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고르는 첫 번째 조건은 우선 안전한 차인가 하는 것이다. 차 생산에서 제다까지, 친환경적인 상태에서 차를 생육하고 제다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 다음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좋은 차맛에 대한 개인의 기준을 갖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그 체질에 따라 맛의 취향이 다르다. 그 취향을 체화시킨 다음에 자신에게 맞는 좋은 차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서 차를 선택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색·향·미에 대한 것은 대부분 좋은 녹차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흑차나 오룡차 계열 역시 향과 맛에 대해서는 비슷한 기준을 갖고 있지만 우려낸 찻물의 탕색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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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마실 차를 선택한 다음 고려해야 할 것은 찻물이다. 그래서 차인들은 차맛의 절반은 물맛이라는 말을 하고, 초의 스님 역시 《동다송》에서 ‘차는 물의 마음이요 정신이다. 그리고 물은 차의 몸이니 참된 물이 아니면 차신을 나타낼 수 없고 참된 차가 아니면 수체를 나타낼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차와 물은 상호보완관계를 떠나 동전의 양면처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차맛도 물맛도 제대로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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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의 경우 계절과 시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다구들이 사용된다. 백자, 청자, 분청, 흑유 등 다양한 다구들이 이용된다. 여름에는 백자나 청자를, 겨울에는 분청이나 흑유를 사용해 찻자리에 변화를 준다. 중국의 반발효차와 발효차는 자사호라는 다관을 주로 사용한다. 자사호를 보면 우리의 다관들보다 작은 것을 사용해 진한 맛과 향을 지닌 차들의 맛을 최대화시킨다. 중국에서는 또 섬세한 향을 지닌 차의 맛을 즐기기 위해 길쭉한 문향배라는 찻잔에 차를 마시기도 한다. 말차는 다완이라고 불리는 차사발에 따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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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암 암주 스님이 유천으로 우려낸 차맛은 일품이었다. 일지암 암주 스님이 일지암 차밭에서 딴 찻잎을 일지암 차솥에서 초의 스님의 제다법으로 덖어낸 것이 우리에게 온 것이었다. 자우 홍련사에서 맛보는 차의 맛은 향긋하고 감미로웠다. 나은은 비로소 차를 마시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날 나은은 일지암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 차 문화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우리 차의 깊고 넓은 맛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충담, 원효, 김시습과 같은 수많은 차인들은 물론 강원, 경기, 충청, 제주, 경남, 경북 등 전국에 걸쳐 차 문화 역사 유적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차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많은 차인들의 헌신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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