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2월 04일 |
---|---|
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14g | 125*185*20mm |
ISBN13 | 9791155251591 |
ISBN10 | 1155251598 |
발행일 | 2022년 1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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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14g | 125*185*20mm |
ISBN13 | 9791155251591 |
ISBN10 | 1155251598 |
MD 한마디
[슬픔에서 책에서 길을 찾다] 「시사IN」 장일호 기자의 첫 에세이. 진솔한 이야기 속에 ‘슬픔의 가능성’을 담아내는 그는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사는 동안 피할 길 없는 크고 작은 슬픔을, 과거를, 기억을, 책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다시 생각한다. 그의 글에 기대어 다른 하나의 인생 사용법을 찾는다. -에세이 PD 박형욱
들어가며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 1부 문장에 얼굴을 묻고 엄마, 다음 생엔 내 딸로 태어나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치던 너와 술병 뒤에 숨는 마음 이쁘다고 말해 주고 싶다, 너에게 할머니, 지금 죽지 마 아주 평범한 가난 네가 남겨 둔 말 나의 영원한 미제 사건 2부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글은 우리 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누구나 특별한 사람을 가질 권리 우리, 같이 망해 볼까요? 여러 개의 진실 앞에서 무례한 가족보다 예의를 지키는 남 ‘9’들의 세상 묘지에서 하는 운동회 3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앞에서 연쇄 지각마의 지각을 위한 변명 우리 몸의 구멍이 굴욕이 되지 않도록 때로 망치더라도 아주 망친 것은 아닌 그렇게까지는 원하지 않는 삶에 대하여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이 세계에 데리고 오는 일 아픈 게 자랑입니다 제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추천의 말 책의 말이 허물어지는 자리에서 김애란 |
짙은 노랑의 표지가 눈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서문이었다. 가끔 나는 서문을 읽다가 목이 콱 막혀버리곤 하는데 이 책도 그랬다. 읽어보고 싶었다. 쓰지 못한 이야기 안을 헤매며 사는 사람, '덜' 중요한 것을 쓰고 싶다는 야심에 자주 실패하는 사람, 자신에게 책을 포개어 읽는 사람, 밑줄을 따라 인생을 걷고 있는 사람, 질문을 들고 책 앞에 서는 사람의 글을.
아버지는 자살했다...는 어둡고도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시사IN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만났던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예기치 않게 인생의 곳곳에서 불쑥 나를 방문하는 슬픔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슬픔을 넘어 여성으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덩달아 생각이 많아져 가만가만 멈추곤 했다. 저자의 글은 아주 단단하다. 슬픔을 이야기하지만 비관적이지만은 않아서 계속 읽고만 싶었다. 기자라는 직업 때문일까? 간결한 표현은 어쩐지 단단한 돌이 되어 가슴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야기 속에 인용된 문장들 때문에 읽고 싶은 책들도 생겼다.
개인적인 아픔, 육체의 병, 우리가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아픔의 장면들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은 아름답게 쓰인 하나의 기사 같기도 하다. 알아야만 하는 것들,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생각해야 할 것들의 힘을 절실히 느끼게 만드는 글들은 단단하고도 다정해서 가끔 생각날 것 같다.
