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2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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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94g | 144*196*16mm |
ISBN13 | 9791185823904 |
ISBN10 | 1185823905 |
발행일 | 2022년 12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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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94g | 144*196*16mm |
ISBN13 | 9791185823904 |
ISBN10 | 1185823905 |
Prologue 우리는 어쩌다 촌에 모였나? Intro 한번, 살아 볼까? 촌 라이프를 경험하는 청년 공간 Chapter 1 집, 마을, 공간 : 농사짓는다더니 집을 짓고 있네! Chapter 2 농사, 기술, 일자리 : 모두 다 먹고살기 위한 일 Chapter 3 사람, 삶, 네트워크 : 촌에서 살아간다는 것 Chapter 4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 주세요” Outro 또 다른 시작 Epilogue 우리의 판타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영어와 수학을 잘 못했다. 아니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고 공부를 좀 해봐도 딱히 점수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사회, 역사, 지리 과목은 잘했다. 그 이유는 재미있고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사는 일들이 묻어 있기 때문이었다. 영어와 수학도 그래라고 반박한다면 못했던 나로서는 할 말없다.
어릴 적 심심하면 때지난 달력 뒤 빈 종이에 내 마음대로 마을을 그리고 시간을 보냈다. 일단 바다가 멀지 않고 마을 한 가운데 강이 흐르고 그 양쪽으로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엔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여러 종류의 다양한 가게들을 집어 넣었다. 학교, 소방서, 파출소, 병원들도 넣었다. 내가 좋아하던 슈퍼마켓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계 수입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제주도 열풍도 마찬가지겠지만 귀촌, 귀농의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공기좋고 풍광 좋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들이 붐을 일으킨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들리지 않고 있다. 이미 잘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도 물론 있긴 하겠지만 도리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먹고 사는 문제가 공기 좋고 풍광 좋은 곳에서의 일상을 압도했기 때문이리라.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족의 경우는 교육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인지 갑자기 시골가서 산다고 하면 일단 "왜?" 소리가 가장 먼저 튀어 나올 것이다. 놀라움을 동반한 부정적 뉘앙스. 그리고 이어지는 "시골에선 이렇대, 저렇대" 하면서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로 눌러 놓는다.
'그래도 한 번쯤'은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막연하기만 한 시골살이에 기름을 붓는 일이 벌어지는데 또래 청년들이 같이 시골살이를 결행한다면? 그럼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젊은 청년들로 경남 남해의 두모 마을로 들어가 자신들의 아지트를 꾸미며 1년여를 살았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 초반에 일명 팜프라촌의 약도가 나오는데 좀 놀랐다. 내가 어린 시절 그리면서 꿈꾸던 그런 마을이 아니던가. 갑자기 흥분이 되었다. 폐교가 된 학교를 빌려 그안에 주거시설과 공동 작업장등을 마련하고 적지 않은 청년들이 각자의 일, 공동의 일을 나누어 하고 살았던 이야기들. 물론 이미 현지에서 터를 잡고 살던 노년층과의 융화에도 공을 들었다.
살 곳은 마련되었지만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했고 이들은 그 노력에 경주했다. 농산물을 재배하거나 사들여 팔고, 집짓기 워크샵, 용역과 각종 공모사업등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수렴해갔다. 그럼에도 뭔가 확실하게 채워지지 않은 채 이슈가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양아분교 팜프라촌은 지금 없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이 되긴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럼 이 청년들은 시간 낭비만 하고 만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말미에 촌민이라 불렸던 각자의 현재 이야기들이 달려 있는데 이미 도시로 돌아간 사람, 남은 사람, 아예 외국에 간 사람등 지금은 함께 하지 않지만 그 시간을 보내면서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동체 생활에 버금가는 노동이 필요했던 시간, 난감한 일들이 벌어졌을때의 극복 과정, 그리고 현지 어르신들과의 소통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체험이었을테니 말이다.
인생은 현실이다는 말처럼 이들의 도전은 여전히 현실 진행형이다. 나처럼 하고 싶지만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기성세대와 다르게 으쌰으쌰 하면서 해볼 수 있는 젊음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니겠나. 지역의 소실, 인구 감소, 지역 편중, 행정과 민의의 괴리등등 다뤄야 할 사회적 문제의 한갈래가 이 책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데 과연 어디서부터 고쳐져야 하는 걸까. 여러가지 차원에서 사람이 우선인 세상이 자꾸 멀어지고 있어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일자리와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의 안정망이다. 귀촌이 곧 귀농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청년이기에 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p152
모두가 모여 손으로 모내기 하는 사진, 울림이 컸다. p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