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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저 / 문현선 | 푸른숲 | 2022년 12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43건 | 판매지수 2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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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원청』 출간 - 스틸 북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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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588쪽 | 610g | 140*200*35mm
ISBN13 9791156751298
ISBN10 115675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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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위화가 복원해낸 근대 대격변기의 중국] 190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23년에 걸쳐 집필한 위화의 신작 장편소설. 시대의 격변은 평범한 시민의 운명을 어디까지 뒤흔들까.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헤매는 린샹푸처럼, 모두가 가슴 속 ‘원청’을 품고 산다면 수많은 다짐들이 현실이 될 것만 같다. - 소설 PD 이나영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린샹푸는 잠시 멈췄다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또 말도 없이 떠나면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 아이를 안고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예요.”
말을 마쳤을 때 린샹푸는 자기 손이 이미 샤오메이에게 이끌려 그녀의 얼굴 위에 있는 걸 알았다. 샤오메이의 눈물이 그의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린 뒤 방향을 찾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 p.79

“눈이 언제 그칠까요?”
린샹푸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알지 못했다. 딸을 안은 채 린샹푸는 시진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문을 하나하나 두드렸다. 시진의 여자들은 눈에 뒤덮인 세상에서 남자들보다 대범하고 평온했다.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을지언정 예전과 똑같이 집안일을 했다. 그녀들이 집 안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린샹푸는 얼어붙은 시진에 아직도 사람 숨결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p.112

길을 가는 내내 린샹푸는 린바이자에게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는 새로 아내를 맞지 않을 거라 린바이자에게는 형제자매가 없을 것이고 앞으로 그가 하는 모든 일은 린바이자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어린 린바이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서 린샹푸가 한마디 할 때마다 “응.” 하고 대답했다.
--- p.139

이 북쪽 출신 농민은 땅에 대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이가 엄마 품에 매달리는 것과 비슷한 절절함을 가지고 있었다. 12년 전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뒤 딸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았을 때 그는 떠오르는 아침 햇살 속에서 처음 완무당, 물과 땅이 어우러진 그 넓은 전답을 보았다. 뿌리째 뽑힌 나무가 사방에 흩어져 있고 벼가 짓밟힌 잡초처럼 여기저기 쓰러져 있으며, 망가진 배의 판자 조각, 수북한 띠, 굵은 나무와 뼈대만 남은 지붕이 수면 위로 떠내려가고 있었음에도, 린샹푸는 그 엉망으로 망가진 풍경 속에서 원래의 풍요로운 완무당을 볼 수 있었다. 노부인의 얼굴에서 젊은 시절의 미모를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 p.147

솜저고리를 걸친 뒤 등불을 챙겨 나온 스님의 어머니가 천야오우를 보고는 물었다. “누구네 집 애니?”
“시진에서 잡아 온 인질이에요.”
이후 나흘 밤낮 동안 천야오우는 스님 집 나뭇간에서 고열에 시달렸다. 눈이 안개가 낀 듯 흐릿해지고 귀에서 물을 붓는 듯 졸졸 소리가 들렸으며 몸도 돌덩이처럼 무거워졌다. 천야오우는 스님 무리가 몇 차례 들어와 자기 앞에서 뭐라 말하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앓는 동안 제일 많이 본 건 스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노부인은 들어올 때마다 두 손을 내밀었는데 늘 물이나 죽, 때로는 생강탕을 들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물 좀 마시렴……. 죽 좀 먹어……. 생강탕 좀 들거라…….”
나흘 동안 사경을 헤맨 뒤 닷새째 날 아침 정신을 차렸을 때, 천야오우는 맑은 새소리를 듣고 나뭇간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을 보았다.
--- p.230

그날 밤 스님 무리 일곱 명과 천융량 무리 예순아홉 명은 첸촌에서 함께 밤을 보냈다. 그들은 둘러앉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스님은 천융량에게 자신들 일곱 명은 장도끼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시진을 공격하기 전에 떨어져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스님이 말했다. “이 난세에는 농사를 지으면 토비한테 약탈당하거나 죽고, 토비가 되면 약탈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천융량이 대꾸했다. “난세에 토비로 사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토비라도 선한 마음을 가져야지요.”
--- p.365

