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게. 메다이야.”
“메, 다이?”
“메다이는 메달이란 뜻인데 가톨릭 신자가 부적처럼 몸에 지니는 거야. 나도 남한테 받았을 뿐이지, 자세히는 몰라. 신부의 축복은 받았다는 거 같은데, 불교나 신도(神道)의 부적과 달리 지니고 있으면 효력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래.”
“그걸 왜 나한테?”
반사적으로 묻자 카이는 나를 봤다.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곤란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옆으로 피한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내리더니 한 번 더 나를 본다.
“나도 잘 모르겠어. 난 이걸 오늘 아침 너에게 건네줘야 해.”
“……설명이, 안 되는데.”
“설명할 방법이 없는 데다 설명해도 어차피 모를 거야. 어쨌든 줄게.”
--- p.16~17
「요즘 호나미가 오빠에게 찰싹 붙어 있거든. 호나미는 분명 오빠를 좋아하는 거야.」
오늘 아침 논은 그렇게 말했다. 역시 호나미는 카이를 좋아했나?
그리고 논과…… 무슨 분쟁이 있었나?
‘나와 오빠는 평생 떨어질 리 없어. 왜냐하면─.’
논은 뺨을 붉히면서 내게 말했다.
‘우리는, 피가 이어지지 않았으니까…….’
이 사실을 아는 건 이 학교에서는 아마 나뿐이다.
하지만 호나미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카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갔고, 논은 그걸 용납하지 못해 말싸움을 벌인 뒤…… 호나미가 논을 밀친 걸까?
“아, 아……. 윽, 으, 으으아…….”
호나미가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언제나 쿨한 호나미가 망가진 것 같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됐길래 이렇게 된 거지? 점점 커지는 술렁임이 아득하게 들렸다. 사람들은 교정의 충격적인 현장에 모여들었고, 논이 어디서 떨어졌는지 아직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나는 뭔가에 매달리듯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부적 같은 것인데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
카이의 말이 떠올라 필사적인 심정으로 메다이를 주머니 속에서 꽉 움켜쥐었다.
오늘 아침의 카이는 내가 이렇게 될 것을 예감했던 듯하다. 무섭고 괴로워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과 머리도 터질 것처럼 아프다.
--- p.44~45
“안녕!”
“보고 싶었어!”
신발을 갈아 신고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위층에서 나를 발견하고 뛰어 내려온 쌍둥이가 계단 중간에서 내 양쪽 팔에 매달렸다.
“아, ……안녕.”
“마유, 안녕. 츠무기, 난 먼저 갈게!”
논이 한쪽 팔을 들더니, 나를 힐끗 보고 미소 지은 뒤 계단을 올라간다. 꿈보다 논의 기분이 좋아 보여서 안심했다. 필사적으로 위로한 보람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마유라는 건 ‘마이’와 ‘유이’를 합친 호칭이다. 쌍둥이 본인이 ‘우리를 헷갈릴 바에야 합쳐서 불러줘☆’라고 해서 다들 합쳐서 부르고 있다.
“얘들아, 갑자기 둘이서 달려들면 심장이 벌렁거리거든…….”
“츠무기도 합쳐서 부르면 될 텐데. 마유든 마윳치든.”
“마유뿅이든 마유타든.”
마유타……? 아아, 성이 타치바나니까 ‘타’를 붙이는 건가.
“……왠지 그런 데 익숙하지 않아서.”
쓰게 웃는다. 동급생을 그렇게 부르려니 좀 저항감이 든단 말이지.
“너희 다 늦었어─!! 운동장 10바퀴!”
운동부 고문 선생님의 고성이 들려와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미안, 좀 급해서!”
“응.”
“또 보자.”
--- p.62~63
논의 등장은 내 인생에 있어서는 사건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미소녀가 열렬히 사랑해주는 애니메이션이 현실이 된 것 같았다. 천사가 내려온 듯한 하루하루였다.
이웃에 살게 된 후로 논은 늘 ‘오빠, 오빠’ 하면서 카이를 따라다녔다. 누가 봐도 중증의 브라더 콤플렉스다.
하지만 동시에 논은 나에게도 툭 하면 안겨들며 ‘츠무기가 너무좋아.’라고 계속 말했다.
“츠무기는 내가 지킬 거야. 츠무기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다면 내가 때려줄게!!”
이렇게 귀엽고 가냘픈 아이가 ‘때려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게 말할 때마다 키득키득 웃었다.
“웃지 마아─.”
논은 왜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늘 많은 친구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늘 나만을 친구로서 특별 취급하다니.
나와 논은 비슷한 면도 있고 성격이 잘 맞는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웃집에 살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는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이 있지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자기가 만나는 아주 적은 사람들 속에서 사랑하거나 친구를 찾는 것이다.
논을 지키는 건 나라고 쭉 생각했다. 창피해서 말은 안 했지만.
나를 지키겠다는 논을, 나야말로 지키겠다고.
카이와 논과 내 관계는 논을 한가운데에 둔 시소 같다.
논이 카이에게 달라붙으면 둘은 연인처럼 나란히 걷는다. 그리고 논은 나에게도 순진하게 달려와서 친구로 있어준다.
논의 존재는 압도적이며, 논(暖)이라는 그 이름처럼 다 헤아릴 수 없는 따뜻함으로 나를 품어주었다.
“츠무기, 정말 좋아해. 츠무기와 함께라면 죽어도 좋아.”
이런 말도 논은 자주 했다. 함께 살겠다느니 함께 죽겠다느니.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항상 함께 사는 것이 논의 인생관일지도 모른다.
“가장 소중한 건 카이면서 그렇게 말해도 돼~?”
“하지만 오빠나 츠무기나 정말 좋아하는걸. 계속 함께 있자.”
그렇게 말해준 논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다니─.
--- p.129~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