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미리보기 사이즈비교 카드뉴스 공유하기

서점의 시대

: 지성과 문화가 피어난 곳, 그 역사를 읽다

리뷰 총점9.3 리뷰 4건 | 판매지수 1,062
베스트
주제로 읽는 역사 top100 8주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06g | 140*210*17mm
ISBN13 9791187890447
ISBN10 1187890448

이 상품의 태그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_우리에게 서점은 어떤 곳일까

1부 서점탄생(書店誕生):세상의 수많은 지식은 서점에서 유통되었다

종이에 가치를 부여하다
근대 서점의 초석, 출판서점
불온한 사상의 거처
옛것이 살아 숨 쉬는 곳, 고서점
개성과 매력이 가득한 전문서점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등장

2부 서점본색(書店本色): 한 시대 문화의 중심에는 서점이 있었다

서점 거리의 역사 풍경
서점이 꽃피운 살롱 문화
서점과 함께한 여성들
독립서점의 오래된 미래

참고문헌 │주석│사진 출처│찾아보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근대 서점은 ‘종이’라는 물성에 새로운 지식과 대중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양한 책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읽고 큰 부담 없이 구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대 서점은 지식의 유통에 매우 큰 변화를 불러온 셈이다.
--- p.31~32

대한제국 시기의 출판은 가히 출판운동이라 할 만큼 사회참여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을사늑약 이후 출판된 서적의 분야를 살펴보면, 역사 전기물과 교과서, 사회과학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선 중국사를 중시한 것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 조선사를 다룬 역사 전기물 출판이 잇따랐다. 또한 근대 국민국가를 수립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담은 교과서와 서구 지식을 전하는 사회과학서가 출간되었다. 이 시기에 나온 소설들이 풍자성이 강해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한다. 일률적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1905~10년에 출판된 서적에 나라를 구하기 위한 시대적 고민이 강하게 투영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p.35

지식의 시대적 한계에 도전하면서 기존의 인식 틀을 깨트리려는 목소리는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늘 존재해왔다. 권력자들은 불만과 저항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때로는 사전에 차단하고자 ‘금서’라는 낙인을 만들었다. 책의 간행과 유통뿐만 아니라 소장마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서점은 큰 곤란을 겪었다. 금서는 책이니, 감시와 탄압의 초점이 서점에 모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측z면에서 본다면 서점은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이들을 억압하는 기득권 사이에서 문화투쟁이 벌어지는 장이었다. 억 압의 시대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이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서점으로 모여들었다.
--- p.51

1980년대 대학 도서관은 폐가식으로 운영했기에 이용자가 직접 책을 골라 볼 수 없었을뿐더러 신간 구입이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권력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1980년대는 독서 인구가 급격히 늘고 출판시장이 성장하는 시대였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늘어나자 공급이 필요해졌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사회과학서점이다. 1980년대 대학문화에서 사회 과학서점은 도서관이자 공부방이었고,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장소이자 교문이 봉쇄됐을 때 시간을 때우던 곳이었다. 학생들은 이곳에 모여 하나의 저항 공동체를 형성해 나갔다. 그야말로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사회과학서점을 들락날락한 시대였다.
--- p.69

식민지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고서점으로 알려진 한남서림의 최대 고민은 고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1930년대 초반에 환갑을 맞은 백두용은 은퇴를 고민하지만 일을 이어받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만난 인물이 간송 전형필이다. 전형필은 한평생 조선의 문화재가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일을 막고자 사재를 털어 이를 수집한 인물이다.
--- p.80

한 분야의 책만 취급하는 전문서점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가 다변화된 데 발맞춰 세분화·전문화한 책들이 출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 다. 전문서점은 분야별로 쏟아져 나오는 전문서적들을 독자와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고, 서점의 개성화 내지는 차별화도 이루어졌다.
--- p.99

한국전쟁 이후 서점가는 ‘동질성의 단순 확대’가 이어졌다. 즉 규모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비슷한 유형의 개성 없는 서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규모가 작기에 진열 공간도 부족했고, 어느 때부턴가 신간이 제대로 비치되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그런데 중앙도서전시관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간을 완비하자 서점 공간의 확충이야말로 문화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담론이 일각에서 등장한다. 종로서적센터(이하 종로서적)의 개점은 중앙도서전시관의 선전과 함께 이러한 흐름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된다.
--- p.121