그녀는 더 울지 않고 옷자락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눈물도 희망이 있을 때 흘리는 것이라, 절망적이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는 일어나 이미 시어머니가 위층으로 올라갔음에도, 평소와 똑같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발 닦을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
--- p.443

샤오메이가 말했다. “이번에는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할 거야.”
“아무리 오래 걸려도 기다릴게.”
“여차하면 나는 그곳에서 죽을지도 몰라.”
“딩촨에서 죽을 때까지 기다릴게.”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쳐다보다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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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허삼관 매혈기』 『제7일』
세계적인 작가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마침내, 거장의 손에서 탄생한 가장 ‘위화적인 순간’!


명실상부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위화가 8년 만에 신작 『원청: 잃어버린 도시』로 돌아왔다. 늘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삶을 살아나가는 인간 군상을 그려내온 위화는 이번 『원청』에서도 끝없는 여정 위에 선 인간의 숭고한 발자취를 그려내었다. 청나라가 저물고 중화민국이 시작하는 대격변기의 포화 속에서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헤매는 린샹푸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삶은 그저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위화는 말한다. “시간의 급류는 모든 사람이 자기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이건 아직 시작도 시작되지 않고. 끝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거장의 솜씨로 빚어낸 『원청』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강명 작가는 추천사를 통해 오직 위화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위화적인 순간’이라 말했다. “나 혼자 ‘위화적인 순간’이라고 부르는 시간들이 있다. 너무 재미있고 뒤가 궁금한데, 갑작스럽게 가슴이 미어져서 책장을 잠시 덮고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시간.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저절로 다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잔인해지지 말자. 전쟁을 막자. 『원청』에는 위화적인 순간이 무척 많았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 『제7일』 등 위화의 작품을 통해 ‘위화적인 순간’을 함께해온 독자는 물론 위화를 새롭게 접하는 독자들까지, 지금이 바로 가장 위화적인 순간을 마주할 때다.

『원청』은 중국 현지에서 출간과 동시에 150만 부가 팔리며 8년 만에 다시 한번 위화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해외 20여 개국에 판권을 판매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확인시켰다.

청년 위화의 꿈이 되어준 작품
23년에 걸쳐 거장의 솜씨로 복원된 중국의 대격변기


최초부터 위화는 1900년대 근대의 중국을 문학으로 재현해보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20세기의 삶을 이야기로 복원해 21세기 중국이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것이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부터 시작되는 『인생』. 1960년대 문화대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허삼관 매혈기』, 자본주의 중국사회를 담아낸 『형제』까지가 모두 그러한 시도의 연장선에 있었다. 신작 『원청』은 위화의 그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청나라 시대가 끝나고 중화민국이 시작되는 1900년대 초반 신해혁명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 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가 떠오르는 대격변기로, 작품을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집필에 있어서도 『원청』은 최장 기간이 소요되었다. 1998년도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간 『원청』은 2005년 『형제』와 2013년 『제7일』이 나오고도 무려 8년이 더 흐른 뒤에야 출간되었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원청』이 전기(傳奇)소설을 써보겠다는 위화의 20대 시절 오랜 꿈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사실주의적 토대에서 작품을 집필해온 위화는 작품을 새로운 문학 토대에 세우기 위해 긴 기간 수정을 거듭했고, 마침내 사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섞어 천재지변과 모험, 전쟁과 도적질이 끊이지 않는 난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거장 반열에 오른 작가가 각고의 노력 끝에 젊은 시절 원대한 꿈을 실현한 작품 『원청』은 2021년 중국 문학계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을 통해 일찍이 위화의 작품을 접한 독자라면 『원청』으로 중국의 20세기 지형도를 완성하고, 그간 접해보지 못한 위화의 새로운 서술방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 위화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원청』은 고전의 품격과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갖춘 명작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삶은 그저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여정 위에 선 인간의 숭고한 발자취


