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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 인간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가

리뷰 총점9.0 리뷰 34건 | 판매지수 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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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720쪽 | 990g | 145*225*40mm
ISBN13 9788960519626
ISBN10 8960519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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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제목인 '청사진 blueprint'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듯, 이 책은 인류 진화에 관한 설계도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우월한 두뇌 덕분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기적 개인이 공동체를 만들고 효과적으로 유지해나간 비결을 밝힌다. - 손민규 인문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글을 쓰는 현재 미국은 둘로 쪼개진 듯하다. 좌와 우, 도시와 시골, 종교와 무종교, 내부자와 외부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다. 정치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이 한 세기를 이어지다가 오늘날 정점에 달해 있음을 여러 가지 분석 결과가 보여준다. 미국 시민들은 서로의 차이점, 누가 누구를 위해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하는지, 개인 정체성의 의미와 범위, 사람들이 충성을 바치도록 끌어당기는 부족주의의 무지막지한 힘, 미국이라는 용광로(그리고 미국인으로서 공통된 정체성)를 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지, 심지어 바람직한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하나로 묶는 것이 더 많으며, 사회는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한다.
--- p.44

이 범문화적 유사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전쟁까지 할 정도로 서로 다르면서 동시에 이토록 비슷할 수 있는 걸까? 근본 이유는 우리 각자 안에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진화의 “청사진blueprint”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우리 몸속에서 놀라운 일을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유전자가 우리 몸 바깥에서 하는 일이다. 유전자는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구조와 기능, 따라서 우리 행동의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뿐더러,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구조와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서 우리가 알아차리는 점이 바로 이 유전자의 힘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공통으로 지닌 인간성의 원천이다.

자연선택은 내가 “사회성 모둠social suite”이라 부르는 특성들의 진화를 이끌면서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 삶을 빚어내왔다. 사랑, 우정, 협력, 학습 능력, 더 나아가 다른 개인들의 정체성(개성)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이 “사회성 모둠”에서 나온다. 온갖 현대식 장치와 인공물(도구, 농업, 도시, 국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사회적 본능을 드러내는 타고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 본능은 실질적이며, 더 나아가 도덕적으로 주로 좋은 쪽이다. 개미가 어느 날 갑자기 벌집을 만들 수 없듯이, 인간은 이런 긍정적인 충동과 일치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나는 우리가 더 잔혹한 성향을 나타내게 되는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이런 선한 성향을 나타내게 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남을 도울 때 우리는 보람을 느낀다. 우리의 선한 행위는 18세기 계몽주의가 꽃피운 가치의 산물이 아니다. 더 깊은 심연에서, 선사 시대에서 기원한다.
--- pp.49~50

1장 우리 안에 새겨진 8가지 사회성 형질
젠더, 나이, 문화에 따라 아이들의 전형적인 놀이 친구, 활동, 장난감, 놀이터에서 상당한 차이가 보이긴 했지만, 놀 때의 사회 행동과 상호작용 양상은 언제나 대단히 비슷했다. 사회 자체는 이런 아이들의 놀이 세계를 단순히 확대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사회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1938년 출간한 인간과 놀이를 다룬 고전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인류 문명은 놀이라는 일반 개념의 본질적 특징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라는 말까지 했다. 아이들의 행동에서는 일종의 일시적 축소판 사회를 만들려는 타고난 성향이 흔히 드러난다.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사회를 만들지 않고는 못 배긴다.
--- p.57

한마디로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의도를 간파하고 공정함에 신경 쓰는 경향을 갖춘 채 남들과 긍정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도록 미리 뇌에 새겨져 있는(강한 타고난 성향을 지닌다는 의미에서) 듯하다. 그러니 지역마다 세세한 사항은 다를지언정 모든 사회가 친절과 협력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잔인한 행위를 규정해 제한하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인간은 왜 이런 식일까? 태어날 때부터 왜 이토록 일관되게 사회성 관련 행동을 드러낼까? 아이들의 놀이를 이끌고 어른들의 삶을 빚어내는 사회성 원리들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그리고 모든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선하다고 여기는 중요하고 친숙한 특징들을 갖춘 비슷한 유형의 사회 질서를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일까?
--- p.60

인간 사회는 아주 활기차고 복잡하고 온갖 것을 포괄하기에 자체로 살아 움직인다. 다른 누구, 어떤 강력한 사람들, 또는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역사의 힘으로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아이였던 1970년대에 어떤 이들은 고도로 발전한 듯 보이는 이집트와 아메리카대륙의 고대 문명에 깊은 인상을 받고 외계인이 만든 것이 틀림없다고 상상했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다른 어딘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서 나온다.

함께 뭉쳐서 사회를 만드는 능력은 똑바로 서서 걷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우리 종의 진정한 생물학 특징이다. 또 동물계에서 너무나 드문 이 타고난 능력 덕분에 인류는 진화생물학자 E. O.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이 “지구의 사회적 정복”이라고 부른 일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두뇌나 근력 때문이 아니라 이 능력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종의 생존과 번식을 도운 다른 모든 행동처럼 사회 구성 능력 역시 본능이 되어왔다. 사회 형성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회의 핵심에 다음과 같은 8가지 “사회성 모둠”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1) 개인 정체성 소유와 식별
(2) 짝과 자녀를 향한 사랑
(3) 우정
(4) 사회 연결망
(5) 협력
(6) 내집단 편애(자기 집단 선호)
(7) 온건한 계층 구조(상대적 평등주의)
(8) 사회 학습과 사회 교육
이런 특징들은 개인 내에서 발현되지만 집단을 특징짓는다. 이 8가지는 함께 어우러져서 잘 기능하고, 오래 지속하고, 심지어 도덕적으로 선하기까지 한 사회를 창조한다.
--- pp.69~70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과 관련된 이런 특징들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생존에 매우 유용하다. 더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위험에 공동으로 대처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런 특징들은 다윈 적응도Darwinian fitness(다윈 적합도. 번식 성공도. 유전 형질이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정도-옮긴이)를 강화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 기여한다. 그래서 진화적으로 이치에 맞는다. 이처럼 우리 유전자는 우리에게 사회적 감수성과 행동을 부여한다. 그럼으로써 작은 규모와 큰 규모 모두에서 사회를 구성하도록 돕는다.

이렇게 구성된 사회 환경은 진화 역사에 걸쳐 피드백 고리feedback loop를 만든다. 역사 내내 인류는 사회 집단에 둘러싸인 채 생활해왔으며, 동료 인간들(상호작용하거나 협력하거나 피해야 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포식자만큼 강력하게 우리 유전자를 다듬어왔다. 진화적으로 말해 우리의 사회 환경은 우리가 그것을 빚어내온 것만큼이나 우리를 빚어내왔다.