/ 불현듯 깨달았다. 나 역시 세상이 너무 무서워서, 그만큼 간절하게 궁금하고 이해하고 싶어서 읽고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쓰는 사람은 쓰지 못한 이야기 안을 헤매며 산다. 세상에는 모르고 싶은 일과 모르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았다. '덜' 중요한 것을 쓰고 싶다는 야심은 자주 실패했다. p.7
/ 책에서 취한 살과 뼈에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마음대로 이어 붙였다. '읽기'는 자주 '일기'가 되었다. 밑줄을 따라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나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들고 책 앞에 서곤 했다. 삶도, 세계도, 타인도, 나 자신조차도 책에 포개어 읽었다. 책은 내가 들고 온 슬픔이 쉴 자리를 반드시 만들어 주었다. 슬픔의 얼굴은 구체적이었다. p.9
/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애썼지만 매번 실패하고 타협했다. 쓸 때의 나는 여기 없다. 이 글들은 나였던 것,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닌 것이다. 살아가는 일은 사라지는 일이지만 나는 내 젊음을 부러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과거의 나는 여기에 두고, 여전히 '처음'인 많은 것들에 매번 새롭게 놀라면서 다음으로 가고 싶다. 행간을 서성이며 배운 것들 덕분에 반드시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앞으로를 기대한다. p.10
/ 나는 사랑을 '어떤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p.36
/ 수치심은 비밀 안에 싸여 있을 때에나 존재한다. p.95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슬픔의 방문>은 현실에 받 딛고 선 문장들로 단단함이 지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많은 이들에게 알려준 '시사IN' 기자 장일호의 에세이다. 그가 가장 오래 머문 현장은 세상에서 밀려난 장소들이었으며, 가장 마음을 기울인 사람들은 세상이 눈감은 이들이었다. 이 책은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슬픔에게 건네는 온기 어린 마침표이다.
"책에서 취한 살과 뼈에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마음대로 이어 붙였다. '읽기'는 자주 '일기'가 되었다. 밑줄을 따라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나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들고 책 앞에 서곤 했다. 삶도, 세계도, 타인도, 나 자신조차도 책에 포개어 있었다. 책은 내가 들고 온 슬픔이 쉴 자리를 반드시 만들어 주었다. 슬픔의 얼굴은 구체적이었다. "나는 항상 패배진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하다. 환자, 외국인, 반에서 뚱뚱한 남자애, 아무도 춤추자고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심장이 뛴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영원히 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원했다. 고통으로 부서진 자리마다 열리는 가능성을 책 속에서 찾았다. 죽고, 아프고, 다치고, 미친 사람들이 즐비한 책 사이를 헤매며 내 삶의 마디들을 만들어 갔다."
장일호 기자는 몸이 쇠락하여 입원했던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외과의사인 저자 아틀 가완디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등장하는 "우리가 병들고 노쇠한 사람들을 돌보는 데서 가장 잔인하게 실패한 부분은 이것이다. 그들이 단지 안전한 환경에서 더 오래 사는 것 이상의 우선순위와 욕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라는 글귀를 이야기한다. 장일호 기자는 외할머니가 자신의 죽음을 고민해 본 적은 있었는지, 우리는 왜 죽음이라는 주제를 한 번도 나누지 못했는가에 대해 말하여 눈길을 끈다.
"나는 당신에게 꼭 묻고 싶은 게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속에서 완화 치료 전문가인 수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이 생명 유지를 위해 얼마만큼 견뎌 낼 용의가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상태면 사는 게 괴롭지 않을지 알아야만 해요." 그래서 당신 대답에 따라, 당신 뜻대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된다면 좋겠다.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는 죽음"을 주제로 우리가 오래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장일호 기자는 상업고를 나온 사람이 드물고, 기초수급을 오랫동안 받았던 사람도 찾아보기 힘든 회사에서 자신이 지나온 가난은 '자원'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일호 기자는 가난과 관련된 아이템은 흔하고 넘쳤기 때문에 자신의 글은 무참히 패배했었다고 이야기한다. 가난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만 구별되지 않으며, 문화와 교양과 취향으로도 드러난다는 장일호 기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장일호 기자는 가난한 우리도 이 세계의 일부이고 책임 있는 구성원이자 시민이라는 것을 믿으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누군가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있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대런 맥가비는 <가난 사파리>에서 독자에게 한 가지 태도를 제안한다. "나는 우리가 먼저 정직해지는 데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혁명은 없을 것이다. 우리 평생에는 없을 것이다. 이 체제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갈 것이고 우리도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한때 바랐듯이 정치권력이나 체제가 바뀌기를 '순진하게' 기대했다. 이제는 그저 일정 부분 망가진 울퉁불퉁한 길을 일단 걸어가 본다.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기르는 편에 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려 한다."