난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지만 위화의 이야기에는 그 어떤 역사적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위화는 일대변혁의 기로에서조차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평범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역사의 광풍은 보통 시민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전쟁과 기근이 닥치자 시민은 먹고살기 위해 도적이 되며, 이로부터 시민을 지켜야 할 군인은 외려 시민을 강탈한다. 시대변혁 앞에서 ‘보통의 운명’은 이토록 비정하기만 한데, 삶은 그저 정해진 시대의 운명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시대 앞에서 개인은 무력할 수밖에 없을까? 위화는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여정을 계속하는 린샹푸를 통해 제아무리 가혹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삶을 걸어가야만 하는 이유를 증명해낸다. 추천사를 쓴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원청』을 읽다보면 절로 눈을 감고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았다가, 인물들의 운명을 알고 싶어 다시 펼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위화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라고 말하며 공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어느 책의 감동적인 대목에서 문득 발견한 눈물자국과 같이, 눈물과 눈물이 만나고 감동과 감동이 만나는 순간이 바로 공명이며, 이 공명이 『원청』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였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춘다.” 모두의 가슴에 원청이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알 수 없는, 또 찾을 수 없는 일이 있으며, 바로 그러한 사실만 이해한다면 서로서로 공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위화는 끝으로 한국에도 『원청』 같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묻는다. 알 수 없는 운명의 조각을 찾기 위해 헤매는 사람이 이곳인들 왜 없을까. 그리하여 책장이 덮이고 눈물과 눈물이 만나는 공명의 순간이 찾아온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끔 위화가 소설가가 아니라 마법사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쉬우면서도 심오하고, 웃기면서도 슬픈 작품들을 쓸 수 있을까. 나 혼자 ‘위화적인 순간’이라고 부르는 시간들이 있다. 너무 재미있고 뒤가 궁금한데, 갑작스럽게 가슴이 미어져서 책장을 잠시 덮고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시간.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저절로 다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잔인해지지 말자. 전쟁을 막자. 『원청』에는 위화적인 순간이 무척 많았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았다가, 인물들의 운명을 알고 싶어 다시 펼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모든 분께 추천하고 싶다.
- 장강명 (소설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다시 찾아온 위화의 마법. 쉬운데 심오하고, 웃긴데 슬프다. 갑작스럽게 가슴이 미어져 몇 번이나 책장을 덮고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선량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고통을 겪어야 할까.
- 장강명 (작가)

회원리뷰 (143건) 리뷰 총점9.8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원청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b******y | 2023.03.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중국 대표 작가 위화가 8년 만에 신작 ‘원청: 잃어버린 도시’로 돌아왔다. ‘제7일’ 이후 8년 만에 낸 신간이자, 위화의 첫 전기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청나라가 무너져 전란이 그치지 않던, 중화민국이라는 새 시대가 떠오르는 대격변기다. 그간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그려온 위화는 이번 작품에서도 대격변기의 포화 속에서 미;
리뷰제목
중국 대표 작가 위화가 8년 만에 신작 ‘원청: 잃어버린 도시’로 돌아왔다. ‘제7일’ 이후 8년 만에 낸 신간이자, 위화의 첫 전기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청나라가 무너져 전란이 그치지 않던, 중화민국이라는 새 시대가 떠오르는 대격변기다. 그간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그려온 위화는 이번 작품에서도 대격변기의 포화 속에서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헤매는 린샹푸의 삶을 그려냈다.출판사에 따르면 위화는 작가생활을 시작하고부터 1900년대 근대의 중국을 문학으로 재현해보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20세기의 삶을 이야기로 복원해 21세기 중국이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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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를 살아온 평범한 중국 사람들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g*******g | 2023.03.14 | 추천20 | 댓글0 리뷰제목
우리나라의 구한말에 해당하는 중국의 청나라 말기에서부터 중화민국 시대에 이르는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위화의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난세에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모두 평범하고 심성이 착한 백성들이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위화의 작품 특성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n;
리뷰제목