온라인서점은 정보통신 기술이 만들어낸 매우 이색적인 소비 공간이었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책을 만나고 그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서점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서 점은 구입 이력을 바탕으로 각각의 소비자에게 개별적인 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출판시장의 가능성이 확장된 점은 온라인서점이 미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일 것이다.
--- p.133~134

크고 작은 서점들이 하나둘 모여 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대전의 원동, 광주의 계림동, 대구의 남산동, 전주의 풍남동 등에는 한때나마 수십 수백 개의 서점이 즐비한 책의 거리가 있었다. 때로는 너덧 개의 서점이 어우러져, 때로는 열 군데 서점이 모여서 서점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빼곡하던 서점들이 하나씩 문을 닫아 왕년의 시끌벅적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그 거리의 역사를 증언하는 서점도 있다.
--- p.139

책 자체가 좋아서 책의 자취를 따라가는 유락(愉樂)의 독서가, 서점과 서점 사이에서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여행가, 서점의 시층(時層)에서 비밀을 간직한 책을 발굴하는 책 수집가 등이 서점 거리를 활보한다. 일견 서점은 매우 적막한 정적의 공간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윤의 추구, 책읽기의 즐거움, 지식욕 등 다양한 욕망과 생각이 얽혀 있다. 이때 서점의 입지 조건은 도시의 공간 구조와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서점이 몰려든 거리의 풍경은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 p.166

5월 22일에 계엄군이 철수하자 ‘해방 광주’가 도래했다. 이날부터 광주는 일종의 자치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는 매일 시민 궐기대회가 열렸고, 녹두서점은 이를 준비하는 이들로 붐볐다. 구석에서 궐기문을 작성하는 사람들, 검은 리본을 만드는 사람들, 화형식에 필요한 허수아비를 제작하는 사람들, [투사회보]를 가지고 나가는 사람들, 무언가를 읽고 있는 사람들 이 서점을 꽉 채웠다. 책방, 방 안, 뒷마당, 뒷방 등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녹두서점을 지키고 있었다.
--- p.188

건조하게 책을 진열한 서점에서 탈피해 책을 고르다가도 잠깐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서점 속 다방’의 필요성을 1970년대 후반에 제기한 글이 이채롭다. 이는 오늘날 북 카페라든가 음료를 판매하는 독립서점의 형태로 구현되었을 텐데, 수동적이고 정적 인 서점의 틀을 깨트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일찍부터 있었다.
--- p.21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근대 전환기에 태동한 서점
지식산업의 선봉에서 출판산업의 단초를 열다


근대 인쇄술의 유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책은 새로운 상품 아이템으로 부상한다. 이 시대에 책 장사는 선도적이면서 전망 밝은 문화산업이었는데, 각종 종이를 유통하던 지물포가 서점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물포를 인수하며 출발한 고제홍서사, “신문화에 대한 이해와 계몽의 사명”을 품고 지물포 자리에서 서점을 시작한 주한영책사, 종이를 주로 취급한 객주의 직원이었던 지송욱이 사장의 지원으로 시작한 신구서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의 서점은 지물포의 주력 상품인 종이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출판을 병행했다. 필자는 이를 ‘출판서점’이라 명명하는데, 이때는 출판사가 곧 서점이고 서점이 바로 출판사였다.

이렇듯 종이가 유통되던 곳에서 출발한 서점은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한 이들이 일군 새로운 지식산업이었다. 생각이 트여 있고 변화에 민감한 서점인들은 당대 계몽운동의 구심점을 자처했고,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광학서포, 회동서관, 주한영책사의 경우 국채보상운동을 위한 의연금을 걷는 장소로 선정된 것은 물론이고, 그 대표들은 국채보상기성회 발기인으로 운동에 더 깊이 발을 들였다.

