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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그림들

: 나의 생명이 그림으로 연결되어 어느 날 당신과 만날 것이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02이동
주용 저 / 신정현 역 / 정병모 감수 | 나무발전소 | 2022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9건 | 판매지수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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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1022g | 153*215*30mm
ISBN13 9791186536872
ISBN10 118653687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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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그림으로 만남 006
1장 약속이라도 한 듯이 011
2장 황제의 3차원 공간 041
3장 한희재, 최후의만찬 073
4장 장택단의 봄날 여행 113
5장 송휘종의 영광과 치욕 151
6장 화려한 꽃과 썩은 나무 195
7장 풍류, 오늘 밤은 누구와 즐길까 247
8장 빈 산 299
9장 가을 구름은 그림자가 없고 나무는 소리가 없네 345
10장 죽어도 살아도 당신과 함께 383
11장 그 가족의 혈연 비밀 431
12장 집은 구름과 물 사이에 459
13장 꽃 같은 아름다움도 물에 흘러가고 499
14장 길 위의 건륭 551
15장 마주 보기 585
역자의 말 616
도판 목록 618
주석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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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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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책상머리에서 단번에 그려지지 않는다. 한 세대 한 세대 사람들의 주시와 애무와 평가와 해석을 받으며 조금씩 완성된다. 명작이 완성되는 데 백 년, 천 년이 걸린다. 명작은 한 명의 천재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체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께 감사를 표해야 한다. 여러분이 내 그림을 보아준 순간부터 나의 생명이 그림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만남」중에서

선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대지의 끝은 원래 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세상 만물은 모두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선 위에 존재한다. 최소한 그림에서는 그렇다. 선은 또한 중국인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중국인은 농부처럼 땅에 엎드려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감지한다. 중국인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말한다. 땅은 네모다. 두루마리 그림 같다. 산맥과 강은 그 위를 들락거리는 선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바둑판 위의 별그림은 권력의 시작을 말한다. 또한 권력의 마지막도 예고한다. 일단 이경적의 손에 있는 돌이 놓여지면 권력의 별그림이 완성된다. 완벽하다. 처음부터 저 그림은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 의식이었던 것이다. 주문구는 궁정화원의 화가였기 때문에 황제의 뜻을 받들어 〈중병회기도〉를 그려서 (원본은 이미 사라졌다. 고궁박물원에 있는 것은 후세의 모본이다.) 이 정치적 약속의 증거를 남긴 것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부자는 누구인가? 죽자고 돈을 쓰는 사람은 부자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돈을 태우는 사람이 부자다. 더 많이, 더 철저하게, 더 무섭게 불태우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지금 부자들이 사는 방법을 보면 한희재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희재야연도〉에서부터 〈홍루몽〉에 이르기까지 ‘최후의 만찬’은 중국 예술이 쉼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주제’다.
---「한희재, 최후의 만찬」중에서

영웅의 이야기는 천편일률이다. 그러나 평민의 이야기는 변화무쌍하다. 장택단은 그 사람들을 전부 도시의 공간에 넣었다.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장택단이 어느 정도 계급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초점을 노동자에 맞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보통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 그들의 운명에 담긴 희극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야기꾼의 본능이다. 그가 마주한 것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 변화하는 공간이었다.
---「장택단의 봄날 여행」중에서

수금체는 전형적인 제왕의 서예다. 제왕의 극단주의적인 미학과 연계되어 있다. 황제 전용이었다. 심지어 황제도 쓰기가 힘들 정도였다. 중국 역사상 수십 개의 왕조, 수백 명의 황제가 있었는데, 송 휘종 한 사람만 이렇게 붓글씨를 썼다. 그 누구도 송 휘종처럼 강력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에너지를 갖지 못했다. 또한 누구도 조길처럼 방대한 에너지에서 서예의 금단을 연금해 내지도 못했다. 수금체는 중국 예술의 독보적인 작품이 되었다.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으며 절대적으로 뛰어났다. 궁전, 화원, 옥새에서 독보적인 황제의 휘장이 되었고 심지어는 군주의 권세보다 더 오래갔다.
---「송 휘종의 영광과 치욕」중에서

