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이랑 추석, 일 년에 딱 이틀만 빼고 매일 밤 10시부터 아침 9시까지 주인아저씨 ‘도시안’ 씨는 드륵드륵 메밀을 간다. 마치 매일 밤, 밑 빠진 독에 물을 길어 부은 콩쥐처럼. 콩쥐는 두꺼비가 독을 막아줬지만 아저씨는 아무도 그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아니, 아저씨는오히려 누가 대신한다고 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그러니까 그는 ‘소바 장인’이다. --- p.29
꾸미고 치장하는 일은 속이 텅 비었을 때, 그 모자람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내 속이 꽉 찰 때 비로소 비울 수 있다. 오하라 에 시아이이는 나의 삶은 지금 어떤 단계인가 생각하게 해준다. 비우고 있는가? 채우고 있는가? 화이트로 비워놓은 오하라 에 시아이이 처럼 나를 비워야만 상대방이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면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오하라 에 시아이이는 상당히 철학적인 레스토랑이다. --- p.60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아오야마 산장은 카레라는 내용보다는 테이블이라는 형식 때문에 더 매력적인 집이지만, 무엇을 먹는가보다 어디에서 먹는가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동경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잘 모르는 이런 곳, 저런 곳,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이 집도, 저 집도 모두 담긴 책! 김혜경 씨의 글에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나도 모르는 일본의 맛과 삶이 들어 있어 기뻤다. 내 요리 선반 맨 앞에 꽂아놓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 이지마 나미 (「카모메 식당」 「안경」 「심야 식당」 푸드 스타일리스트)
첫 식당부터 마지막 식당까지 모두 포스트잇을 붙이고 말았다. 군침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동경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게 된다. 감히 단언하건대 지금까지 출간된 동경 식도락 여행기 중 이렇게 기발·참신·친절하고 재미있는 데다 감동적이기까지 한 책은 없었다. - 용이 (감독)
나는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 편이 아니다. “고맙습니다”라든가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말은 인사치레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은 왠지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책에는 정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진짜 식당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 식당들이 바다 건너 일본에 있다는 것이 아쉽다. 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이현우 (가수/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