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1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574g | 135*195*20mm |
ISBN13 | 9791138434669 |
ISBN10 | 1138434663 |
발행일 | 2022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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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574g | 135*195*20mm |
ISBN13 | 9791138434669 |
ISBN10 | 1138434663 |
MD 한마디
[진심은 언제나 거기 있을 테니까] 일본 아이돌 그룹 NEWS의 멤버 가토 시게아키의 소설. 취향이 비슷한 이들끼리 매칭해주는 앱을 이용하는 고등학생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찬란한 청춘의 모습을 만남과 관계라는 키워드 속에 담아냈다. 온라인 상이어도, 진심이 깃든 관계엔 서로를 움직일 힘이 있음을 말해준다. - 소설 PD 이나영
제1장 종자 제2장 대리 제3장 재회 제4장 이별 제5장 섭리 제6장 상반 제7장 국면 제8장 기원 제9장 충동 제10장 예감 제11장 집착 제12장 독립 제13장 약속 제14장 확집 제15장 결집 제16장 알력 제17장 공생 제18장 초조 제19장 대항 제20장 동조 제21장 불신 제22장 축제 제23장 심정 제24장 출발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
내용 소개
얼터네이트
얼터네이트는 고등학생들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매칭, 소통 플랫폼입니다. 고등학생만 등록, 사용할 수 있기에 학교, 나이, 이름을 모두 앱에 공개해야 합니다. 이런 점때문에 얼터네이터 런칭 초창기에는 학생들 사이에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죠. 괜히 자기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혹시 모를 트러블이나 위험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앱을 사용하던 소수의 유저들이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라는 소문으로 점점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얼터네이트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고 '플로우'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플로우를 받은 상대방이 승인을 하면 서로 커넉트되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진 매치'라는 시스템으로 나와 가장 유전적으로 적합한 사람을 제공합니다. 구동방식은 자발적으로 유전자 검사에 동의한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 유전자 그룹을 형성, 얼터네이트에 등록된 각 개인과 개인 간에 적합도를 퍼센트지로 보여줍니다.
엔메이 학원 고등학교에서는 '다이키&란란'이 앱상에서 화재를 일으켰죠. 특히, 또래 여학생들의 관심과 호응으로 동성 커플은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었죠. 얼터네이터에 올라온 다이키&란란의 이별이 큰 화제가 될 정도로 이들의 유명세가 상당했습니다. 이들 여러 인플루언서 덕분에 얼터네이트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반드시 다운로드해야 하는 인기 앱이 되었습니다.
자신감 없어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요?
길을 헤매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달리 길이 없을 뿐이에요.
니미 이루루
엔메이 학원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여학생입니다. 그녀는 요리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죠. 이루루는 요리 동아리 선배 미오와 엘터네이터에서 주관하는 '원포션' 요리 대회에 나간 경력도 있습니다. 그때는 미우 선배를 보조해서 요리 대회에 나갔지만 올해는 자신의 요리를 직접 선보일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요리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남에게 내놓기에는 초라하고 수수하고 조촐하다고만 여겼죠.
아버지로부터 '요리사는 되지 마'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특히 작년에 선배 서포터로 나갔던 '원포션'에서 심사위원에게 요리에 진심이 안 느껴진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이루루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루루는 다른 친구들은 다하는 얼터네이트를 다운로드하지 않았어요. 자신을 내 보이기 싫었기 때문에.
이루루는 다가오는 원포션이 내심 부담스러웠지만 남에게 혹평을 들은 체 도망치기는 싫었습니다. 뭔가 분한 마음도 들고. 그래서 그녀는 동아리 후배 중에 색다른 레시피를 제출한 후배 에미쿠와 한 팀으로 요리 대회를 준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농구팀에 도시락을 전달해 주러 갔던 길에 작년 '원포션'에서 우승한 에이지를 만나게 됩니다.
반 나즈
나즈는 1학년으로 얼터네이터를 누구보다 신봉했습니다. 그녀는 얼터네이터에서 화재가 되는 모든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옆 반 친구들마저 나즈에게 얼터네이터 사용법을 물어볼 정도로 그녀는 앱 사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즈는 얼터네이트에서 커넥트 한 친구들은 많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죠. 그녀는 단순히 커넥트 됐다고 해서 만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죠. 자신의 판단이 아닌 얼터네이터의 주선으로 만나기는 싫었습니다.
얼터네이터는 평범하게 사용하기만 해서는 궁합을 거기까지 판단하지 못해.
