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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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564g | 145*215*24mm |
ISBN13 | 9788972917830 |
ISBN10 | 8972917834 |
발행일 | 2022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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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564g | 145*215*24mm |
ISBN13 | 9788972917830 |
ISBN10 | 8972917834 |
서론 곤충과 함께하는 삶 제 1 부 곤충이 중요한 이유 제1장 곤충의 짧은 역사 제2장 곤충의 중요성 제3장 곤충의 경이로움 제 2부 곤충의 감소 제4장 곤충 감소의 증거 제5장 달라지는 기준점 제 3부 곤충 감소의 원인 제6장 집을 잃다 제7장 유독한 땅 제8장 잡초 제거 제9장 초록 사막 제10장 판도라의 상자 제11장 다가오는 폭풍 제12장 반짝이는 지구 제13장 침입 제14장 알려진 모르는 것과 모르는 모르는 것 제15장 1,000번 찔려서 죽다 제 4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제16장 미래에서 본 현재의 모습 제 5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17장 환경을 이야기하기 제18장 도시를 푸르게 제19장 경작의 미래 제20장 어디에나 있는 자연 제21장 모두를 위한 행동 조언 감사의 말 더 읽어볼 만한 책이나 논문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기후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꿀벌의 위기에 관해 계속 언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폐사한 꿀벌은 78억 마리로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꿀벌의 16%나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꿀벌이 없다면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경고도 있었다. 그리고 꿀벌이 사라질 경우 식량난 등으로 한 해 142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한 대학의 연구 결과까지 있다.
꿀벌의 위기는 인류의 위기이기에 인간은 지구의 아픔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아시다시피 지구촌 한편에선 홍수가, 반대편에선 가뭄이 인류와 자연을 위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지금 제주의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바다는 뜨거워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 기후 현상은 저 멀리 지구 건너편의 얘기가 아닌 우리의 얘기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책인 『침묵의 지구』에 나오는 곤충 세계의 멸망에 관해서 관심사가 나타나지 않을수 없었다.
흔히 곤충은 신이 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성가신 존재다. 그래서 언뜻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풀 밭에서 마음 놓고 놀기에는 너무나 좋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저자는 곤충이 사라질수록 환경은 혼돈이 될 것이며 붕괴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인류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1만년 전에 존재했던 풍요로운 균형 상태로 되돌아 갈 것이다.
곤충이 사라진다면, 환경은 혼돈으로 붕괴할 것이다.
-E.O. 윌슨
무엇보다 이 책은 곤충의 감소 실태와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곤충의 멸종에 인간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 가운데 농약의 사용이 곤충과 야생풀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쟁들을 샅샅이 파헤치며 오늘날 인류가 지구 생명들과 공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우리 집도 벌을 키워봐서 안다. 사과꽃이 필 때가 4월경인데 봄이 찾아올 때 벌 또한 활동을 한다. 그래서 사과밭 농부와 협의를 하여서 농약을 칠 때를 알려 달라고 하여 그 피해를 줄이려고 했다. 그런데 사과 농장 주인은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농약을 쳤고, 많은 벌들이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넜다.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지구 환경의 원인과 곤충의 멸망에는 언제나 인간이 원인제공자로 서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최신 연구들과 환경론자들의 실천 방안을 통해 우리가 곤충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곤충의 숫자가 그러면 얼마가 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책에서는이름이 붙은 곤충 100만 종 외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곤충이 적어도 400만 종은 더 있다고 추정한다.(p67) 따라서 500만 종으로 추정되는 곤충의 감소는 인류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뻔한 얘기다. 특히 곤충은 생태계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모든 식물 종의 87%는 꽃가루를 옮겨줄 동물이 필요하며, 대부분은 곤충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즉 풀과 침엽수를 제외한 아주 많은 식물 종이 그런 방식으로 꽃가루를 옮겨준다. 꽃가루 매개자인 곤충이 없게 되면 야생화는 씨를 맺지 못하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수레국화도 양귀비로 디기탈리스도 물망초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꽃가루 매개자가 없다면 예쁜 꽃이 사라지는 차원을 넘어 생태계에 훨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식물은 모든 먹이사슬의 토대가 되는데 그런 식물종이 더 이상 씨를 맺지 못하니 그런 결과는 당연하게 오는 것이다. 이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야생화가 사라지는 것은 사소한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의 약 4분의 3도 곤충을 통해 꽃가루받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겨울이면 맛있게 먹게되는 딸기를 넘어 고추, 사과, 오이, 체리, 호박, 토마토, 커피, 콩, 블루베리 같은 식품이 눈 앞에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자. 끔찍하다고 하겠다.
