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간다. 손짓 하나에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간다. 4층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나는 듣고 말한다. 아주 많이, 유창하게. 3층에서 부모님과 함께일 때 나는 듣지 못한다. 그들과는 손으로 소통한다. --- p.15
레스토랑에 가면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얌전히 있지를 못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넌 뭐 먹니? 맛있어? 나는 부모님이랑 저쪽 테이블에 있어. 부모님은 농인이야.” 재잘거림을 멈추지 못했다. 나는 이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 p.27
하지만 가끔은 엄마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난처할 때도 있었다. 엄마는 때때로 배에 가스가 찬 나머지 버스 안에서 엄청난 소리로 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 소리를 가늠하지 못했다. 자신이 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와 다른 사람들은 알았다. --- p.28
정적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는 그리 멀지 않은 4층으로 도망쳤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네 집에 가면 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속사포로 말을 했다. 그들은 정상적인 손녀를 보는 행복감과 기쁨에 나를 내버려 뒀다. 자식들과는 하지 못했던 일을 나와 했으니까. --- p.35
농인의 적나라한 수어 동작은 청인을 놀라고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청인은 남에게 모욕을 주거나 무례하게 행동할 때 이런 동작을 사용하지만 농인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표현일 뿐이다. 문화의 차이다. --- p.82
외삼촌은 너무 화가 나서 벌로 이틀간 TV 시청과 사탕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사탕을 손에 넣는 방법이 있었다. 사탕은 부엌에 있었는데, 부엌에 가기 위해서는 거실에 있는 외삼촌의 매의 눈 같은 레이더망을 통과해야 했다. 제대로 전략을 짰다. 내가 초인종을 눌러서 불이 깜박거리면 발레리가 재빨리 부엌에 들어가 에브에게 사탕 봉지를 던진다. 그러면 에브는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사탕을 숨긴다. ‘매의 눈’이 화가 났다. 문밖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집 버르장머리 없는 애들이 장난을 친다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