조맹부가 있어서 중국문화가 원나라를 지나면서도 소위 말하는 ‘단절’이 발생하지 않았다. 진나라와 당나라에서 흘러온 맥이 조맹부를 지나 명나라와 청나라로 흘러갔고, 심주, 당인, 문징명, 구영과 청나라 때 ‘왕가 화가 4인’과 ‘승려 화가 4인’이 나왔다. 조맹부는 단순히 원나라 때의 화가가 아니다. 그는 원시적인 추동력이 있는 화가이며 ‘화가 중의 화가’였다. 중국그림에서 그의 지위는 세계문학에서 노벨과 같다. (…) 〈조량도〉와 〈욕마도〉는 조맹부의 정신세계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한쪽은 초조, 방황, 발버둥이고 다른 한쪽은 평온, 자유, 평탄이다. 오랜 시간 동안 조맹부의 예술세계는 이 두 극단 사이를 배회했다.
---「풍류, 오늘 밤은 누구와 즐길까」중에서

러시아 이동파 화가 쉬스킨(Ivan I. Shishkin)은 생동감 있는 필치로 러시아의 대자연을 그려냈다. 위대하고 우울하다. 그러나 그가 그린 것은 단순한 풍경이다.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했다. 그에 비하면 중국 산수화는 과학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 산수화에는 극단적인 사실이 없고 극단적인 추상이 없다. 중국 산수화가 그리는 세계는 2차원과 3차원 중간에 있다. 서양 풍경화는 하나의 초점으로 투시한다. 화면이 아무리 커도 자연의 한 조각(한 장면)만 묘사한다. 중국 산수화는 초점이 여러 개다. 위에서 보고 나란히 보고 멀리 본다.
---「빈 산」중에서

만당, 오대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이런 상황은 송나라 때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전통적인 인물화가 산수화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사람은 점점 작아지고 점점 간단해졌다. 예찬의 붓에 와서는 사람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멀고 광활한 산수세계만 남았다. 이 산수세계는 사람의 세계와 평행하지도 않고 대응하지도 않았다. 노자와 장자가 만들었던 ‘자연’의 본래 의미를 회복했다. 그것은 사람에 의지해서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의 정신세계에 비교되지도 않고 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정신이 기탁하는 목적지가 되었다. 사람을 아주 작게 그린 것은 사람이 자연세계의 벌레나 꽃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예찬은 자신의 붓으로 자연의 힘을 회복했다.
---「가을 구름은 그림자가 없고 나무는 소리가 없네」중에서

주첨기의 〈무후고와도〉는 (잠을 주제로 한) 그림 중 가장 뛰어난 그림 중 하나다. 그림 속 제갈량은 웅장한 자태와 장엄한 복장을 한 모습이 아니라 배를 드러내고 반라로 누워 있다. 제갈량을 그렸지만 인재를 부르는 그림 같지 않고 오히려 소극적이고 세상을 혐오하는 염세주의 같다. 네티즌이 이것은 역사상 가장 못생긴 제갈량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런 소탈한 표현은 나무랄 데가 없다. 이 그림이 주첨기 자신이 처한 환경을 환상적으로 설정하고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옛사람의 몸을 빌려 완성한 자기 해탈이다.
---「그 가족의 혈연 비밀」중에서

궁정의 길고 긴 복도 깊은 곳에서 루이 14세가 상류층 귀부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웅장하게 등장하자마자 경탄하는 소리가 울렸다. 중국 문화의 열혈 팬이었던 그가 중국식 긴 두루마기를 입고 8명이 메는 중국식 가마에 탄 채 등장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등불과 사람들의 웅성거림, 중국에서 온 글과 그림, 음악, 기물들은 파리 귀족들에게 무한한 기쁨과 무한한 환상, 무한한 소유욕을 안겨주었다. 당시 패션의 중심은 파리가 아니라 베이징이었다. 중국식이 유럽을 휩쓴 그 시절,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던 시절, 발전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대청제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다.
---「꽃 같은 아름다움도 물에 흘러가고」중에서

〈강희남순도〉, 〈옹정평회도(翁正平准圖)〉, 〈건륭남순도〉와 같은 그들의 작품은 웅장한 기세를 내세우지만 세밀하고 허례적이며 구도가 획일적이어서 장택단의 〈청명상하도〉, 마화지의 〈시경도〉처럼 삶의 원형을 묘사하고 흙냄새와 땀자국이 배어 있어 보통사람들의 가장 진실한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들과는 시작부터 아주 다르다. 이런 예술상의 집권과 형식화는 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다.
---「길 위의 건륭」중에서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어가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했을까 싶다.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림을 보여준다. 그가 가리키는 그림을 보는 일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지루함의 반대말은 즐거움인가? 아니다,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다. 그 그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행복에 겨워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모두 외롭고 슬프고 절망한다. 풍성한 모란꽃이 수놓아진 비단 장막을 걷고 어두운 공간을 보는 느낌, 그림의 맨 얼굴을 보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어둡고 슬프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다른 이름을 붙여보자면 ‘시대’라고 할 것이다.
---「역자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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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최초의 두루마리 그림은 〈낙신부도〉다. 이 〈낙신부도〉를 근거로 중국 회화사는 고개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삼국지 조조의 아들 조식이 쓴 〈낙신부(낙수 여인의 노래)〉를 그림으로 그린 것으로, 고개지는 인물화에 능했으며 인체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옷 주름으로 표현했다. 저자는 왜 중국 그림에서 수평선이 중요한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림을 말면서 보는 두루마리 형태가 기본이 되었는지를 살핀다.

