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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40g | 130*224*20mm
ISBN13 9791169811071
ISBN10 116981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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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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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이름은 아주 큰 힘을 발휘하니까. 사실상 가장 강한 부적이지.
--- p.41

흉터는 옅어지되 영영 사라지지 않고, 묘한 붉은색 흔적으로 자리 잡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붉은 흔적이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적 한 장을 만들어 말미에 붙였습니다. 그러고 나자 이 소설이야말로 나에게 어떠한 부적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 p.50

‘내가 정교수였어도 그렇게 굴었을까?’
저는 그에게 시스템의 논리를 가리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이자, 스승의 책무니까요. 더구나 문학이란 인간됨을 가르치는 학문 아닙니까.
--- p.58

좋은 작가가 되는 건 등단 제도 그 자체와는 명백하게 무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춘 시즌이면 되도록 빼먹지 않고 소설을 써서 응모했던 건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 제도와는 무관하게 늘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켜가고 싶었다. 그건 내 안의 세계를 존중하는 방식이므로.
--- p.92

최 씨가 최 씨를 낳았고, 그 최 씨가 또 다른 최 씨를 낳았고, 계속해서 최 씨들이 태어났으며, 그중의 어떤 최 씨와 결혼한 윤 여사에게 주어진 삶의 방식이란, 이제까지의 최 씨들과 앞으로 생겨날 최 씨들의 먹고 잠자고 입는 문제에만 골몰하는 것이었다.
--- p.106

어떤 놀이공원이 있다. 높게 날아가는 풍선이 보이고 팝콘이 튀겨지는 냄새가 가득하다. 퍼레이드의 음악도 끊임없이 들려온다. (…) 그 놀이공원은 나와 함께 있다. 내 몸 어딘가에 박혀 있다. 나는 종종, 우리의 놀이공원을 소설이라 부르곤 한다.
--- pp.129~130

병철은 우란이 건네고 자신이 받은 것들, 혹은 자신이 던지고 우란이 안은 것들을 우정이라 여겼고 소중히 대했다. 그건 요양 센터라는 무미하고 단조로운 세계에서는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따뜻하고 말랑한 것이었다.
--- p.154

퇴고한다면 제목부터 바꿔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더 나은 옷을 입혀주지 못했다. 병철의 긴 하루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기울어진 마음이 끝내 버틴 탓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병철은 오랫동안 눈 내리는 길을 달렸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병철의 옆모습을 보기도 하고, 뒷좌석에 앉아 차창을 응시하기도 하면서 그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봤다.
--- p.171

음식 냄새를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이었다. 미안한 일에 사과하고 고마운 일에 인사하기.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나란히 서서 사진 찍기. 그러려면 때맞춰 울리는 알람이 필요하다는 느낌. 한 시에는 한 번, 열두 시에는 열두 번의 종소리가 울리도록.
--- pp.201~202

시계 1호, 2호, 3호는 서로 조금 다른 시각을 표시한다. (…) 내가 침대와 욕실 사이, 책상과 냉장고 사이를 오가는 동안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고 약속된 시간이 없어진다. 때때로 나는 그냥 가만히 있고 싶어진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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