억압의 시대에 맞선 서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아지트 되다


시대를 앞서간 지식은 당대의 기득권인 권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한 지식이 담긴 책들은 금서로 지정되어 권력의 탄압을 받았고, 탄압의 중심에는 서점이 있었다. 서점은 곧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자들과 이를 억압하는 권력 간에 문화투쟁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시작되면서부터 서점은 발매금지와 압수 처분으로 줄곧 몸살을 앓았다. 사상통제가 강화된 1930년대 이후에는 출판물에 대한 탄압이 더욱 거세지는데, 이런 폭압의 시대에 맞서 좌익서점이 문을 연다. 당대 혁명가들이 모인 민중서원, 혁명가가 직접 운영한 신생각서점이 대표적이다.

민주화운동의 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980년대에 전국 대학가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 등장한 사회과학서점들은 저항 공동체의 중심에 있었다. 수많은 대학생들은 이곳에 모여 함께 공부하며 어둠 너머의 미래를 꿈꿨다. 군사독재 정권은 여러 책들에 대해 원칙이 모호한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으며, 임의로 사회과학서점에 들이닥쳐 책을 압수하고 서점 주인을 연행했다. 이러한 역사를 품고 있기에 대학생들은 사회과학서점이 사라져갈 때 이곳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서점을 비롯한 전문서점
역사를 지키고 서점 생태계를 다채롭게 만들다


우리 서점의 역사 속엔 고서점이라는 한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간 서점들도 있다. 판매 못지않게 수집이 중요한 이 분야의 서점인들은 옛 서적과 그림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고서 수요가 감소한 일제 식민지하에서 우리 문화재가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기도 했다. 이런 열정이 빛을 본 하나의 사례로 한남서림이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구한 일을 들 수 있다. 조선의 말과 문화가 사라질 위기 속에서 국어학 연구자로서 직접 민중서관을 차리고 희귀 자료를 모으며 국어사 연구에 매진한 방종현, 활자 연구에 필요한 문헌 자료를 수집한 화산서림의 이성의는 기억해두어야 할 서점인일 터. 지금도 인사동에서 영업 중인 통문관은 1934년 문을 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서점으로,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이 서점은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해주었다.

전문서점 영역을 개척한 서점인도 꾸준히 나왔다. 일제 때 한의학 전문서점으로 조선시대 의서를 복간하는 데 힘썼던 행림서점이 그 효시이며,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독일어 책을 전문으로 취급해온 쏘피아서점을 비롯해 외국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한 서점들도 있었다. 엄혹한 시절을 지나며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는 더 많은 전문서점이 등장한다. 산업화 시대엔 과학기술 전문서점이, 1990년대에는 어린이 전문서점이 각광받았다. 사진이나 음악을 취급하는 예술 전문서점도 출현하여 서점 생태계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다


해방 이후에는 출판사와 서점을 중개하는 도매상이 등장하여 출판유통 시스템이 정착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여파로 책 수요가 감소하고 출판사 대금 회수의 길이 막히면서 출판시장이 무너졌다. 이때 재고 도서 처분을 위한 덤핑 서적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지역 서점들이 줄줄이 폐업했다. 그러나 심각한 서점 부재 현상 가운데 1963년 종로서적이 개점하여 독창적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1972년에 한국출판금고(현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국내 서적을 총망라한 중앙도서전시관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전국적인 서점 대형화의 물결로 이어졌고, 1981년엔 한국 최대 규모 서점인 교보문고가 개점했다. 대형서점의 시대가 열리는 과정에서 대형서점과 소형서점의 갈등이 발생했으며, 지역의 도시마다 규모 있는 중형서점이 생기는 등 다방면에서 서점 지형의 변화가 찾아왔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1990년대 후반에는 온라인서점이 등장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서점이라는 플랫폼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형서점들이 먼저 온라인서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온라인으로만 책을 판매하는 서점들도 선을 보이면서 서점업계에는 또 한 번 새로운 물결이 일어난다. IMF 외환위기로 대형 출판사와 서점 도매상이 연달아 부도를 내며 출판시장의 유통구조가 마비되다시피 하던 이 시기, 온라인 서점의 이용률은 급격히 늘었다. 온라인서점의 초기 전략은 할인판매였는데, 이로 인해 도서정가제가 붕괴되고 다시 지역서점이 폐업 위기로 몰리는 등 다양한 부작용도 발생했다.