즉,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상대를 찾으려면 자신이라는 인간을 얼터네이트에 가르쳐줘야 해.
나즈는 얼터네이트를 좀 더 키워서, 얼터내이터가 성장해서 언젠가 매칭 가능성이 80% 이상인 사람을 찾게 되면 그때 사람을 만나볼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얼터네이트의 업데이트 소식과 다이키&란란 커플의 이별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나즈는 진매칭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면서 다이키의 이별 영상을 씁쓸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힘든 일을 겪어도 내면 성장이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신의 슬픔을 억지로 긍정하는 다이키의 모습에 허탈한 한숨만 쉬었죠. 합리적이면서 관계 지속을 지향하는 나즈에겐 이해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죠.
나즈는 새로 도입된 진매칭에서 백분율로 수치화된 적합도가 92.3%인 상대를 발견했어요. 지금까지 아무리 상성이 잘 맞아도 60퍼센트였는데. 그리고 70퍼센트 이상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어안이 벙벙했죠. 나즈는 반드시 플로우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과연 그녀와 매칭비율이 가장 높은 상대는 나즈의 이상형에 가까울까요?
다라오카 나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 전학 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사카에서 엔메이학원이 있는 신주쿠로 찾아옵니다. 야간 버스를 꼬박 여덟 시간을 타고. 나오시는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신주쿠를 헤매다가 겨우 친구 유타카가 다니는 엔메이학원에 숨어듭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학교 성당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몸을 웅웅거리게 하는 겹겹이 포개진 웅장한 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걸었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더욱 소리가 두툼해졌죠. 성당 안쪽 단상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소리였습니다. 부드럽게 안아주는 음색과 기분 좋은 진동에 나오시의 온몸이 떨렸죠. 작은 여학생이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움직여 웅장한 소리를 내는 게 놀라웠죠. 그는 몰래 학교에 숨어들었다는 것도 잊은 채 한동안 그곳에서 정신을 놓고 오르간을 연주하는 그녀만 보고 있었습니다.
나오시는 학교까지 숨어들어서 만나고 싶었던 친구 유타카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자신보다 한 뼘은 더 큰 친구에게 요즘도 기타를 치는 물어봤죠. 나오시가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함께 밴드를 하고 싶어서였죠. 어릴 적 자신은 드럼, 유타카는 기타를 초등학교 때 함께 연습했었습니다. 유타카가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되자 언젠가 함께 다시 하자고 약속을 했었죠.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유타카는 이젠 기타는 연주하지 않고, 아버지를 이어서 의사가 되기로 했죠.
나오시는 칭얼거리는 어린애처럼 왜 기타를 연주하지 않냐고 다그쳤지만 친구의 마음은 이미 굳어버렸죠. 기타 따윈 싫어하기로. 사실 나오시는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밴드를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나름 꾸준히 드럼 연습도 했고, 어릴 적 기타에 재능이 있던 친구가 여전히 기타에 진심일 거라. 자신과의 약속을 염두에 두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믿음은 친구에게 보답받지 못했습니다.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가토 시게아키(加藤立行了‡). 1987년 오사카부에서 출생했다. 일본 아이돌 그룹 NEWS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2012년 1월 <핑크와 그레이>를 발표해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섬광 스크램블>, <BURN》, 우산을 들지 않은 개미들은>, <튜버로즈에서 기다리고 있어>와 같은 히트작을 계속 써 내려가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핑크와 그레이>는 일본에서 영화화되었고, <우산을 들지 않은 개미들은>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제42회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을 수상한 <얼터네이트》는 2020년 제164회 나오키상과 2021년 서점 대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잡지 <다빈치>의 BOOK OF THE YEAR2021에서 소설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오늘날의 일본 문학계를 석권하여 청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옮긴이 김현화. 번역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번역 예술가, '번역에는 제한된 틀이 존재하지만, 틀 안의 자유도 엄연한 자유이며 그 자유를 표현하는 것이 번역'이라는 신념으로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역서로는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열>, 가쿠타 미쓰요의 <무심하게 산다>, <천 개의 밤. 어제의 달>, 마스다 미리의 <코하루 일기>, 무레요코의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모리사와 아키오의 <실연 버스는 수수께끼>이외에도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선은 나를 그린다> 등이 있다.
