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에 성찰하는
공정교육의 진화와 미래교육
공정과 함께 진화한 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체감하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급속한 변화를 앞당긴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변화는 어느 특정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빠르게 이루어졌고, 우리는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교육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순 없었다. 심지어 급진주의자들은 학교 무용론 같은 성급한 논의마저 제기하며 공교육의 미래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대혼돈의 시대에 학교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미래교육을 주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공정’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들여다보는 한편, 미래교육의 방향도 함께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한다. 다만 어느 특정 관점에 얽매이기보다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바라보고자 노력하였다.
공정에 대한 인류의 갈망,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다!
사회 전반에 공정논쟁이 뜨겁다. 정치권에서도 저마다 공정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늘 공정을 갈망했고, 이런 갈망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였으며,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극소수 귀족이나 특권층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기회를 대중과 함께 나누도록 했으며, 근대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은 봉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 권력의 중심에 시민이 자리하게 함으로써 시민을 국가의 중심에 우뚝 서게 하였다. 그 결과 시민은 정치적 자유와 법 앞의 평등을 얻을 수 있었고, 이는 정의 실현의 초석이 되었다. 인류사를 바꾼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이처럼 공정을 향한 인류의 뜨거운 갈망이 존재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린 것 같은 현대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갈망은 왜 점점 더 강렬해지는 걸까? 최근 부각되는 공정 이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한자리에 멈춰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공정은 고정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대중들의 의식 수준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진화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할 것이다. 만약 과거에 얽매여 정체된 공정이라면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므로 더 이상 공정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능력주의와 공동체주의 너머 미래교육이 담아낼 공정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교육은 국민 대다수와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만큼 아주 작은 공정성 문제만 감지되어도 분노 여론이 들끓을 만큼 예민한 이슈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교육의 공정성 실현을 위해 마련한 장치들이 오히려 반칙으로 악용되는 동안, 대중 사이에는 차라리 줄세우기식 경쟁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만연하는 가운데 새삼 능력주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경쟁에 의존하여 공정을 실현하기에는 오늘날 구조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오롯이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사회구조가 형성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학력과 부모의 경제력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점은 이미 공공연한 현실이다.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경쟁을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 반대로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모두가 무조건 똑같이 나누라며 평등을 강요한다면 이를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양성을 추구하는 불확실성 세상에서 표준화된 잣대에 근거한 줄세우기 경쟁은 시대 역행적이다. 또한 개인차를 무시한 채 무조건적 평등을 고집하는 것도 자칫 하향평준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만큼 그리 올바른 해법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한 관점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어떻게 공정을 실현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관해서도 좀 더 포괄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 책은 보편적 공정성, 본질적 공정성, 생태적 공정성, 세대적 공정성의 5가지 키워드로 공정교육의 진화와 미래교육에 대해 탐구한다.
이 책의 구성은?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관점에서 공정교육의 진화를 성찰하고, 이를 현대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며 미래교육을 전망하고자 하였다. 먼저 1장은 오랜 시간 오직 특권층에게만 독점되었던 교육이 보편성을 갖게 된 사건인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중심으로 보편적 공정교육의 진화를 살펴본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로 점점 더 심화되는 양성갈등 문제를 바라보며, 앞으로 젠더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보편적 공정교육의 관점에서 성찰한다.
2장 본질적 공정교육에서는 교육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서게 된 교육사적 흐름으로 진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런 본질적 공정교육의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AI 논쟁과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서 도출된 인간 본연의 가치를 바라보는 개체중심교육을 제시하였다.
3장 정치적 공정교육에서는 정부의 정치경제적 이념에 따라 달라지는 교육의 대표적인 모습인 수월성 교육과 형평성 교육의 의의와 한계를 함께 살펴보았다. 수능 중심의 자유주의적 수월성 교육과 수시 학종 중심의 평등주의적 형평성 교육의 현실과 한계를 분석하는 한편, 정치적 공정교육의 진화 방향으로서의 입시제도 개선안도 함께 제안해본다.
4장 생태적 공정교육에서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도록 진화하는 교육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특히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연대와 공조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함은 물론, 지구생태환경을 교육의 중심에 두는 교육적 시각의 전환을 통해 인류와 지구생태계가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는 교육의 진화 방향으로 지구생태환경교육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5장 세대적 공정교육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이나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공정교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각각 살펴보았다. 특히 자유지상주의적 산업화 세대, 자유평등주의적 민주화 세대, 공동체주의적 코로나 세대로 한국의 교육사적 흐름을 세대별로 구분하여 분석하며 각각의 의의와 한계를 함께 살펴보았다. 나아가 미래교육이 실현해야 할 공정의 방향으로 공동선 교육으로 제시하였다.
앞으로의 공정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불이익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다수의 이익 추구를 명분으로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거나 누군가 뒤집어쓸지 모를 최악의 상황을 마치 어쩔 수 없는 결과처럼 묵인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한 공정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폭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연 무엇이 최선인지를 공동체가 함께 신중하게 논의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집단지성이 필요한 때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공정교육의 진화를 살펴보고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함께 성찰해보고자 했다. 독자들 또한 공정교육의 진화에 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미래교육이 담아내야 할 공정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함께 잘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앞으로 교육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