이 책 1부 2장에 곤충의 중요성을 다루는 부분인데 읽어보면 우리가 알지 못한 정보들이 수두룩 쏟아져 곤충을 대하는 생각들을 달리하게 해준다. 이 부분만 잘 읽어도 이 책이 주는 효과는 50% 이상은 이미 얻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곤충의 유익점을 더 언급하자면 곤충은 야생화의 꽃가루 매개자이자 진딧물과 애벌레 같은 작물 해충을 게걸스럽게 먹는 포식자이다. 곤충의 해충 방제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설물과 낙엽과 사체를 재순환하게 만들어 토질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여 식물의 생장에 쓰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또한 곤충은 조류, 어류, 양서류의 먹이가 되어 주고 있고, 심지어 인류의 80%는 곤충을 직접 먹고 있다. 사람들이 먹는 곤충은 약 2,000종에 달한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모판벌레는 남아프리카에서 해마다 1,600톤씩 식용으로 팔리며, 보츠와나에서는 모판벌레의 거래량이 한 해에 8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애벌레는 대개 말려서 바삭한 간식으로 먹거나, 통조림으로도 먹는다. 태국에서는 누에 번데기 통조림 수출액이 5,000만 달러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이나고」라고 메뚜기의 일종인데 통조림으로 만들어 고급식품으로 널리 팔리고 있다. 곤충 식량에는 이점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곤충을 먹을 때에 질병에 걸릴 확류리 훨씬 낮다. 곤충과 공유하는 질병이 전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그러나 다른 척추동물들에게서 옮길 수 있는 병은 많다. 광우병, 조류독감, 코로나 19의 원인이라 일컫는 박쥐나 천산갑은 인간에게 해로움을 끼친다.
이 외에도 곤충은 변온동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데 귀뚜라미에 비해 소는 12배의 식물을 더 먹고, 55배의 물을 더 마신다. 그런데 소와 달리 온실가스 메탄도 내뿜지 않는다. 성장 속도도 빨라 식량면에서는 효율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혐오 식품이며 맛이 없기에 이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시간이 바닥나고 있다.”
곤충과 인류 문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들
문제는 곤충이 멸망해 감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생태계가 무너져 인간에게 위기가 닥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곤충들에게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어 공존 관계를 유지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고,얼마간 공간만 마련해준다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하니 아직은 그나마 희망이 있는 외침이다.
