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던 개혁가
다산 정약용은 2012년 유네스코에서 뽑는 전 세계 네 명의 기념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전 세계적으로 업적을 인정받는 학자다. 그동안 다산을 말할 때 그의 뛰어난 문장과 학자로서의 면모를 먼저 떠올렸다면, 이 책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를 보면 다산이 무엇보다도 실용주의자였으며 현실적인 사고를 지닌 실학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취임식과 부임행차를 하는 과정부터 정책 홍보와 공문서 작성, 원칙에 맞는 세금 징수, 사회적 약자를 가장 먼저 위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까지 조선이라는 사회적 제약이 많은 시대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정에 노력을 기울였다. 유학뿐만 아니라 과학과 수학, 공학과 토목공학, 농학까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실용적인 분야를 공부했던 그의 실용적인 사고가 그대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그는 특히 부패한 사회와 당시 목민관들을 개탄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완전한 복지사회를 지향했다는 점에서도 시대를 앞서나갔던 사람이다. 복지국가의 건설, 복지사회의 구현, 다산의 꿈과 희망은 바로 그 점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 곳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목민심서에서 민民은 당연히 백성을 뜻하지만 다산은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적·경제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그는 복지를 우선에 둔 행정과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던 개혁가였다.
“『목민심서』의 다른 11편은 애민편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약자를 보살펴서, 그들의 삶이 보장되는 복지사회를 이루기 위해 목민관이 실천해야 할 임무를 나열해 놓은 책이 바로 『목민심서』인 것이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온다’
시대를 관통하는 다산의 사상을 200년이 지나 다시 생각하다
목민심서라는 말을 풀어보면 ‘백성을 잘 다스리는 마음의 책’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목민심서의 제목 중 ‘심서(心書)’의 뜻에 대한 정약용의 말을 인용하여 이야기한다.
“‘심서(心書)라고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만의 책’, 즉 ‘심서’라고 했다. ’
백성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귀양살이하는 몸으로는 실천할 방법이 없어 ‘마음의 책’이라고 했으니 그 얼마나 애절한가.”
목민심서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되어 시대와 관습이 많이 변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목민관이 가져야 할 마음은 같다. 공직자의 공렴은 나라와 사회 시스템을 지탱하는 기본이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온다’는 다산의 철학은 행정관의 부패와 시스템의 사각지대라는 변함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정신일 것이다.