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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중고도서

라면을 끓이며

: 김훈 산문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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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505g | 128*188*30mm
ISBN13 9788954637770
ISBN10 895463777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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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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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슬프다, 시장기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라면을 끓이며」

*
울진의 아침바다에서 나는 살아온 날들의 기억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의 쓰레기들이 부끄러웠다. 파도와 빛이 스스로 부서져서 끝없이 새롭듯이 내 마음에서 삶의 기억과 흔적들을 지워버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언어들과 더불어 한 줄의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인지를, 나는 울진의 아침바다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아, 나는 한평생 단 한 번도 똥을 누지 못한 채, 그 많은 똥들을 내 마음에 쌓아놓아서 이미 바위처럼 굳어졌다.
울진 바다에 비추어보니, 내 마음의 병명은 종신변비였다. 바다가 나의 병명을 가르쳐주었다. 나에게 가장 시급한 처방은 마음에 쌓인 평생의 똥을 빼내고 새로워지는 것이리라.
울진 바다에서 나는 바다의 불가해한 낯설음에 압도되어서 늘 지쳐 있었다. 수평선 너머로부터, 내가 기다리는 새로운 언어는 날아오지 않았고, 내가 바다 쪽을 바라보는 시간은 날마다 길어졌다. 나는 조금씩 일했고 많이 헤매었다. 나의 일은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일보다 헤매기가 더욱 힘들었다.
바다에 나갔던 새들이 숲으로 돌아갔고,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원고지의 무수한 빈칸이 펼쳐져 있었다. ---「바다」중에서

*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밥 1」중에서

*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밥 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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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밥 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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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이다. 계절에 실려서 순환하는 풍경들, 노동과 휴식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지나가는 것들의 지나가는 꼴들, 그 느낌과 냄새와 질감을 내 마음속에 저장하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다. ---「남태평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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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연필을 들면 열대의 숲과 바다가 마음속에 펼쳐진다. 숲을 향하여 할 말이 쌓인 것 같아도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들끓는 말들은 내 마음의 변방으로 몰려가서 저문다.
숲속으로 들어가면 숲을 향하여 말을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태어나지 못한 말들은 여전히 내 속에서 우글거린다. ---「남태평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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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집의 처마 끝에 매달려 못질을 하는 젊은 목수는 그 아름다움으로 나를 주눅들게 한다. 그러나 누구의 삶인들 고달프고 스산하지 않겠는가. 나무통이 좁아서 뿌리가 비어져나온 옥수수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새로운 슬픔으로 지나간 슬픔을 위로한다. ---「목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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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붉은 어둠의 먼 곳으로부터 어선들은 모습을 드러낸다. 피곤한 노동의 땟국으로 칠갑이 된 어선들은 찢어진 어기漁旗를 펄럭거리며 포구로 돌아오는데, 피곤은 곧 삶인 것이어서, 그래서 그 피곤을 별도로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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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공부를 마치고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았다. 딸아이는 나에게 핸드폰을 사주었고 용돈이라며 15만 원을 주었다. 그 아이는 나처럼 힘들게, 오직 노동의 대가로서만 밥을 먹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목숨 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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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아름다움은 본래 스스로 그러한 것이어서 사람이 입을 벌려 말할 필요는 없을 터이지만, 지난해 4월 꽃보라 날리고 천지간에 생명의 함성이 퍼질 적에 갑자기 바다에 빠진 큰 배와 거기서 죽은 생명들을 기어코 기억하고 또 말하는 것은 내가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겨우 쓴다.
---「세월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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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다치거나 망가져 있는 사람들이었다. 시대가 인간에게 가하는 고통을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 망가진 사람들의 내면에 끝끝내 망가질 수 없는 부분들은 여전히 온전하게 살아남아 있었다. 뿌리 뽑히고 거덜난 삶 속에서 삶에 대한 신뢰를 발견하는 일은 늘 눈물겹다. ---「고향 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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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늙어가는 내 초로의 봄날에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 물가를 달릴 적에, 새잎 돋는 산들이 물에 비치어 자전거는 하늘의 길을 달렸다. 아, 이 견디기 어려운 세상 속에는 또다른 세상이 있었구나! 이 별 볼 일 없는 생애는 어찌 그리도 고단했던가. ---「잎」중에서

*
춥고 어두운 겨울이었다. 희망이란 없었다. 이쪽저쪽으로 나눌 수 있는 일은 아닐 테지만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포기한 사람과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아마도 포기한 사람 쪽에 속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스물일곱의 청춘이었다.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세상에 더이상 희망이란 것이 부재한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을 향해 필사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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