이것을 위한 대안도 저자는 기꺼이 마련해 주어 우리 인간이 직면해 있는 위기를 벗어나도록 도와 주고 있다. 도시를 푸르게 하는 계획도 그 중의 한 부분이다. 정원을 많이 만들어야 하며, 꽃가루 매개자가 활동할 수 있도록 친화적인 꽃도 심어주어야 한다. 또한 잔디밭을 깎는 횟수를 줄여서 정원을 곤충의 낙원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연료와 시간도 아낄 수 있으며, 얼마나 많은 꽃이 피어나는지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로변, 철도변, 원형 교차로를 꽃들이 가득 차고 농약을 쓰지 않는 상호 연결된 서식지로 바꾸어 텃밭과 공원, 도시로 더 많은 곤충이 모여들도록 초대하는 일에 정부가 앞장 서서 움직여 주어야 한다. 물론 개인의 도움은 말할거도 없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도시 지역은 머지 않아 사람들만을 위한 장소가 아닌 사람과 자연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곳이 될 것이다. 어디로 눈을 돌리든 푸른 잎과 꽃이 가득하고, 아이들이 뒤영벌의 윙윙거리는 친숙한 소리를 듣고 자라며, 새와 벌의 이름을 배우고,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반짝이는 아름다운 색깔들에 감탄하는 그런 장소를 우린 원한다. 그리고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자”고 강력히 요청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픈 현대인들의 로망은 우리가 징그러워하며 해충이라고 여기며,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곤충을 사랑하며 함께 공존을 꿈꾸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이 책은 경고로서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우리 집 텃밭에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 유채류를 키우는데, 크고 흰나비 애벌레들이 이것들을 게걸스럽게 갉아먹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배추나비고치벌이 등장하면서 피해는 대게 더 심해지지 않는다. [...] 오스트레일이라에서 부채선인장(백년초)의 경우처럼, 곤충은 원치 않는 침입종을 억제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1900년대에 오스트레일리아는 목장 가장자리에 심어 산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아메리카의 건조 지역으로부터 부채선인장을 들여왔다. 부채 선인장은 끔찍한 식물이다. 재멋대로 빠르게 번져나가서 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 퀸즐랜등 뜷고 들어갈 수조자 없는 가시투성이 덤불을 4만 제곱킬로미터에 걸쳐서 형성했다. 그러다가 1925년 남아메리카에서 칙칙한 작은 나방인 선잉장 명나방이 도입되었다. 이 나방은 곧 선인장을 거의 다 먹어치웠다.
(곤충의 해충 방제 역할 p39-40)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귀촌을 하면서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가능하면 채소류는 자급자족을 하되 무농약 재배를 하고자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추와 마늘만 심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일이 고되다는 핑계가 쌓이면서 편한 방법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4월 중순 고추를 심고 고추를 모두 수확한 후인 10월에는 그 자리에 마늘을 심었다. 그리고 다음 해 6월 마늘을 수확한 후에는 김장배추를 심었다. 연작을 피하기 위해 고추와 마늘/배추를 번갈아 심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무농약 재배를 하던 처음 2년간 수확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갈아엎었다. 지금은 최소한의 방제를 하고 있지만 최소라는 것의 기준이 얼마인지 고민이 많다.
레이철 카슨은 일찍이 그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각종 살충제와 제초제들이 자연과 인간에게 미치는 해악을 밝혀내 화학물질이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의 주범임을 말했다. 그의 저서 ‘침묵의 봄’이란 봄이 되어도 숲은 살아날 줄 모르고 새들의 울음소리마저 사라져버린 황폐해진 지구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녀가 책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한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아직 ‘침묵의 봄’은 오지 않았다. 이는 인류가 화학방제의 해로움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생태계의 회복력 때문이지만 오히려 인류와 자연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른바 자연의 역습이다. 점점 화학물질에 내성을 가지는 곤충들과 더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제조하려는 인간 사이에서 우리 몸은 내성을 가지지 못한 채 병들어가고 지구의 숲은 사라져 갈 것이다. 곤충을 향해 겨눈 무기가 실상은 인간을 포함한 이 행성 전체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이렇게 사라져가는 곤충들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흔히 곤충하면 파리나 모기와 같은 해충을 먼저 떠올린다. 찌르고 물고 달라붙고 거기에 질병까지 옮긴다고 생각하며 박멸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러나 곤충학자인 저자는 곤충을 우리 삶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작물을 수정시키고, 배설물과 낙엽과 사체를 재순환하게 만들고, 토질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해충을 방제하는 온갖 일들에 필요’(12쪽)한 것이 바로 곤충이기 때문이다. 그는 곤충들이 해충이라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곤충이 감소하고 있는 원인과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쓰고 있다.