장일호 기자는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착각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르고, 착각이 성장을 이끈다는 것까지 나아감을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가수 종현의 부재를 말하며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재능 중 하나이며, 꼭 그만큼 삶이 넓고 깊어진다는 장일호 기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그렇게 잘 알 수가 없습니다. 하여간 잘 안다고 해서 좋아하는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좋아하고, 상관없이 좋아하는 거죠. 좋아하는데 그 사람에게서 조금씩 다른 면을 보게 되고, 그걸 보게 되는 과정도 즐기는 것, 그게 좋은 것 같습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참을 수 있고, 그래서 내 속의 두려움이나 불편함을 이겨내고, 전에 어색해했던, 삐뚤게 봤던 그 다른 면을 이젠 온전한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게 덤으로 얻는 겁니다. 그 덤으로 내가 조금씩이지만 변하는 것 같습니다." - "남은 일은 저절로 일어날 겁니다, 일어날 거라면" <씨네21> 홍상수 감독 인터뷰, 2013년 9월 17일
"나는 종현의 부재를 안다. 그리하여 종현이 영원으로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몸으로 아는 감정이 있다. 종현은 없지만 종현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는 기적에 대해 나는 자주 감격한다. 그는 정말 찾으면 볼 수 없는 곳에, 들을 수 있는 곳에 여전히 있다. 내 마음에는 할머니 무덤도 있고, 아빠 무덤도 있고, 종현의 무덤도 있다. 살아 있는 일은 마음에 그렇게 몇 번이고 무덤을 만드는 일임을, 슬픔은 그 모든 일을 대표하는 감정이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장일호 기자는 어린 시절 경험한 성폭력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며, 페미니즘 덕분에 삶에서 아주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뿐만 아니라 장일호 기자는 김언수 작가의 <캐비닛>에 등장하는 "생각해 봉션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라는 글귀를 인용하며, 많은 여성들이 다른 생존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치유를 결심하게 되며,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도 타인을 살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페미니즘은 내게 입이 되어 주고, 목소리가 되어 주었다. '생존자'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을 때 몇 번이고 발음하며 입 안에서 굴려 봤다.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라니 감격스러웠다. 내가 경험한 폭력을 입 밖으로 꺼내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어느 것도 사소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를 둘러싼 풍경도 달라졌다. 나는 혼자가 아니고, 내가 당한 일은 내 잘못이 아니며, 나는 이 고통을 '자원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장일호 기자는 암 환자가 되었을 때 자신이 구한 줄 알았던 고양이 아니는 자신을 구했다고 말한다. 고양이 아니를 마지막까지 자신의 손으로 책임지고 싶다는 부족한 '생의 의지'를 앞질렀고, 끝내 자신을 구했다는 장일호 기자의 글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를 폄하하고, 비인간 존재에 대한 애정과 배움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만의 답이 담겨 있다.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를 기르는 일은 전전긍긍을 동반한다. 그것이 고양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나는 약하고 작은 존재인 아니와 함께 살면서 어린 사람과 함께 사는 타인의 기쁨과 보람과 고단함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사랑은 피곤을 동반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는 일임을 배웠다."
장일호 기자는 암이라는 병은 삶을 흔들어 대고 일정 부분 바꿨지만,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병의 원인을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성하는 일로 갈음하고 싶지 않고, 아픈 몸을 대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장일호 기자의 글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슬픔의 방문>은 장일호 기자의 삶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세계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다채로운 책의 글귀들을 통해 슬픔이 방문하는 자리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생을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모르겠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알고 싶다'는 마음이 될 때 우리는 연결되며, 우리를 그렇게 연결하는 활자 위에서 좋은 기사를 만들어내는 저널리스트의 힘을 믿는 장일호 기자의 민낯을 통해 솔직하고 대담하며 사려깊은 글쓰기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