표지 디자인 : 소미 미디어(Somy Media)
감상평
"얼터네이트"는 청춘소설입니다. 감정 조절이나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않은, 자아 성숙이 덜된 인물들의 모습을 얼터네이트를 통한 '만남'으로 보여줍니다.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이 어른에 비해 익숙하지만 아직은 인간관계에 서툴기만한 풋풋한 감성이 담긴 책입니다. 아직 감성이 완성되지 못한 고등학생 청소년들의 파릇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루루와 반 나즈, 나오시입니다.
자신 없지만 자신이 하고픈 일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이루루. 자신과 가장 적합도가 높은 상대를 기다리지만 정작 스스로를 상대방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반나즈. 할머니와 동생의 무관심 뒤에 숨어있는 진심을 끝까지 모른척 해야만 하는 상황이 갑갑한 키만 자란 나오시.
이들 이야기를 교대로 보여주면 고등학생 나이대 청소년의 고민과 친구, 생각들을 얼터네이트 앱과 관련하여 보여줍니다. 실시간 매칭 앱 얼터네이트는 최신 기술 집합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본원적인 인간의 모습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니, 인간의 본능적인 소통 욕구를 보다 원활하고 쉽게 하기 위한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소설에서 얼터네이트는 배경 또는 소재나 도구 정도일 뿐 별다른 역할은 없습니다. 그저 소설 속 인물들이 얽히게 된 원인이 얼터네이트일뿐.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인물 간 대화나 상황 묘사가 뭔가 오글거리는 그런 일본 특유의 '분하다' '용납이 안된다' 같은...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접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특유의 오글거림이 조금 읽기 거북했습니다. 다만 제 취향일 뿐 이런 말랑하고 열혈 분위기를 좋아하고 익숙하다면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제겐 그저 작위적으로 분위기를 꾸려가는 듯 보였어요.
주인공이 3명이고 등장하는 조연급 인물도 다수입니다. 그래서 주제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마지막 섬'은 앞부분 몇 장만 읽어도 바로 주제가 보였는데, 얼터네이터는 책 내용이 중반을 넘어가는데도 뭐라고 할만한 주제가 보이지 않더군요. 물론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는데, 마치 예전 시트콤 같더군요. 이야기가 단편적이에요.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으레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자아성장입니다. 청소년기에 겪었던 감정 과잉이 주변 인물과의 롤러코스터 같은 짜릿하고 눈물진 경험으로 불뚝이던 호르몬이 차츰 정제되는 모습. 즉,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인물들의 이야기로 보여줍니다.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은. 제게는 평범한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터네이트', 'alternate', 교대로 일어나다, 서로 엇갈리다, 교대하다, 교류하다, 대신하는 것, 대리인.....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얼터네이트>의 사전적 의미를 보고 있노라면 알듯 말듯 해서 간지러운 느낌마저 든다. 청춘 소설이라 하니 청량하며 풋풋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소설일 거란 예상에 아이와 함께 보고 싶어 더 기대감이 컸던 소설이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생각지도 않은 저자 소개에서 더 흥미가 동하게 되었는데 소설의 저자인 '가토 시게아키'는 일본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핑크와 그레이'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고 이후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라 하니 여러 면에서 더 궁금증이 컸던 소설이다.
엔메이학원고등학교 3학년인 '니미 이루루'는 음식 평이 좋아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맛을 볼 수 있는 일식집 딸이며 학교에서도 요리 부장을 맡을 정도로 요리에 남다른 관심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일 년에 한번 있는 요리 대회인 '원포션'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게 마음에 남아 더 정진하고 있는 이루루.
엔메이학원고등학교 1학년인 '반 나즈'는 SNS 앱 '얼터네이트'의 신봉자이다. '얼터네이트'란 고등학생 한정인 앱으로 서로가 플로우를 보내서 커텍트되면 메시지 등의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하지만 얼터네이트의 중요한 기능은 유저가 지정한 조건에 맞는 고등학생 중 그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을 추천하여 중개해주는 기능도 있어 바로 가입했지만 아직은 얼터네이트의 중개 확률이 더 높아지면 그때 자신과 높은 매칭이 되는 사람을 만나고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엄마가 큰 병으로 오래 앓다 돌아가신 후 빚을 지게 된 '다라오카 나오시' 가족,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방황하던 아버지로 인해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가까이 오셨고 이후 정신을 차린 아버지는 돈을 벌겠다며 원양어선을 타 일 년에 한번 볼 까말까 해지며 소원해졌다. 나오시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지만 어린 시절 함께 밴드를 하자 약속했던 유타카를 찾아 도쿄의 엔메이학원고등학교를 찾는다.