“선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대지의 끝은 원래 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세상 만물은 모두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선 위에 존재한다. 최소한 그림에서는 그렇다. 선은 또한 중국인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중국인은 농부처럼 땅에 엎드려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감지한다. 중국인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말한다. 땅은 네모다. 두루마리 그림 같다. 산맥과 강은 그 위를 들락거리는 선이다.”
-23쪽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오대십국 시대, 남당의 궁정화가 주문구는 황제의 명으로 〈중병회기도(겹병풍 아래 바둑을 두는 그림)〉를 그려 정치적 약속을 증거했다. 고대 중국인의 세계관에서 우주의 중심은 태양이 아니라 북극성임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겹병풍이나 형제들의 시선 처리가 아니라 바둑돌로 그려낸 북극성과 북두칠성 사이의 역학관계라는 사실이다.

정치 거물 한희재의 대저택에서 이루어진 밤 연회를 기록한 〈한희재야연도〉는 중국식 ‘최후의 만찬’으로 평가받는다. 현대로 치면 대통령의 밀명을 받은 젊은 공무원의 파파라치 컷인데, 이 그림의 주인공과 의뢰인인 황제는 곧 파멸을 맞는다. 〈한희재야연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암시’다. 언뜻 보기에 그림은 고상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방탕함과 문란함이 숨어 있다. 풀어헤친 한희재의 옷이나 흐트러진 침상, 벽 뒤에 반쯤 몸을 내밀고 비밀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기녀의 모습이 관음증을 자극한다.

〈청명상하도〉는 청명날 송나라의 수도 변경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풍속화다. 당시 북송의 수도 변경은 통행금지가 없는 인구 150만의 세계 최대 도시였다. 한림화원 소속 궁정화가 장택단은 변경 시를 가로 지르는 변하 주변의 시장, 거리, 집, 다리, 수레, 배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모습을 자세히 그렸다. 가로 5미터에 달하는 두루마리에 등장하는 남녀노소는 1,600여 명에 이른다. 중국의 많은 국보급 그림 가운데 〈청명상하도〉가 여전히 현대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림에 나타난 평민들의 다양한 표정과 역동성을 꼽는다. 장택단은 도시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를 아는 화가였다.

장택단과 같은 직업화가의 시대를 지나 남송 이후에는 문인화가의 시대가 전개된다. 대표적 문인화가로 조맹부, 황공망, 예찬, 당인, 류여시 등이 있다. 문인화가들이 즐겼던 수묵 필법은 사실성보다 추상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해갔다. 인물은 작아지고 산수와 강산이 그림의 주제가 된다. 이 산수는 풍경 이상이었고 산수화도 풍경화도 아니었다. 풍경은 자기 이외의 사물을 ‘보는’ 대상이지만, 산수는 ‘마음’이 달려가는 장소이다.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하고자 했던 서양에 비해 중국 산수화는 과학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산수화에 그려진 자연은 그 자체를 초월한 것이다. 극단적인 사실이 없고 극단적인 추상이 없는 2차원과 3차원 중간 세계에 머물렀다. 이렇게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지 않은 대가가 17세기 이후 중국이 서양에 추월당한 결과였다고 저자의 진단한다.

송 휘종은 예술의 후원자이자 화가·서예가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 〈서학도(상서로운 학 그림)〉를 보면 정확한 색채, 정밀한 표현, 완벽한 구성 등을 이루고 있다. 또한 수금체(瘦金?)로 알려진 우아한 서체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지만 정치에는 무능했다. 예술지상주의자 황제가 물질에 집착했으니 사회 풍조는 사치하고 부패했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인생이 계속 될 줄 알았던 휘종의 인생의 후반부는 비참했다. 금나라에 나라를 내주고 포로가 되어 적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송 휘종처럼 성공과 나락, 영광과 치욕, 재능과 무능의 낙차 큰 삶은 산 제왕은 없을 것 같다.