서점이 만들어낸 거리의 풍경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보여주다


초대형 체인 서점들이 익숙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서점 거리’가 있었다. 서점들이 성장하고 모여서 하나의 거리를 이루던 지역의 원조는 바로 종로다. 조선 시대부터 상거래의 중심지였던 종로에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부터 동대문에 이르는 서점 거리가 있었는데, 이 거리는 1980년대까지 그 역사를 이어 나간다. 한편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인이 주로 거주한 남촌 지역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서점이 들어섰다. 주요 고객은 일본인이었지만, 새로운 사상과 지식을 찾는 조선 지식인들도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다. 이광수의 소설엔 니칸쇼보가, 김교신이 남긴 기록엔 마루젠이 등장한다. 여운형도 마루젠을 마치 도서관처럼 애용했다.

해방 이후의 대표적인 서점 거리는 명동의 달러골목과 청계천의 꼬방책방이다. 1960~70년대에 단속 대상이었던 일본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달러골목, 신학기에 중고 교과서를 팔며 전성기를 누리다가 헌책방거리로 확장되어간 꼬방책방은 그 시대 독자들에게 필요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보여주던 서점 거리는 차차 기술, 정치,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그라들었다.

서점의 살롱문화
토론과 감상, 운동이 공존하는 곳에 사람이 모이다


책과 더불어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서 돋보이는 서점들이 있다. 이념 대립이 난무하던 해방공간에서 몽마르트르처럼 자유를 추구한 마리서사가 대표적이다. 모더니즘 시인 박인환이 운영한 이 서점은 선도적인 예술 저작이나 관련 외서를 보유한 공간으로, 걸출한 문인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었다. 이 외에 서울 명동에서 40년간 명맥을 유지한 문예서림, 작가 계용묵과 인연이 깊었던 제주도의 서점 우생당도 예술가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서점이다.

금서의 시대였던 유신 말기에 독특한 독서운동을 펼친 양서협동조합에서 운영한 서점들도 서점의 살롱문화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김남주가 독서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던 광주의 헌책방 녹두서점은 5·18항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엄군을 피하려던 시민들의 대피 장소이자 항쟁의 상황실 역할을 했던 곳으로 주목할 만하다.

다시 틀을 깬 새로운 서점들
독립서점에도 계보가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책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방법론을 찾는 서점들의 시도는 우리 서점의 풍경 속에 늘 존재해왔다. 오늘날 익숙한 북카페는 1970년대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공간이다. 시낭송회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중반에는 실제로 카페에 방점을 둔 시집도서실이 혜화동 로터리에 문을 열었고, 이곳에서 시낭송회가 100회 이상 이어졌다. 이 서점은 또 다른 시 동호회 모임을 파생했고, 그 영향으로 새로운 시집 전문서점들도 문을 열었다.

1980년대부터 언론을 통해 소개된 외국의 이색 서점 이야기,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1989년 이후에 접하게 된 해외 서점 사례는 책 문화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자연히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로 청년이 서점을 운영하는 사례가 드문드문 생겼는데, 회원제 대여를 실시했던 부천의 소사책방이나 국내 최초의 여행 전문서점 신발끈은 기존 서점과는 확연히 다른 서점이었다. 현재까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여러 대표들은 해외 서점의 사례에 충격을 받고 서점을 개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즘 서점의 트렌드로서 독립서점을 거론하지 않는 이는 드물 것이다. 기존 출판의 틀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기획과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 특정 분야의 책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 직접 독립출판을 하거나 서점 운영자의 클래스로 꾸려지는 서점 등 획일성을 벗어나 저마다 고유한 의미를 발산하는 독립서점들은 이제는 익숙한 풍경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독립서점은 뜬금없이 나타난 게 아니다. 이들의 바탕을 이룬 참신하고 독특한 시도들은 그전부터 싹트고 있었다. 이 움직임들이 곧 200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독립서점의 계보가 아닐까.

