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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외로워서 그래

: 도시인의 만물외로움설 에세이

오마르 | | 2022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19건 | 판매지수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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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60g | 128*188*20mm
ISBN13 9791130695235
ISBN10 113069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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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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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나. 그 시작에는 빼빼로가 있다. 수연이는 진즉에 잊어버렸을 빼빼로. 나에겐 먹어도 먹어도 영원히 남아 있을 빼빼로. 난생 처음 느낀, 나도 관심받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그 달달하고 길쭉한 확신을 기억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누군가에게 수연이였을 수 있다. 아마도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이게 뭐라고 싶을 정도로 사소한 호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새롭게 열어주기도 한다. 누나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구겨져 있던 낙제생을 래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려놓기도 하고, 태권도장에서 오줌을 지렸던 얼간이를 에세이 작가로 데뷔시키기도 한다. 정말로. 문득 지금 서른여섯 살일 수연이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어떤 웃음을 보여줄지 상상해 봤다. 그때처럼 듣기 좋게 시원한 웃음이라면 좋겠다.
---「그곳에 빼빼로가 있었다」중에서

삶은 늘 어수선하다. 좀체 가지런한 법이 없다. 눈, 코, 입도 가구 배치도 인간관계도 모든 게 어쩔 수 없이 난잡하다. 알고 있는데도 한번 생각이 꽂히면 이것도 신경 쓰이고 저것도 신경 쓰여 도무지 진짜 중요한 일에는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이를테면 지금은 책 쓰기). 삶에 임하는 여러 지혜로운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별수 있나 정신’은 참으로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잡다한 요소들을 별수 있나 하며 내버려 두고 할 일이나 제대로 하는 것. 삶의 보푸라기들을 여기저기 붙이고도 그저 무심하게 지금에 집중하는 것. 삐뚤어지면 삐뚤어진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런 단출한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다시 이것도 신경 쓰이고 저것도 신경 쓰이는 때가 오면 어떡하지? 몰라, 별수 있나. 그런 때가 오기 전까지 밀도 있게 살고 있을 수밖에. 한 자라도 더 쓰고 있을 수밖에.
---「별수 있나 정신」중에서

“엄마도 강아지 키워보면 어떨까? 요즘 유기견 센터 이런 곳에 불쌍한 애들 많잖아.” 나는 발에 양말을 꿰며 말했다. 엄마는 한참 대답이 없다. 수도꼭지에서 다라이로 쏟아지는 물소리와 바가지에서 화분으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거실 TV에서 나오는 아침드라마 대사들과 섞인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엄마를 위한 말도 버려진 강아지들을 위한 말도 아니었다. 그저 나와 사는 자식이 부모의 적적함이 신경 쓰여 제 맘 편하고자 한 말이지. 엄마가 계속 답이 없자 나는 무안해져서 한마디 더한다는 것이 그 말이었다. “엄마는 아들보다 풀떼기가 더 좋지?
---「엄마와 풀떼기」중에서

니가 싫으면 나도 싫어. 그는 그녀가 싫어한다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척하다가 언젠가부터 진짜로 싫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그녀의 상사가 인격적으로 매우 하자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가끔 이름이 헷갈리지만 아무튼 그 동창은 평생 배려 같은 건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거라고 믿게 되었다. 사람은 입체적이지, 관계는 상대적이고. 친구들 앞에선 제법 현자 같은 얼굴로 그런 말도 하곤 했지만 그녀와 대화할 때면 자꾸 논리의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것이다. 몰라, 난 그냥 그 인간들 맘에 안 들어. 결국 두꺼비집을 내려둔 채 양초를 켠다. 모르겠고, 계속 모르련다. 내 유치한 편 가르기가 너의 미간을 펼 수 있다면, 섣부른 일반화가 너를 웃게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졸렬한 인간이 되리. 비워지는 술잔에 치사한 막말과 납작한 편견을 가득 채운다. 논리가 꺼진 어둠 속에서 촛불은 빛나고 둘은 마주 앉는다. 우리 계속 비열한 맞장구를 쳐요. 밤새 사랑의 뒷땅을 까요.
---「니가 싫으면 나도 싫어」중에서

불안해서. 사는 내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재미있고 진지한 사람인지, 함께 시간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끝없이 피력했다. 이제 와서 다 산 척, 그걸 모두 공허한 짓이었다곤 말할 수 없다.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 그게 살면서 얻은 가장 큰 트로피이기도 하고, 정말로 그런 내가 좋기도 했으니까. 다만 요즘에는 그게 좀 피로하다. 예전엔 쉬지 않고 입을 놀리는(물론 위트는 있어야 한다) 친구들이 나 같아서 좋았다. 지금은 너무 나 같아서 별로다. 이전엔 그 친구들에게서 유쾌함을 봤지만 이젠 그 아래 깔린 불안을 보게 된다. 그래서 좀 피하고 싶다. 너무 징그럽게 나 같아서. 혼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기가 힘들다. 함께 있을 땐 말이건 행동이건 뭔가를 끊임없이 몸 밖으로 내놓아야 직성이 풀리고 혼자 있을 땐 계속 무언가에, 주로 화면 속 어떤 것에 정신을 내어주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경우는 없다. 전혀 몰라도 좋을 정보나 사람들의 시답잖은 소식들을 끝없이 눈으로 빨아들여 머릿속에 꽉꽉 채운다. 어떤 빈 공간도 남겨두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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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어쩌면 너무 잘 숨겨서 도리어 외로운 걸 수도 있겠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 집에 남은 김치 같은 것들. 나도 아직 집에 김치가 남았지만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 천천히 떠나도 될 것을 괜히 재빨리 기차를 잡아 서울로 향한다. 도착한 집에서 고독을 감각하며 안도를 찾는다. 그런 날은 꼭 새벽 4시 같은 이상한 시간에 깬다. 그때의 외로움은 할머니 집 목화솜 이불보다 덥고 무겁다. 이 책을 읽으며 이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위로를 얻었다. 그 사실이 너무도 안도가 되어 조금 울고 싶었다.
- 이연 (작가,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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