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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죽지 않는다

그렇게 죽지 않는다

: 무엇을 생각하든, 생각과는 다른 당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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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36g | 135*205*22mm
ISBN13 9791189385354
ISBN10 11893853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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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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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이 책은 임종의 순간을 기록한다. 방송에서 보던 죽음이 아니라 진짜 죽어가는 순간을 담기 위해 카메라 없이 의사, 간호사, 요양병원 의료진, 유골함 판매원, 장례지도사를 만났다. 본업이 방송작가이나 이 책에서만큼은 편집 없이, 죽음을 있는 그대로 썼다. - 손민규 인문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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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일 죽을 사람을 대하듯, 서로 마지막 보는 것 같은 분위기와 말들이 싫다. 다가오는 자신의 임종, 크리스마스를 넘기면 안 되는 사정, 3등 안에 들어야 하는 이유를 그는 모른다. 그는 임종 이틀 전, 숨이 가빠 말소리가 안 나오는 탓에 이런 말을 종이에 썼다. “집에 언제 감?”
--- p.58

“바이탈 사인을 알려 주는 기계가 고장 나면요?”
그럴 리는 거의 없다. 그러나 홍정희 간호사는 나처럼 원시적이지 않다. 죽음 앞에서 그럴 리 없는 건 없으니까. 전문가의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듯.
“죽기 전 호흡은 달라요. 얕고 빨라요. 숨을 쉬지만 숨이 폐까지 가지 못하죠. 그래서 환자는 체인스토크스(cheyne-stokes) 호흡을 해요. 아, 스펠링이 아마…… (영어로 적지 못하고 헤매는 내 펜 끝을 본 전문가가 친절하게 스펠링을 불러 준다). 체인스토크스 호흡은 임종 전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깊은 호흡과 무호흡, 혹은 얕은 호흡이 번갈아 나타나는 거예요. 이때 입은 크게 벌어지고 가슴이 올라와요. 산소가 잘 안 들어오니까 몸이 부속 근육을 이용해 폐를 확장시키는 거죠. 하지만 산소는 원하는 만큼 들어오지 않아요. 그런 숨을 쉬는 환자는 임종이 가까이 왔다고 판단합니다.”
--- p.60

“그거 하면 엄마가 좋아지나요?”
“안 하시면 죽어요.”
“그럼 안 하겠어요.”
“(뜨아) …….”
기도 삽관을 하면 좋아지냐는 선정 씨의 질문에 의사는 즉답을 피했고 안 하면 죽는다는 의사의 말에 선정 씨 역시 죽어도 괜찮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의사와 보호자 사이에 흔히 오가는 동문서답이다.
--- p.152

집에서 자신은 똑똑한 소비자가 아니라 그냥 병들어 손이 많이 가는 할머니였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9 대 1로 섞인 마음을 가지고서는 누구라도 불만을 말하거나 원하는 것을 요구할 용기를 내기 힘들다. 그는 불만은 있지만 불편하지 않은 요양원이 삶의 마지막 장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39

2019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 42개의 상급 종합병원 중 17개 병원만이 임종실을 1개소씩 운영 중이다. 병원에서 죽는 사람이 한 해 20만 명이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시설 요건에 임종실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호스피스 전문기관에만 임종실을 1개 이상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빅5’라고 하는 대형병원 중 서울대병원 1곳, 서울아산병원 1곳, 세브란스병원 2곳, 호스피스 병동을 갖추고 있는 서울성모병원은 3곳을 임종실로 운영하고 있다.
--- p.183

박영준 상조팀장에게 사고사를 제외하고 가장 수습하기 힘든 시신이 뭐냐고 물었다.
“자살한 시신이죠. 발버둥 친 모습 그대로거든요.”
생존 본능을 거스르는 도전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결국 자신이 자신을 이긴다. 장의사는 많은 힘을 들여야 시신을 바르게 펼 수 있다. 임종 전 약물을 많이 투여한 경우도 시신을 수습하기 힘들다. 체액이 많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냄새를 제거하는 일도 공을 많이 요구한다. 돌연사인 경우 홀로 고통스러워한 흔적이 고스란히 시신에 남아 임종 때의 절박했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그런 경우도 염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 p.250

전기가 없으면 못살겠고, 물이 없으면 못살겠고, 쓰레기 수거가 안 되면 못살겠고, 식당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 못살겠는데 화장장은 못살겠는 것과는 관계가 없지 않은가. 누군가 못 살게 된 상황을 처리하는 화장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포화상태가 되고 업무처리를 못한다 한들 아파트 19층에 사는 내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해 못살겠는 상황보다 심각하진 않다. 그런데 요 몇 주 사람들은 산책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똥을 싸다가 이런 뉴스를 본다. 화장장을 잡지 못한 시신이 늘면서 안치실 냉장고 한 칸에 두 구의 시신을 포개 두는 일이 발생했다고, 4도 이하에 모셔야 부패하지 않는 시신을 상온에 두고 있다는 뉴스를 말이다. 그리고 나는 가까운 배우가 배우자와의 이별을 지연해야 하는 상황을 잠시 함께했다. 전기가 나가서 아파트 19층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상황만큼 정신의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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