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2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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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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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31MB ? |
ISBN13 | 9791132040231 |
KC인증 |
발행일 | 2022년 12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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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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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31MB ? |
ISBN13 | 9791132040231 |
KC인증 |
내 이름은 콘래드 옮긴이의 글 |
초인적인 주인공과 함께 신화적인 상상력을 즐기며 세상에 관한 애정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sf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초인이지만 이 책이 혈기넘치는 주인공에 적이 확실한 영웅극과 비슷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원숙하여 슬픔이 깃든 남자가 갖가지 군상들과 함께 세상을 돌아보며 작은 애정의 불씨를 태우는 소설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콘래드 노미코스는 덩치가 크고 한쪽 뺨에 큰 바이러스 반점을 갖고 있으며, 눈썹 바로 위부터 자라난 머리털이 북실북실하고,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른 절름발이에 동시에 오드아이를 지닌 20대 중후반 모습의 남자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좌우가 비대칭인 주인공의 외형은 그의 삶이 보여주는 이중성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 속에서 콘래드는 아름답고 젊은 부인과 그리스의 코스 섬에서 3달 동안 신혼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콘래드는 현재 지구의 예술유적문서보존국 국장을 맡고 있으며, 베가에서 온 외계인 기자 코트 미슈티고의 지구 관광을 돕도록 차출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그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며 이름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들키죠.
그리하여 콘래드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외계인(정확히는 베가인) 기자 코트 미슈티고의 지구 답사를 돕게 됩니다. 야생생물보호국 국장 조지, 조지의 부인 엘렌, 래드폴 서기장 도스 산토스, 서기장의 부인인 다이앤, 그리고 도스 산토스가 고용한 경호인 하산과 기묘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지구는 오래 전에 사흘전쟁(핵전쟁)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문명인들은 듬성듬성 떨어진 섬에서나 안정적인 형태로 거주하며, 방사능으로 변형된 괴물들과 식인인류들이 대륙을 돌아다닙니다. 화성과 타이탄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이 자원고갈에 시달릴 때 외계인인 베가인들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이주민들은 베가인들의 사회에 편입되어 하급 노동자로서 삶을 유지하게 되었죠. 이주민들은 폐허가 된 지구에 애정을 잃었고, 베가인들은 거의 망했다고 할 수 있는 옛 지구의 인간문명에 흥미를 보였으며, 이주 정부인 테일러 정부는 지구의 부동산을 베가인들에게 쉬이 넘겼습니다.
그래서 콘스탄틴 카라기오시스의 무력 투쟁과 함께 귀환주의가 대동했습니다. 카라기오시스는 콘래드의 이름 중 하나입니다. 기묘한 외형과 긴 수명을 지니게 한 태생이 무엇이건간에, 그리스 문명의 진원지에서 태어난 지구인 남자는 자신의 고향이 폐허가 되다 못해 외계인들에게 부동산 투기장으로 넘어가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아테네에서 귀환주의 정당 래드폴을 창립하고 동료들과 함께 수많은 인간과 베가인들을 죽였지만 결국엔 그 이름을 버리고 잠적했습니다. 아무리 피를 흘려도 지구를 떠난 인간들이 지구에 애정을 잃었고 돌아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방사능으로 곰보가 된 지구로 돌아오기보다는 부유한 베가인들의 사회에 노동자로서 편입되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하여 소설의 여정 속 그리스의 해안 도시 볼로스 근처의 숲속에서, 콘래드가 털북숭이 다리를 가진 사티로스들에게 피리를 불러주는 장면은 제가 이 소설에서 제일 좋아하게 된 지점이네요. 오염지구에서 버려진 기형아들은 오래된 신화 속의 사티로스가 되어 콘래드의 위로어린 피리 연주 속에서 춤을 춥니다.
<나는 오래전 종종 그랬던 것처럼 그들을 위해 피리를 불었다. 그들은 내 주위에서 신나게 뛰놀았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큰소리로 웃고, 눈빛을 반짝거렸다. 빙글빙글 돌며 뿔로 허공을 찌르고, 염소 다리로 땅을 차고, 허리를 푹 구부리고,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땅바닥을 쿵쿵 밟았다.
(...)
나는 피리를 들고 마지막 몇 소절을 다시 불었다.