청의 건륭제도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다. 일을 마치면 붓을 들고 열심히 애를 썼다. 4만 1,863편의 시를 썼다. 청나라 때 간행된 당시 전집인 〈전당시〉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송 휘종과 달리 그의 재능은 평범했다. 건륭의 예술적 안목은 ‘마니아’ 수준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건륭은 ‘열 번의 대외 원정을 승리로 이끈’ 노인이 되었고 온전하게 정치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건륭 시대는 청나라 발전의 절정기이면서 추락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건륭의 성세 중에 연이은 쇠약과 빈곤의 징후들이 나타났는데 예술 수준의 몰락도 이때 나타났다. 〈강희남순도〉, 〈옹정평화도〉, 〈건륭남순도〉가 모두 그 증거다. 이 작품들은 장택단의 〈청명상하도〉, 마화지의 〈시경도〉처럼 삶의 원형을 묘사하는 흙냄새와 땀자국이 배어 있어 보통사람들의 진실한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들과 출발점이 달랐다.

영국 학자 이름을 딴 ‘조지프 니덤의 난제’라는 것이 있다. 고대에 중국은 화약, 종이, 나침반 등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는데 근대 과학과 산업혁명은 왜 서양에서 일어났느냐는 질문이다.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지만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질문이다. 이 책은 조지프 니덤의 난제에 관한 한 미술사가의 견해로도 볼 수 있다.

시각적 표현이라는 건 인간이 외부세계, 혹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자신이 느낀 방식, 생각한 방식으로 해석해낸 것이다. 따라서 미술의 역사는 인류가 해온 ‘생각’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국인은 농부처럼 땅에 엎드려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감지했다. 건축의 웅장함도 높이 올리기보다 넓이에 집중했다. 선 위에 세계를 위치시키는 방식은 농경문화에서는 유효했고 물질적 풍요도 가져왔지만 농경문화 밖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작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나는 그 답이 중국인이 사상세계가 서양사람과 다르고 ‘주체’와 ‘객체’를 나누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아 보이는 차이가 17세기 후에 빠른 속도로 커져서 몇 백 년 동안 발효되어 중국과 서양의 역사가 천양지차가 되었다.” -321쪽 「빈 산」중에서

1700년 런던과 파리의 거리 상점에서 가장 유행한 상품은 광둥산 실크, 난징산 자기, 푸젠성의 차였다. 당시 패션의 중심은 파리가 아니라 베이징이었다. 중국식이 유럽을 휩쓴 그 시절,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던 시절, 발전만이 살길임을 증명했던 대청제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최고점에 오른 후 더 이상의 새로운 추동력을 발휘하지 못한 청나라는 고립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변화는 그 시대 첨단 발명품인 거울을 이용하는 방식에도 알 수 있다. 중국 문화 열혈팬이었던 루이 14세는 거울의 방을 만들어 개방하고 소통했다면 청 건륭제는 배제와 고립을 택했다.

“483조각으로 구성된 17장의 거울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호화롭고 빛났다. 건륭의 ‘거울의 방’보다 훨씬 넓고 기품이 넘친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이것을 왕궁의 ‘보물’로 여겼다. 그 거대한 ‘거울의 방’에서 무도회가 열리고 사람의 모습이 벽을 가득 메운 거울에 반사돼 끝없이 증폭되는 광경은 얼마나 웅장하고 환상적이었을까? 그러나 건륭의 ‘거울의 방’은 한 사람만 들어갈 정도로 좁다. 그 한 사람이 건륭이다. 건륭으로서는 충분히 넓은 공간이었다. 건륭의 공간에서 그는 자기만 보면 되었다. 다른 사람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만약 제3의 사람이 나타나면 그들은 (예컨대 태감이나 궁녀) 분명 두 명의 건륭을 보았을 것이다. 거울 속의 건륭과 거울 밖의 건륭. 우리가 〈홍력채지도〉, 〈평안춘신도〉, 〈시일시이도〉를 본 것처럼 한 화면에 두 명의 건륭이 있는 것 같았을 것이다.” -597쪽「마주 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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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자금성의 그림들]을 보고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2.12.01 | 추천8 | 댓글0 리뷰제목
  <자금성의 그림들>을 보고 읽고       그림은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그림은 (예술적, 경제적) 가치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완성된다. 그림은 책상머리에서 단번에 그려지지 않는다. 한 세대 한 세대 사람들의 주시와 애무와 평가와 해석을 받으며 조금씩 완성된다. (8~9쪽, 「서문, 그림으로 만남」中)     1925년 문을 연 북경;
리뷰제목

 

<자금성의 그림들>을 보고 읽고

 


 

  그림은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그림은 (예술적, 경제적) 가치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완성된다. 그림은 책상머리에서 단번에 그려지지 않는다. 한 세대 한 세대 사람들의 주시와 애무와 평가와 해석을 받으며 조금씩 완성된다.

