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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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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214g | 128*188*20mm
ISBN13 9788932915708
ISBN10 893291570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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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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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 내내 아무 데서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벌어졌다. 잠에서 깨어나다가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곤 했다. 어머니가 꿈에 나왔고, 죽었다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무거운 꿈에서 빠져나오기도 여러 번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일들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장보기, 식사, 세탁기로 빨래 돌리기. 종종 어떤 순서로 그 일들을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고, 야채 껍질을 벗기고 나서 그다음 동작을 연달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는, 한참 애써 생각을 해보고 나서야 물에 씻었다. 책 읽기가 불가능했다.
--- p.16

보다 정확히는, 내가 쓰려고 하는 것은 가족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접점에, 신화와 역사의 접점에 위치하리라. 나의 계획은 문학적인 성격을 띤다. 말들을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는 내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진들도, 나의 기억도, 가족들의 증언도, 내게 진실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학보다 아래 층위에 머무르길 바란다.
--- p.19

나의 어머니는 이 세계에 대해, 훌륭한 교육과 우아함과 교양이 그녀에게 불러일으킨 찬탄과, 자신의 딸이 그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자부심과, 겉으로는 절묘한 예의범절을 보여 주면서 속으로는 자신을 경멸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살림을 야무지게 살아야 한다. 쫓겨나서는 안 된다.」
--- p.72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내 유년기의 그 여자와 같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 p.99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 p.10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사람들은 내가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어머니가 살아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다. ― 『한 여자』(69면)

작가는 어머니에 대해 쓰는 일은 자신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늘 그곳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그녀에게 주어진 사회적 위치의 열등함을 극복하고 싶어 했다. 새로 나온 노래와 책을 접하고 화장을 하고 연극, 영화를 보러 다니며 〈자신도 그들 못지않다〉는 자신감을 얻고자 했다. 또한 자신의 딸을 통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추구하고 딸에게 자신이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주려고 노력했다. 딸은 너무나 찬미하고 동경하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 더는 자신의 모델이 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녀는 이제 많이 배운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어머니가 거칠게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부끄럽고, 그녀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싶지 않다. 한편 어머니는 점점 다른 세계로 멀어져 가는 딸에게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한없는 베풂으로 사랑을 얻으려 애쓴다. 둘 사이를 이어 주던 은밀한 교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남는 막연한 애정이 대신 자리한다.

아니 에르노는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후 그녀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자신이 아는 한 여자로서 그녀의 삶, 자신과 함께한 어머니로서 그녀의 삶을 기록하기로 한다. 어머니 사후 보름 만인 4월 20일경이다.

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기억의 분석을 보다 쉽게 해줄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자면,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내 삶의 지나간 흐름 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 ― 『한 여자』(18면)

전작 『남자의 자리』에서 〈단순하고 꾸밈없는 글〉을 써야 한다고 했던 아니 에르노는 이 작품에서 문학적인 것에 담긴 통념을 다시 한번 거부함으로써 〈자전〉을 새롭게 정의한 자신만의 독보적인 글쓰기를 확고히 한다.

이것은 전기도, 물론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리라. 어머니의 열망대로 내가 자리를 옮겨 온 이곳, 말과 관념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스스로의 외로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덜 느끼자면, 지배당하는 계층에서 태어났고 그 계층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했다. ― 『한 여자』(110면)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해 모두의 이야기로 승화시킨다. 작가는 내밀한 이야기를 냉담하고 예리한 언어로 옮기면서 자기 어머니에 대한 단순한 회고를 넘어 특정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살아간 〈한 여자〉를 역사로 드러내 보인다. 그러면서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어머니,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였던 어머니의 상실을 차근차근 복기한다. 이처럼 가장 감정적인 체험을 가장 담담한 문장으로 써 내려감으로써 이 작품은 더없이 정확한 거울로서 우리에게도 자신을 마찬가지로 선명하게 들여다보도록, 함께 삶을 사유하고 느끼도록 해준다.

역자의 말

〈문학보다 아래 층위에 머무르고자 하는 글쓰기〉, 〈역사와 문학과 사회학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글쓰기〉(110면)라는 발언은 소위 〈문학적인 것〉에 담긴 통념들에 대한 명백한 거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시적인 표현〉, 〈아름다운 표현〉, 요컨대 〈미사여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번역도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여인/여자/여성 가운데 일부러 가장 무미하고 일상적으로 느껴지는 여자를 선택하는 식, 아울러 문장을 구성할 때 될 수 있으면 군더더기를 끊임없이 쳐내고, 뭔가를 덧붙여서 문장을 매끄럽게 만드는 전략을 가능한 한 피해야만 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작가가 어머니의 일대기를 유장하게 서술하고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편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집요하게 쌓아 나가며, 그저 보여 줄 뿐이다.

아니 에르노는 이에 부합하는 서술 전략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문단과 문단 사이에 흐름을 툭툭 끊어 놓는, 때로는 길고 때로는 짧은 간격들이 자리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전략은 주어, 동사, 목적어를 완벽하게 갖춘 문장을 구사하지 않고 간단한 메모를 연상시키는 문장을 구사하고 있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크로키풍의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런 특성 또한 번역에 최대한 반영했다. 끝으로 지적할 것은 작품에서 어머니를 가리키는 〈elle〉이라는 대명사의 번역 문제이다. 작가는 자신의 모친을 〈나의 어머니〉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심정적인 거리를 좁히지 않고서, 한 시대를 살다 간 중하층 계급의 전형적인 여자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어머니는 작가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한 여자Une Femme〉라는 제목에서도 잘 드러나듯 특정 사회 역사적 조건들 속에서 살다간 한 시대의, 한 계급의 전형이기도 한 것이다. ― 역자 정혜용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아니 에르노는 결코 고백이나 고해를 겨냥한 적이 없다. 그녀는 항상 〈자전적인 《나》의 집단적인 가치〉에 도달하고자 한다. 자기 자신을 밝힘으로써, 타인들 스스로 자신을 더 잘 바라보고 깨닫게 하는 거울을 만드는 작가이자, 자신의 주체성을 〈타인들 속에서 사유하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작가이다. 말하자면 〈독자들의 삶과 겹쳐지는 자전〉을 쓰는 작가이다.
- [텔레라마]

아니 에르노는 연구하는 작가이다. 감각적인 비유도, 정확한 형용사도, 정교한 형식도 없다. 대신, 예술과 방법만이 존재한다. 〈늘 쓰는, 일상의 언어로〉 자신의 체험을 들려주는 작가이다.
- [리베라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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