지구는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곧 죽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라, 잔치는 끝났다.>
코트 미슈티고는 푸른 피부의 베가인으로 문화국장 콘래드를 지목하여 답사 동행을 요구한 장본인입니다. 그는 첫 등장에서 지구의 노쇠한 문호를 모욕하고 여성들을 품평하는 등 무례하게 굽니다. 미슈티고는 이집트부터 그리스, 로마, 유럽, 러시아, 아메리카 등지를 살펴보길 원했는데, 베가로 돌아가 책을 쓰기 위한 관광이라고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답사에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미슈티고가 엘렌에게 건넸던 말, 베가인들과 지구인들이 감지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는 사실에서 지구인과 베가인 사이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차이 속에는 어쩐지 그래서 망가진 지구의 문명은 그럼에도 지구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 또한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방식은 우리와 다르오. 인정할 수도 이해할 수도 있는 벽이지만, 넘어설 수는 없는 벽이오. (...) 내가 속한 세계가 당신한테는 다른 세계로 느껴질 거요.">
콘래드가 수행하는 미슈티고의 여정과 관련하여 수많은 의심, 추측, 이해관계가 난무합니다. 콘래드는 여정 속에서 살인교사와 방조 역시 요청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살인을 방조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의 언쟁과 보호가 마침내 지구의 땅이 외계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방조하는 일일지도 모르는 데도요. 그는 끝내 이 번거로운 여정 속에서 일행들의 목숨을 구하며, 신화에나 나올 법한 방사능 기형 괴물과 식인종들과 싸웁니다. 때로는 옛 동료와도 언쟁하며 목숨을 건 결투를 합니다. 하지만 여정의 끝까지 그는 명확한 진실을 알지 못하고, 간신히 목숨만 건집니다.
<"빌어먹을! 난 알아야 하오! 누군가를 죽일 떄는 이유를 알아야 하오. 이러는 게 웃기겠지만 말이오.">
무의미한 여행은 마침내 끝이 나고, 콘래드는 오래 알고 지냈던 늙은 친구를 또 한명 떠나보냅니다. 그렇지만 죽은 줄 알았던 동반자는 살아나와 콘래드의 목숨을 구해주었네요.
일행은 뿔뿔히 흩어지지만, 콘래드는 이 여정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자격을 받습니다.
희망과 함께 말이지요.
이 책의 원제는 This Immortal이네요. 처음엔 인간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한 주인공을 삶을 가리키는 것이려니 여겼는데, 다 읽고 나니 좀더 규모가 크고 미래지향적인 의미네요. 나와 나의 동족들, 나의 세상이 옛 신화에나 나오는 쓸쓸한 유적지처럼 반쪽짜리 페허가 되어 있어도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는 한 파괴적 적의와 함께 존중 담긴 호의도 살아있으며 인간의 문명은 불멸할 것이란 예견 같습니다.
더해서 피라미드 해체 속에 함의된 사실이 유쾌했습니다.
<"인부들이 석재에다 일일이 표시해두는 것을 보았소.">
콘래드의 말처럼, 해체하는 비디오를 찍어 역으로 감으면 복구하는 비디오가 되지요.ㅋㅋㅋ
불편할 마초적 요소가 조금은 있습니다. 처녀지 단어 사용, 모든 남성은 그렇지 않지만 모든 여성들은 존댓말을 쓰는 것 등이요.
그럼에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지구가 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버려진 사티로스들을 위해 피리를 불어주던 콘래드의 애정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디지털 복간 프로젝트라고 꽤 크게 프로모션이 들어가서 구매했습니다. 꽤 옛날 작품이기도 하고 SF는 거의 읽지 않는 터라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제 능력부족일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 세부 디테일들은 다 놓쳤고 흐름만 겨우 따라갔어요. 마지막 옮긴이의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이중성과 다중성, 파괴자이자 창조자 등의 키워드를 되뇌이며 책을 다시 읽으니 책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복간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책을 알게 되어 기쁘네요.
우선 내 이름은 콘래드가 이렇게 복간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로저 젤라즈니는 휴고상 다수 수상에 빛나는 sf의 거장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절판이라 찾아 읽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나마 이북으로 재간된것이 너무 반갑다.
더욱이 기존의 인쇄활자가 아닌 그 당시에는 없었을 이북으로 만난다는 점도 sf 고전을 읽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의미가 깊다.
그렇다 그 시대의 고전은 이미 우리의 삶에 실현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책의 내용중 하나인 파괴되어 버린 지구 만은 아닐 것이다. 디스토피아 적인 상황의 배경은 혹성탈출의 지구 혹은 당시 유행하던(어쩌면 틀리지도 몰라요) 생태학적 접근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 주인공의 여정은 고래 그리스로마 신화의 그것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조금은 상투적인 표현도 있을 수도 있으나 그 시대의 상황을 생각하면 꽤나 훌륭한 작품입니다..
다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왕 이렇데 된거 종이책으로도 나왔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요.
여하튼 이 책은 모습을 달리해서 제 이북 서재라는 새로운 지구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