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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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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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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27쪽 | 425g | 137*197*30mm
ISBN13 9788925546636
ISBN10 8925546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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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는, 유키입니다.” “꽃놀이 때 말했잖아.” 나오키가 대꾸했다. 그냥 지나쳐버릴 것만 같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텐데……. 당황했다. 나중이고 뭐고 없다. 안 돼. 머릿속이 어지러운 가운데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나, 나랑 사귈래요?” “나, 좋아하는 남자 있어. 그럼 갈게.” 1초 만에 초전박살이 났다. 빨간 미등이 다리를 건너더니 어두운 밤의 산길로 멀어져갔다. --- p.166

변함없이 우뚝 솟아 있는 가무사리 산 정상이 빨간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황금빛 이삭이 너울대는 논 위를 고추잠자리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개를 위해 어른들이 진지하게 연극 무대를 꾸미는 가무사리 마을이 갈수록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 p.252

가무사리 산은 마을 사람에게 신앙의 상징이다. 마음을 의탁할 수 있는 존재이며, 산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자부심의 징표다. 또한 말 그대로 ‘돈이 되는 나무’를 산출하는 대단히 중요한 보물이다. 가슴이 벅찼다. 머리를 들어 무성한 나뭇잎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서 뻗어나갔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바닥의 풀을 발끝으로 툭툭 밀어보았다. 이토록 훌륭한 숲이 작디작은 마을의 깊은 산속에 존재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 p.271

산은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나무는 삽시간에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사소한 변화일지 몰라도 바로 그런 것을 놓치면 절대 좋은 나무로 자라지 않을뿐더러 산을 최선의 상태로 유지할 수 없다. 요키, 사장, 사부로 할아버지, 이와오 아저씨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그걸 깨달았다. 산에서 작은 변화를 찾아내는 건 엄청 기쁜 일이다. 나오키가 나를 보며 웃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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