게다가 비록 물리 환경, 생물 환경, 사회 환경 모두 우리 진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죽 해왔지만, 한 가지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다르다. 인류는 100만 년 전 불을 다스리게 되었다(엄청나게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인류가 물리 환경과 생물 환경을 상당히 빚어낼 수 있게 된 것은 겨우 지난 수천 년 전부터다. 둑을 쌓아 강을 막고, 동식물을 길들이고, 대기 오염을 일으키고, 항생제를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다. 인류는 농업과 도시를 발명하기 전에는 자신들의 물리 환경을 구축하지 않았다. 그냥 환경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류는 자신들의 사회 환경은 늘 구축해왔다.
--- pp.71~72

2장 우연한 공동체: 재난에서 살아남기
지난 수백 년 동안 유토피아, 철학, 종교 비전에 심취하거나 현실의 절박한 사정 때문에 다른 유형의 공동체를 구축하려고 자발적으로 격리 행동을 한 집단이 많이 존재했다. 친숙한 유토피아 시도 중에는 특히 미국에서 연원한 것이 많다. 미국에는 청교도와 셰이커교도Shakers 공동체, 그리고 더 최근인 1960년대에 유행한 여러 공동체 등 자치 공동생활 집단의 사례가 풍부하다. 사회 발달을 연구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생존하려면 서로 협력해 나름 기능을 하는 공동체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난파선 선원들처럼, 의도치 않게 급조된 무리로부터 사회 질서를 만들어내려고 애쓴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각도에서 앞으로 여러 사례를 살펴보겠다. 다만 여기서는 의도한 공동체든 우연한 공동체든 이런 사례들의 가장 놀라운 특징이 철저히 예측 가능한 결과를 빚어낸다는 점임을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근본적으로 다른 규칙을 갖춘 사회를 구축하려는 시도들은 대부분 완전히 실패하거나, 타란세이 사례처럼 결국 기존 사회를 닮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전 세계의 아주 다양한 문화와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끝없는 사회 변화가 잘 보여주듯이, 인류는 비범하면서 유별난 혁신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어떤 근본적이면서 보편적인 원리에 이끌린다. 그것이 바로 “사회성 모둠”이다. 이러한 원리를 폐기하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로 끝난다.
--- pp.80~81

지금까지 살펴본 이 모든 고립 사례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먼저 뚜렷하게 관찰되는 일반 사항 2가지가 있다. 첫째, 다른 집단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거둔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회성 모둠”을 두드러지게 발휘하는 집단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사회 행동에서 공통점들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사회성 모둠”으로 표현되는 특성들이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두드러지지만 우리가 못 보는 것이 하나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고립된 소규모 공동체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효율적인 사회 질서를 창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고립된 이들이 자신들이 속했던 기존 문화의 산물이라는 사실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들은 자기네 문화 속에 살면서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나름으로 예상하게 된다. 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사회성 지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종종 생후 3개월밖에 안 된 아기를 연구하려고 시도한다. 문화 배경이 끼치는 이런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아이를 야생 상태로 키우는 금지된 실험을 할 생각을 자극하는 것과 똑같은 추론이다.
--- pp.124~125

3장 의도한 공동체: 유토피아를 꿈꾸며
키부츠는 공동 육아를 포기했을 뿐 아니라 이윽고 일부 다른 특징까지 버리게 되었다. 1970년대에는 허드렛일을 사적인 영역으로 이전했고, 공동 식당과 공동 세탁소를 없앴다. 그리고 1990년대 이래로 대다수 키부츠는 공평하게 공유하는 경제 모형과도 작별하고 있었다. 2004년경에는 온전히 공평하게 공유하는 곳이 15퍼센트에 불과했다. 19세기 미국의 공동체들처럼 이런 유토피아 시도들 역시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규범을 채택하는 쪽으로 회귀했다.

키부츠는 사회를 통째로 재구성하는 데 실패했다. 심지어 젠더 역할조차 바꿀 수 없었다. 어느 정도는 젠더 역할이 너무나 깊이, 키부츠가 뒤엎으려고 시도한 다른 어떤 특징보다 더 깊이 뿌리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애초에 가장 비현실적이었던 것은 어른과 아이의 애착 관계를 끊으려는 시도였다.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가까운 가족의 사랑은 “사회성 모둠”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목가적이면서 협력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조차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았다. 한 실험에서는 키부츠 주민이 다른 키부츠 주민과 짝을 이룰 때는 협력하는 행동을 보이지만 도시 주민과 짝을 이룰 때는 그렇지 않다고 나왔다. 이는 심리적으로 내집단 편애가 아주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키부츠 운동의 개척자들은 자신들이 자란 유럽 도시 문화를 거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회성 모둠”에 순응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였다.
--- p.150

“사회성 모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인 새 공동체들은 그렇지 않은 공동체들보다 더 오래갔다. 예를 들어 브룩팜과 셰이커교는 사람들이 어떤 유형의 사회로든 틀에 부어 찍어낼 수 있는 교체 가능하고 획일적인 무리가 아니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사람들이 각자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개성과 인격을 지닌 존재라고 보았다. 집단 정체성과 개성 간 균형 잡기는 사회 체제가 성공할 수 있는 열쇠다. 저마다 다른 개인들의 다양성을(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재산권까지) 더 많이 허용한다면, 이런 개인들을 사회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도전 과제가 되었다. 개인이 스스로 경쟁적 이기심을 억누를 수 있도록 사회를 구축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 본능을 장려해 활용하고, 우정과 집단 소속감을 함양하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했다. 아울러 의도하지 않은 공동체처럼 의도한 공동체 역시 뛰어난 리더십이 중요했다.

다양한 유토피아 공동체들은 성관계에 서로 모순된 접근법을 취했다. 어떤 공동체는 집단 구성원 간 성적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반면에 셰이커교 같은 공동체는 철저한 금욕을 요구했다. 그러나 양쪽 전략 모두 기존 결혼 제도를 뒤엎고 짝을 이룬 두 사람의 깊은 사적 연결을 약화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전략들의 목표는 집단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함양하는 것이었다. 키부츠가 그랬듯이 많은 공동체가 공동 육아를 통해 핵가족을 와해시키고 부모와 자녀의 주거 공간을 분리하려 시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본 대로 이런 시도는 거의 언제나 실패했다. 우리 종에게 미리 새겨져 있는 사랑 본능을 뒤엎으려 했기 때문이다.

진화의 청사진에서 벗어나려는 이런 시도는 실패할 운명을 맞이할 것처럼 보이지만, 청사진을 엄격히 따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 역시 중요하다. 자연재해, 화재, 경제 및 환경의 제약(심지어 술의 이용 가능성까지) 같은 위협은 잘 확립된 공동체조차 아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요컨대 비록 개별 상황은 다양하지만 두 유형의 거대한 힘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공동체주의자들의 꿈을 성공으로 이끌거나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바로 타고난 생물학 본성의 압력과 외부 환경의 압력이다. 우리 내부의 청사진이 밀어붙이고 더 나아가 우리 주변의 힘들이 끌어당기기에 “사회성 모둠”을 버리기는 쉽지가 않다. 아니 실현 가능하지가 않다.
--- pp.176~177

4장 인공 공동체: 상상 가능한 모든 세계
처음 사회적 연결을 할당했을 때 사람들은 대개 남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 할당된 “친구들”이 기여하지 않으려 할 때가 있었다. 학술 용어로 그들을 “배신자defector”라고 한다. 사람들은 배신자에게 이용당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처음에 할당된 연결을 바꾸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가 배신하면 이웃들이 이용당하는 것을 피할 방법은 오로지 자신들도 배신하는 것(관용 베푸는 행동을 포기하는 것)뿐이었다. 우리는 이 실험에서 배신이 우리가 만든 사회를 장악하는 것을 보았다. 참가자들이 상호작용할 상대를 고를 권한을 지니지 않은(따라서 우리가 할당한 친구 집단에 갇혀 있는) 경직된(그리고 리더가 없는) 사회 세계에서 사람들은 협력을 중단했다.

