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훨씬 발달된 문명을 가진 우리의 ‘형제들’이 어느 날 불쑥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의 삶은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까? 2022년 박경리세계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 아민 말루프 최신간!!!
★ 프랑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공쿠르상 수상 ★ 스페인의 노벨상 아스투리아스상 수상
중년의 만화가 알렉과 소설가인 에브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작은 섬 안타키아의 유일한 거주자다. 어느 날 그들이 가진 모든 외부와의 통신수단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불통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 이 통신수단의 블랙아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구는 이미 재앙의 희생자가 된 것일까? 핵전쟁과 대규모 테러 위협은 이미 만연한 상태였던 만큼 세계의 어디선가 대형 파괴가 일어난 것일까? 이 작은 섬과 가까운 군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 작은 섬이 속한 국가는? 그리고 지구의 나머지 지역은? 알렉은 이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점차 풀어나간다. 그의 친구 중 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탓에 이번 사건의 진행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의 후예를 자처하는,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진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과 현대인의 만남은 이 소설에 극적인 힘을 주면서 현재적 스토리텔링의 성격을 부여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그가 지금까지 에세이에서 다뤄온 주요 주제들(죽음의 정체성, 문명의 난파)을 소설적으로 다루고 있다.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은 언제 어떻게 우리를 찾아올까? 대서양의 작은 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대서양에 위치한 케이론 제도의 섬 중 하나인 안타키아 섬. 이 조그만 섬이 바로 늙고 고독한 독신자 알렉 장데르(필명)가 사는 곳이다. 영어권 언론을 위한 만평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실제로 이 섬을 산 사람은 그의 부친이었으나 그는 살아보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안타키아는 철저히 고립된 외딴섬으로 썰물 시간에만 도보로 이웃 섬에 건너갈 수 있다. 알렉은 수시로 이웃 섬의 대서양 항구에 가서 술집에 가거나 장을 본다. 그는 ‘사공’이라 불리는 친구도 있다. 한편 섬의 한구석은 다른 이가 차지하고 있다. 에브 생질이라는 소설가로 오직 한 권의 소설 <미래는 더는 이 주소에 살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한때 엄청난 베스트셀러였지만 에브는 이후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첫날 인사를 나눈 뒤로 전혀 교류가 없다. 섬을 양분하여 각자 살면서 왕래하지 않고, 알렉은 에브의 소설을 읽은 적도 없었다. 그렇게 고독한 두 사람이 평화롭게 살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른 기묘한 현상이 벌어진다. 전기도 전파도 모두 끊어진 것이다. 이 대규모 블랙아웃을 핵전쟁 때문이라고 생각한 알렉은 두려운 나머지 에브의 집을 찾게 되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알렉은 미국 대통령 측근이자 친구인 모로의 도움으로 조금씩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게 된다.
인류의 눈을 피해 생존해온 초능력자가 만약 재림한다면? 모든 질병을 고치고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
앞서 이야기한 블랙아웃을 계기로 알렉은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11월 9일부터 12월 9일까지. 그는 간헐적으로 세상의 소식을 들으며 최대한 자세히 기록한다. 미국 대통령 하워드 밀턴의 참모이자 친구인 모로에 의하면 이 블랙아웃은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이란 명칭의 미스터리하고 막강한 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한 것이다. 엠페도클레스는 기원전 5세기의 철학자로 에트나 산의 분화구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알려져 있고,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은 이 철학자를 표방하고, 고대 그리스인들의 이름을 갖고 있다. 파우사니아스, 데모스테네스...... 혹은 아가멤논. 실은 아가멤논도 이 조직의 일원이다. 초능력(인간의 모든 질병을 고치고, 불멸에 가까운 삶을 보장해준다)을 장착한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 무얼 원하는 것일까? 확실하진 않지만 수세기 전부터 땅속(혹은 바다)에서 나머지 인류의 눈을 피해 생존해온 초능력자들인 듯하다. 그들은 보통의 인류보다 월등히 앞선 지식을 소유하고 있고, 이 지식을 인류가 핵무기로 지구를 파괴하는 것을 막는 데 사용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그들은 지구 전체의 갈등과 나아가 내전까지 통제하려 한다. 암 말기인 미국의 밀턴 대통령은 처음엔 병을 고쳐주겠다는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SF와 미래에 대한 비관주의 그리고 로맨스… 픽션과 우화를 통해 접근하는 작가 특유의 철학적 고찰!!
결국 미국 대통령 밀턴은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치료를 받게 되고, 그들이 의료기지 중 한 곳으로 선택한 안타키아 섬은 모든 것이 변한다. 병을 고치거나 예방하려는 섬 주민들이 몰려든다. 이 사건으로 가까워진 에브와 알렉은 ‘다시 젊어지고’ 성적 측면을 포함하여 완벽한 사랑을 이룬다. 소설가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모든 것이 중단된다. 한 가지 긴급하고 중요한 목표를 위해 전 세계의 모든 권력자들이 야망을 포기했다. 바로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에게 치료 받고서 영원한 삶을 얻는 것. 따라서 더 이상은 아무것도 이전과 같지 않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코비드 19 전염병 이전에 집필되었으나 세계를 뒤흔들고 우리의 삶과 나아가 문명을 위협한 전무후무한 이 위기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 식으로 이 위기를 유감스러워하지 않으며, 벌써 ‘이후의 세상’을 계획할지도 모른다. 아민 말루프는 SF와 미래에 대한 비관주의와 로맨스를 혼합하여, 1998년에 <사람 잡는 정체성>으로 시작한 철학적 고찰을 이어간다. 우화의 형태를 띠는 이 소설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자양분을 얻었다고 한다. 예컨대 허구의 섬인 케이론도 티탄 크로노스의 아들 중 한 명의 이름에서 온 것일 만큼 무척이나 상징성이 강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