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레비야 카디르는 달라이라마와 같은 테러리스트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중국의 두 번째 얼굴과 그 어두운 면을 본다.
이 책이, 중국내 소수민족의 인권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55개에 이르는 다양한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의 탄압과 드러나지 않은 핍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외신의 이슈가 되었던 티베트 탄압과 그들의 항거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을 전세계적으로 표면화시킨 바 있고, 그에 가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세력이라 일컬어지는 신장 위구르족의 경우 또한 몇십 년에 걸쳐 치밀하고 강도 높게 탄압 정책이 이루어졌다. ‘중국판 디아스포라’처럼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터키 그리고 독일 등지까지 흩어져 살아야 하는 위구르족의 신산한 삶은, 과거 게르만의 유대인 말살 정책이 현재에도 형태만을 바꿔 강자의 입장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이란 나라는 얼마나 많은 아웃사이더들의 권익과 눈물을 앗아왔는지, 우리는 미처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적’이 된 단 한 명의 소수
『하늘을 흔드는 사람』은 1천만에 이르는 터키계 위구르족의 대 중국 투쟁을 상징하는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의 일대기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알렉산드라 카벨리우스의 인터뷰로 진행된 자서전격인 이 책은 척박한 산악지대에서 추방자의 딸로 태어나 15살에 결혼해 11명의 어머니가 되고, 세탁소에서 사업을 일으켜 중국 최고의 갑부에 이르러 신장지구 인민대표가 되기까지, 이후 중국 정부에게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억울하게 수감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망명지도자로 부상하는 그녀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중국 정부는 그녀를 테러리스트, 급진적 이슬람주의자, 분리주의자라는 ‘세 가지 악의 화신’이라 매도했지만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그녀를 ‘천만 위구르족 투쟁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200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된 이후 매년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영욕의 지도자다.
“나는 레비야 카디르가 아니다. 나는 1000만 사람들의 대표다!”
자서전이면서 대하소설과도 같은 논픽션 『하늘을 흔드는 사람』은 주인공 레비야 카디르의 파란만장한 삶을 숨 가쁘게 따라가며 독자로 하여금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책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실제로 레비야 카디르의 삶을 그린 중국의 드라마도 제작된 바 있고 그녀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이 중국에서 유행한 적도 있었다. 드라마 속의 그녀는 중국 정부의 악의적 의도로 인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그려졌지만 실제의 레비야 카디르는 수인들을 위한 감옥의 개선자였고 현재는 중국 공안의 감시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망명지도자로서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패로 인한 사업의 굴곡, 망명지에서 일어난 자동차 암살 미수와 국제회의 통역의 방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오랜 생이별에도 그녀의 하늘을 흔들 만큼 간절한 전 생애적 신념과 책임감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부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이 자서전은 유년 시절 아버지가 들려주던 여자 영웅 이파르한과 개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개혁자적 운명을 감지하는 소녀로서, 11남매를 둔 생활인으로서, 사업적 직감을 현실로 성취해내는 경영자로서, 위구르족을 위한 대변인이자 ‘1000명의 어머니 운동’을 이끈 지도자로서, 억압과 치욕의 감옥에서도 자신을 지켜낸 불굴의 인간으로서, 떨어져 있는 투쟁동지이자 남편인 지딕을 깊이 사랑하는 여성으로서의 낮고 뜨거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또한 중국과 중국내 소수민족과의 갈등을 치우침 없는 어조로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위구르족에 대한 깊은 민족애와 확장된 인류애를 감지할 수 있다. 티베트에 대수도승 달라이 라마가 있다면 천만 위구르족에게는 ‘하늘을 흔드는 사람’ 레비야 카디르가 있다.
“나는 위구르족의 어머니가 되어
고통을 멎게 하는 치료제가 되고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될 것이며
비바람을 막아줄 우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