그러나 다른 참가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는 누구와 상호작용할지를 고를 권한을 얼마간 부여했다. 매번 새 게임을 할 때마다 참가자들은 협력할지 배신할지 선택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누구와 유대를 맺거나 끊을지도 선택할 수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협력하는 좋은 사람과 유대를 형성하고 배신하는 비열한 사람과 유대를 끊는 쪽을 택했다. 사회적 유대에 어느 정도 유동성을 허용하고 우정 선택권을 어느 정도 제공하는 것만으로 이 모든 차이가 나타났다. 이런 사회에서는 협력이 존속했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했다. 또 우리는 협력하는 사람들이 못되게 굴고 남을 이용해 먹는 이웃을 피해 서로 뭉쳐서 클리크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았다. 즉 사회적 연결을 바꿀 가능성만 있어도 공동체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친절함 같은 성격 형질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우리 연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시사한다. 이타성이나 착취성은 사회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사람들을 이쪽 사회 세계나 저쪽 사회 세계로 할당해 그들을 서로에게 정말 관대하게 만들 수도 있고, 정말 비열하거나 냉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협력 성향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의 특성이기도 함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협력은 우정 유대 형성을 관장하는 규칙에 달려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신념을 지니거나 지지하든 간에, 그저 어느 연결망 구조에 끼워지느냐에 따라서 선한 사람이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 선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은 그저 “나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연결의 수와 패턴 또한 중요하다.7 협력과 사회 연결망 같은 “사회성 모둠”의 여러 특성은 함께 작용한다.

도움이 될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탄소 원자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연결하면 흑연이 된다. 연필심을 만들기 알맞은 부드럽고 검은 물질이다. 그러나 같은 탄소 원자들을 다른 식으로 연결하면 보석을 만들기에 알맞은 단단하면서 투명하고 멋진 다이아몬드가 된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2가지다. 첫째, 부드러움과 검음, 단단함과 투명함이라는 속성들이 탄소 원자의 속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들은 탄소 원자 집단의 속성이다. 둘째, 이 속성들은 탄소 원자들이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사회 집단과 마찬가지다. 각 부분에는 없는 특성을 전체가 지니는 이 현상을 “창발emergence”이라고 하며, 이런 특성을 “창발성emergent property”이라고 한다. 사람들을 이렇게 연결하면 서로에게 잘한다. 저렇게 연결하면 서로에게 잘못한다.
--- p.186~187

형태공간의 이처럼 많은 영역이 비어 있는 이유에 관한 처음 2가지 설명은 자연선택과 변이라는 생물학 사고의 두 흐름을 깔끔하게 구분한다. 첫 번째 설명은 특정 유형의 조개껍데기들은 그런 형태가 발생할 만큼 근본적인 유전 변이가 충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유전 가용성 논증genetic-availability argument”이라고 한다. 이것은 불투명한 모래시계 개념에 해당한다. 두 번째 설명은 조개껍데기가 형태공간의 그런 영역들을 탐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즉 그런 유형의 조개껍데기를 선호하는 환경 압력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이를 “선택 또는 적응 논증selection or adaptationist argument”이라고 한다. 가능한 모든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런 유형의 조개껍데기들은 그저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목을 꽉 누른 모래시계 개념에 해당한다.

이제 이 개념을 조개껍데기 바깥에 적용해 동물이 실제로 형태공간 중에서 얼마나 미미한 영역만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지금까지 어떤 동물에게서도 바퀴를 이용하는 이동 수단이나 일종의 열기구 형태로 공기를 가열해 비행하는 수단이 진화한 적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우리에게는 이런 수단을 지닌 생물이 있다는 개념 자체가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대안 체제(발 대신 바퀴가 달린 동물이나 날개 대신 공기주머니가 달린 새)가 과연 불가능할까? 자연선택이 빚어낼 수 있는 현상이 대단히 다양하다는 점(생물 전기 배터리, 산 분사기, 빛을 구부리는 렌즈, 물속에서 떠 있게 하는 부레, 거대한 건물 크기만 한 동물 등 기이한 구조들)을 생각할 때, 바퀴의 부재가 과연 근본적인 한계를 반영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두 번째 설명이 타당할 수 있지 않을까? 이용 가능한 다른 대안들보다 바퀴로 이동하는 쪽이 더 유리한 환경이 전혀 없었을 수 있지 않을까? 도로가 없는 울퉁불퉁한 자연 지형을 돌아다닐 때는 바퀴보다 발이 훨씬 편하다. 대체로 발은 덜 미끄러지고 장애물을 넘기 더 쉽기 때문이다. 이것이 적응 논증, 즉 바퀴가 기능상 효용성을 띠는 환경이 결코 없었다는 주장이다. 사실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고지대에는 바퀴 달린 수레보다 당나귀로 다니는 것이 더 편한 마을이 아직 많으며, 미군이 걸어 다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유전 가용성 논증은 소수의 생물학자가 지지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썼다. “그들은 박물관의 드넓은 공간이 자연선택을 영구히 막고 있다고 느낀다. 자연선택은 특정한 통로의 문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들어갈 수 없다. 그저 필요한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없어서다.” 반면에 적응주의 관점인 적응 논증은 특정한 형태만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며, 더 중요하게는 적응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생물이 특정한 형태를 취한다고 본다. 생물학자 대다수는 이 견해를 따른다.

우리 사례에서는 특정 유형의 사회 조직social organization(개인 간, 집단 간 관계 패턴-옮긴이)만이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가 물리 환경, 생물 환경, 사회 환경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지 모른다. 특정 유형의 사회 조직만이 이치에 맞는다. 그것이 바로 “사회성 모둠”이다.
--- pp.201~203

5장 사랑이 이긴다: 하나뿐인 짝, 여럿인 짝
많은 종의 진화 과정에서 처음에 부모는 자녀(새끼)와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 종에게는 사랑의 감정이 포함되었다. 자녀를 향한 이 감정이 나중에 짝결속감 쪽으로 용도 변경되었을 수 있다. 인간이 욕정 차원을 넘어서 짝에게 갖는 특별한 감정 말이다. 이 전용 과정은 종종 “굴절적응exaptation”으로 설명된다. 굴절적응은 처음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진화한 형질이 나중에 다른 목적에 쓰이게 되는 선적응preadaptation(전적응) 진화다. 조류의 깃털이 고전적인 사례다. 깃털은 처음에 일종의 단열재로 진화했다가 나중에 비행에 쓰이게 되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사람과의 종들에게서 짝결속 행동의 궁극 원인과 근접 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이 문제들은 아직 과학적으로 제대로 이해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입맞춤을 포함한 짝짓기 행동은 미래 짝의 냄새를 감지하려는 욕구 같은 여러 가지 직접적인 생물학 힘에 좌우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의 궁극 원인은 진화적으로 말해 인간이 특정한 상대를 다른 사람보다 짝으로 더 선호하는 이유, 그리고 사람들을 식별하거나 누군가에게 특히 애착을 느끼는 능력이 진화한 이유와 관련이 있다.