회원리뷰 (4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서점이여, 영원하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e*a | 2023.03.28 | 추천8 | 댓글0 리뷰제목
책을 읽다 잊었던 기억들이 솟아났다. 그 기억들은 아련하지만 분명하다. 첫 기억은 초등학교(그땐 초등학교였지만) 시절 학기 초면 참고서를 산다고 차를 타고 나갔던 면사무소 소재지의 책방이다. 참고서만 사는 게 아쉬워 어머니를 힐끔 거렸지만, 끝내 다른 책은 내 손에 들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도 책은 고프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성화에도 종종 전집을 구입했으니까. 어;
리뷰제목

책을 읽다 잊었던 기억들이 솟아났다. 그 기억들은 아련하지만 분명하다.

첫 기억은 초등학교(그땐 초등학교였지만) 시절 학기 초면 참고서를 산다고 차를 타고 나갔던 면사무소 소재지의 책방이다. 참고서만 사는 게 아쉬워 어머니를 힐끔 거렸지만, 끝내 다른 책은 내 손에 들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도 책은 고프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성화에도 종종 전집을 구입했으니까. 어느 해인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누군가 책을 팔았다. 동화책 한 권을 사고 책장이 헤질 때까지 읽었다.

 

제주시로 전학을 간 이후에는 광양로터리의 서점들이 내 방앗간이었다. 역시 주로는 참고서가 내 구입 목록이었지만, 가끔 다른 책을 손에 들고 나올 때는 손으로 여러 번 표지를 닦아 내렸다.

조금은 암담했던 재수 시절엔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30분을 걸어 교보문고를 가는 것이 낙이었다. 그 휘황함!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한두 번 멀리서 봤던 연예인 생각도 난다.

대학 시절의 서점은 그냥 생활 공간이었다. 녹두거리의 그날이 오면전야’. 앉아 책을 읽다 서가에 붙여놓은 약속 메모를 보고 술 마시러 가고. 대학 시절 그 서점이 없었으면 어찌 지냈을까 싶기도 하다.

한참 세월이 흘러 사당역에 있던 반디앤루니스도 내 추억의 장소다. 병원과 학교를 왔다갔다하던 시절 사당역을 거쳐야 했다. 그럴 때면 늘 들렸던 곳. 한 권의 책을 사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에 오르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연구비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에 대한 상으로 몇 권을 더 사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부터는 그곳에선 들춰보면 책만 고른 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곤 했다. 미안함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

 

이러고 보니 내가 살아온 길이 서점으로도 줄줄이 엮인다(떠오른 것 중 적지 않은 것도 많다). 어쩔 수 없다. 책의 인간은.

 


 

 

강성호의 서점의 시대를 읽었다. 알게 된 것도 많지만, 나의 서점 편력을 회상할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겼다. 나는 독립 서점들의 탄생이나 연명에 크게 기여하지 못해 왔지만, 많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서점을 통해 추억할 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댓글 0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포토리뷰 서점의 시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프**나 | 2023.01.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서점에 자주 가는 이들에게 서점은 단순하게 책을 사고파는 공간만이 아니다. 사회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우리가 들르던 서점의 풍경들도 많이 달라졌지만 각각의 시대에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멋과 기능이 있고, 분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서점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되어 온 건지 궁금하다면 <서점의 시대>를 꼭 읽;
리뷰제목




 

 

서점에 자주 가는 이들에게 서점은 단순하게 책을 사고파는 공간만이 아니다. 사회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우리가 들르던 서점의 풍경들도 많이 달라졌지만 각각의 시대에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멋과 기능이 있고, 분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서점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되어 온 건지 궁금하다면 서점의 시대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서점의 시대는 과거 서점이라는 공간이 처음 생긴 무렵에서부터 현재까지 서점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되었고, 어떤 역할을 맡아왔는지를 성실하게 기술한 책이다. 한 마디로 서점의 모든 역사를 담은 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책은 1서점의 탄생2서점본색으로 나누어져 있다.

 

과거 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또 유일한 오락거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서점이라는 공간 역시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서양의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일반 사람들이 즐겼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모아서 파는 곳도 있었다.

