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소설가 공선옥이 들려주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 공선옥 작가가 처음 청소년소설을 쓴 것은 2005년 10월, 인터넷 사이트 ‘문장 글teen!’ (http://teen. munjang.or.kr/)이었다. 이후 『창비어린이』, 『청소년문학』 등의 지면에 꾸준히 청소년소설을 발표해왔는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서 늘 시선을 떼지 못하던 작가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만 몰두해도 부족할 청소년 시기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각종 규제와 입시의 덫에 갇혀 괴로워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은 작가가 펜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성인작가로서 청소년소설집을 낸 것은 무척 드문 사례인데, 공선옥 작가는 다음에는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명랑하고 씩씩한 10대들을 위한 청소년소설 『나는 죽지 않겠다』는 화려한 도시의 소비문화를 쫓느라 ‘생활’은 잊어버리고 사는 청소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소설집이다. 「나는 죽지 않겠다」의 여고생과 「라면은 멋있다」, 「힘센 봉숭아」의 주인공 민수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절망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겠다’고, ‘봉숭아를 닮아 넘어져도 기를 쓰고 살아나리라’고 다짐한다. 「울 엄마 딸」의 승애는 자신을 구속하려 드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엄마와 같은 처지에 놓이면서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는다. 또한 공선옥의 청소년소설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도 환기시키는데, 「힘센 봉숭아」에서 드러난 파견 근로와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주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선옥의 청소년소설에는 남루하지만 진솔하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웃과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박완서 선생의 추천사처럼, 작가의 ‘편견 없는 인간성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가슴 찡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