진화 역사에서 보면 인간은 먼저 자녀를 사랑하도록 진화했고, 이어서 짝을 사랑하고, 그 뒤에 생물학 친족, 그다음에는 배우자 친족, 이어서 친구와 집단에 애정을 느끼는 쪽으로 진화한 듯하다. 나는 우리가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는 종이 되어가는 장기 전환 과정의 중간에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성 상대가 아닌 다른 이들과의 인간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성애와 연애 연결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유대가 진화 과정에서 다른 모든 유형의 유대보다 앞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짝 사랑은 이 청사진의 핵심 요소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요약하면서 아주 일반적인 연대표를 제시하면 이렇다. 우리 조상은 약 30만 년 전까지는 일부다처제였고 그 이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는 주로 일부일처제였다. 이어서 약 2000년 전까지는 다시 일부다처제였다가 그 뒤로는 또다시 일부일처제를 채택했다. 물론 예외 사례가 많고 연대 또한 대략이지만 전반적인 양상은 이러했다.
--- pp.225~226

그럼에도 공식 제도는 이런 인간의 욕구(자기 짝을 사랑하고 소유하려는 욕구)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이 욕구가 인간 본성의 가장 근본적인 측면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든 사회에서 모든 유형의 규범을 위반한다. 따라서 나족 사회는 “은밀한 방문”만으로 완벽하게 잘 돌아갈 수 있는데도 “공공연한 방문”을 제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소유 욕구를 얼마간 충족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나족 사회에서도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단지 방문하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짝과 자는 일에도 관심 없이, 서로를 온전히 소유하고자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는 연인들이 있다. 이는 많은 사회가 이혼을 허용하거나 남성이 첩을 갖도록 허용하는 등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즉 짝 바꾸기를 허용하는 결혼 제도를 마련한 것에 상응한다.

많은 이들은 나족의 매우 특이한 성 풍습이 결혼의 보편성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해왔다. 일부일처제에 생물학 토대 따위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이가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 종에게 어떤 핵심 성향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학자인 우리는 나누는 일 못지않게 묶는 일도 한다. 즉 변이를 찾는 일을 할 뿐 아니라 공통점을 찾는 일도 한다. 우리 인간의 청사진은 우리 현실의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이다. 나족이 이런 관계 구조를 지니게 된 기본 동기는 여러 짝을 만나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며, 결혼 제도의 근본 동기 역시 짝을 소유하려는 기본 욕구다. 나족의 예외 사례는 애착 욕구만큼 깊고 근본적인 우리 인간성의 또 다른 측면인 짝결속 욕구가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결코 완전히 억누르거나 대체할 수 없는 본성임을 입증한다. 심지어 이 연결을 끊을 목적으로 고안된 고도로 정교한 문화 규칙들로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 pp.262~263

6장 왜 서로 끌리는가: 사랑의 진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암컷이 수컷의 결투보다 선물을 더 선호하게 된다면 진화 기간 전체로 볼 때 낮은 지위의 수컷이 높은 지위의 수컷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컷의 성공이 비신체 특징에 토대를 두는 한 암컷의 선호는 수컷에게 “우위”라고 여겨지는 것을 바꾼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수컷의 먹이 공급과 암컷의 신뢰가 자기 강화 방식으로 공진화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브릴레츠 모형은 우리의 사람과 남성 조상들(소수의 최고 지위 남성들을 제외한 조상들)이 식량을 공급해 짝을 확보하게 되었고, 여성은 식량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짝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정절을 지키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 크기가 커지고 임신과 수유가 더 많은 부담을 주면서 식량 공급이 매력적인 전략이 된 것은 타당하다. 이 근력에서 돌봄으로 전환은 위에서 말했듯이 남녀 간 몸집과 근력의 이형성이 줄어들어왔다는 증거와도 들어맞는다.

이런 분석 방식은 여성이 완전히 정숙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여성과 남성의 짝결속 강도가 좋은 유전자(아마 최고 지위의 남성이 공급할)와 더 나은 식량과 돌봄(주로 낮은 지위의 남성이 공급할) 간 균형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진화 과정은 일단 시작되자 더욱더 많은 여성이 덜 공격적인 남성과 번식을 하게 되면서 일종의 “자기 길들이기self-domestication”로 이어졌을 것이다(이 주제는 10장에서 다시 살펴보겠다). 그 결과 인간은 대부분 정숙한 여성들이 대부분 식량을 잘 공급하는 남성들과 짝결속을 형성해 집단생활을 하는 종이 되었을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애착과 사랑의 진화로 나아가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인간의 해부 구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사회 체제(일부일처제와 집단생활 등)도 우리 유전자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의 대상이다. 따라서 우리 유전자는 몸만이 아니라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종에게 짝결속으로의 전환은 하나의 돌파구가 된 생물학 적응(우리 종에게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가장 핵심 사회 제도 중 하나인 결혼의 토대로서 어디에나 존재한다.
--- pp.278~279

앞서 말했듯이 옥시토신은 번식의 신체 부위뿐 아니라 뇌 부위(새끼와 형성하는 유대 등)까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쥐는 자기 새끼를 남의 새끼와 구분하지 못한다. 그런데 구분할 필요가 없다. 쥐 새끼는 움직이지 못하므로 어미는 새끼가 있는 위치만 알면 된다. 반면에 양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으므로 어미는 여러 새끼가 모여 있는 큰 무리에서 냄새로 자기 새끼를 식별할 필요가 있다. 옥시토신은 이 과정에 관여한다. 양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면 자기 새끼가 아닌 다른 새끼 양과 유대를 유도할 수 있다.

옥시토신의 이런 신경학 기능은 진화를 거치면서 새끼를 식별하고 돌보는 차원을 넘어서 다른 목적으로 전용된 듯하다. 모든 포유류 종이 공유하는 어미-새끼 유대와 관련된 메커니즘은 특정 포유류 종들에게서(우리 종을 포함한) 변형되어 암컷이 새끼에게 갖는 감정을 짝에게도 갖게 되었다. 암컷은 성의 여러 측면을 이용해 이 유대를 확립하거나 유지한다. 새끼를 바라볼 때든 짝을 바라볼 때든 암컷의 뇌에서는 동일한 신경 회로가 활성화한다.
--- p.292

7장 무엇을 위해 사귀는가: 우정의 진화
우리가 동물에게 보이는 애정과 다정한 태도는 인간이 지닌 사랑, 우정, 이타심의 능력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나는 다른 생물들과 맺는 이 연결 능력이 우리 인간성의 한 증표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 주장을 상세히 다루기 전에 나는 먼저 동물에게 초점을 맞추려 한다. 우리의 반려동물(새, 개, 말 등)은 아주 사회적인 존재일 때가 많으며, 특히 그들과 연결하려는 우리 시도에 호응하는 능력을 지닌 듯하다. 그런데 침팬지, 코끼리, 고래 같은 야생동물은 우리와 함께 사는 종들보다 우리의 사회적 자아에 관해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은 우정을 맺음으로써 가계도family tree를 넘어 훨씬 더 광범위한 사회 연결망을 구성한다. 이때 우리는 이 다른 종들의 선례를 교훈 삼는 방식으로, 따라서 자연선택이 빚어내온 방식으로 행동한다.

