레이먼드 카버, 김수영, 필립 라킨, 로버트 프로스트. 이름만으로도 불멸의 시인들이니, 끝나지 않을 원에 더없이 걸맞은 셈이다. “365일 내내 음미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 매년 주어지는 365개의 나날들, 그것들 외에 또 어디에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인생이라는 원을 두고 회전목마가 될지 굴레가 될지는 우리의 몫임에, ‘인생’에 대한 이 다섯 편의 시에서 저자가 발견하는 것은 감탄과 감사 혹은 은연한 빛이다. 그러므로 넘어가는 책장, 본문의 끝 무렵에 아쉬워하는 우리가 이 문장을 만날 때, 우리는 더없이 안도하게도 된다. “다행이지 않은가.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부록에는 시화를 대신해 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다채로이 써간 글들을 한데 묶었다. 단연 한 편을 소개하자면 ‘윤상 덕후’를 자처하는 저자가 오타쿠의 덕(德)을 말하는 순간. 인간 신형철의 목소리를 듣는 새로운 기쁨이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에서는 예리하게 사회를 읽어내는 특유의 시각을,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는 노래와 시대에 실은 진중한 음성을, 최승자와 황동규의 시를 읽는 비평에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평론가’ 신형철의 반가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의 앞뒤를 감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소개도 빠질 수 없겠다. 그 제목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조심,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에 대하여’ 그리고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 다소 벗어난 독법이려니 하면서도 두 제목의 ‘대하여’를 지나치지 못하겠다. 조심과 돌봄, 인생을 ‘대하는’ 저자의 작심이기도 할 테니까. 그 세심과 살핌이야말로 우리가 시를 읽고 인생을 대함에 가장 필요한 자세일 것이므로.

돌봄이란 무엇인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가 걷게 될 길의 돌들을 골라내는 일이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를 아프게 할 어떤 말과 행동을 걸러내는 일이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사는 일. (317쪽)

▣ 내가 겪은 시를 엮는 일

책을 묶으며 한국 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단색화의 대가 박서보 화백의 작품으로 표지의 격을 더했다. 시화, 곧 삶 위에 선을 긋고 겪음으로 면을 이루는 일. ‘인생’과 ‘역사’가 나란한 제목에 다시 한번 방점을 찍어둔다. 책머리에 메리 올리버를 빌려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 했고, 알렉상드르 졸리앵을 빌려 “인간이라는 직업”을 가진 모두에게 이 책을 바쳤다. 과연 그럴 것이다. 우리의 직업은 시를 넘어 인간, 그 과업은 씀을 담은 인생.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겪어야만 쓸 수 있는 글이 있고, 읽음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삶도 있을 것이다. 시라는 ‘빈 바구니’에 우리의 삶을 담음으로써 보다 넓고 보다 깊은 무언가를 얻게 하는 바로 그 일이 시화의 사명 아니겠나. 인생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물음이면서 각자의 해답을 찾아가는 실마리가 되리라는 필시의 믿음으로, 이 책 『인생의 역사』를 권한다.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8쪽)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내게도 생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만났던 시들이 있다. 그 시들의 목소리를 이어보니 과연 인생의 역사가 됨을 깨닫는다.
- 채사장 (작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시 속에 인생이 있다는 말은 부풀려진 관념도 채색된 낭만도 아니다. 역사가 시간과 공간의 대화라면 인간은 그 언어이고 시는 그 기록이다.
- 신용목 (시인)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잠자고 있는 내 영혼에 찬물을 끼어 얹는다. 전신이 젖었다. 강을 건너 앞 산 밑을 걸었다. 땅을 보며 걷는다. 아! 이 곳에서 태어난 인생은, 시는 얼마나 쉬운 것인가.
- 김용택 (시인)

회원리뷰 (73건) 리뷰 총점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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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문학으로 인생을 담는 것은 꽤 어울리는 조합이다.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n*****4 | 2023.03.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책을 고를 때 편향적이다. 특히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시집이다. 독서모임이 좋은 점은 나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안좋은 독서습관을 보완해줄 참 고마운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랜만에 접하는 이 '시'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시문학은;
리뷰제목

나는 책을 고를 때 편향적이다. 특히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시집이다. 독서모임이 좋은 점은 나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안좋은 독서습관을 보완해줄 참 고마운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랜만에 접하는 이 '시'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시문학은 책의 한 페이지에 가장 많은 여백을 가진 문학이다. 그 여백에 대한 이해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책머리에서도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 학창시절 때 수능을 준비하며 읽은 시는, 그 당시엔 어리기도 했고 문학에 대해 꽤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탓에 시의 이해력에 대한 내공이 좀처럼 쌓이지 않았고 흥미도 떨어졌었다. 하지만 어느덧 서른 무렵을 한창 지나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읽어본 "인생의 역사"는 나에게 꽤 큰 울림을 주었다. 사랑, 기쁨, 슬픔, 절망이라는 감정들과 역사의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리는 인생들이 시를 통하여 전해온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울림과 저자의 울림이 여백이 그득한 글자들을 넘어서 파동의 겹침이 되듯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냈다. 흔히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이 정답이 없는 인생과 여백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시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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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인생의 역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빨**이 | 2023.03.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은 우리의 인생과 삶의 모습과도 비슷한 시들을 닮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스물다섯 편의 시들은 누구나 한 번은 읽었고, 들었을 유명하고 깊이가 있는 시들이다. 책의 주제별로 시를 골라 이야기 하고 보여주는 작가의 신작은, 빠르게 읽는 글이 아닌, 천천히 곱십어 다시금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들이 가득해, 읽는 동안;
리뷰제목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은 우리의 인생과 삶의 모습과도 비슷한 시들을 닮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스물다섯 편의 시들은 누구나 한 번은 읽었고, 들었을 유명하고 깊이가 있는 시들이다. 책의 주제별로 시를 골라 이야기 하고 보여주는 작가의 신작은, 빠르게 읽는 글이 아닌, 천천히 곱십어 다시금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들이 가득해, 읽는 동안 너무나 즐거운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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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를 읽고,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c*****l | 2023.03.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신형철의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몰락의 에티카를 떠올린다. 하지만 꽤나 두꺼운 책과 어려운 제목에 쉽게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유명한 책이란 책은 한 페이지라도 펴봐야 하는 나지만, 쉽사리 시작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신형철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리려니 이미 대출을 한 사람이 있었고, 예약도 마지막 정원까지 꽉 차 있었다. ;
리뷰제목

신형철의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몰락의 에티카를 떠올린다. 하지만 꽤나 두꺼운 책과 어려운 제목에 쉽게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유명한 책이란 책은 한 페이지라도 펴봐야 하는 나지만, 쉽사리 시작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신형철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리려니 이미 대출을 한 사람이 있었고, 예약도 마지막 정원까지 꽉 차 있었다. 

 

오래 기다려서 받은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몰락의 에티카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젊은 청년 시절의 신형철이 쓴 평론과 아버지가 된 신형철이 쓴 평론은 아주 오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나쁜 쪽으로가 아닌,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는 언제나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인생의 역사에서 그의 시선이 더욱더 돋보였다. 

 

그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을 배우고 싶다. 세상엔 내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더 많겠지만, 그래서 나는 영원히 공부를 해야겠지만, 나는 배움을 멈추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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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58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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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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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빨**이 | 2023.03.24
구매 평점5점
너무 좋은 책이다 이것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좋아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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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h******0 | 2023.03.23
구매 평점5점
어디를 펴도 좋습니다 다 읽어가는게 아쉬워 아껴 읽습니다 좋아하는 분들께 선물하고 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t*****9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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