(8~9쪽, 「서문, 그림으로 만남」中)

 

  1925년 문을 연 북경 고궁박물원의 다른 이름은 자금성(紫禁城)이다. 15세기 명나라 영락제가 남경(南京)에서 북경(당시 북평)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지은 궁전으로 지난 600년간 명, 청 시대의 황제가 살던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북경 고궁박물원에서 일하며 여러 책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고궁(자금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주용(祝勇)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고궁의 옛 물건』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최근 나무발전소 출판사에서 새로이 '주용의 고궁 시리즈'를 기획하며 『자금성의 물건들』과 <자금성의 그림들>을 선보였다.

  옮긴이(신정현 번역가)의 블로그 포스팅에 따르면, '고궁'을 조선의 궁궐로 오해하는 독자들이 있어서 출판사가 책제목을 자금성으로 바꿨다고 한다. 즉 시리즈의 1권인 『자금성의 물건들』이 『고궁의 옛 물건』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시리즈의 2권인 <자금성의 그림들>은 당초 두 권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최종본은 한 권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원서를 검색해본 결과, 중국에서는 『古宮的古物之美2』, 『古宮的古物之美3』 두 권으로 나눠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튼, 1편 격인 『고궁의 옛 물건』을 아주 유익하게 읽었던 나로서는 <자금성의 그림들>도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출처 : www.baidu.com]

 

  책을 받자마자 달뜬 마음으로 차례를 무시한 채 책장을 넘기며 그림 하나를 찾았다. 다행히(혹은 당연히) 그 그림을 만났는데, 그것에 얽힌 이야기(「4장, 장택단의 봄날 여행」)를 읽는 내내 혼란스러운 기분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단편적으로나마 알고 있던 그 작품의 이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북송의 화가 장택단(張擇端)이 수도(이자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무대이자 지금은 개봉(開封)으로 불리는) 변경(卞京)에서의 청명절(淸明節) 풍경을 그림으로 북송의 발달한 경제, 사회 등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으며, 특히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디지털로 복원한 작품은 지금 다시 봐도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그림의 제목은 바로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이다.

 


 

 


[출처 : www.baidu.com]

 

  장택단이 그린 『청명상하도』는 두 개의 위도를 갖는다. (하나는 옆으로 펼쳐지는 폭이다. 이것은 횡단면처럼 북송 변경의 여러 계층,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담고 공기 중에 가득한 향기와 화려함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하나는 세로 방향의 위도다. 이것은 강이 세로로 열어젖히는 시간이다. 이 점을 이 글에서 특별히 말할 참이다. 화가는 역사의 횡단면을 전부 끌어다 세로의 시간에 넣었다. 그래서 모든 눈앞의 사물들이 멀어졌다. 충만한 풍성함도 강물에 쓸려갔다. 최초에 강이 만물을 가져온 것처럼 그렇게 쓸려갔다.

(146쪽, 「4장, 장택단의 봄날여행」中)

 

  저자의 시선을 따라 차근차근 살펴 보면 그림을 그린 화가 장택단의 마음과 북송의 현실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까지 가닿게 된다. 이 그림을 제일 먼저 감상한 사람은 황제 휘종(徽宗)이었을 것이다. 그는 글씨(수금체(瘦金體))와 그림(원서 표지 그림인 『서학도(瑞鶴圖)』 등)에 뛰어난 예술가였지만 정치보다 예술을 편애하여 결국 북방의 금나라에게 중원을 내주고 포로가 되어 이국땅에서 생을 마침으로써 중국 예술사와 정치사에서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제국의 화가로서 황제가 그림 속에 숨겨둔 암호(암시)를 발견하여 올바른 정치를 펼치기를 기대했던 장택단. 그림 속 화려하고 큰 도시의 모습에만 눈길을 보내며 태평성세가 영원하기만을 바랐던 휘종. 그렇게 동상이몽을 한 두 사람의 결말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자신을 반대하는 신하들과 그들의 저작을 소멸시켜 나가는 휘종을 곁에서 지켜보던 장택단은 '파본과 쓰레기가 된 붓글씨 작품 중 하나를 주워 수레에 실려가는 시체를 덮어(156쪽)'주는 모습을 『청명상하도』에 은밀하게 그렸으나 휘종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파국의 길을 걸어간 것이었다.

  늦게라도 그가 번화한 도시 속 사람과 건축물에서 눈길을 거두어 그림 전체를 유유히 흐르는 강에 주목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저자는 휘종이 강물의 흐름이 상징하는 세월과 그 무상함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강은 곧 시간과 다르지 않기에 멈출 수 없을 뿐더러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그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강물은 현대인의 눈과 마음에 흐르며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제 우리보다 훨씬 앞서 휘종을 반면교사로 삼았던 사람을 만나보려 한다.

