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요일 밤의 비보 _5 2. 빈자리 _22 3. 기소영 그룹의 재결합 _32 4. 미스터리 소녀의 비밀 _46 5. 친구의 이름으로 _62 6. 소영이와 영진이와 브라우니 _84 7. 기소영 미카엘라를 위하여 _98 8. 졸업 앨범 _114 9. 기소영의 친구들 _127 작가의 말 _142 작품 해설 _145 |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면 기소영의 친구들만큼 이렇게 따뜻하게 나를 기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 책을 덮을 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아이들의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소영이가 세상을 떠나서만은 아닐 것이다. 또 소영이가 친구들에게 착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줘서도 아닐 것이다.
물론 누군가가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아주 작은 친구와의 이야기에서부터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친구에 대한 따뜻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건 참 좋다. 그 친구에 대한 나의 기억과 다르게, 다른 친구를 통해서 새로운 면을 들었을 때 어떨까? 배신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 내가 못 보던 친구의 다른 모습이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날 채린이는 소영이가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는 말을 엄마로부터 전해 들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 모두가 차 사고로 죽었고, 동생만 살아남았다. 소영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아이들이 소영이와 이별하는 과정이 하나하나 그려진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 소영이가 없는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희미해진다. 소영이의 작품들도 교실에서 없어졌고, 소영이 짐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지고 갔다. 소영이의 책상도 없어지고 나면 정말 소영이라는 존재가 있었던 걸까 생각이 들지 않았을ㄲㆍ 싶다.
그렇게 소영이가 없던 사람처럼 사라져 갈 때, 친구들 하나하나 소영이를 다시 떠올리는 일들을 겪게 된다. 장례식도 가보지 못하게 어른들이 말렸으니 아이들이 소영이와 함께 한 기억만 남기고는 다 사라져 가는 게 아닐까? 그런 것이 마음에 걸렸던 아이들은 함꼐 모여서 손을 잡고 분신사바 흉내와 비슷하게 서로 소영이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나눠본다. 고마웠고, 미안했다고.
소영이가 없이 4명만 남은 친구 그룹에서 서로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소영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그 숨겨진 모습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소영이를 정말 소중하게 떠올리게 된다.
문득 소영이가 정말 멋진 친구였구나 싶었다. 누군가가 곁에서 사라졌을 때,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도, 또 순간순간 그 사람을 기억하게 되는 것도 소영이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나 부럽던지. 나는 지금 사라지면 소영이만큼이라도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소영이가 죽은 지 49일이 되어 갈 때, 아이들은 소영이가 다녔던 성당에서 같이 소영이를 기억하는 미사를 드렸다. 하지만 소영이를 충분히 기억했다는 느낌이 들지 못했는지 아쉬워했다. 소영이는 영진이와는 강아지를 돌봐주는 것으로 연결되었고, 호준이는 소영이를 좋아했다고 했다. 그리고 연화와 함께 무당인 연화의 엄마에게 찾아갈 때 함께 동행해 주었고. 그렇게친구들 모두에게 남아있는 소영이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참 따뜻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오래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참 소영이는 멋진 친구다. 그리고 그 친구를 잊지 않으려고 함께 모여서 마음을 나누는 아이들도 참 따뜻했다. 마지막으로 소영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동생에게 졸업앨범을 전하면서 같이 납골당에 소영이를 만나러 가는 것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요즘 동화나 소설 등을 읽으면서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책 읽는 것이 두려웠다. 불행하고, 힘들고, 스스로에게 지쳐 다른 사람도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때라서 그럴까? 이렇게 소영이와 그 친구들의 마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참 마음 한 곳에 난로를 켠 것처럼 따뜻하고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