실제로 코끼리와 고래는 수렴 진화를 통해 서로 독자적으로 우리와 비슷하게 우정 맺는 능력을 갖추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수렴 진화는 유연관계가 없는 종들이 서로 전혀 별개의 진화 경로로 동일한 특징을 갖추는 현상을 말한다. 새와 박쥐가 모두 비행 능력을 갖추는 쪽으로 진화하고, 문어와 인간이 비슷한 구조의 눈을 지니는 쪽으로 진화한 사례가 그렇다. 이와 같은 유사성은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바로 이러한 특징들(비행, 시각, 우정 등)이 너무나 유용한 능력이자, 필연으로 보일 만큼 환경이 제공하는 기회에 너무나 잘 들어맞게 갖추어진 능력임을 알려준다. 아울러 동물 사회의 존재는 우리가 지닌 사회성의 다양한 측면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층 더 강력하게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동물과 우리가 어떤 공통점을 지니는지를 살펴본다면, 우리 인간이 어떤 공통점을 지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 pp.312~313

동물행동학자가 동물의 행동을 우정과 관련지어 평가하려 할 때 주요 과제는 “어떨 때 친구라고 볼 수 있느냐”다. 한 가지 단순한 접근법은 두 동물이 함께 지내는 시간의 양을 토대로 둘의 연관 지수association index를 계산하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드문드문 관찰했을 때 부부가 4시간 동안 함께 있고, 남편 홀로 6시간 동안 있고, 아내 홀로 10시간 동안 있었다면 연관 지수는 4/(4+6+10)=0.20이 된다. 다시 말해 남편과 아내는 자기 시간의 약 20퍼센트를 함께 보낸다. 또 우리는 이 값을 동물 쌍에게서 얻은 값과 비교해볼 수 있다. 이 전략은 인간 집단에서 우정을 확인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 하나와 비슷하다. 남극 기지 대원들 연구에서 살펴봤듯이 자유 시간을 누구와 보내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많은 동물 친구들은 친척 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흔히 형제자매, 이모, 사촌, 심지어 할머니까지 포함된다. 사실 인간을 제외한 동물, 특히 수명이 긴 동물에게서는 모계 친족인지 여부가 우정 유대가 지속될지 여부의 좋은 예측 지표다. 암컷이 본래 속한 무리를 떠나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결속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운 침팬지와 돌고래에게서도 이 사실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현장 관찰 연구들에 따르면 침팬지와 개코원숭이baboon 같은 동물은, 특히 모계 친족이 주위에 없을 때 최소 하나 이상의 친척이 아닌 개체와 지속적인 우정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친척이 아닌 수컷 돌고래 사이의 우정 관계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 pp.317~318

인간의 청사진을 이해하고자 다른 동물들의 우정, 협력, 사회 학습 같은 형질을 탐구하다 보면 이야기가 의미론 쪽으로 흘러가기 쉽다. 이런 형질이 정말로 존재할까, 아니면 우리가 그저 의인화하는 것에 불과할까? 침팬지는 정말로 서로를 위로하거나 환영할까? 코끼리는 정말로 친구를 보고서 기뻐할까? 고래는 정말로 함께 새끼들을 돌볼까? 동일한 의문이 동물의 개성, 사회, 문화를 이야기할 때도 제기된다. 이런 현상들은 객관적일까, 아니면 우리가 바위에서 사람 얼굴을 보는 것처럼 우리 마음을 투영한 것에 불과할까?

일부 비판자는 동물의 우정이라는 용어 자체가 해당 동물의 경험이나 동물 간 연결의 실제 기능보다 관찰하는 사람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견해다). 또 어떤 이들은 영장류조차 미래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동물의 우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물은 특정한 개체와 나중에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으며, 친구의 호혜 행동을 필요로 하거나 원하게 될 미래 시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친구라고 서로에게 (어떤 명시적인 방식으로) 선언하는 능력은커녕 친구라는 개념을 이해할 고도의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이런 능력이 있어야 우정을 맺을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동물 형제자매에게 갖다 붙이는 기나긴 유보와 단서 조항 목록의 일부다. 갓난아기, 발달장애인, 기억 손상자 등 마찬가지로 질문에 말로 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갖다 붙일 꿈조차 꾸지 않을 목록 말이다. 우리는 거의 모든 사람이 우정을 맺을 수 있다고 본다. 미래라는 개념을 희미하게만 이해하거나 우정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까지 우정을 맺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동물의 우정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따지는 태도가 내게는 오만함으로 비친다.
--- pp.342~343

8장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가: 관계의 진화
사람들은 짝과 자녀와 친척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한다. 진화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살펴본 혈연 선택을 비롯한 여러 과정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비록 오로라 같은 사례는 무척 감동스럽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한 사람은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진다. 이는 훨씬 더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전쟁터에서는 친척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군인은 공동의 적에 맞서 서로를 위해 희생하도록 훈련받는다. 놀라운 사실은 사람이 때로 친구를 위해, 즉 친척이 아니면서 보호하도록 훈련도 받지 않은 친구를 위해 이런 영웅적 희생을 한다는 것이다.
--- p.359

두 사람이 교환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다양하고,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 불확실하고, 보답이 이루어지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린다면 팃포탯 회계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진화적으로 볼 때 우정은 바로 이런 경우를 위한 것이며 그래서 가치가 있다. 전 세계에서 누가 진짜 친구인지 알아보는 공통된 방법은 두 사람이 서로 보답을 기대하지 않은 채 상대에게 뭔가를 주는지 보는 것이다.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이 보답을 기대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사실상 우정이 없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 말이 실제로 적용되는 정도는 개인, 문화, 환경에 따라 다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정은 언제나 교환의 기대조차 느슨하게 만든다. (…)

사람은 친구를 사귀고 이 관계를 뒷받침하는 감정 기구emotional apparatus를 지닌다(우리 종의 성애 관계에서 애착과 사랑의 감정이 동반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사실은 팃포탯 주고받기라는 단순한 모형이 사회생활의 이타심과 우정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며 설명할 수도 없다는 증거다. 그런데 사람에게서 이 감정 기구는 왜 진화했을까? 진화심리학자 존 투비와 레다 코스미데스는 이 우정 능력을 우리 종이 진화하면서 일종의 “은행가 역설banker’s paradox”에 대처한 결과라고 본다. 이 개념은 자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은행가가 대출을 가장 꺼리는 사람들이라는 역설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수렵채집인 조상은 가장 도움이 필요했을 때 갚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져 남들로부터 가장 도움을 받기 어려웠을 수 있다. 우정은 바로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했을 수 있다.
--- pp.368~369

우리가 인간에게서 목격하는 극단적이고 치명적인 집단 간 갈등, 즉 노골적인 전쟁은 동물에게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인간이 한편으로는 그토록 다정하고 친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토록 증오에 차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은 수수께끼다. 이 양면성에 그나마 가까운 성향을 드러내는 종은 침팬지뿐이다. 따라서 아마 다정함과 증오는 사실상 연관되어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인류 진화의 모형들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과거에 이타주의와 민족중심주의가 둘 다 출현할 조건이 성숙했는데(바로 다음 말이 중요하다) 둘 다 존재할 때만 출현했다. 즉 둘은 서로가 필요했다.

이타주의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내집단 구성원을 돕는 것이고, 민족중심주의 또는 지역주의parochialism는 외집단 구성원을 향한 적대감이다. 주기적인 자원 부족(예를 들어 가뭄이나 홍수에 따른)은 현대 수렵채집인 집단에서 갈등의 주요 예측 요인이다. 그리고 석유 같은 자원의 희소성은 지금도 여전히 전쟁의 좋은 예측 지표다. 우리는 플라이스토세(약 25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이어진 시기)에 기후 변동이 심했고, 이런 환경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때때로 희소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했기에 용감하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구성원이 있는 집단을 선호했음을 안다. 외집단과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내집단 이타주의가 있으면 유용했다. 새뮤얼 볼스와 최정규의 모형화는 이타주의와 민족중심주의 둘 다 단독으로 진화할 가능성은 적었지만 함께라면 출현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에게 다정하려면 먼저 “우리”와 “그들”을 구별해야 하는 듯하다.

