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에서 그가 한 수사는 스웨덴에서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한 것이었다. 사실의 축적과 일련의 증거 수립은 전체주의 국가의 그늘진 배경에서 훨씬 더 복잡했다. --- p.246
“우리나라에선 뭔가 말하다 죽을 수도 있고, 어떤 말도 하지 않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잘못된 걸 말하거나요. 아니면 잘못된 사람에게 말하거나.” --- p.267
쿠르트 발란데르는 겁이 났다. 리투아니아 땅에서 단테의 말을 부르짖고 있는 자신이 라트비아 국경을 향해 절뚝이며 걸을 때 그는 리투아니아 땅에서의 마지막 발걸음을 돌아볼 터였다. 여기 들어오는 모든 자, 희망을 버려라! 아무도 여기서 돌아올 수 없다. 적어도 어떤 스웨덴 경찰도 살아서 나갈 수는 없으리라.
헨닝 망켈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쓴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적자로 두 작가에 이어 변화하는 스웨덴의 사회상을 범죄소설을 통해 이야기했다. 『리가의 개들』은 중년의 위기를 맞은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가 두 번째로 등장하는 소설로, LA 타임스 미스터리/스릴러 부문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라트비아에 버려지다시피 한 발란데르는 무사히 탈출구를 찾을 것인가『얼굴 없는 살인자』에서 첫선을 보인 스웨덴 남부 위스타드 경찰서의 발란데르는 룬나르프 마을의 노부부 살인 사건을 해결한 다음 해에 스웨덴 해안으로 밀려온 구명보트를 맞닥뜨린다. 두 구의 시체가 든 구명보트에서 시작된 사건은 발란데르를, 당시만 해도 철의 장막 너머 미지의 세계였던 라트비아로의 출장으로 이끌었고, 발트해 삼국의 이름조차 헷갈려하던 그는 소령 살해 사건을 수사하며 전체주의의 실체에 눈을 뜨게 된다. 『리가의 개들』은 ‘발란데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아마도 가장 긴장감 넘치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작품에서 발란데르는 전편 이상으로 고생하며 죽음의 위기를 수차례 넘긴다. 넷플릭스 범죄 드라마 〈영 월랜더〉에 영감을 준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발란데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소련이 해체되기 시작하고 소련의 위성국가들에 자유화 물결이 밀려들기 시작할 무렵, 스웨덴 해안에 한 척의 고무보트가 떠밀려 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세계정세에 관심이 없는 발란데르에게 공산국가인 라트비아로의 출장은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꼼짝없이 자유화 물결에 휩쓸린 발란데르는 난처하기만 하다. 자국의 이익이나 개인적인 이익과 상관없이 정의와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발란데르의 활약을 따라가다 보면 소련의 붕괴가 완결되지 않은 듯한 작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실이 대비되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