<얼터네이트>는 세 명의 학생이 자신들의 고민과 일상, 학교생활을 서로 교차하며 담아내고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재미있게도 그 주인공들을 두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절대 조연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런 느낌을 나만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 명의 주인공의 비중이 묵직해서 그 외에 캐릭터들이 당연히 조연이란 생각이 드는 구도에 반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명의 주인공조차 주연 다운 묵직함이 덜해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더 가볍게 다가와졌던 것 같은데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치우치지 않는 중심 감각이 느껴져 나는 그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즐겁고 좋은 것보다 힘들고 어려운,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요즘 세상에서 나이에 딱 맞는 고민과 무게감은 그래서 더 만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페이스북 이야기가 고등학생들의 전용 소통 앱으로 확장된 느낌도 들긴 했지만 무겁지 않은 일본스러움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소설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 <얼터네이트>는 엔메이학원고등학교의 3학년 ‘니미 이루루’와 1학년 ‘반 나즈’, 그리고 오사카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한 ‘다라오카 나오시’ 이렇게 3명의 10대가 주인공인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총 2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3명의 주인공 이야기가 매 장마다 이루루, 나즈, 나오시 순으로 번갈아가며 펼쳐지게 구성되어 있다.
‘니미 이루루’는 학교의 요리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고, 원예부장인 ‘다이키’와 친구다. 이루루는 고등학생 대상의 요리경연대회인 ‘원포션’에 도전한다. 부모님이 일식집 ‘니이미’를 운영하기에 이루루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을 거라고들 남들은 추측하지만, 이루루의 아빠는 이루루가 가게에 오는 걸 그다지 흡족하게 여기지 않았고 더군다나 이루루에게 응원은커녕 “요리사가 되지 마”라고 틈이 날 때면 말했다.(p246) 이루루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했고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 즐거움에 눈을 떴으며, 성장하면서 요리 지식은 독학으로 익히면서 요리 실력을 늘려갔다.
직전년도에 1년 선배이자 당시 요리 동아리 부장인 ‘다가 미오’와 파트너로 ‘원포션’에 출전하여 결승까지 올라갔으나, 에이세이 제1고등학교의 ‘미우라 에이지’의 팀에게 져서 준우승을 했다. 이제 다시금 ‘원포션’에 재도전을 하기 위해 관계가 소원했지만 요리 테마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던 ‘무화과초밥’ 레시피를 제안한 ‘야마기리 에미쿠’와 새로운 파트너로서 호흡을 맞추며 준비를 하는 와중에, 이루루와 미우라 간의 교제, ‘원포션’ 본선에서의 여러 갈등과 고민, 극복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반 나즈’는 ‘얼터네이트’ 앱의 신봉자로, 친구인 ‘시오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게 앱의 사용법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이다. 그러나 나즈는 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사용하지만, 이제껏 앱을 통해 그 누군가를 만나본 적은 없다. 앱을 통해 조건에 맞는 상대방과의 매칭률이 높아봐야 60퍼센트라는데, 나즈는 80퍼센트 이상인 사람을 찾게 되면 그때는 만나보려고 한다고 말했다.(p43) 즉 ‘운명적인 만남’을 고대하는 것으로, 결국 앱의 새로운 서비스인 유전자 레벨 궁합을 매칭한다는 ‘진 매치’서비스를 통해 92.3퍼센트라는 거짓말 같은 매칭율의 상대방 ‘가쓰라다 무우’를 만나보게 된다. 그러나 나즈가 생각해왔던 ‘운명’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상대의 모습, 태도 등에 실망감을 느끼게 되고, 고민과 갈등을 하게 된다.
‘다라오카 나오시’는 나오시의 아빠가 원양어선을 타고 있어 오래 집을 비우다보니 할머니의 보호 아래 남동생과 살고 있다. 나오시가 어릴 때 엄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치료비 등으로 빚까지 졌을 정도로 가난한 환경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는 음악 밴드를 만들고 싶은 꿈을 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경제적인 문제로 알바를 계속하고 있다. 나오시는 드럼을 친다.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드럼소리에 이끌려 ‘보니토’라는 바에 들렀다가 ‘마사오’ 아저씨에게서 드럼을 배웠고 초등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안베 유타카’가 기타를 친다고 하여 함께 합주를 하며 실력을 다졌다. 그러나 유타카가 5학년 때 전학을 갔고 마사오 아저씨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시점에, 나오시는 오사카에서 도쿄로 유타카를 만나러 갔다. 그 이후 집을 나와 여름동안 미우라 반도의 료칸에서 알바를 하다가 알바 동료인 ‘겐이치’와 도쿄의 뮤지션 한정 셰어하우스에 묵으며 드럼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꾸던 중 ‘사에야마 미우’와 알게 되고, 여러 상황과 사건에 직면하면서 미우 및 유타카와 오해, 갈등을 겪게 된다.
