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 忠, 禮, 敬으로 가득한 유교의 숲
2천5백 년 동양사상의 숲속을 주유하다!
최인호의 새 장편소설 『유림』(전 6권) 1부 3권이 출간되었다. 2천5백 년 유교의 역사를 소설로 형상화한 거대 서사시로, 작가는 “혼탁한 현실을 걸러주는 한 줄기 빛을 찾고 싶다”는 의욕으로 유림을 써내려갔다.
올해로 등단한 지 사십 년째가 되는 최인호는 어느 작가보다도 소설의 시절인연을 중요시해온 작가다. 이십대 초반부터 숱한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며 시대보다 한 발 앞서나간 그가 『유림』을 화두처럼 가슴에 품은 것은 이미 15년 전이다. 최인호는 유교가 불교와 함께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유산임을 깨닫고, 『유림』이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의 시기를 기다렸다. 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공자의 고향인 곡부와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 공자가 주유열국을 시작하였던 제나라의 수도 임치에 올라 여러 차례나 사전답사를 하였으며, 가슴과 머릿속으로는 공자와 노자와 이퇴계와 조광조를 초혼하고 있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유교의 미덕과 지혜가 필요한 시절임을 절감하며『유림』을 내놓았다.
일전에 작가 조경란이 “대패처럼 문장을 쓸 줄 아는 작가”라고 정의했듯 특유의 대담하고 거침없는 문장으로, 유교의 기원인 공자에서부터 유교의 완성자인 퇴계에 이르는 유교의 역사를 유교가 찬란히 꽃피운 인문과 문화를, 시대가 낳는 동양의 대사상가들을, 지금 이곳에 시공을 초월해 되살려 놓았다. 소설『유림』을 읽는 것은 2천5백 년 유교의 숲을 거닐며, 근본으로 되돌아가는 신비하고 가슴 떨린 여행이다.
유명 작가들이 앞다투어『삼국지』의 새로운 번역을 시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유교 사상’을 근본 담론으로 들고 나온 최인호의 작업은 분명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5년 전에 이미 불교의 세계를 다룬 소설 『길 없는 길』을 세상에 내놓았던 최인호만큼 유교의 역사를 경쾌하고 명민하게 그려낼 작가는 드물다.
『유림』은 유교의 기원인 공자에서부터 유교의 완성자인 퇴계, 유가 사상을 잇는 제가백가들의 행적과 사상이 시공을 초월해 빠른 전개로 펼쳐진다.
공자, 노자, 맹자, 안자, 장자, 주자, 묵자, 순자, 왕양명, 조광조, 퇴계, 율곡……
유가, 도가, 성리학, 양명학, 주자학……
동양 교양과 고전의 원형인 대사상가들은, 『유림』에서 드라마틱하고 우주적인 조우를 갖는다.
아울러 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소크라테스와 예수, 붓다의 이야기 등도 곁들이며 성인의 출생이 지닌 시대적 필연성을 되짚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