  '그' 역시 휘종과 마찬가지로 예술을 애정한 황제였지만 휘종과 달리 정치와 예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어떤 의미로는 그것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바로 청나라의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건륭제다. 스스로 '천고(千古)의 황제'라고 생각한 그는 여섯 차례에 걸쳐 남순(南巡, 강남 지역 순회)하였다. 또한 매사에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한 그는 자신만의 까다로운 원칙에 따라 전국에서 진귀한 예술품들을 모으기도 했다. 건륭은 남순 과정에서 백성의 고통을 체험하며 민심을 살피고, 개인적 만족보다 도덕적인 이상을 담는 그릇으로서 기능하도록 자신의 소장품을 관리하였던 것이다.

 


 

 


[출처 : www.baidu.com]

 

  저자는 건륭을 주제로 한 두 그림에 대하여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다. 『건륭남순도(乾隆南巡圖)』가 빼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남순이 지방경제에 큰 부담을 준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청명상하도』처럼 보통사람들의 삶과 그 원형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황제 한 사람만을 돋보이게 하는 구도로 이뤄진 그림이라고 비평한다. 반면 『시일시이도(是一是二圖)』 앞에서는 건륭의 내면과 심리를 헤아려보며 꽤 재미있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그림들을 보면 건륭이 단지 물건에 대한 애착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점은 송 휘종과 비슷하다.) 심각한 나르시시즘 환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그림의 대상이 되었고, 궁정의 그림에서 계속 '신스틸러'가 되었고, 같은 그림에 반복적으로 출현해 자기 모습이 사라지지 않게 했다. 『시일시이도』의 제목 시에 쓴 것처럼 '하나이면서 둘이라 가깝지고 멀지도 않았다.'

(587쪽, 「15장, 마주보기」中)

 

  그림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건륭과 벽에 걸린 그의 초상화가 함께 그려져 있다. 마치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으나 주의를 기울이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역사적 단서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건륭이 가진 또 다른 자아를 유추해나가는 저자에게서 미술사학가다운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그는 정치와 예술에 진심이었던 건륭이 은퇴 후 정치적 성년 건륭에서 벗어나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소년 건륭이라는 자아를 되찾고 싶은 욕구도 늘 갖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한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욕망들과 그것들을 거의 모두 실현시킨, 그야말로 끝판왕의 삶을 살다간 그에게 저자는 중국 작가 스테셩이 저서 나와 디탄에서 한 말을 들려주고 싶어한다. 젊은 시절부터 걷지 못했던 스테셩의 눈에는 총알탄 사나이 칼 루이스가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올림픽 경기에서 벤 존슨에게 패배한 칼 루이스의 눈빛을 목격한 그는 가장 행복한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된다. 수많은 시련과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아예 달리지 못하는 것과 더 빨리 달리지 못하는 것은 결국 둘 다 같은 불행을 의미한다는 그의 말에 건륭뿐만 아니라 우리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림을 감상하는 데 정해진 법은 없지만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명한 무명의 화가들이 화폭에 담아낸 그림들을 보면서 동진(東晉)에서부터 청(淸)까지의 중국 회회사는 물론 중국 역사를 더욱 다채롭게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그림 자체의 형식미를 이루는 요소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알려준다. 그 중에서 북송 시대에 유행하기 시작한 세로로 긴 족자나 쪽병풍보다 더 오래 전부터 옆으로 길게 말면서 보는 '두루마리'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청명상하도』와 『강희남순도』도 두루마리에 그려진 그림으로 길이가 각각 5m, 8m가 넘는데, 고궁박물원에서도 두루마리 작품들을 펼쳐서 전시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출처 : www.baidu.com]

 

  『낙신부도(洛神賦圖)』는 그래서 『낙신부(洛神賦)』가 아니다. 이 그림 두루마리는 모든 시간의 흐름, 번영과 멸망에 대한 슬픔을 충분히 보여준다. 끝이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으로 그리워하면 모든 헤어진 사람들이 언젠가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39쪽, 「1장, 약속이라도 한 듯이」中)

 