이들의 관계 속에 ‘얼터네이트’라는 앱이 한 역할을 한다.
얼터네이트는, 고등학교 한정의 SNS 앱으로, 서로가 플로우를 보내서 커넥트되면 메시지 등의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해지고, 유저가 지정한 조건에 맞춰 수많은 고등학생 중에서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추천해주는 중개인 역할도 한다.(p30~31)
이루루는 얼터네이트 앱을 깔긴 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포션’ 결선 이후 이루루의 팬이 늘면서 얼터네이트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게 된다.
나즈는 얼터네이트를 ‘운명적인 만남’의 수단으로 신봉하다가 앱을 통한 2차례의 매칭 만남 이후 이렇게 결심한다. “난 (운명적인 만남을 위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싫어!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하지 않을 거야! 더 더 나를 믿을 거야! 나 자신을 더 좋아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 난 나를 성장시킬 거야!”(p468) 이후 나즈는 앱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나오시는 고교 중퇴로 인해 얼터네이트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상실되어 앱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때문에 유타카를 만나기 위해 도쿄까지 움직여 와야 했다. 결국 나오시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얼터네이트를 부활시켰고, 이를 통해 멤버를 커넥트하면서 밴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분명 독서를 하는데 왠지 머릿속에 영화 스크린이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가토 시게아키’는 오늘날 일본 문학계를 석권하고 청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로, 그의 필력은 이미 수많은 히트작과 수상 이력, 작품의 영상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에서 돋보이는 점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갈한 흐름이 돋보이는 구성력이다.
주인공이 3명이나 되지만, 서로의 이야기가 크게 간섭되거나 방해됨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 라인이 잘 읽혔다.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서술되지만, 중간중간에 회상 장면, 과거에 있었던 일 등의 에피소드를 잘 섞어 넣어 독자가 궁금할 수 있는 점들을 해소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따라가게 만들면서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어감에 따라 독자 입장에서 딸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책의 두께가 나름 두꺼운 편에 속함에도 읽는 데 있어서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둘째, 전반적으로 묘사력이 탁월하다.
작중 배경장소나 심적 상태를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묘사 능력에 감탄한다. 어떤 부분은 그냥 읊조리듯, 어떤 땐 색채를 터치하듯, 다른 땐 다소 역동적이어서 마치 동영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도쿄에 있는 유타카를 만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독은 도쿄에 갔던 예전보다 더 부풀어 올라 허무한 마음이 온몸을 적셨다.”(165)
“이쪽은 덥긴 하지만 고향과는 종류가 다른 느낌이 나요. 저쪽의 여름은 거의 냄비 같거든요. 졸인다고 할까요? 사람을요. 더구나 물 없는 찜통 같아요. 수분이 쪽쪽 빨리는 느낌이에요.”(p225)
“(호른의) 롱톤이 울려 퍼졌다. 몸이 소리에 공명했고 떨렸다. 공기의 모양이 달라졌다. 심지가 있는 음이면서도 질감은 포근해서, 얻어맞은 충격과 동시에 어루만지는 듯한 자애로운 느낌이었다.”(p228)
“재미있었어. 요리가 웃으면서 춤추는 느낌이야.”(p251)
“땅에 비치는 미우라의 그림자를 보았다. 크게 뻗은 그림자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어서, 왠지 거인이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쳤을 때 같다고 이루루는 남몰래 웃었다.”(p253)
“젠야의 음이 몸에 가득 차 흘러넘쳐 녹슨 철의 표면이 뒤집혀서 떨어지듯이 나오시를 서걱서걱 벗겨나갔다.”(p498)
셋째, 자유로운 필력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찰나의 내적 심정을 전혀 거리낌 없이, 막힘없이 자유롭게 써내려갈 수 있을까? 단적인 예로, ‘엔메이학원고등학교 축제’ 중에 예기치 못한 나오시와 유타카가 저지른 ‘기습 공연’ 당시 유타카의 기타 연주에 대해 나오시가 느낀 생각과 감탄을 한꺼번에 몰아치듯 약 2페이지(p436~437)에 걸쳐 써내려간 필력을 들 수 있겠다.
넷째, 소설 중간중간 명언과도 같은 문구들이 빛난다.
