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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

: 정원 왕국의 칼 대제, 푀르스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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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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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32g | 153*224*30mm
ISBN13 9788994452234
ISBN10 899445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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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님 정원이라고 하면 대개는 이 선큰정원을 말한다. 사방에 마련된 계단을 따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문득 별천지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저 내 눈앞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방이 꽃으로 둘러싸여 꽃 속에 들어앉은 형국이 되니 결국 세상 자체가 꽃이 되는 것이다. 여기선 꽃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마치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존재하여 그 별빛을 통해서 우주가 있음을 비로소 인식할 수 있듯, 지상에서는 나와 하늘, 즉 나와 빛의 근원 사이에 수없이 많은 꽃들이 존재하여 이 꽃들을 통해 세상에 빛이 있음을 비로소 인식할 수 있다는 등식을 만드는 것이 칼 푀르스터의 의도였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빛에 대해 유난히 민감하다는 점을 여러 대목에서 느낄 수 있다. 심지어 그는 빛과 색이 아름다운 생명으로 변신하여 나타난 ‘기적의 존재’가 꽃이라고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선큰정원을 움푹 팬 커다란 방주로 여기고 하늘을 덮개로 파악한다면 선큰정원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세상이 되는 셈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물론 기적의 존재인 꽃들이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순간 인간들도 꽃이 되어 버린다. 꽃물이 들고 꽃향기가 배어 스스로 아름다워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세상에 다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도 꽃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칼 푀르스터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였으며 이렇게 세상을 꽃으로 채워 사람들에게 꽃물을 들이고 꽃향기에 적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이 하늘에서 받은 사명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_ 25쪽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숙근초들을 배식해 놓은 사례가 아직 드물다. 게다가 숙근초의 속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아직 많은 사람들이 겨울에도 나무처럼 바깥에서 월동시킬 수 있는 꽃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아직 일년초와 반숙근초 등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 꽃의 유형에 대한 명확한 구분도 어렵다. 나약한 구식 초화들이 많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숙근초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점 많고 나약한 구식 초화들에서 비롯된 꽃에 대한 선입견이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단점들은 그동안의 노력에 의해 이미 극복된 지 오래이다. 물론 요즘에 와서 이 자연의 보물들이 보여주는 묘기에 대한 인식이 해마다 조금씩 커가고 있는 건 기쁜 일이다. 특히 정원 애호가들 세계에서 숙근초의 존재가 서서히 인지되어 가고 있다. 숙근초의 세계는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나무와도 다르고 일년초와도 다르다. 그들은 마치 사람과 영혼의 교감을 이루겠다는 듯 다가오는 존재들이다. 봄에 싹이 터서 성장하고 꽃피고 스러졌다가 다시 깨어남을 반복하는 건 숙근초밖에 없다. 나무들은 겨울에도 꿋꿋하게 서 있지만 숙근초는 완전히 죽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봄에 다시 싹이 트는 것이다. 연약해 보이지만 강건하고, 피로하게 시들었다가 소년의 신선함으로 다시 태어난다. 숙근초들이 보여주는 영웅적이고 열정적인 생명력과 생장성, 기적과 같은 적응력을 다른 식물 유형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원예가들이 내세우는 미적 기준을 이들보다 더 잘 맞춰주는 식물도 없다. 숙근초에겐 정원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하는 별난 능력이 내재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다른 느낌을 가지고 식물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비밀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들이다. 앞으로 공원과 정원에 이 보물들이 확실히 자리 잡을 날을 기대해 본다. 한편 숙근초를 통해 정원뿐 아니라 자연 경관에 대한 이해도 심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_ 115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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