  『낙신부도』는 4세기경 중국 동진(東晋)의 화가 고개지(顧愷之)가 그린 두루마리 그림으로, 화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최초의 중국그림인 까닭에 그가 '중국 회화사의 첫 번째 화가'로 불린다는 점과 함께, 조조의 아들 중 하나이자 문학가인 조식(曺植)이 쓴 『낙신부』를 바탕으로 각색한 그림이라는 사실이 퍽 흥미롭다. 『낙신부』는 형인 조비(曺丕)에게 쫓겨난 조식이 경성에서 견성으로 가는 길에 낙하(洛河)에서 (복희의 여자로 낙수에 빠져 죽은 후 신이 되었다는) 낙신(洛神)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고뇌와 안타까움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1장, 약속이라도 한 듯이」의 말미에 『낙신부도』는 『낙신부』가 아니라고 결론짓는 저자가 그 근거로 삼는 것이 바로 '두루마리'의 물성이다. 두루마리를 펼치고 접는 과정을 상상해본다. (옛 중국사람들이 그림을 보는 방식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볼 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을 겪게 된다. 반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림을 본다면 시간을 되돌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기(禮記)』의 한 문장을 가져와 말한다. "일어나면 끝이 시작되고, 시작하면 곧 끝이 오고, 끝나면 곧 일어나니 끝이 곧 시작"이라고.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역사가 카(E.H. Carr)의 말을 빌려 두루마리에는 '영원히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고 말하는 저자를 보면서 어쩌면 <자금성의 그림들>도 일종의 두루마리에 쓰여진 책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두루마리를 무시로 펴고 말고 다시 펴면 어느날은 옛 그림이 나에게, 또 다른 날은 내가 그림에게 말을 건네게 될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영감과 위로를 안겨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오래 전 누군가의 손에서 다른 이의 손으로 전해졌던 두루마리처럼 <자금성의 그림들>이 당신의 손에도 쥐어지기를 바란다.

 

  조맹부(趙孟?)는 '글과 그림이 본래 같은 데서 왔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선(線)의 예술인 붓글씨와 그림의 원천을 밝히고, 이 둘이 오랜 문명의 세월 동안 서로 친밀했고 서로 존경하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다는 것도 설명했다. 또한 이 둘의 미래의 길도 보여주었는데 특히 그림은 본질적으로는 (붓글씨처럼) 뜻을 그리는 것이지 현실을 그대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302쪽, 「8장, 빈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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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홍준 "주용"과 자금성의 그림 여행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비***유 | 2022.12.01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의 생명이 그림으로 연결되어 어느 날 당신과 만날 것이다"   이 문장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시작의 문장인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의 유홍준 타이틀을 붙인 주용 박사의 그림 에세이 책 띠지가 눈에 띈다. 저자인 주용은 베이징 고궁박물원 시청각연구소 소장이자, 예술학 박사로 많은 저서가 있다. 우리가 아는 자금성이 베이징 고궁박물원이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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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명이 그림으로 연결되어 어느 날 당신과 만날 것이다"

 

이 문장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시작의 문장인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의 유홍준 타이틀을 붙인 주용 박사의 그림 에세이 책 띠지가 눈에 띈다.

저자인 주용은 베이징 고궁박물원 시청각연구소 소장이자, 예술학 박사로 많은 저서가 있다.

우리가 아는 자금성이 베이징 고궁박물원이다. 고궁전문가로서 펴낸 책이 12권이라고 한다.

글을 읽다보면 정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기분이 든다.

중국의 동진 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진귀한 그림들의 소개와 깊이 있는 해석,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부분컷 확대로 인해 더 세세히 볼 수 있었고, 그의 설명을 옆에서 듣는 것 같다. 직접 베이징 고궁박물원에서 그의 설명을 듣고 싶을 지경이다.

 

책 내용은 본문만 620페이지에 달하고 중간중간에 그림이 많이 삽입되어 있지만, 중국 역사에 대한 방대한 내용이 있다. 중국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과 중국 회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그러나 단순히 서양 미술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 중국 회화사를 읽으려 한다면 글쎄... 좀 어렵지 않을까 한다. 나또한 서양 역사와 미술사에 관심이 많고, 요즘 많은 책과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한편으론 동양사를 공부했고, 중국 역사와 드라마 등에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내용이 방대해서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었던 것은 내가 아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 드라마 사극을 자주 보면 삼국지, 초한지는 말할 것도 없고, 당나라·송나라·원나라·명나라·청나라 시대의 황제가 나오고 주요 사건들이 나온다. 최근에도 본 사극에선 송나라·명나라를 기반으로 주인공의 역경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흥행한 <보보경심>이라든지 옛날에 <황제의 딸>이라든지. 로맨스를 벗어나더라도 <판관 포청천>이 있지 않았던가! 물론 동북공정과 관련해서 자기네들 것인냥 은근슬쩍 스리슬쩍 끼어넣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것은 잘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문부터가 마음에 와닿는다. 어느 한 옛날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봐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있다.