정치학자 로스 해먼드Ross Hammond와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또한 민족중심주의가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주겠다” 식의 호혜성과 무관하게 개인 간 협력을 촉진함을 보여주었다(마찬가지로 단순한 수학 모형을 이용했다). 그들은 심지어 앞서 협력한 이력이 있는지는 모른 채 오로지 집단 구성원인지만 식별할 수 있을 때조차, 다른 집단과는 협력하지 않고 자기 집단 구성원들과만 선택적으로 협력하는 이들이 집단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함을 알아냈다. 이 분석은 사람들에게 그저 같은 집단이라는 가시적인 표지만 제시해도 내집단 편애와 선택 협력이 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내집단 편애, 이타주의, 경쟁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많다.

그러나 나는 수리생물학자 펑 푸Feng Fu와 마틴 노박Martin Nowak 등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수학 모형을 써서 집단 간 경쟁 없이 내집단 편애와 협력이 출현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개인에게 소속 집단을 바꿀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이런 특성들이 출현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유동성을 띠는 사회 동역학은 어제의 적을 오늘의 친구로 바꿀 수 있다.
--- pp.397~399

9장 사회인이 되는 한 가지 방법
인체의 나머지 부위에 비해 얼굴은 유달리 다양하고 독특하다. 우리는 손이나 무릎 사진을 보고 친구를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얼굴 사진을 보면 아주 쉽게 알아본다(사진 [9-2]). 개성을 드러내고 알아보는 능력은 이 능력이 유익할 때 진화한다. 동물이 서로를 알아볼 때 쓰는 특징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단서cue”와 “신호signal”다. 정체성 단서는 각 개체를 구별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 자체로는 생존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 표현형 형질이다. 사람의 지문은 저마다 독특해 개인을 식별하는 데 쓸 수 있지만 신호를 보내도록 진화하지 않아 대개 지문을 보고 서로를 식별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눈 속 미세한 혈관들의 독특한 무늬처럼 지문은 그저 가능한 단서일 뿐이다.

반면에 정체성 신호는 동물의 생존을 돕는 동시에 개체 인지를 돕는 표현형 형질이다. 남이 착각해 자신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친절에 보답하지 않거나,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잊거나, 자신이 자녀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을 원치 않는다면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임을 알릴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거기에 쓰이는 형질은 뚜렷하게 구별되고 기억할 수 있는 많은 변이를 지녀야 한다.

따라서 예상할 수 있겠지만 얼굴 형질은 우리 몸의 다른 부위보다 다양성이 더 높다. 그리고 얼굴의 모든 세부 사항이 우리 정체성을 알리는 데 유용할 수 있으므로 조합 가능한 형질들이 많을수록 더 유리하다. 모든 얼굴을 독특하게 만들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개인들을 식별 가능한 독특한 존재로 만들 수 있으려면 두 눈 사이 거리와 귀 모양에서부터 이마 높이와 광대뼈 각도에 이르기까지 얼굴의 모든 측면은 최대한 다양하게 조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이런 다양한 얼굴 특징들이 다른 사람과 서로 연관성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 pp.421~422

협력은 “집단(심지어 2명으로 이루어진 집단까지)의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보는 결과에 남들이 기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기여하는 것”이라고 공식 정의된다. 기여하는 이들(협력자)은 그렇게 함으로써 비용을 지불하며(대가를 치르며), 기여하지 않는 이들(배신자나 무임승차자)은 위에서 말한 야비한 코끼리처럼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배신자는 협력자보다 더 이익을 얻으므로 이 이득이 생존과 번식을 높인다면 진화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니 인간뿐 아니라 다른 종들 또한 협력 행동을 이토록 많이 보인다는 것은 의아하다.

협력에 관한 결정은 우리 조상들의 생존과 번식에 지대한 효과를 미쳤을 것이 틀림없다. “식량을 구하러 가는 위험한 사냥대에 참가해야 할까?” “내가 구해 온 식량을 나누어서 내가 덜 가져야 할까?” “거주지가 공격받을 때 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수십만 년에 걸친 진화와 관련이 있다. 이 논리가 현대 사회, 다시 말해 인간의 번식 능력이 더 이상 물질적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종으로서 우리 역사를 보면 겨우 2세기 전까지 거의 모든 기간에 걸쳐 모든 인류가 늘 죽음의 위기를 겪으면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화적으로 말해 이 역사의 흔적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새겨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기적인 배신자가 집단을 장악하고 협력자를 내쫓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왜 오늘날 우리 모두는 이기적이지 않은 것일까?”
--- pp.442~443

정체성, 우정, 협력 상호작용은 모두 또 다른 목적에 봉사한다. 사회 교육과 사회 학습 능력을, 따라서 문화 능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 문화 능력은 우리 종에게서 정점에 이르렀다. 동물이 사회 집단을 이루는 한 가지 두드러진 이유는 학습 강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학습은 정보 획득 비용이 높을 때 그리고 동료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일 때 단독 학습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혼자 석기 만드는 법을 터득하기 어렵다면 누군가를 흉내 내는 편이 훨씬 낫다. 내가 손을 불에 갖다 댔다가 아파하는 모습을 당신이 본다면 당신은 그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배울 수 있다. 당신은 내가 힘들게 배운 지식을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배우는 셈이다. 이처럼 사회 학습은 매우 효율적이다.

상황은 더욱 나아질 수 있다. 교육은 학습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독특한 행동이다. 누군가가 확신을 갖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교육은 공식적으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1) 주로 또는 오로지 초심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2) 교사가 비용을 치르거나 아무런 직접적인 혜택을 얻지 않고, (3) 교육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정보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학습자의 능력을 증진하는 행동.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정식 학교가 드물다(또는 아예 없다). 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이, 그리고 이른바 자연 교육법natural pedagogy이 널리 이루어진다.

교육은 사실상 협력 행동의 일종이며, 동물계에 흔치 않다.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미(경험 많은 개미가 어린 개미를 이끌고 데려가는 병렬 주행tandem running을 통해 먹이 위치를 다른 개미에게 가르친다), 미어캣meerkat(위험한 먹이 다루는 법을 다른 미어캣에게 가르친다), 흑백꼬리치레pied babbler(새끼에게 특정한 소리와 먹이를 연관 짓는 법을 가르친다), 영장류, 코끼리 같은 동물들에게서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이런 행동은 다른 이타 행동들처럼 혈연 선택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진화를 통해 남이 무심코 하는 행동을 사회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동물은 명시적인 교육을 하는 방향으로 더욱 진화할 준비를 갖춘 듯 보인다.
--- pp.456~457

10장 원격 조종하는 유전자
유전자의 효과는 여러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흔히 과학자가 임의로 어느 수준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전자가 세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생화학자는 맨 첫 단계의 표현형이 출현하는 과정, 즉 유전자가 상응하는 단백질로 번역되는 과정까지 관찰한 뒤 일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왜 거기에서 멈추어야 할까? 의학유전학자는 유전자가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한 채 근육 기능이나 뇌 구조나 질병 증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수 있다. 동물 전체에 관심을 가지는 동물학자는 여우의 털 색깔이나 들쥐의 일부일처제 행동 등 자신이 관심을 가진 표현형을 연구하기 위해 원하는 방향으로 동물들을 교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행동유전학자는 이런 중간 수준을 무시하고 위험 회피나 새로움 추구 같은 복잡한 형질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유전자가 단백질에서부터 해부 구조와 생리 기능을 거쳐 행동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발현된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서(물론 아주 멀다는 점은 인정한다) 생물의 몸 바깥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2005년 나는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와 함께 유전자가 몸 바깥에 미치는 효과, 특히 사회 집단의 구조와 기능에 미치는 효과에 “외적 표현형exophenotyp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pp.477~478