곤충은 몸이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리가 6개이며 가슴에 붙어있는 동물로 정의된다. 이런 곤충의 조상은 약 5억년 전 해저에서 탄생한 절지동물로 이들 중 일부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오늘날의 곤충으로 진화했다. 곤충은 지구에 알려진 생물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육상 및 민물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식물 종의 90퍼센트 가까이는 꽃가루를 옮겨줄 매개자가 필요한데 대부분 곤충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대다수는 곤충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곤충에 대한 무지와 혐오가 그들을 멸종으로 몰아가면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을 파괴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역사의 새로운 시대인 인류세의 특징 중 하나는 생물다양성의 감소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종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을지라도 평균적으로 개체수가 훨씬 줄어들고 있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곤충의 경우도 연구하는 사람이 적고 특성상 체계적인 연구가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생애 내에 일어나고 있는 점진적인 변화는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단편적으로 고속도로에서 차 앞 유리창에 부딪치는 곤충의 사체 수 혹은 어릴 적 논에서 본 메뚜기와 지금의 논에서 볼 수 있는 메뚜기 수를 비교해보면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곤충의 개체수 감소 원인으로는 서식지 상실, 살충제나 제초제와 같은 화학물질의 과다 사용 및 그로 인한 토지의 오염, 단일경작, 기후변화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단지 이것뿐만은 아니다. ‘곤충에게 해를 끼친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요인들은 많으며, 해를 끼친다고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타당한 자료가 부족한 것들은 훨씬 더 많다.’(243쪽) 다시 말해 저자는 알려진 아는 것보다 알려진 모르는 것이 더 많으며 거기에 더해 우리가 알지 못해서 모르는 것도 당연히 많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의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하며 어떻게든 해결되리라는 낙관에 빠져 있거나 혹은 심각성을 이해한다 할지라도 문명이기의 편안함에 편승하여 지금까지 하던 대로 생활하고 앞으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저자는 이런 대중이 환경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과제라며 우리는 모두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그리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목록으로 제안한다.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각자 주위에 있는 한 사람을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다른 동물을 지배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곤충이 존재하도록 허용하기 위해서 그 곤충이 중요한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을 통제한다는 오만한 발상에서 벗어나 이 행성이 우리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그나저나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예쁘다는 생각에 앞서 나무나 채소들에 알을 낳고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들이 잎을 모두 갉아 먹는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절충점을 찾아야 할 텐데 그것이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고민이 깊어진다
침묵의 지구(Silent Earth)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저: 데이브 굴슨 역: 이한음
출판사: 까치 출판일: 2022년11월10일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것이 1962년이다. 이미 고전이 된 이 책을 2015년에 읽었는데, 그는 화학 살충제 사용의 전면적 금지가 어렵다면 선택적 방제와 천적을 이용한 자연친화적 방식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해충과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다양한 화학비료와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선택적 방제가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으며 대개는 간편함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데이브 굴슨은 영국 서식스 대학교의 생물학 교수로 작은 생명체인 곤충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수많은 곤충이 그동안 멸종하거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경고한다. 꽃가루 매개자인 벌 역시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벌의 집단 폐사가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 작은 생명체인 곤충은 해충만을 떠올리며, 우리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우리 일상에서 골치 아픈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곤충을 걱정하는 것은 하찮은 일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작은 생물체의 종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화학 살충제와 비료는 단일 경작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화학물이 곤충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주는 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작지 주변에서도 발견되는 이러한 잔존 화학물의 존재는 곤충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영향을 주는 것만큼은 사실일 것이다. 사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시간도 많이 필요한 작업들이다. 또한, 집요하게 이를 훼방하는 거대 화학회사의 존재도 이러한 싸움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작은 생명들의 역할은 크다. 당장 식용 작물의 3분의 2가 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들의 종말이 우리에게 얼마나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지 금방 알 수 있다. 단일 경작지와 그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다양한 꽃가루 매개자를 양산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결과는 장기적인 관찰에서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곤충이 우리가 생각하는 해충만이 아니라 이로운 역할을 하는 수많은 종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데이브 굴슨은 이러한 상황을 고발하는 것만 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그것은 개개인이 주말농장이나 개인텃밭, 정원을 가꿈으로써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지양하는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정치적인 방식을 통해서 상황을 호전시키는 방안을 강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가 책의 중간에서 가상으로 쓴 가혹한 미래에 대한 상상은 우리가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곧 맞이할 수 있는 불길한 내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업혁명으로 인해서 오늘날 식량생산은 우리가 필요한 것보다도 휠씬 많은 수확량을 거두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수확량의 3분의 1은 버려지고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다 현명하게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보다 절제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책의 부제와 같은 작은 종말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 못지않게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삶의 지혜를, 방식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