 

명작이 되기까지 한 세대 한 세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백 년, 천 년이 걸린다는 사실과 한 명의 천재가 아닌 문명의 체계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림의 가치는 시간이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회화사의 시작은 "고개지"의 두루마리로 시작된다. 화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세로로 긴 족자나 쪽병풍은 북송 시대에 유행하기 시작했고, 그 이전엔 옆으로 길게 펼쳐 보는 두루마리 그림이었다.

 

이렇게 그린 이유는 중국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그들의 시선은 세계는 수평이고 옆으로 펼쳐지고 모든 사물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다. 중국의 고전 건축, 서예, 그림 모두가 수평으로 발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평선 사유'라 할 수 있고, 또한 '선'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그림과 글씨는 다 '선'으로 시작한다. 서양의 그림이 '면'으로 시작한다면.

 

두루마리는 무한을 느끼게 한다. 옆으로 펼쳐지는 화폭은 서양 액자, 중국 족자와 다르다. 한 번에 다 보지 못하고 조금씩 펼쳐보는 것이 대지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끝나지 않게 느껴진다.

 

고개지의 <낙신부도>를 시작으로 주문구의 <중병회기도>, 고굉중의 <한희재야연도>, 장택단의 <청명산하도>의 직업 화가들 그림. 조맹부, 황공망, 예찬, 당인 등의 문인화가들 그림. 송 휘종, 송 고종, 명 선덕제, 청 건륭제의 그림과 서예 등이 이어진다.

 

중국의 회화 작품들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하고 유명한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자금성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조금은 어려울지라도 이 책의 그림들을 보고 내용을 읽고 간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덧붙여 그림에 숨겨진 배경과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억하는 문장*

 

"모든 예술은 훔쳐보기다. 훔쳐보기를 통해서 관찰자와 그림 속 인물이 '보고', '보여지는' 관계를 형성한다."

 

"'최후의 만찬'은 중국 예술이 쉼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주제'다."

 

"그림은 사람보다 오래 살고 더 멀리 간다"

 

"'하늘과 사람이 하나'라는 관념이 고대 중국의 핵심사상이자 예술 관념이었다."

 

"'여행'과 '행려'는 다르다."

 

"조화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중국인은 언제나 복제해서 생산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는 적어도 잠과 관련해서는 하늘 아래 가장 불쌍한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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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깊고 깊은 여운이 남은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그*비 | 2022.11.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첫 서평단이 되었는데 읽고 싶었던 책이라 더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기에 서평단 아니었어도 꼭 구매해서 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책에 감상을 얹어본다면...... 개인적으로 2장, 5장, 6장이 정말 흥미로웠다. 1장 약속이라도 한 듯이를 읽으면서, 철학적 담론들과 사변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아서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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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서평단이 되었는데 읽고 싶었던 책이라 더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기에 서평단 아니었어도 꼭 구매해서 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책에 감상을 얹어본다면......

개인적으로 2장, 5장, 6장이 정말 흥미로웠다.

1장 약속이라도 한 듯이를 읽으면서, 철학적 담론들과 사변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아서 꽤나 첫 장부터도 만만치 않다라는 생각을 했다. 머릿속에 딱 하며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잘 그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말 오묘하고 매력적이었다. 

이 책은, 그림과 역사가 잘 어우러진 책이다.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와 사람들의 이야기에 금새 빠져들었다. 송 휘종이 예술적 기질이 탁월한 황제였다는 정도와 정강의 변이라는 북송 멸망 계기가 된 사건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책이 안내한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다. 더욱이 청명상하도라는 그림과 어우러져, 그 화려하고 번화한 변경(카이펑)의 모습과 더불어 곳곳에 숨겨둔 위험과 함정, 장택단은 황제가 깨닫길 기다렸다. 감히 내놓고 말할 수 없었기에...



 

이 책은 예술의 집합소 같다. 시, 서, 글씨, 그림, 철학 등...풍성했다. 

동진, 오대, ~송, 원, 명, 청대(청나라의 강건성세를 연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아우르며 철학과 예술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묵직하고, 내용은 깊었으며,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에 금새 빠져들었다.

저자의 그림에 대한 해석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탁월했다. 신선했고, 아찔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중국사 한 권을 제대로 읽은 기분이다. 

 


 

 

기회가 되면 꼭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을 가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검색도 많이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작품들을 검색하고 찾아보게되었다.

한 번 읽기에 아쉽다. 두고 두고 펴보고 싶은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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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우리에게 유홍준 교수가 있다면 중국에는 '주용' 작가가 있네요, 저자의 안목과 필력,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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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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