몇 개만 예로 들어본다.
“기쁠 때 무엇을 먹는지보다 슬플 때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p141)
“무화과의 꽃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아 무화과라고 쓴다고 합니다. 못난이 나무로 보여도 무화과에는 숨겨지니 아름다움이 있습니다.”(p184)
“그만두긴. 좋아하는 거잖아. 그래서 관두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남한테 도둑맞는 거잖아. 내 취향은 내가 지킬 거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p249)
“대상에게 변화하기를 원하고, 안정감을 타파하려는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상대는 기대에 부응하기 힘들어지고, 그러다 충돌해서 참을 수 없어져서 끝나지.”(p263)
“석면을 생각했다. 예전에는 편리하다며 중요하게 여기던 재료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서 나쁜 것이 되는 이치는 대체 뭐란 말인가.”(p285)
“단순한 말로 칭찬했으니 친해졌잖아. 친해지고 싶으면 알기 쉽게 해야지.”(p296)
“(꽃의) 예쁜 부분만 본다면 본질은 모를 거라고 생각해. 이 꽃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알뿌리를 심은 우리뿐이야.”(p330)
다섯째, 매개물의 적절한 활용이다.
소설 속에 ‘얼터네이트’라는 앱이 연결의 매개물로 관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매개물만으로 3명이나 되는 주인공과 그들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을 모두 연결해내기는 벅찼을 것 같다. 작가는 똘똘하게도 각각의 인물과 인물을 자연스럽게 이으면서도 인물 스토리 전개 상 일종의 ‘복선’과도 같은 매개물들을 곳곳에 등장시켰다.
우선 ‘옥수수’다.
[제1장 종자]의 처음에 원예부원과 요리부원, 그리고 지도교사인 ‘사사가와’ 선생님이 학교 텃밭에 옥수수 씨를 심는 장면이 나오는데, 파낸 구덩이 한 곳에 씨앗 3개를 심자 “세 개 다 싹이 나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신입부원의 질문에 ‘두 개는 잘라낸다’는 답변이었고 이루루는 ‘한 식물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존재를 잘라낸다는 선택이 정말 타당한지 늘 생각에 잠기게 된다’(p14)고 했다. 이것 관련하여, 후반부에 ‘원포션’결선 이후 이루루와 아빠 간에 어색한 관계가 해소되려는 시점에 ‘콩’과 ‘콩나물’중에서 “전부를 선택할 수는 없어.”(p476)라는 아빠의 말에 이루루는 ‘옥수수싹’을 연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옥수수’는 니미 이루루와 미우라 에이지가 처음 말문을 트게 되는 매개로 작용한다. 그리고 둘 간 교제에 ‘위크엔드시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크엔드시트론. 주말에 소중한 사람과 먹기 위한 레몬케이크... 사귀어줄래?”(p252)
다라오카 나오시와 안베 유타카 사이에 어릴 적 공통의 기억 속에 민요 ‘찻잎 따기’가 있었고, 이 음악은 추후 축제 중의 ‘기습 공연 사건’을 통해 둘만의 관계 개선의 매개물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록그룹 ‘젠야’도 매개체로써 한몫을 한다.
그리고 다라오카 나오시와 사에야마 미우 간의 첫 대면과 그리움의 매개체로 ‘학교 교회 건물 파이프오르간’이 등장하고, 둘 간의 첫 만남과 대화, 오해, 고백의 매개 장소는 ‘제방’이다.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축제’와 ‘원포션’ 결선을 통해서 교차 편집을 한 듯 빠르고 짧은 연출을 연속적으로 감행하였다. ‘니미 이루루’, ‘반 나즈’, ‘다라오카 나오시’가 지니고 있던 불안요소와 고조되었던 갈등은, 축제 속 나오시의 드럼과 유타카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연주 음악이 축제 장소와 원포션 결선 장소 2곳의 공간을 아우르듯 공감각적으로 울려 퍼지게 만든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전개되어 흘렀다.
그리고 마지막 2개의 장에서 고조되었던 긴장감이 봄날의 벚꽃이 샤랄라 휘날리듯 해소된다.
이 책 <얼터네이트>를 다 읽고 난 소감은, “청춘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냥 본 게 아니라, “몰입해서 보다보니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까?
이 몰입감은, 작가의 필력이나 구성력, 묘사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번역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번역예술가’ 김현화 님의 유려한 번역이 이 책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었고, <보통의 것이 좋아>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반지수 작가의 일러스트가 청춘드라마적인 책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해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