 

현재와 달리 과거는 서점이 출판에서 유통까지도 담당했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그렇기에 현재와 달리 각 서점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꽃피울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식민지 시기와 해방, 전쟁, 군사독재 시대 등 격동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것 이외의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들을 담당해 왔다. 서점의 설립 또한 공적인 이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서점의 시대에서는 서점의 설립자들을 유의 깊게 살피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형서점이 생겼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책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이는 조그마한 동네서점에서는 누릴 수 없는 기쁨임은 분명하다. 대형서점이 늘어나고 인터넷에서 책을 할인해 팔면서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사라진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중고서적마저도 대형서점에서 판매하게 되면서 동네 헌책방들도 하나둘 사라져 갔다.

 

책도 사고파는 대상이기에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없겠지만, 오랜 역사를 가졌던 서점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과거에서처럼 명확한 설립 목표를 가진 서점을 돕기 위해 기꺼이 가서 책을 팔아주는 독자들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으니까. 하지만 그 자리를 또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독립서점들이 채워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서점이 시대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점의 역사를 성실하게 잘 정리한 책이다. 서점을 단순히 책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왔던 이들에게 이 책은 서점이 단순히 그런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다채로운 공간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앞으로 세상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모르겠고, 서점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가겠지만, 서점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공간의 힘은 영원히 그대로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서점의시대 #나무연필 #북리뷰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포토리뷰 종이 냄새나는 기억의 습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f******8 | 2022.12.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4 : 서점의 시대, 강성호 저, 2022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A : 내일, 어디서 만날까? B : 광화문 교보에서 12시에 보지, 뭐... A : 응, 내일 그 시간에 봐... 지금도 어디에선가 들릴법한,;
리뷰제목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4 : 서점의 시대, 강성호 저, 2022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A : 내일, 어디서 만날까?

B : 광화문 교보에서 12시에 보지, 뭐...

A : 응, 내일 그 시간에 봐...

지금도 어디에선가 들릴법한, 만날 약속을 정하는 흔한 대화이다. 우리가 시내에서 친구와의 약속이나 데이트를 위해서 상대방을 만날 약속을 하면 보통 "랜드마크"를 지정해서 특정 시각에 만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랜드마크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조선 시대라면 어느 정자나 연못가를 택할 것이고, 근대 개화기라면 기차이나 백화점을 택할 것이며, 지금이라면 지하철역이나 잘 알려진 건물이 선택될 것이다. 

그런데 시대에 관계없이 빈번하게 선택되는 곳이 하나 떠오른다. 그곳은 다름아닌 "서점"이다. 서울 사대문 안이라면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을 떠올릴 것이고, 각 지방의 중심가 근처에는 항상 그 지역을 상징하는 서점이 하나씩 존재하여 그 역활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이런 서점들 앞에 가보면 많은 인파가 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러하며, 후에도 그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왜일까....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종이냄새"로 대표되는 아날로그적 향수가 남아있는 장소라 생각한다. 물론 상대가 늦거나 해도 책을 보면서 기다릴수도 있고, 대부분의 랜드마크 역활을 하는 서점들은 사통팔달로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다는 장점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책으로 대표되는 문화의 위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무언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감수성에 대한 회귀적 연민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인간이라면 영원한 이 감수성은 우리가 왜 인간임을 보여주는 마지막 보루라고 믿는 것 중 하나이다.

2. 저자의 의도...