우리나라의 구한말에 해당하는 중국의 청나라 말기에서부터 중화민국 시대에 이르는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위화의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난세에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모두 평범하고 심성이 착한 백성들이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위화의 작품 특성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주인공은 역시 일반 백성들이다. 전쟁과 기근으로 일반 시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토비(도적)가 되며, 시민을 지켜야 할 군인은 오히려 시민을 강탈한다.  바람이 불면 먼저 몸을 굽히는 민초들은 가혹한 운명의 흐름에 순응하기도 하고 가끔씩 도전하기도 하지만 저마다 타고난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많은 등장인물 중에 주인공은 린샹푸와 샤오메이다. 스토리 라인은 다음과 같다. 린샹푸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이고 착한 농사꾼에다 목공기술까지 익힌다. 그는 결혼운이 없어 혼자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샤오메이와 결혼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린샹푸 집안의 재산을 가지고 사라졌다가 임신한 상태로 아이를 낳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새출발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다시 한 번 사라지는 샤오메이. 그 이후 이야기는 갓난아이를 앉고 샤오메이를 찾아나서는 린상푸의 모험과 어려운 시대적 상황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소개된다.

 

린상푸의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샤오메이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미 결혼한 몸이지만 린샹푸와 엮이게 된 배경, 그리고 그 이후의 행적에 대한 사연들이 설명된다. 어려운 시기를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운명과 결단의 순간들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파란만장한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어 앞으로 무슨 운명이 다가오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책을 덮고 감정을 조절해 나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위화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공감의 힘 때문인가 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라고 말하며 공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책의 감동적인 대목에서 문득 발견한 눈물자국과 같이, 눈물과 눈물이 만나고 감동과 감동이 만나는 순간이 바로 공명인데 소설 <원청>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로 이것이었다는 것이다. 샤오메이가 자신의 고향이라고 소개한 '원청'은 사실 존재하지 않은 상상의 도시이고, 이야기의 대부분은 원청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시진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모두의 가슴에 원청이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알 수 없는, 또 찾을 수 없는 일이 있으며, 바로 그러한 사실만 이해한다면 서로 공명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 같다. 읽다가 멈추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예상보다 오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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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꼼* | 2023.03.11 | 추천12 | 댓글4 리뷰제목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부유하는 시간의 잔재들이 떠돈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영혼이 채 영글지도 않았던 사춘기의 어느 시점에 용하다는 어느 무당이 자신의 운명을 미리 정해준 까닭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줄곧 자신의 삶 언저리에는 언제나 사춘기에 경험한 그 무당의 말이며 행동들이 시간에 부식되지 않은 채 쟁쟁거리며 떠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의 영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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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부유하는 시간의 잔재들이 떠돈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영혼이 채 영글지도 않았던 사춘기의 어느 시점에 용하다는 어느 무당이 자신의 운명을 미리 정해준 까닭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줄곧 자신의 삶 언저리에는 언제나 사춘기에 경험한 그 무당의 말이며 행동들이 시간에 부식되지 않은 채 쟁쟁거리며 떠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의 영혼이란 이렇듯 허약하기 이를 데 없어서 영혼의 지배를 받는 개인의 삶 또한 작은 운명의 둑이나 언덕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생존의 문제가 너무나 중한 나머지 예정된 운명의 향방을 미리 점쳐보거나 가늠해 볼 시간조차 없었던 운명 무지렁이의 삶은 얼마나 담대한 것인가.

 

"아창과 샤오메이는 서로를 보고 있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창의 눈에는 당혹감만 가득하고 샤오메이의 눈에는 눈물밖에 없었다. 당황한 눈은 맞은편의 눈물을 보지 못했고 눈물 속 눈은 맞은편의 당혹감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우물과 강물처럼 처지가 달랐다. 한 사람은 우물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강물에 대해 생각했다."  (p.546)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신작 소설 <원청: 잃어버린 도시>는 600쪽에 가까운 장대한 분량임에도 가독성이 좋아 생각보다 빠르게 읽힌다. 주인공인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삶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사실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소설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 재주도 많고 의지도 강한 사람이었지만 그마저도 그가 살았던 불운한 시대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고난의 자취를 감명 깊게 그려내고 있다. 청왕조의 끝자락인 신해혁명기, 북양군과 국민혁명군이 전쟁을 일으키면서 국토는 쑥대밭이 되고,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백성들이 무기를 모아 다른 무고한 백성들을 수탈하는 토비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던 무정부 상태의 암흑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양쯔강 건너 남쪽 600리 아래 도시를 일컫는 '원청'을 소설의 제목으로 내세움으로써 존재하였지만 그 어디에서도 존재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인간 군상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여 책을 덮는 독자들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자신에 대해 안도하는 한편 시대의 역경 앞에서 너무도 쉽게 꺾이는 인간의 삶을 생각할 때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허무와 상실감에 한동안 사로잡히게 된다.