기생 생물이 행동을 통제하는 가장 기괴한 사례 중 하나는 이른바 “좀비” 개미다. 일부 개미 종은 불행하게도 좀비개미곰팡이Ophiocordyceps unilateralis(납작방망이뱀동충하초)에 감염되기 쉽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는 특정한 높이까지 식물을 타고 기어오른 뒤 잎 뒷면의 잎맥 부위를 꽉 문다. 그러면 곰팡이는 개미를 죽인 뒤 개미 머리에서 버섯 모양의 자루를 길게 내민다. 이윽고 자루에서 다른 개미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홀씨가 비 오듯 떨어져 내린다(컬러 도판 [0-8] 참조). 이 현상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가 처음 관찰했다. 다윈과 동시에 자연선택 이론을 내놓았지만 노력에 비해 훨씬 인정을 못 받은 자연사학자다. 여기서 우리는 신경계가 없는 종(곰팡이)이 신경계를 지닌 종(개미)의 행동을 통제해 개미를 포자 전달 토대로 바꾸는 쪽으로 진화한 사례를 본다. 잎맥을 개미가 문 자국이 남아 있는 잎 화석으로 볼 때 이 곰팡이 표현형은 수천만 년 전부터 존재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형질과 행동 중에도 사실상 다른 생물이 가진 유전자의 유전 부산물이 있지 않을까? 사람의 재채기가 내가 의대에서 배웠던 것처럼 우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기도에서 병원체를 내쫓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병원체 자체의 이익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병원체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도록? 바로 이 병원체가 우리 행동을 조작하는 것일 수 있다. 사람은 재채기가 병원체인 성가신 침입자를 몸 밖으로 내쫓아 우리 건강을 도모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채기는 병원체가 자신의 전파를 도모하고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를 조작하는 행동일 수 있다. 일부 장내 기생충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의 생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정 병원체에 감염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돌보게끔 행동하는 것일 수 있다(사람의 사랑하고 돌보고 협력하려는 성향을 조작해). 그럼으로써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병원체는 더욱 널리 전파될 수 있다. 병든 사람들이 아기처럼 굴면서 보호자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 있다. 일부 과학자는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내거나, 땅에 구르거나, 아주 많은 이들이 성상이나 신성한 유물에 입을 맞추는 등 특정한 종교 행동을 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겨 미생물이 자신의 진화 적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대단히 추측에 근거한 가설까지 제시했다. 미생물은 더 나아가 우리의 집단 형성 욕구를 증진해 우리의 사회생활을 빚어내는 한편으로 자신의 전파를 촉진하는 것인지 모른다.
--- pp.488~489

우리 종에게서도 이런 과정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암컷의 까다로운 선택과 지나치게 공격적인 개인을 향한 집단 반대(그리고 선사 시대에는 살해)를 통해 말이다. 종으로서 우리는 온건한 계층 구조만 묵인하도록 타고난다. 인류학자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은 이런 자기 길들이기 과정이 우리 종의 행동과 생물학 특성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동물 종의 길들이기 과정에서 유전자에 일어난 특유의 변화 양상이 사람에게서 보인다. 많은 비슷한 유전자가 변했다는 점은 인류 또한 자기 길들이기를 해왔다는 가설을 더욱 뒷받침한다.

길들이기는 사람을 더 유순하게 만들 뿐 아니라, 남들에게 더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따라서 우리 종을 훈련을 더 잘 받아들이고 사회 학습을 하기 알맞게 만드는 신경학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또 인간은 사람과에 속한 조상들보다 더 유형 성숙화했다juvenilized. 그리고 지난 수천 년 사이에는 공격성 감소 성향이 더욱 가속화하면서 대인 간 갈등이 인류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대폭 떨어졌다. 구석기 시대에는 고의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으면 인구의 3분의 1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폭력적인 사회에서조차 1000명 중 약 1명에 불과하다.

집을 짓는 거미든, 바우어를 짓는 바우어새든, 개미를 통제하는 곰팡이든, 사회 연결망을 짜는 사람이든 간에 동물은 세상에 작용하고 세상을 자신에게 더 맞고 자신의 생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모시키도록 유전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인간이 만드는 사회 환경은 어느 정도는 우리 유전자의 통제 아래 있다. 그리고 이 사회 환경은 다시 거꾸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쳐 몇 가지 방식으로 사회적 존재를 다른 존재보다 더 적합하게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유전자 변이체를 선택하게 한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스스로를 변화시켜왔다. 진화의 역사를 통틀어 우리 유전자(그리고 우리 친구들의 유전자)는 더 안전하고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해온 듯하다.
--- pp.506~507

11장 유전자와 문화는 공진화한다
9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몇몇 동물 종은 한정된 형태지만 문화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 종과 같은 누적 문화, 대대로 이어지는 정교한 형태의 문화는 (유일하지는 않지만) 아주 드물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문화가 우리 삶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보다 우리 종 전체의 진화 경로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인류가 스스로를 위해 만들어 수천 년 동안 구축해온 문화 환경은 자연선택을 일으키는 힘이 되어왔다. 우리의 유전 유산을 바꾸는 힘 말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살펴볼 이 개념은 외적 표현형 개념과 다르다. 외적 표현형에서는 유전자가 가공물(인공물)이나 사회 행동 같은 구체적인 뭔가를 암호화해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문화 쪽에서는 유전자가 우리 종에게 제공하는 것이 다르다. 유전자는 우리에게 뭔가를 융통성 있게 만드는 능력을 제공한다. 비버가 댐을 만들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반면, 인간은 소를 길들이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소를 길들인다면 길들인 소의 존재 자체가 우리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북극권 툰드라부터 아프리카 사막까지 다양한 서식지에서 생존하는(툰드라에서는 물범을 사냥하고 사막에서는 우물을 판다) 우리 종의 능력은 생리 적응 형질에 조금밖에 의지하지 않는다. 극지방 사람들이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지방 조직이 더 많고 키가 더 작은 것이 그런 사례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 종이 전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보다는 문화 구성 능력에 달려 있다. 카약(배)과 파카(옷) 같은 놀라운 발명품을 낳은 타고난 능력이다. 우리만큼 문화 전통을 만들고 보존하는 능력에 의존하는 종은 없다.

생태학자 피터 리처슨과 인류학자 로버트 보이드는 문화를 “교육, 모방을 비롯한 여러 유형의 사회 전달을 통해 자기 종의 구성원들로부터 획득하는,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의 한 가지 핵심 요소는 “개인 간 관계”라는 특성이다. 다시 말해 문화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특성이다. 다른 과학자들은 도구나 미술품 같은 물질 인공물을 더 강조한다. 하지만 당연히 문화 지식이 인공물 창작보다 선행한다.

인류 사회의 청사진을 탐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는 문화라는 얇은 베니어판의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나는 1장에서 문화가 두 언덕이 각각 높이가 100미터와 300미터인 이유는 설명하지만 둘 다 높이 3000미터의 고원에 놓여 있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화는 더 근본적인 과정들의 집합 위에 덧씌워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를 빚어내는 능력(문화를 형성하는 타고난 성향)은 그 자체로 우리 종의 중요한 속성이다. 우리가 진화를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 협력, 학습의 성향을 지니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문화가 낳은 산물이 아니라 이 문화 형성 능력 자체다.

