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가시를 말다〉 - 사춘기 딸이 상처받은 엄마를 이해할 때
아빠와 이혼한 후 엄마는 많이 달라졌다. 전화도 몰래 받고, 밤새 채팅을 하고, 어떤 날은 날아갈 것처럼 들떠 있다 한순간 기운이 빠지고. 거울을 자주 보고, 옷장에선 못 보던 화사한 원피스까지 있다. 그러면서 자신한텐 전혀 신경 쓰지 못하는 엄마, 혹시 엄마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 걸까? 아빠가 떠난 것도 어쩌면 엄마 탓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지은이는 엄마를 향한 화를 쌓아 두고 있다. ‘건드리기만 해 봐!’ 하며 언제든 공격의 가시를 빳빳하게 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고슴도치처럼 예민한 지은이. 하지만 엄마를 향한 그 가시는 곧 힘이 풀리고 만다. 지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달려라, 불량 감자〉 - 쌍둥이인데 왜 나만 이렇게 열등해?
1분 차이로 태어나 언니와 동생이 된 이란성 쌍둥이 가연이와 나연이. 그런데 마치 모든 우월한 유전자를 가연이에게 몰아주기로 약속한 것처럼 가연이는 외모, 공부, 성격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반대로 나연이는 비교되는 모든 면에서 열등하다. 단 하나 가연이보다 나은 거라면 체력인데, 힘쓰는 일에만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엄마 아빠에겐 가연이만 있어도 충분할 텐데, 자신은 왜 태어났을까?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못생긴 불량감자’ 같다고 느낀 나연이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예민한 아빠〉 - 아빠는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엄마를 떠나보내고 아빠와 둘이 사는 서령이에게 사춘기가 왔다. 혼자 딸을 키우게 된 아빠는 서령이가 혹 나쁜 병에라도 걸려 아플까 봐 위생과 청결에 누구보다 예민했다. 하지만 정작 딸의 사춘기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2차 성징이 시작되었지만 축하하고 도움 줄 엄마는 없고, 아빠에게 말하지도 못하는 서령이는 그만 펑펑 울어 버리고 만다.
〈오카새의 노래〉 - 할머니의 선물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적 없고 살갑지 않았던 아빠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때에도 곁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 아빠가 어느 날 요양원 봉사를 다니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할머니에게 가족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상냥함과 지극함을 보였다. 게다가 봉사활동에 이진이를 데리고 가 오카리나 연주를 하라고 시킨다. 그 모습이 이중적이라고 생각한 이진이는 아빠와 크게 싸우고 마음의 벽을 쌓아 버렸다. 아빠와 대화가 끊어지고 불편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이진이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오는데…….
〈달팽이도 멀미해〉 - 볼륨을 줄이고, 엄마 목소리도 들어 봐
엄마 몰래 아이돌 가수 오디션을 준비하다 들켜 버린 은요. 엄마는 딸이 솔직하지 않았던 걸 서운해했고, 은요는 말했어도 엄마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날을 세운다. 음반 만드느라 암을 뒤늦게 발견하고 세상을 떠난 아빠 때문에, 음악을 하는 건 절대 반대였던 엄마지만 딸의 꿈을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 응원하게 된다. 볼륨을 있는 대로 높이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딸에게, 엄마는 늘 “달팽이도 멀미한다”며 볼륨을 줄이라고 잔소리하지만, 어쩌면 엄마는 은요가 귀를 열고 엄마와 대화하길 바란 것은 아닐까.
〈나도 카멜레온〉 - 어느 날 찾아온 작은 손님이 부린 마술
어느 날 우리 집에 갓난쟁이 아기가 왔다. 엄마는 성당 지인의 사정으로 한동안 돌봐 주기로 했다는데, 단 며칠 만에 아기는 엄마 아빠는 물론 질풍노도의 심란한 초딩의 넋을 쏙 빼놓고 말았다. ‘아기는 귀찮은 애완동물쯤’으로 생각하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효은이도 어느새 아기를 업어 주고, 학교 마치고 곧장 집으로 달려오게 된다. 시니컬한 사춘기 초등학생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돌게 만들고, 카멜레온마냥 금방 몸빛을 바꾸게 한 기운은 어디서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