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이 지난 후, 나는 켈리와 파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는 내게 한국에서 출간했다는 그녀의 책 『웰씽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연찮게도, 나도 일본에서 책을 출간한 시점이었다. 서로의 책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우리의 책들은 공통점이 정말 많았다.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의 가능성’에 대한 글을 썼다. 각자의 책에서 우리는,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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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누구나 당시 텔레비전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다. ‘은하철도 999’, ‘우주소년 아톰’, ‘드래곤볼’ 같은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인간과 다른 존재와의 교류,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 지구가 아닌 우주에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열광했다. 나에게 외계인은 당연한 존재였고, 언젠가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p.49
사진에는 깜깜한 하늘에 보통 별보다 약간 밝은 빛 하나가 찍혀 있었다. “여기 빛나는 물체가 그날 본 UFO야.” 클로드 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내 눈에는 그 하얀 점이 UFO로 보이지는 않았다. UFO 사진을 구실로 말 상대가 필요했던 외로운 어르신에게 걸려들었나 싶어 순간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 사진은 모두 다섯 장이었는데 내 눈에는 모두 그냥 평범한 별로 보였다. 기대가 깨지자 그냥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다
--- p.61
나는 목성과 달이 만난 날 UFO를 본 이후, 딱히 누구라고 특정할 수 없는 존재와 묘한 소통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거나 사춘기 특유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불러온 상상일 뿐이라고 치부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매일 일어나는 사실을 계속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 목소리는 늘 바람의 속삭임 같이 불쑥 마음에 울렸다
--- p.66
결국 내 머릿속에서 나와 또 ‘다른’ 내가 긴 싸움을 시작한다. 오감으로 확인한 사실만 믿으려는 나와 불가사의한 느낌을 받아들이려는 나의 싸움이다. 나는 항상 오감을 동원해 모든 사실을 하나씩, 몇 번이고 확인한다. 하지만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아무것도 없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고, 그들의 존재가 느껴지는 곳에 손을 뻗어 보아도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냄새도 없다. (...중략...) 그래도 여전히 존재가 느껴진다. ‘파동’이 느껴진다.
--- p.74
부르고뉴의 마을들은 계절별로 포도밭이 다른 색으로 물들며 자연의 리듬에 맞춰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며칠 머물다 가기에는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애석하게도 고등학생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한 곳이었다. 하지만 자극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 생활에 지친 내 앞에 UFO와 외계인이 나타났고, 지겨울 정도로 지루했던 일상에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심한 공포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들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위안을 받기도 했다.
--- p.97
대학에 들어가서 현실적인 시점으로 내 과거를 돌아보니 현실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막연했다. 다 꿈이었나 싶었다. 상상이 지나치게 커져서 결국 채널링에까지 손을 댔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UFO에 관한 내 경험을 논리의 가위로 잘게 조각내기 시작했다.
--- p.109
그런 체험은 처음이었다. 생각이 포함된 에너지를 몸 전체로 느꼈다. 나의 내면이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의 내면과 결합하는 듯한 느낌이 재미있었다. 내부의 공간이 갑자기 넓어진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순히 대답이 들렸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순간 누군가의 마음과 완전히 하나가 된 느낌. 그런 느낌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고,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p.123
‘파동’을 느끼기 시작하면 곧 파동과 함께 사람과 장소에 관한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중략...) 예를 들어 부부가 거실에서 다퉜다고 하자. 그러면 거실에는 싸움의 파동이 남고, 다음 날 두 사람이 다시 거실에 갔을 때 그 파동의 영향으로 또 다툴 수도 있다. (...중략..) 반대로 온화한 에너지가 남아 있는 장소에 가면 그 영향으로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이것이 파동의 가장 중요한 작용이다. 파동은 주위와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주변 공간이나 곁에 있는 사람과 같은 파장을 내보내려고 한다.
--- p.125
그들은 나와 소통하면서 일관되게 ‘주체성’과 ‘책임’을 강조했다. 인생에서는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한 답이 바로 정답이다. 누군가의 답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 길을 정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선택하고 걸어 나가야 한다.
--- p.131
그들이 나타나면 ‘나’는 확실하게 둘로 나뉘었다. 첫 번째 ‘나’는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하는 나, 지금 이 원고를 쓰는 나다. 또 하나의 ‘나’는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존재다. 오감을 초월한 섬세하고도 기묘한 현상을 이해하는 ‘나’, 영감을 가진 ‘나’다.
--- p.141
과거와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냈을 뿐이며, 사실은 ‘지금’이라는 살아 움직이는 우주만이 존재한다.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일직선의 시간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지금’만이 존재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 p.151
몸으로 그것을 느꼈다. 거대하고 장엄한, 어떤 말로 표현해도 부족할 만큼 황홀한 체험이었다. 우주는 나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그런 우주의 움직임을 느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머리로는 이 경험을 이해할 수 없었다.
--- p.151
우리 한 명 한 명이 모두 창조자이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속으로 염원하며 우주로 보내면 우주는 거울처럼 그것의 실체를 비춰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며 첫 단계는 ‘생각하기’부터 시작한다. 생각은 희뿌연 구름이 되고, 그 구름이 점점 형태를 갖춘 실체가 되어 물질적 차원에서 구현된다.
--- p.175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뇌=나’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즉 생각하는 자신이 바로 나라는 인간이라고 보는 견해다. 하지만 인생에서 어릴 때부터 뇌가 만들어 온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다.
--- p.195
우주적 세계를 체험했을 때 본 ‘연결’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이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로 마음이 가득했다. ‘가득’이라기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흘러넘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감사와 행복, 그리고 극한의 아름다움에서 느낀 감동이 하나가 되고 그 진동이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 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