필자는 역사에 관한 관심을 두는 작가이자, 독립 서점을 운영한 바 있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서점"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고서적을 다루는 외국의 서점들이나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에 대해 꿈꾸는 사람이다. 또한 디아스포라, 지역문화에 얽혀진 작은 역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적 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민주의"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미나리", "파친코"로 대변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이 책 또한 묘하게 그 지점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늘 동아시아의 변방인 역사로 묻혀있고, 상대적으로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에 가려 제대로 발견되지 못한 내러티브가 영화나 기타 매체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그 질곡의 끈질긴 역사를 다시한번 재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 "서점"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서점을 둘러싼 대중들의 생활사, 문화사가 고대로 녹아있는 일종의 소소한 지표와 같은 역사책이다. 더군다나 이제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어쩌면 잊혀질법한 작은 이야기로부터 우리 근대사의 이면을 잡아낸 최초의 시도이며 앞으로도 보강되서 다뤄져야 할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책에서도 필자가 사료나 고증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토로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필자의 참신한 시도에 격려를 아끼고 싶지 않다. 근엄하고, 거대한 담론을, 멋드러지게 다루는데만 급급한 기존의 역사학자들과 달리,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가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때로는 잊어져 버릴수도 있는 "서점"에 대한 의의와 역사를 고증하여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돈이 없어 가판대에 서서 책을 읽다가 주인에게 핀잔만 듣는다든지, 호감가는 이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고르고 골라 좋은 시집을 꾹꾹담아 선물하는 감정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 이야기를 자신의 그것으로 감정이입하기 쉬우며, 그것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과 곁코 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평하고 싶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조선 시대의 고서적이라든지, 개화기 신문물의 최첨단에 선 서점들의 역활, 또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의 연대에 정점에 섰던 그 역사적 의의같은 살아숨쉬던 현장의 사진들과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또다른 사료로서의 역활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더욱이 현대의 군사독재 시절에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중심에 섰던 "그날이 오면"과 같은 서점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점점 극보수화되어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청년 문화의 힘을 유산으로써 전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던 시절이 아닌, 미국의 일극체제에 기댄 표류하는 현대사의 모순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또한 우리가 나아갈 대안이 무엇인지 반대편 의견들을 남기는 시도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해져야할 우리의 의무에 가깝다. (그러나 나는 그 대안으로 기존의 공산주의를 제안하는건 아님을 밝힌다. 다만, 견제없는 자본주의 독주체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협동서점"으로 대표되는 대안서점의 의의와 배경소개에 관심이 갔다. 이미 동네서점의 대부분은 거대한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고사하였고, 정말 손꼽을만큼만 남아 근근히 유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유지의 힘만 남아있을 뿐, 기존의 문화운동의 최전선에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그 재에서 다시금 태어나는 피닉스처럼 독립서점들의 등장이 요 몇년간 흥미로웠다. 각 서점마다 주로 취급하는 주제별 분야로 차별화하고, 각종 독서모임이나 문화활동, 콘서트와 어우러지는 이벤트로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으며, 이른바 "살롱문화"로 대변되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서점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과 젊은 세대의 "힙한" 감성을 연결하기 위한 눈물어린 시도들이 반가우며, 이 또한 영속적으로 다시 사람들을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아무리 유투브가 세상 모든 지식 채널을 독점한다 하더라도, "영혼"이라 불리우는 인간적인 감수성은 쉽사리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4. 아쉬운 부분...

책에서도 밝히듯이 본 저서는 이러한 주제의 거의 최초의 시도이다. 따라서 이제껏 정리된 사료도 존재하지 않으며, 기존 사료들도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성격이 농후하여 지금껏 미미한 부분만이 남아있다. 따라서 저자는 일일히 취재를 하고, 생존인물들의 인터뷰를 시도하며 그나마 발췌된 자료들만이 이 책에 녹아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특히 개화기 시대의 사료들은 일제강점기의 청산과 6.25 동란으로 인해 많은 부분 소실되었으며, 현대의 독재정권 시절의 사료들은 아직 생존자들이 있으나,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라져만 가고 있다. 더 시간이 늦어져 이 소중한 기록들이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라도 기록을 남겨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시도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향후 더 자료들이 발굴되면, 후속작이나 연작 시리즈가 나와 좀더 다양하고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5. 나오며...

다시 지금으로 와, 문득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1994)"이라는 추억의 곡을 들어보자.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마음속으로 ...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그렇다...우리에게 추억이란 감수성은 위의 가사처럼 "스러져가는 기억에 대한 회고"인 것이다. 비록 그것이 낡고 진부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네크워크가 발달하여 전 기구를 뒤덮고, AI가 나타나서 생각하는 우리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 추억은 "서점"에 아직 존재한다. 이러한 소중한 장소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저자의 노력에 치하를 아끼지 않으며, 앞으로도 더 시도를 하여 우리에게 또다른 감흥을 전달해주길 바란다.

 

#서점의시대 #강성호 #나무연필 #서점 #역사 #문화

@woodpencilbooks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6,2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aniAl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