그런데 이 문화 베니어판은 단순히 우리가 평생에 걸쳐 하는 행동을 빚어내는 차원을 넘어 더 깊이 침투해 있음이 드러난다. 문화는 실제로 종으로서 우리가 지닌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치 낮은 언덕이 아래에 놓여 있는 거대한 산을 움직일 수 있는 것과 같다. 유전자와 문화의 이 상호작용을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 또는 “이중 유전 이론dual-inheritance theory”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유전 정보와 문화 정보를 함께 물려받는 능력을 지님을 가리킨다.
--- pp.516~518

문화가 우리 종의 진화에서 역할을 맡기 시작한 것은 농업혁명이 시작되면서였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문화의 영향은 아마 현생 인류로 이어지는 조상 계통에서 훨씬 더 일찍부터, 아마 심지어 100만 년 전부터 나타났을 것이다. 역사나 고고학 증거가 없을지라도 화석화한 인간 뼈를 꼼꼼히 조사해 문화가 인체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우리는 약 90만 년 전부터 약 50만 년 전까지 기후가 상당히 요동쳤다는 것을 안다. 이 요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 환경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한 동물에게 유리한 선택압을 빚어냈을 것이다. 사회 학습은 어떤 종이 유전 진화(개체 돌연변이가 형태와 기능의 작은 차이를 낳는다)가 충분히 빨리 대처할 수 없을 만치 자주 변하는 환경에 직면한 상황에서 특히 적응성을 띤다.

문화가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연구한 사례들은 흥미진진하다. 180만 년 전쯤(연대는 논란이 있다) 인류는 불을 다루고 이어서 피우는 법을 터득했다. 그 뒤로 인류는 요리를 시작했고 음식의 열량 함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육류와 식물을 가열하면 흡수할 수 있는 영양 성분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인류의 치아, 입, 위장은 뼈에 붙은 날고기를 물어뜯어 씹고 잔가지를 질겅질겅 씹어 소화하는 데 적합했지만 일단 요리가 출현하자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다. 치아는 더 섬세해졌다. 깨물근(여전히 인체에서 가장 강한 근육)은 더 약해졌다(이에 따라 턱 모양이 변했다). 위장은 더 작아졌다(이에 따라 갈비뼈 배치가 달라졌다). 요리 덕분에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뇌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얻게 되었고, 그 결과 뇌는 점점 더 커졌다.

이처럼 연구자들은 치아와 뼈 화석을 조사해 요리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발의 해부 구조를 조사해 동물을 장거리 추적하는 일과 관련 깊은 달리기 행동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인간은 마라톤 선수가 될 능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포유류 중에서 독특하다. 비록 짧은 거리를 달릴 때는 반려동물조차 이길 수 없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 달리는 데 유용한 온갖 적응 형질을 지니고 있다(지구력에 유용한 느리게 씰룩거리는 근섬유, 장시간 힘을 쓸 때 체온 증가를 조절하는 능력 등). (…)

비록 지구력 달리기가 이런 사냥 방식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필요한 것은 해부 구조의 진화만이 아니다. 인간은 특정한 동물을 사냥감으로 정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잘 찾아서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매번 새 쿠두를 볼 때마다 이번에는 이 개체, 다음에는 저 개체, 이어서 또 다른 개체 하는 식으로 요령 없이 뒤쫓다가는 자신이 먼저 지쳐 쓰러질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화가 개입한다. 동물 추적 능력(발자국, 배설물, 부러진 나뭇가지, 행동에 관한 지식을 토대로 한 능력)은 여러 세대에 걸쳐 공들여서 습득하며, 세심하게 가르치고 전달된다(유능한 사냥꾼이 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는 이유다). 이 문화적 발명이 이루어짐으로써 장거리 달리기에 알맞게 일어난 신체 변화는 적응성과 유용성을 띠게 된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화석 기록에 보존된 발의 해부 구조 변화를 토대로 다른 면에서는 쓸모없었을 느리게 장거리를 달리는 능력이 언제 출현했는지, 그리고 추적이라는 문화 행위가 언제 출현했는지까지 추론할 수 있다.
--- pp.531~533

과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유전자-문화 공진화 연구는 인간 본성의 사회학 분석과 생물학 분석을 한 지붕 아래 놓는 통합 틀이라는 흥분되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문화 진화와 유전 진화는 결코 별개로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 능력은 사실 진화를 통해 우리가 지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본성이냐 양육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둘 다.”
--- pp.543~544

12장 좋은 사회는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유전학을 악용한 지저분한 역사는 꽤 길다. 일부에서는 그저 증거가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인간 행동과 사회 조직의 진화 기원에 관한 경험 증거를 아예 무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진리가 위험할 수 있다(오해되고 오용되고 잘못된 도덕 전제와 결합함으로써)고 해서 그것을 억눌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인류 유사성의 기원을 찾으려면 우리의 공통된 진화 유산을 조사하는 쪽이 더 나은 길이라고 믿는다. 유전자는 분명히 우리 모두 지니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DNA는 적어도 99퍼센트가 똑같다. 인간의 과학적 이해는 우리의 공통된 인간성의 깊은 원천을 파악해 사실상 공정함이라는 대의를 함양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해한 사회의 토대, 다시 말해 우리의 청사진인 “사회성 모둠”은 우리의 유전 차이점이 아니라 유사점과 관련이 있다.
--- p.569

누군가가 시계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다면(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 시계의 기능이 좋은지 나쁜지 말할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다면 인간 경험이 좋은지 나쁜지 말할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랑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인간다움이 온전히 발현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경험은 나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자연의 제약과 정의는 한없이 이어지는 도덕의 상대론적 회귀를 막아낼 수 있다. 우리는 사회가 구성원의 행복이나 생존을 증진할 때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진화와 도덕을 두르고 있는 제약들이다. 사실 이 개념 역시 오래되었다. 적어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철학자 필리파 풋Philippa Foot은 유명한 도발적인 말을 했다. “도덕철학에서는 식물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유용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녀는 “좋은 뿌리”를 가진 나무든 “좋은” 상태에 있는 사람이든 간에 “좋은”의 개념에는 근본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뿌리는 목적, 즉 충족시켜야 하는 논리적 제약을 지니며 이 목적은 뿌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결정하는 기준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인간, 동물, 식물은 모두 생물이다. 이 세 사례 모두에서 우리는 그들이 건강한지 건강하지 못한지, 또는 자기 부류에서 탁월한지 결함이 있는지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그들의 건강이나 탁월함 등에 기여하는 특징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친절과 용기 같은 인간의 미덕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이런 가치들은 “자연적인 탁월함”이며 반대는 “자연적인 결점”이다. 풋은 “도덕적 행동은 합리적 행동”이며, 도덕은 우리 종의 본성이 부과한 제약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례에서 합리적이라는 말은 인간들이 사회적으로 살아갈 때가 좋다는 의미다. 그렇게 하라는 압력을 우리가 자연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온전히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일인 좋은 사회를 만드는 문제에서 도덕은 우리의 과거 진화의 인도를 받는다.
--- pp.572~574

우리 진화 역사의 궤적은 길다. 그러나 이 궤적은 “좋음(선함)”을 향해 휘어져 있다.
--- p.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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