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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창 탐정

인면창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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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34g | 136*196*18mm
ISBN13 9791189571825
ISBN10 11895718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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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멍텅구리.
귀에 익은 탁한 목소리에 잠에 취했던 미쓰기 롯페이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첫 문장」중에서

“돈이란 정말 죄 많은 존재구나.”
―죄가 많은 덕분에 네가 많이 벌잖아. 새삼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
--- p.16

“어떻게 굴러가든 머리가 아프네.”
혼잣말했을 때 오른쪽 어깨가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 슬슬 등장할 차례인가.
미쓰기는 입고 있던 셔츠 단추를 풀러 오른쪽 어깨를 드러냈다. 크고 작게 찢어진 세 흉터가 난 혹이 모습을 드러냈다. 찢어진 눈이 갑자기 벌어지며 두 눈과 긴 입이 난 얼굴이 됐다.
―뭘 투덜대는 거야. 이 쓸모없는 인간아.
어깨에 생긴 얼굴이 히죽거리며 미쓰기를 힐난했다.
--- p.46

정체만 알면 공포는 줄어든다. 인면창은 입은 걸지만 몸에 기생하는 만큼 미쓰기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미쓰기는 어느덧 인면창에게 ‘인 씨’라는 이름을 붙이고 타인의 눈을 피해 대화하기 시작했다.
--- p.49

“실은 표층에서 세 층 아래 퇴적층에서 몰리브덴이 검출되었습니다.”
“몰리브덴?”
형제 중 가장 총명해 보이는 에쓰조가 앵무새처럼 되물었다. 그러니 형제 모두가 처음 듣는 단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하기야 미쓰기도 잘난 척할 계제는 못 됐다. 보고서를 읽기 전까 지만 해도 그런 대단한 물건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p.71

“복신에서 역병신이라니, 엄청난 반전인데요.”
“반전이라기보다는 받아들이기 나름의 문제겠죠. 복을 내려 줘도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길이 될 수도 있고 흉이 될 수도 있으니. 몰리브덴 채굴이 가능해지면 싸구려 애물단지에 불과했던 산림이 단번에 보물산이 돼요. 상속인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죠.”
--- p.79

“못 볼 꼴을 보였습니다.”
“아닙니다.”
“사람들 앞에서,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그런 꼴이라니. 게다가 타고난 목소리까지 크고. 이래서 시골내기는 안된다니까.”
“방금 거론된 히와 씨라는 분은…….”
“감정사님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파고들 틈을 허락하지 않는 말투에 미쓰기의 질문도 흩어져 사라졌다.
--- p.141

―기생 생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게 숙주의 의무야. 그 정도는 명심해 두라고, 멍청아.
--- p.157

그러나 미쓰기는 잊고 있었다. 사물을 읽는 시각과 상황 판단은 인 씨가 늘 자신보다 두 걸음은 앞선다는 사실을. 그리고 미쓰기의 시각은 대부분 낙관론에 지나지 않아서 가끔 빗나간다는 사실을.
--- p.159

―당연히 복자 풍습이 있으니까. 혼조가 가장은 삼대마다 근친상간을 반복하며 복자 탄생에 열을 올렸어. 복자야말로 혼조가 번영의 상징이자 근간이었으니까. 미신이라고 비웃지 마. 요즘 사람들도 많든 적든 그런 종류의 미신을 신봉하니까. 옛날에는 미신이 어엿한 상식이자 삶의 지혜였어. 멍텅구리 같은 놈이 비난할 만한 게 아니야.
--- p.200

인 씨는 별개의 생물이지만 기생생물이기도 해서 그런 의미에서 미쓰기의 일부다. 바꿔 말하면 미쓰기의 잠재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잠재의식에게 부정당한다는 것은 미쓰기의 언동이 스스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증거였다. 상속감정사로서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도 조문객들의 욕지거리는 계속됐다. 분명 자신들이 낸 부조금만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심산이리라.
--- p.242

울화가 치밀었지만 인 씨의 지시에 따라 너구리들의 최후를 하나씩 골라 읽었다. 첫 번째 너구리는 불에 타 죽었다. 두 번째 너구리는 목을 매달고, 세 번째 너구리는 물에 빠졌다.
“인 씨, 이거.”
―계속 읽어.
네 번째 너구리는 독을 먹고 죽었다.
--- p.301

―멍텅구리. 너는 지금부터 내 꼭두각시다.
“새삼?”
―네게만 들리도록 속삭일게. 넌 사와자키에게 내 말을 그대로 읊기만 하면 돼.
“그러면 모두를 구할 수 있어?”
―아마도.
--- p.349

지금까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터무니없이 위험한 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하지가 막 지났는데도 등골이 오싹했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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