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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 개정판 ] 이금이 청소년문학이동
이금이 | 밤티 | 2023년 0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34건 | 판매지수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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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02g | 135*200*14mm
ISBN13 9791191826234
ISBN10 119182623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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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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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여름이 온 듯 아침부터 더웠다. 지오는 등에 멘 기타 때문에 겉옷을 하나 더 입은 느낌이었다.
--- 본문 중에서

아버지에게 현재의 지오는 루저였다. 아버지의 생각을 바꿀 방법은 고시에 합격하는 길뿐인데 지오에게는 우주 비행사로 뽑혀 달에 다녀오는 것만큼이나 가망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와 지오 사이에도 지구와 달 사이만큼이나 거리가 생겼다.
--- p.52

그들은 큰길보다는 그 길에서 갈라져 나간 작은 길들을 달렸다. 급할 것도 목적지도 없었으므로 달리다 경치가 좋거나 쉴 만한 장소가 보이면 주저 없이 자전거를 멈췄다. 석주는 자신이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 해가 기울자 날씨가 선선해졌다. 석주는 자신의 발로 페달을 밟아 달려온 거리와 시간에 대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 p.68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손을 흔드는 은설과 그 옆의 래시와 과수원이 사이드미러 속에서 멀어졌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과수원에서 지낸 이틀이 꿈속의 일인 것만 같았다. 석주는 은월농장에 무엇인가 빼놓고 가는 기분이었다. 능선 위로 번지는 노을처럼 이유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 p.95

교실에는 기숙사 방보다 먼저 두 개의 서열이 자리 잡았다. 성적과 힘. 성적 서열이 혼전을 거듭하는 사이, 일찌감치 굳어진 힘의 서열은 세력을 과시할 표적을 찾고 있었다. 지오의 도서관 출입은 곤충이나 동물이 보호색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행위였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도서관이, 자신에게 시비 걸 만한 아이들하고 가장 거리가 먼 공간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 p.154

다음 날 새벽 석주는 작은 배낭을 꾸렸다. 충동적인 것 같았지만 무의식 속에서 준비해 오던 일이었다. 석주는 휴대폰과 엄마 이름으로 된 신용 카드를 책상 위에 꺼내 놓았다. 두 개의 물건은 마치 태아가 배 속에서 엄마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던 탯줄 같았다.
--- pp.189~190

석주는 자기 삶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평생의 목표였던 의대 진학조차 엄마 아빠의 꿈이었지 석주 자신은 어떤 의사가 될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대학엘 입학한다고 해도 진료 과목까지 엄마 아빠의 뜻에 따라 정하게 될 게 뻔했다. 그런 삶은 부모와 가족의 자랑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기 삶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p.202

어른이 된다는 건 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목록’보다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 늘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심한 성격이던 지오가 “어떻게 그런 일이!”를 외치며 벌떡벌떡 일어날 만큼 풍파를 겪은 자기는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 많아진 애어른이 된 것 같았다. 스스로 버린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 안타까움이 쇠스랑처럼 묵직하고 날카로운 느낌으로 심장에 자국을 냈다. 석주의 무의식적인 과시는 그걸 감추기 위해서였다.
--- p.228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한 휴대폰을 바라보는 지오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두려움이 상대를 강해 보이게 하는 것일 뿐, 어쩌면 아버지도 넘지 못할 상대가 아닐지 모른다. 근석 패거리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가 보여 준 것처럼.
--- p.24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스물셋의 지오가 열여덟의 지오를 복기하는 기차 여행

어느 날, 지오는 고등학교 동창인 석주에게 메일을 받는다. 5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보낸 메일 내용은 어이없었다. 추풍령역에서 기다리겠다는 일방적인 말만 남기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것이다. 지오는 고민 끝에 석주가 자신을 왜 부르는지 궁금함에 이끌려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적응에 실패한 캐나다 조기유학 시절, 아빠의 강압적인 명령과 지시, 친구들의 폭력에 쉽게 굴복해버린 무력감…….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 없이 도망만 다니는 자신의 지리멸렬함을 직면한다.

-열일곱의 석주가 스물들의 석주가 되기 위한 선택의 순간들

석주는 영동에 있는 기숙 고등학교에 온 이상, 절대로 1등을 놓칠 수 없었다. 졸업할 땐 원하는 의대에 합격해서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우연히 떠난 지오와의 자전거 여행으로 석주의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아저씨와 은월농장, 그리고 은설. 은설이 자꾸 석주의 삶과 생각에 균열을 냈다.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성공을 위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은설을 만나고부터는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석주는 두 갈래길 앞에 서서 어느 쪽으로 갈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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