 

"이 북쪽 출신 농민은 땅에 대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이가 엄마 품에 매달리는 것과 비슷한 절절함을 가지고 있었다. 12년 전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뒤 딸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았을 때 그는 떠오르는 아침 햇살 속에서 처음 완무당, 물과 땅이 어우러진 그 넓은 전답을 보았다. 뿌리째 뽑힌 나무가 사방에 흩어져 있고 벼가 짓밟힌 잡초처럼 여기저기 쓰러져 있으며, 망가진 배의 판자 조각, 수북한 띠, 굵은 나무와 뼈대만 남은 지붕이 수면 위로 떠내려가고 있었음에도, 린샹푸는 그 엉망으로 망가진 풍경 속에서 원래의 풍요로운 완무당을 볼 수 있었다. 노부인의 얼굴에서 젊은 시절의 미모를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p.147)

 

소설의 주인공인 린샹푸는 '원청'에서 1000리 떨어진 황허 부쪽 남자로 5살에 아버지를, 19살에 어머니마저 여의었지만 적잖은 재산과 단단한 성품을 물려받았다. 농사를 짓는 틈틈이 목공 기술을 익힌 그는 집사인 톈다 5형제의 보살핌을 받고는 있으나 혼인을 하지 못한 24살의 노총각이 된다. 그해 가을, 꽃문양 치파오를 입은 여자와 그녀의 오빠라는 남자가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청하고, 이튿날 오빠라는 남자 아창은 아프다는 동생 샤오메이를 두고 떠난다. 곧 데려가겠다는 약속만 한 채. 홀로 남겨진 샤오메이는 린샹푸와 관계를 맺고 다음 해 초봄 보름치 음식과 새 옷을 지어 집에 남긴 채 린샹푸의 금괴를 훔쳐 사라진다. 다섯 달 만에 또 혼자가 된 린샹푸는 오열했으나 얼마 뒤 아이를 밴 채 나타난 샤오메이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또 떠나면 "아이를 안고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라던 린샹푸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샤오메이는 출산을 한 후 곧 사라진다.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p.559)

 

전 재산을 집사에게 맡긴 린샹푸는 딸아이를 업은 채 샤오메이와 아창이 왔다는 도시 '원청'을 향해 떠난다. 100여 집의 젖을 먹었다 해서 붙인 딸의 이름은 린바이자(林百家). 이 딸에게 젖을 얻어 먹이기 위해 눈보라 속에서 찾아 들어간 집의 큰아들 천야오우는 그때 두 살이었다. 오누이처럼 성장했던 그들의 운명은 토비에게 인질로 끌려가던 린바이자를 대신하여 잡혀갔던 천야오우에 위해 뒤바뀐다. 토비에게 귀를 잘리고 고문을 당했던 천야오우.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애틋하다. 어쩌면 그들도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운명처럼 기구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에는 몸을 팔아 남편의 아편 값을 대는 여자 추이핑과 그녀에게 자신의 남은 삶을 의지하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딸과 상인회 회장 구이민 등에게 유서와 같은 편지를 남기는 린샹푸의 이야기도 펼쳐지고, 장도끼와 스님 일파와 같은 토비들이 저질렀던 일반인에 대한 잔혹한 행위와 이에 맞서는 상인회 회장 구이민을 비롯한 민병대원들의 처절한 대응도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당시 무정부 상태 중국의 일반 백성들이 겪었던 참혹한 삶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민중의 삶이 절절하기만 하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부유하는 시간의 잔재들이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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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호****리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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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네요.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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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2******y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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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작가님 책은 처음이지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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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김*상 |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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